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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안희정의 진심
안희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3년 반 동안 210만 도민들을 만났던 느낌들, 밤잠을 설치게 했던 고민들을 담아 이 책을 펴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시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와 접전을 벌여 승리했었다.
한편 사회적으로 훌륭한 활동가나 지도가가 되기 이전에 행복한 가장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가족과 가정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담지 못한 것을 아쉽다고 고백한다.
그는 충남도지사로서의 안희정은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아닌 '민주주의자'라고 단언하면서, 진보와 보수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안에 함께 사는 이웃이요,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경쟁자라고 주장한다. 즉 진보와 보수는 '공동체를 함께 책임지는 경쟁자' 관계라는 것이다.
그가 2010년 7월 1일 취임 이후 도지사로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처음 마주친 '낯섦'은 생각과 마음이 다른 생소한 사람들과 마주쳐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고 마음속에 두려움도 가득 차 있었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은 "친근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한다. 그들이 생각과 문화, 걸어온 삶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들도 내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게 되면서 서로 쉽게 교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단다.
지난 6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인류에게 용서와 상생의 정신을 온 몸으로 보여준 화신이었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인적이었던 그의 행보에 온 세계는 추모의 물결에 휩싸였다. 그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길에는 무려 91개국의 정상이 찾았고, 3천여 명의 취재진이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어쩌면 안 지사도 그를 닮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서두에서 당선 이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 갇히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MB 정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이겨냈다고 토로한다.
나에게도 분노가 있다. 정의가 패배했던 역사에 대한 분노가 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눴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것을 내려놓으려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가 꿈꾸는 '더좋은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25쪽)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더좋은민주주의'는 무엇일까?
'더좋은민주주의'는 인간의 평등이 사람들의 내면은 물론 생활 전반을 통해 흐르는 사회다. 회의를 할 때면 도지사와 공무원의 관계지만, 쉬는 시간에는 동네 선후배 관계다. 그래서 그는 '인간' 안희정과 '도지사' 안희정을 구분하고자 애썼다고 한다.
또한 '더좋은민주주의'는 시민과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도지사로서 "제가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같이합시다!"라고 이야기해왔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주인 따로, 고객 따로'인 지금의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노력하는 삶이 권장되고, 땀 흘리는 사람을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일찍이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자신의 의지가 헛되게 부서지는 것에 끝없이 번민했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나'를 통해 "목자와 자본가의 길, 이 양자를 결합하는 희망"을 꿈꾸고, "지상의 생활과 하늘의 왕국을 동시에 얻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자신의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아마도 안 지사의 꿈도 진보와 보수가 연대하여 공동 책임하에 '더좋은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소통하고 화합하며 상생하는 길이지 싶다.
한편 그는 정당을 '장터'에 비유하면서 정당 역시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무수히 많은 (정치적) 교환이 일어나는 곳이기에 공정한 규칙을 지키고 그에 따른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안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박석무, 문동환 등 ‘평민연’ 세력을 영입하면서 당권 5,60 퍼센트를 넘겨준 사례를 회고하면서, 이처럼 자신의 권한과 지분을 포기하면서 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한 결과 마침내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안 지사는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듯이, 지금의 민주당도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면 집권을 가능하게 도와줄 사람이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연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민주당이 만약 안철수의 신당이 출범한다면 앞으로 어떤 연대를 모색해 나갈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정부가 넘어야 할 세 고개로서 ➀ 한계에 봉착한 박정희식 발전 모델의 대안을 모색하고, ➁ 정부 혁신을 참여 행정과 공개 행정으로 바꾸며, ➂ 지방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안 지사의 참신성은 기존 정치판이 극복해야 할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는 점이다. 가령 그는 도의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쓸모없는 기세 싸움을 지양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도정을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정치 철학과 소신 그리고 민주주의에 열망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더좋은민주주의'란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또 국민의 삶 속에서 어떻게 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정치인으로서 갈고 닦아야 할 과제로 남는다.
내가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정치적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 체계의 혁신을 위한 논의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우리가 안 지사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