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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넌센스 -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
케빈 랠런드 & 길리언 브라운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9월
평점 :
진화론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에 관한 좋은 책이 나왔다. 진화생물학 전문가 케빌 랠런드와 진화심리학 전문가 길리언 브라운이 엮은 《센스 앤 넌센스》가 그 주인공. 두 학자는 이 책에서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오용의 역사, 그리고 현대 진화론의 여러 갈래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1859)된 이래 진화론이 생물학 등 자연과학에 미친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 여타 사회과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진화론은 태동한 이래 성서에 쓰인 창조론을 신봉하는 일명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론과 대논쟁을 벌여 왔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결은 과학적 증거를 통한 논쟁 뿐만 아니라 법정 다툼까지 여러 차례 가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진화론 내부에서 진화론 이론 자체가 진화해 오면서 어떤 논쟁이 있었고, 오해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두 저자의 균형 감각은 어느 쪽에도 치우쳐 있지 않다. 이 책의 전반적인 요체는 150년 진화논쟁에 관한 역사를 약술하는 것이다. 균형 감각을 지닌 과학적 태도. 사실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사실 모든 학파의 견해를 들여다보면 양립 불가능한 것은 당초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이론은 선대 이론이 뿌린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집단을 이루고 협동체계를 발전시킨 벌꿀이나 개미 등의 습성은 다윈의 진화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후 이를 보완하는 협동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태동할 수 있는 모태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과학적 합리성이란 다양한 주장과 담론을 상호 이해 속에서 과학적 태도로 숙고해야 한다. 창조론-진화론의 논쟁은 이에 대한 여지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데, 이는 무조건적인 믿음의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등 진화론이 여타 분야에 미친 영향을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흥미로운 필체로 선보인다.
공저자가 사회생물학을 맨처음 언급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진화론이 생물학에 끼친 영향을 컸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진화론을 도입, 사회생물학을 창시할 당시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공저자가 당시 사회생물학 대논쟁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어 역사의 편린 한 조각을 우리가 꿰맞추기에 큰 어려움이 없겠다.
한편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읽는 즐거움도 커지만, 이와 관련된 학문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내막을 살펴보는데도 매우 요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