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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강에 비친 달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9월
평점 :

세종은 내불당을 중건하면서 정음청을 설치했다. 그리고 신미 대사를 학사로 앉혀 한글 창제를 완성했다. 흔히 한글은 집현전 학사들 중심으로 창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는 신미의 역할이 참으로 컸다. 세종과 신미 대사의 관계에 대해서는 『세종실록』과 『문종실록』에도 전한다.
범어(梵語)에 능통했던 신미 대사는 비밀리에 복천사와 홍천사, 대자암 등지에서 한글을 창제해 나갔다. 이 소설은 신미가 어떻게 한글 창제에 가담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추리해간 작품이다.
작가 정찬주는 속리산 복천암 월성 스님을 통해 십팔 년 전 선미 대사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마침내 작년 8월 본격적으로 집필에 착수했었다.
앞서 나온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가 글 창제를 둘러싼 집현전 학사들과 최만리 중심의 반대 세력간 암투를 다루었다면, 정찬주의 《천강에 비친 달(月印千江)》은 세종의 불교에 대한 애정과 신미 대사의 활약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작가는 불교적 사유와 우리 인문 전통이 베어 있는 글쓰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간 불가와 선비 이야기에 관해 작품을 왕성하게 발표해 왔다. 법정 스님이 그에게 재가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세속에 물들지 말라는 뜻의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린 적도 있었다. 그는 전남 쌍봉사 이불재(耳佛齋)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미려한 필력으로 감칠맛을 한껏 돋운다. 게다가 강무(조선 시대 군사훈련)에 대한 묘사나 다시(茶時)와 야다시(夜茶時) 이야기 그리고 박희중의 기개 등 소소한 읽을거리도 묘미를 더한다. 티 타임을 '다시'라고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