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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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를 보면 메피스토펠레스는 인간들은 이성이라고 부르는그것을 짐승들보다도 훨씬 더 짐승답게 사는 데 사용한다고 하느님에게 고자질합니다.

 

파우스트 박사는 그레트헨이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에 반합니다. 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그 소녀를 얻게 됩니다.

 

한편 책에는 천사 가브리엘과 미하엘 그리고 하느님, 광대, 감독, 시인들이 등장하지요. 괴테는 혼자서 이 모든 인물들을 창조해 냅니다. 어쩌면 괴테를 보면 알 수 있듯 우리 내면에는 하느님, 천사와 악마 그리고 파우스트 박사가 공존하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빈 서판(Blank Slate)을 통해 스티븐 핑커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빈 서판 처럼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지요.

 

우리 인간은 유전자를 통해 전수받은 선천적인 것과 배우고 경험한 내용들로 채워지는 후천적인 것들이 섞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봅니다. 물론 어떤 이는 '잠재성'이라는 표현으로 유전 인자에 의해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특성도 나중에 어떤 것을 배우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고 보고 있기도 하지요.

 

핑커 교수는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다양한 사례와 통계 수치들을 통해 그 폭력성에 대해 방대한 탐구를 합니다. 그 결과 폭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제시하지요. 일찍이 에이브러햄 링컨이‘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용어를 쓴 적이 있는데 핑커 교수는 자신의 저작에 이 용어를 차용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현대 사회들어 더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겁니다.

 

언론에 폭력적인 사건이 대서특필되니 어느새 현대인들에게 그 만큼 각인된 것이지요. 사실 뉴스를 보면 마음 따뜻하고 흐뭇한 선행 사례보다는 전쟁, 자살, 살인, 성폭력, 학교 폭력 등 사회 범죄가 더 만연합니다.

 

그렇다면 폭력이 줄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핑커 교수는 인간의 양면적인 본성과 환경 변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합니다.

 

즉 우리의 뇌는 진화 과정에서 폭력과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협동과 타협을 통해 평화를 이끌기도 해 왔지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인간 본성의 천사' 같은 것일까요? 저자에 따르면 감정 이입, 자기 통제 도덕 감각과 이성의 능력입니다. 메피스토텔레스가 비웃었던 인간의 이성이 바로 폭력이 줄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이지요.

 

반면, 우리에게는 악마 같은 본성도 있습니다. 가령 포식적 폭력, 우세 경쟁, 복수심과 이데올로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 본성의 천사'와 같은 선한 동기를 우세하게 만들었을까요? 저자는 여섯 가지 이유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 인류가 농업 문명으로 옮겨가면서 과거 자연 상태의 삶을 특징지었던 만성적 습격과 결투가 줄었다.

두 번째, 사분오열돼 있던 봉건 영토들이 중앙 권력들과 상업 하부 구조를 갖춘 큰 왕국으로 통합되었다.

 

세 번째, 17~18세기 이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잔학 행위와 용인된 폭력을 철폐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일었다.

 

네 번째, 2차 세계 대전 이후 강대국과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다섯 번째, 냉전이 끝난 1989년 이래 내전, 집단 살해, 독재 정부의 억압, 테러 같은 조직적 충돌이 세계적으로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더 작은 규모의 공격성, 이를테면 소수 집단, 여성, 아이, 동성애자, 동물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류는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불가피한 주먹질이나 폭력이 오가기 전에 서로의 손상과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진화해 온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서로를 상대해보는 시뮬레이션 결과 먼저 도움을 제공하되 배신으로 답하는 대상은 다시 도와주지 않는 '분별 있는 이타주의자'가 가장 생존에 유리한 속성이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합니다.

국가간, 민족간의 전쟁이나 개인간 폭력도 마찬가지겠지요. 원자폭탄 등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강대국들이 서로 전쟁을 벌인다면 파멸을 면치 못할 지도 모릅니다. 개인도 분쟁이나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들면 벌을 받거나 평판이 나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를 중재하기 위한 정교한 장치와 기구들도 함께 발전해왔겠지요. 여기에 인간의 이성이 큰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인간은 분쟁과 갈등 속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 노력할 것으로 믿는답니다. 우리의 본성은 '선한 천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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