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6학년 김은무는 이모와 사이가 안 좋다. 은무는 이모가 자신을 ‘짜무’라고 놀린다고 불만이 한 보따리다. 약간 작다고 ‘짜리몽땅 무다리’라고 줄여서 부른다는 것. 은무는 그런 이모를 ‘마녀 이모’라고 여긴다. 이모는 그림 작가 노주영이다.
어느 날 이모가 은무를 데리고 피렌체로 10일간 여행가기로 했다. 언니 금무는 고3 수험생이라 같이 갈 수 없다. (은무에게 동생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동무'였을 것이다. ㅋ) 엄마는 은무에게 미리 읽으라고 피렌체에 관한 책 네 권을 건네준다.
은무는 게중에서 갸름한 얼굴에 긴 목덜리,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약간 쓸쓸해 보이는 눈빛, 자상함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얼굴빛, 라파엘로가 그려져 있는 《라파엘로》에 반해 버린다.
마침내 밀라노에 도착한 마녀 이모와 짜무. 과연 두 사람은 피렌체에서 무엇을 보고 느낄까?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이제 짜무가 마녀 이모와 피렌체에 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 교회의 권력과 신성의 교리에 억눌려 있던 인간성이 마침내 꽃피운 르네상스. 그 중심에 피렌체가 있었다. 이처럼 피렌체가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던 것은 유력한 가문이었던 메디치가의 폭넓은 안목과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자신들이 상업과 은행업을 통해 쌓은 막대한 부를 다시 도시를 살찌우는데 아낌없이 투자했던 것이다.
"1743년 안나 마리아 데 메디치를 끝으로 메디치 가문의 문은 닫힌단다. 그녀는 가문의 조상들이 사랑했던 엄청난 보물을 피렌체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을 걸었어. 메디치 가문의 소장품은 어느 하나도 피렌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야. 그 덕분에 나를 비롯해 르네상스를 보고 공부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해마다 피렌체에 몰려오는 것이지." - 124쪽
이토록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이었던 안나는 르네상스의 혼이었던 유산들이 피렌체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했다.
피렌체의 이름을 드높인 인물에는 단테, 조토,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도나텔로, 부르넬레스코 등이 있었다. 이들은 주옥같은 작품과 예술품을 남겼다.
짠무와 마녀 이모의 여정은 밀라노에서 시작된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아 성당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조성자는 르네상스 미술에서 최후의 만찬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본 것일까?
피렌체에서 동떨어진 밀라노 부터 꺼낸 것을 보면 말이다. 이어 피렌체에서 단테의 생가, 베키오 다리와 궁전,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두오모 대성당, 조토의 종탑, 우피치 미술관, 산타 크로체 성당,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벅찰 지경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이 책을 펼쳐든다. 주인공 짜무가 초등학교 6학년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고학년생을 위한 것이다. 아들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영림의 산뜻한 그림과 작가의 사진 등이 곁들여지면서 맥락은 잡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들 곁에서 보충 설명을 살짝 해 준다. 아들이 직접 느끼는 것이 중요하겠기에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언젠가 아들이 피렌체로 배낭 여행을 떠나고 싶어할 날도 있으려니 싶다. 누가 알겠는가? 아들이 훗날 르네상스의 인문 정신을 배우고 그 속에서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열정을 불태울 지.
책에는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아티스트와 그 작품들이 흥미로운 스토리에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의 안목과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까칠한(?) 짜무와 세련된(?) 마녀 이모의 캐릭터를 잘 살린 이영림의 그림도 무척 좋았다.
한편 본문에 신성호라는 동화 작가가 등장한다. 그는 마녀 이모가 위기(스탕달 신드롬)에 빠졌을 때 구해 주면서 극적으로 조우한다. 피렌체에 또 다른 사랑이 싹트는 것일까?
자 마지막으로 이모가 은무를 "짜무"라고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짜랑스러운 은무”라는 뜻이다. 짜무는 피렌체에서 이모의 속 깊은 사랑도 깨닫게 되었다. 참 정겨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어른을 위한 교양 도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일독을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