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8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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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그 후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산시로에서는 도쿄의 대학 생활을 그렸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후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 후이다. 산시로의 주인공은 단순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시로이후 성숙한 남자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지막에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도 역시 그 후인 것이다. - 오사카 아사히 신문(1909. 6. 20) 그 후예고

 

이 작품의 주인공 다이스케는 대학을 졸업한 서른 살의 백수청년이다. 매달 아버지에게서 생활비를 타 써야 하지만, 집안에 일하는 사람도 둘 데리고 산다. 그는 신학문에 심취하고 자신만의 미학에 빠진 탐미주의자이기도 하다. 집에 정원이 있어서 푸른 식물들도 관찰하고 가부키 극장도 찾는다.

 

그에게는 위로 형 세이고가 있고 친구 히라오카가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다이스케의 집안( 아버지와 형 그리고 형수 우메코와 조카 세이타로, 누이코)과 히라오카와 그의 아내 미치요 사이에서 벌어진다.

 

작품 속 줄거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보인다. 하나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이야기요 또 하나는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면서 작가가 만들어보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다. , 두 번째의 흐름이야 나쓰메 소세키가 자신의 전 작품을 통틀어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비판 정신의 산실이니 그렇다 치자. 그 후에서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이야기, 즉 다이스케가 히라오카의 아내 미치요를 사랑하는 이야기에 주목하자.

 

다이스케가 미치요를 알게 된 내막에 대한 설명은 꽤 상세하다.

그가 미치요를 처음 만나 것은 4, 5년 전 학생 때었다. 당시 그의 학생 친구였던 스가누마의 여동생이었다. 다이스케와 히라오카는 스가우마와 아주 친한 사이여서 자주 그의 집에 드나들었다. 그때 미치요와 대면하고 말문을 트게 된 것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스가우마의 집에서 대여섯 밤 정도 머무르곤 하던 그의 어머니가 장티푸스에 걸려 결국 세상을 떠난다. 병문안을 갔던 스가우마도 장티푸스로 죽고 만다. 스가누마의 아버지가 뒤처리를 했다. 그 해 가을에 히라오카는 미치요와 결혼했다. 중매 역할을 한 사람은 다이스케였다.

 

아버지와 형은 다이스케의 나이가 혼기에 차면서 그에게 결혼 상대를 소개해 보지만 번번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는 사가와 집단의 딸과 혼사 이야기가 오간다.

 

다이스케의 아버지는 메이지 유신 이전의 무사 특유의 도덕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런 탓에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자신이 설정한 도덕적 기준에서 현실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무리한 사람이었다. 이에 반해 다이스케는 모든 도덕의 출발점은 사회적인 사실 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이론 중심의 윤리교육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신식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고 러일 전쟁을 거치면서 상공업의 팽창 등으로 어수선 하던 시절, 나쓰메 소세키는 다이스케의 아버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준엄하게 묻고 있다.

 

너는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냐?”

 

소세키는 러일 전쟁 후 한때 군신(軍神)으로 우상시되던 히로세 중좌가 4,5년 지난 오늘날 더 이상 입에 담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다. 뛰어난 영웅적 행위도 쉽게 잊혀지고 마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이다.

 

하물며 잠깐 불꽃같이 타올랐다가 지고 마는 사랑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4,5년 전 알게 된 미치요에 대한 다이스케의 사랑은 제대로 된 것일까? 과연 부모형제와 의절하면서까지 그런 사랑이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을까?

 

자연의 아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의지의 인간이 될 것인가?

자연의 아이가 된다는 것은 탄력성 없는 경직된 방침 아래 더위나 추위에조차 즉시 반응하는 자신을 기계처럼 속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242) 않기 위해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집안의 사회적 지위와 가족의 명예를 무시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자아의 재탄생이다.

 

어지간한 인간이라면 감히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다. 그 심적 고통이란 어떤 것인지 작가마저 이루 짐작하진 못할터. 다만,

 

전신주도 빨갰다. 빨간 페인트 간판이 계속 이어졌다. 나중에는 세상이 전부 빨개졌다. 그리고 다이스케의 머릿속을 중심으로 불길을 내뿜으며 빙빙 회전했다. 다이스케는 머릿속이 다 타버릴 때까지 계속 전차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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