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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랑을 시작할 때, 그 마음을 떠올리자면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이 방망이처럼 두근거린다.
천천히 조용히 찾아오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강풍이 휘몰아치듯 찾아오기도 하고,
사랑은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우리들 마음속으로
파고듭니다.
쫓아내려고 해도 나가지 않고,
머물러주기를 원해도 떠나가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알 수 없는 그것.
“이제 사랑 따위 지긋지긋해.”
그런 말,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자주 보고 싶어 해도, 너무 연락을 해도,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못난(?) 생각들로 하얗게 밤을 지새웠던 기억, 기억들.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그것도 사랑을 갓 시작하려는 그 애틋한 마음-‘썸’에서 ‘썸씽’으로 넘어가는-을 이리도 꼭 찍어서 보여줄 수 있을까? 마스다 미리 작가는 다른 사람이 갖기 어려운 재주 두 개를 다 가졌다. 그림과 글 솜씨 모두.
책에는 사랑과
연애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91편
실려 있다. 목차는 따로 없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눈 가는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으면 그만이다. 작가는 소제목을 5·7·5조로 된 일본 단시 형태인 센류(川柳)로 짰단다. 그래서 작은 제목을 읽는 것도 운치 있고 멋지다.

소제목 옆에 일본한자 원문을 덧붙여 놓았으면 어땠을까? 이국적인 낭만도 양념처럼 한데 버무려졌을지도 모른다. 소제목마다 왼편에 그림이 있고 오른편에 에세이가 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터치와 톡톡 튀는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 키득거리고, 무릎을 치며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까지 와 있다. 금세 책 한 권 뚝딱!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묻는 말, “나랑 있어서 행복해?” “그래 너무 행복해!”라는 대답으로 돌아오면 얼마나 기쁘던지, 원!
하지만 사랑에는 짝사랑도 있고 연상이 대상인 경우도 있다. 작가는 이런 사랑 마저 따뜻하게 보듬는다. 가능성 따위 없다고 해도 그냥 좋고, 만나고 있어도 계속되는 사랑이 짝사랑이다.

불안하게 만드는 남자 따위 내가 먼저 차주고, 여자의 자존심을 지킬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백은 아직 손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어필하는 것이 예의라고 일러준다.
이병률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 그랬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지 사랑의 단조로움에 우리가 지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을 떠나서 사랑으로 돌아오자고 다짐한다.
마스다 미리도 같은 입장이다. ‘내게 필요한 사람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둘이서 매일 사이좋게 살아 간다’면 굳이 결혼 같은 건, 이미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가을, 사랑을 시작한다면, 아니 사랑을 느낀다면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와 함께 하면 어떨까? 지금 사랑도 그렇겠지만, 지나가던 사랑도 잠시 내 곁에 머물러 주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