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제인 구달은 희망의 씨앗희망의 자연(2010, 사이언스북스) 자매편이라고 소개한다. 이에 대한 내막은 책 서문에 잘 나와 있다.

 

"희망의 자연에서 한 부() 전체를 식물계에 할애했었다. 그러나 희망의 자연의 초고가 너무 길어 식물 부분을 거의 대부분 삭제해야만 했다. (중략) 처음에는 기존에 식물을 다룬 부에다 약간만 덧붙인 짧은 책을 쓸 계획이었다. 멸종 직전에서 구조된 식물 종들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 29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결국 그중 몇 편을 몽땅 들어내어 5년 만에 꽃과 나무, 지구 식물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켰다. 이 책과 함께 희망의 자연을 같이 보면 더 좋겠다.

 

두 책의 원제를 보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희망의 자연의 원제는 Hope for Animals and Their World(2009)이고, 희망의 씨앗의 경우는 Seed of Hope(2014). , 여기서 ‘for’‘of’와 같은 전치사의 용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Hope for Animals는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원하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체가 살아남아야 희망이 있는 법이다.

 

이에 반해 Seed of Hope는 희망을 위한 씨앗이다. 구달은 26년간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온새미로 침팬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서식지를 둘러싼 생태계와 인근 마을의 주민들 생계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80년대 이후 그녀는 환경보호 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동시에 인근 주민들을 위한 지지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희망의 씨앗(Harvest for Hope, 2005)희망의 밥상, 희망의 자연에 이은 '희망' 3부작이 아닌가 싶다. 그녀가 뿌리는 희망의 씨앗은 무엇일까?

 

"나는 전 세계에서 자연계를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진행되는 노력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멸종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조되어 또 다른 기회를 얻는 식물 종들, 멸종 위기 종들을 번식시키는 최선의 방법들에 대한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식물 세계의 경이를 소개하는 식물원, 자신들의 정원에 야생 동식물과 나무들, 초원과 숲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는 사실, 이것들이 희망이다." - 30

 

흥미롭게도 그녀는 이 책을 고향 영국 본머스의 집에서 썼다(희망의 자연도 그랬다.). 창밖으로 어린 시절 기어오르고 했던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가장 편안하게 최상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마치 자연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서식지에서 가장 왕성하게 번성하듯이.

 

나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제인 구달의 희망의 씨앗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지켜보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여성 과학자들의 지극한 모성애(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생태애(biophilia)’라고 표현했다)적 발로에 경외감마저 든다. 그녀 역시 어머니 대자연에 귀 기울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에 대한 구달의 사랑을 물씬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녀의 섬세한 관찰과 유려한 필체는 그간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식물의 생태로 안내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함께 하는 꽃, 나무와 식물 그리고 숲에 관한 이야기는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서도 더없이 좋겠다. 특히 그녀는 자신이 침팬지 연구를 위해 몸담았던 곰비 탄자니아 국립공원의 식물 생태에 대해 그러했다.  

 

 

한편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의 벚나무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였다.

 

"일본 후쿠시마 근처에 있는 약 1,000살이 되었다고 알려진 오래된 미하루 다키자쿠라 벚나무가 떠올랐다. 그 벚나무는 많은 전쟁, 태풍, 가혹한 겨울 동안 생존했고, 큰 사랑을 받고 잇다. 한번은 폭설로 가지가 땅까지 내려왔는데, 지역 주민들이 가지의 눈을 치워 나무를 구했고, 이후 말뚝을 세워 나무를 지지했다. 이 나무는 2011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지진과 지진 해일은 물론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 때도 살아남았다.

 

다음 해 봄에 벛꽃이 피었을 때, 어린이를 포함한 이 마을의 대표단이 재난 동안 영국이 제공한 원조에 감사하며 일부 씨앗을 큐 왕립 식물원으로 보냈다. 이 선물은 특별한 나무에 대한 깊은 존경심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이 벚나무의 계통이 미래까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는 굳은 약속이다." - 462

 

올해 여든에 이른 한 노학자의 열정과 깨달음 그리고 호소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와 뗄 수 없는 주식인 쌀과 간식인 초콜릿부터 특별한 선물로 전하는 난초들(까지 다양한 식물들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소개한다. 추천사를 쓴 마이클 폴락은 자연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영적이라고 표현한다.

 

어디 이뿐인가? 헤롯 왕의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고대의 대추야자 씨앗 이야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이들이 2,000살이라고 밝혀냈으며 그중 하나는 발아해서 훌쩍 자라기까지 했다(사진 155).

 

구달은 함께 손을 맞잡고 가슴을 열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그만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면, 머지않아 아이들이 거두어들일 수확물은 진정으로 희망을 위한 수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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