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

 

굴드는 다윈 이후 가장 저명한 진화생물학자라고 일컬어진다. 그는 1941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262세로 타계했다. 그는 일찍이 나일스 엘드리지와 함께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說, punctuated equilibrium theory)를 발표(1972)하여 독창적인 진화론을 세웠다.

 

이 이론은 전통적인 점진 진화설을 입증해 줄 생물의 중간 종이 발견되지 않는 데 대한 보완책으로, 생물이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종을 유지하다 특정한 시기에 종 분화가 집중되어 갑자기 완벽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굴드는 자신의 이론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출애굽기'의 예를 든다. 가령 몇 달이면 충분히 애굽(이집트)에서 가나안(이스라엘)로 갈 수 있는 데, 40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천천히 갔기 때문일까? 굴드는 어느 방향으로 향하다가 일정기간 머무르다 방향을 바꾸어 움직였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이 바로 '단속평형설'의 내용이다.

 

굴드는 《내츄럴 히스토리300여 편의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대부분의 글들이 책으로 묶여 출판되었다. 그는 특히 생전 자연학 에세이 시리즈10권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진화론, 생명의 기원 그리고 인간복제 등 어려운 주제를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기에 당대에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진보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에세이는 이미 국내에도 다윈 이후, 판다의 엄지, 풀하우스등 여러 권 번역·소개되어 있다.

 

최근 현암사는 굴드의 에세이 시리즈 중 주요 작품을 선정해 출간할 계획으로 지난 달 플라밍고의 미소를 선보였다. 이는 여덟 마리 새끼 돼지(Eight little piggies)에 이어 두 번째 권. 여덟 마리 새끼 돼지역시 시리즈 중 여섯 번째(1993) 것으로 굴드의 사후 10주기를 맞은 2012년도에 나와 그 깊은 뜻을 더했다.

 

 

이번 플라밍고의 미소는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1985)로 출간된 책으로 한 세대 전인 1980년대 초반에 쓰인 글들이 대부분이지만, 진화를 다룬 거의 모든 증거들이 그러하듯 이는 결코 긴 세월이 아닐 것이다.

 

리뷰를 보면 굴드가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은 여전히 매혹적으로 변주되고, 세부에서 시작해 일반 원리를 드러내는 그의 스타일은 빛난다고 평한다.

 

굴드의 필력이 지닌 강점은 진화론의 특수성에서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일반성을 이끌어내는 점이다. 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스타일이《플라밍고의 미소》 1부에 수록된 에세이들이다. 가령 고깔해파리는 개체인가 군체인가를 추적한 두 편의 에세이는 자연에서의 '경계' 문제와 '연속성'(연결)에 대해 질문한다. 굴드의 특별한 글은 많은 독자에게 보편성을 전달했다. 그는 이 놀라운 에세이들을 쓰면서 독창적인 언어로 쓰인 수많은 원전을 바탕으로 하되, 교과서와 같은 2차 자료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이 책에는 생명사의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멸종에 관한 에세이들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저자가 역사과학의 여왕으로 추대한 분류학을 찬미하는 에세이들과 역사과학의 방법을 다루는 에세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킨지가 과거에 혹벌분류학자였다는 사실과 그의 성 연구가 긴밀한 학문적 관련을 맺고 있다고 밝히며, 다윈 이전의 오래된 분류학이 채용했던 수비학 등 학계 연구 성과에 대한 해석, 새로운 발견 혹은 이례적인 사례 연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현암사에서 작년에 펴낸여덟 마리 새끼 돼지》도 마찬가지다.

 

현암사 측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기왕 내친 김에 굴드 자연학 에세이 시리즈 10권을 모두 내주십사하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2의 장대익 교수같은 이가 나올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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