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명 수업 - 자연의 벗들에게 배우는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진리
김성호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김성호 교수는 생물학과 식물생리학을 전공하고, 지리산과 섬진강이 지척에 있는 서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틈틈이 우리의 동물과 식물을 찾아 산과 들을 헤집으며 기약 없는 탐사를 떠난다.

이 책은 김 교수가 그간 자연에서 배운 생명 수업에 관한 감성 에세이다. 부제로 삼은 자연의 벗들에게 배우는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진리가 온전히 스며들어 있다.

보기 드문 동·식물 사진에다 편집도 곱게 만들어져 마치 여름철 논두렁이나 눈 쌓인 산자락에서 뛰노는 생명들을 마주대하듯 싱그러운 묘미를 느끼게 된다.

오늘 만난 끈끈이주걱은 나에게 이런 말을 전하는 듯합니다. 생명체에게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없다면 그것을 더 이상 생명체라 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 281

노란 병아리 말고도 까만 병아리가 있다는 것에서 블랙 스완 처럼 나의 눈으로 직접 보았어도 그것이 다 본 것이 아닐 수 있고, 나의 귀로 직접 들었어도 그것이 전부 들은 것이 아닐 수 있는 겸허를 배운다.

야생 상태의 새를 관찰하면서 먹이를 주어 불러 모으기보다 숲의 가장자리에 옹달샘 하나 만들면 딱 이라는 저자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새들이 옹달샘에 날아와 갈증도 달래고 목욕도 할 수 있으니 그 틈에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된다는 것.

저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자연 축제를 위해 철새와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생에서 먹이 활동을 하거나 사냥하는 능력이 퇴화되어 영양 실조에 걸리거나 굶어죽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쓸데 없는 간섭이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호랑이, 표범, 늑대와 승냥이 등이 사라지고 나서 네 개의 발가락 흔적을 찾으면 삵이나 너구리라고 한다. 발톱 흔적이 없으면 삵이요, 있으면 너구리라는 것이다. 오소리, 족제비와 수달은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어 구별이 된다고 한다.

수련과 연꽃의 생태 비교라든지 다양한 버섯 구별하는 방법 그리고 살아있는 화석 산양 이야기 등은 그간 잘 몰랐던 자연에 대한 배움을 채울 수 있었다. 저자의 가슴장화를 뚫고 살을 파고드는 가시연꽃의 형태는 특이했다. 꽃대, 줄기 등에 난 가시는 모두 곧게 서 있는데, 참개구리가 앉을 잎의 위쪽에 있는 가시 만큼은 일정한 방향으로 많이 구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비록 말 못하는 가시연꽃이지만 참개구리에게 작은 쉼터를 제공해줄 줄 아는 여유를 부린다.

 

내가 가장 재미롭게 읽었던 대목은 두 가지다. 각시붕어와 말조개 그리고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 두 이야기는 저자가 이미 별도의 책을 통해 소개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관찰기록이다. 특히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는 세 절에 걸쳐 나온다. 그만큼 김 교수가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각시붕어는 생김새가 새색시처럼 예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각시붕어의 산란 방법이 특이했다. 산란기가 되면 각시붕어 수컷은 멋진 혼인 색으로 단장하며, 암컷은 긴 산란관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닌다. 수컷은 산란에 알맞은 건실한 말조개 하나를 찜해 놓고 암컷을 기다린다. 암컷은 수컷의 외모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말조개의 상태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말조개를 선택하는 걸까? 암컷은 말조개 출수공에 산란을 하면 수컷은 입수공에 정액을 뿌려 수정이 일어난다. 수정란은 말조개 아가미의 얇은 막 사이에 자리를 잡아 유실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 참 야릇한 생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수는 당시 어느 봄날 지리산 기슭을 더듬다 새끼를 키우는 한 쌍을 발견하고 50일간 새끼 두 마리가 둥지를 박차고 떠나는 순간까지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평소 흠모하던 안도현 시인을 찾아가 그이의 추천 글을 받아내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도 나온다. 어미 새는 둥지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어린 새가 스스로 나무 위로 오를 수 있도록 목을 놓아 소리를 내며 응원할 뿐 일체 도와주지 않는다.

어린 새가 어느 정도 나무에 오르면 어미 새는 더 높은 윗가지로 이동하여 어린 새가 올라올 수 있도록 기다렸고, 마침내 어린 새가 적당한 높이에 올랐을 때 비로소 먹이를 주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자가 새끼를 벼랑에서 떨어뜨리듯 어린 새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어미 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자식도 이렇게 강인하게 키울 수 있을까하고 반성해 본다. 행여 힘들세라 행여 아플세라 이것저것 미리 챙겨주는 것이 결국은 나약한 아이로 키우는 것을 아닐지 모르겠다. 큰오색딱따구리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고 생명의 경이에 감탄하게 해 주었다. 한 문장 한 단락 어디 빼놓을 수 없이 내 인생을 사색하고 세상사를 성찰해 보는 경구가 되어 주었다. 내 아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련다.

이 지구상에 존재의 의미가 없는 생명체가 있을 리 없습니다.”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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