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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미술관 - 그들은 명화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최병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학자가 미술관에 갔다. 그는 과연 미술 작품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이 책은 어려운 경제 원리를 미술을 통해서 쉽게 이해시켜 주는 책이다. 추상적인 미술 세계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분석하면서 독자들에게 경제의 기본 원리는 무엇인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흔히 미술작품은 투자재로서 가치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경제 전반의 위축과 함께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그 후 외환위기를 벗어나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접근하면서 미술품 향유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재테크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널리 알려진 명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좀체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소장가의 심미안을 충족시킬 수 있어 좋다.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들은 1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에서 그림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가령 미술시장에서 고흐의 그림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장에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다.
지은이 최병서 교수는 대학에서 독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선 최 교수의 심미안은 독특하고, 아우르는 장르도 다양하다. 그는 다양한 미술품과 관련 주제를 세 개의 카테고리-①명화 속에서 발견한 경제, ②화가의 눈에 비친 경제, ③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미술산업-에 열 가지씩 나누어 담았다.
본문을 보자. <임신한 앨리슨 래퍼>의 동상에서 밀로의 비너스와 견줄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베르메르의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에서 물질적 풍요로는 채울 수 없는 행복 방정식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원근이 뚜렷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 경제학의 거미집의 수렴점을 들려준다. 마르셀 뒤샹이 가명(리처드 머트)으로 출품한 <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 사물을 발견하는 시각을 새롭게 하라고 조언한다.
주식중개업을 주업으로 하던 고갱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취미로 그리던 그림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일화는 얄궂다.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롸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는 노동의 신성함을 엿보게 된다.
한편 중상주의가 한층 발흥하던 17세기 무렵 베르메르는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에서 물질적 풍요로는 채울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을 암시하고, <음악 수업>에서 부를 축적한 중산 계층의 교양 교육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예술 작품이 경제학적으로 가치재이자 공공재적인 특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예술작품을 보급하고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술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보다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3년말 국회를 통과한 ‘메세나 법’을 반긴다.
메세나 법은 기업이 예술 후원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메세나는 ‘문화예술에 관한 지원활동이나 지원자’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가 당대 예술가들의 예술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사례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명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고, 미술 시장의 동향에 대한 상식도 키울 수 있으며 미술을 비롯한 예술의 진흥을 위한 정책적 제언도 함께 할 수 있다. 저자의 조예 깊은 예술관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즐거움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