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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쌍쌍바 ㅣ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5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6월
평점 :

이 작품, 우선 재미지다!
박상 작가가 선봰 스토리는 스피드로 보는 세상만사랄까? 이야기는 주인공 신광택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신광택도 스피드로 사는 세상에 뛰어들었다. 어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할까? 그는 좌충우돌이다.
세차장 사장 이원식의 입을 통해 스뽀오츠 정신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스뽀오츠 정신이란 인간의 몸과 마음이 가진 한계를 살짝 넘어서게 해주는 기법, 아니 현상이다".
선수 모집: 초고속 손 세차장, 숙식 제공, 능력에 따른 연봉 협상
신광택은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맨처음 세차장 사장 이원식 씨를 만난다. 곳곳에 작가 특유의 유머가 지뢰 처럼 톼리를 틀고 있다.
"신광택. 이름부터가 이 분야에서 크게 될 놈인 것 같군." 광택은 이원식에게서 스뽀오츠 정신을 배운다.'인생의 재미, 의미."같은.
그러던 어느 날 2,000cc급 중형차 기준으로 사 분 사십육 초만에 세차를 마치는, 가장 빠리 딱은 속주 기록을 세운다.
이 찰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팔꿈치를 다치면서 전업을 하게 된다. 호프집 아르바이트.진정한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호프집도 그만둔다.
군대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작가는 군대를 빗대어 스뽀오츠 정신이 사라진 우리 사회를 질타한다. "돈 있고 힘 있고 얍삽한 놈들은 복무하지 않는 곳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랬다. 우리 사회의 페어플레이 정신은 사라졌다.
광택이의 스피드를 쫓는 여정은 페어플레이 정신, 스뽀오츠 정신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랑머리 듀카티에게 속도 배달전에서 패배하면서 전의를 상실한다. 그는 보람이 없어진 삶의 터전에 물러난다. 그리고 찾은 곳이 호빠. 특기라곤 오토바이 타는 것이니 어디 통할까.
주류 도매상 운전직, 하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앗다. 병정놀이의 달콤함에 점점 미쳐가는 강 과장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진다. 강 과장은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는 개인을 대표한다.
"스뽀오츠 정신이 다 뭐야 싶을 정도로 이 사회는 그라운드의 질이 떨어져 있는 걸까."
다음으로 찾은 곳은 도서 총판 현우사. 좋은 일터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터넷 서점이 흥하면서 문을 닫는다.
어쩌면 우리는 미쳐야 어딘가에 다다르는지도 모른다. 광택이 스뽀오츠 정신의 궁극에 못 미친 건,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조하듯이. 마침내 찾은 곳은 '예테보리 상상 식당'의 주방 보조일. 월급 이백오십만 원에 혹해서 뛰어들었지만 여기서도 천상 스피드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속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몰입했다. 식당 매니저가 광택에게 던진 조언은 마치 내 가슴을 찔렀다."설거지의 세계에선 일반인을 파이터가 이기고, 파이터를 기술자가 이기고, 기술자를 아티스트가 이기지요."
어라, 광택은 생각한다. 그가 악착같이 스뽀오츠 정신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헤쳐나온 것은 프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히자만 고작 파이터에 머문 것은 아닐까?
끝내 경지에 다다른 순간, 그의 사랑 현희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랬다. 작가는 스뽀오츠 정신을 운동이라는 한정된 영역에 가두지 않고, '삶'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확산시키고자 했다.
프레데릭 라르손의 소설 <예테보리 쌍쌍바>는 정파와 사파로 나뉘어 싸우던 두 사람이 결국 자신들의 무술이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쌍쌍바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다. 마치 쌍쌍바처럼 둘은 닮아 있다는 듯이.
분야가 다르고 방법이 다를지언정 경지에 이르면 모든 것이 통한다는 '도(道)'의 개념이 박상에게는 '선수'로 대체되었다.
저돌적인 파이터에서 마침내 아티스트의 경지에 이른 광택의 모습은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작가는 우리가 비록 사기당하고 얻어터질지언정 스뽀오츠 정신을 잊지 말자고 독려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모멸감마저 인내하며,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바로'선수'요, '아티스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