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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보는 역사, 조선과 명청 -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ㅣ 너머의 역사담론 6
미야지마 히로시 외 지음, 김현영 외 옮김 / 너머북스 / 2014년 9월
평점 :
동아시아를 새롭게 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관련 학회는 물론이고, 사가나 사회학자들도 개인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외연을 확장하려 노력한다. 일본의 두 학자 기시모토 미오와 미야지마 히로시도 그렇다.
두 학자는 조선과 명, 청을 아울러 근 오백 년에 이르는 시간을 고찰한다. 사실 이 제국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근현대에 자리잡은 전통적인 문화, 전통적인 생활습관, 그리고 가족/친족 제도 등이 형성되어왔다.
책에서 저자들은 14세기에서 19세기 초반까지를 오늘날과 연결되는 ‘나라(國)’의 통합이 형성 내지 재편된 시기”로 본다. 이는 이슬람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앞선 서구, 뒤쳐진 아시아라는 관점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한국, 중국과 일본 차원에서 근대를 형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를 표방하는 만큼 이 책은 국제관계에 대해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다. 가령 도입부에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를 소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지도는 당시 조선에서 만든 것으로 중국, 조선과 일본 등 동아시아 전역을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유럽까지 그려 넣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당시 항해술이나 지도제작술에 비추어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시도는 의미심장하다. 당시 시대적으로 14~15세기는 동아시아에서 몽골과 고려가 멸명하고 명과 조선이 성립, 토대를 닦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지도를 통해 당시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위상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한편 저자들은 당시 지배계급이었던 중국의 신사와 조선의 양반을 상세히 비교한다. 이는 동아시아관련 비교역사학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명청과 조선 그리고 일본 간에 상호 문물을 교류하면서 서로간의 체제와 제도가 전수되거나 벤치마킹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지아(家), 그리고 한국의 집(家) 그리고 일본의 이에(家)를 비교하면서 앞서 지배계급의 유사성과 차이를 논했던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는 제도를 규정짓는 삶의 방식이자 문물의 특성을 비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다케우치 요시미와 쑨거가 있다. 다케우치는 중국의 경험을 통해 일본의 근대를 사유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쑨거는 다케우치를 연구하여 아시아의 다양한 경험들을 ‘역사화’하여 새로운 사상과 지식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 즉 ‘사유 공간’을 모색해 왔다.
쑨거는 중국의 경험과 다른 나라의 경험들을 '역사화'시켜 실질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즉 서로 다른 다양한 역사적 경험이 교차하는 '사유 공간'을 통해 상대를 객관적이고 평등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비서구 지역에서 재료를 찾아내어 서구 이론과 끼워 맞춘다든가, 서구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면서 그것에 대립하는 이론만 찾아내어 제시한다든가 하는 흐름은 지양되어야 한다. 아시아의 사상은 이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다원화 원리, 곧 '다원화된 보편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기시모토 미오와 미야지마 히로시의 입장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선과 명청이 오백년 사이 교차했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동아시아의 정신과 진수를 찾아내고자 한다. 물론 이는 서구에 뒤쳐진 동아시아가 아닌 독자적 발전과 번영을 일구었던 동아시아가 될 것이다. 앞으로 이 분야의 성과를 눈여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