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흙손 : 흙 만지는 손만 너무 거룩하게 바라보는 그림은 오히려 반갑지 않다. 흙을 만지는 손이라면, 풀을 같이 만지고, 물을 함께 만진다. 그리고 아기를 같이 만지고, 나무를 같이 만지며, 새랑 풀벌레를 같이 만진다. 시골사람 손이라면 풀사람 손이면서 물사람 손이자 숲사람 손일 테지. 무엇보다 살림손일 테고. 무지갯빛이 흐를 흙손이기에, 이 흙빛도 늘 다른 까무잡잡한 빛이다. 비료하고 농약하고 비닐 때문에 죽어버리는 손이라면 누리께할 테지만, 지렁이랑 춤추고 굼벵이를 다시 묻는 흙손이라면 까무잡잡힌 빛결이면서 빛내음이기 마련이다. 흙손은 까만 얼굴에 푸른 나물을 손에 쥐고, 하얗고 노랗고 바알갛고 파란 들꽃을 가득 머리에 인 웃음으로 노래하는 손이다. 2012.3.2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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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속물적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3.24.)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어느덧 한 해 넘게 붙드는 사전 꾸러미가 있습니다. 이 하나만 붙들지 않습니다만, 여태 붙든 사전 꾸러미 가운데 가장 큰 덩이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2001년에 붙잡든 《보리 국어사전》은 2016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대면 가벼웠고, 비슷한말 사전은 2017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에 대면 또 가벼웠는데, 이들 모두 2019년 《우리말 동시 사전》하고 《우리말 글쓰기 사전》하고 《이오덕 마음 읽기》에 대면 새삼스레 가벼웠어요. 그런데 이 모두를 아울러 가장 높다란 고갯마루를 한참 오르는 길입니다. 저녁에 오늘치 밑글을 어느 만큼 갈무리하고 자리에 누우려 했는데 그만 ‘속물·속물적’이란 말씨가 여느 한국말로는 무엇이더라 하고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다가 그만 날이 넘어갑니다. 아는 분은 알 텐데 ‘속(俗)’이라는 한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이 일부로 붙여서 널리 퍼뜨렸습니다. 예전에도 이 한자를 썼으나, 오늘 우리가 아는 웬만한 ‘속-/-속’붙이 말씨는 일제강점기부터 뿌리를 내렸다고 할 만합니다. ‘속어·비속어’나 ‘속담·민속’ 같은 데에 붙은 이 ‘속’은 여러 갈래를 품어요. 첫째는 낮추거나 바보스럽다고 할 적에, 둘째는 수수한 들풀 같은 사람을 가리킬 적에.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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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지음, 에밀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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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9


《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글

 에일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비아토르

 2019.2.27.



  ‘우리 집 나무’를 지켜보지 않던 무렵에는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지 이겨내는지 잘 모르는 채 살았습니다. 다만 하나는, 나무가 겨울보다는 자동차하고 아파트하고 사람들 등쌀을 견디거나 이기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구나 하는 대목만큼은 똑똑히 알았어요. 어제 낮에 큰아이하고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오는데, 면소재지 중학교 둘레에 있는 큰나무는 소름이 끼치도록 가지치기를 받아야 했고, 쳐다보아 주는 눈길이 없어 시무룩하거나 풀죽은 채 힘들어 하더군요. 학교 울타리를 넘어가서 토닥일 수는 없기에 눈빛으로 달래 주고서 지나갔습니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를 읽으며 가만히 나무 속마음을 그려 봅니다. 나무는 어떤 마음일까요. 우리들 사람은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고서 이런 그림책을 빚을까요, 아니면 사람살이를 나무한테도 똑같이 빗대어 ‘마치 나무도 이렇겠거니 하고 지레 어림하’면서 그림을 빚을까요? 적잖은 나무는 겨우내 고이 잠듭니다. 겨우내 잠을 안 자는 나무도 많은데, 겨울잠을 자든 안 자든 사람이며 숲짐승이며 벌나비나 새나 풀벌레이며 저(나무)를 포근히 안거나 곁에서 노래할 적에 몹시 반기면서 즐겁게 춤을 추더군요. 나무는 겨우내 사랑을 그리고, 포근한 손길을 꿈꿉니다. 좀 물어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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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 이야기꽃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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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8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김혜원 글

 최승훈 그림

 이야기꽃

 2018.9.17.



  매꽃이 피는 나무 곁에 서면 온몸에 매꽃내음이 스밉니다. 쑥이 돋는 봄빛을 누리면서 쑥을 훑으면 손끝을 거쳐 온몸으로 쑥내음이 번지는데, 쑥잎을 며칠 햇볕에 말려서 덖으면 그야말로 옷이며 집이며 쑥내음이 물씬 흐릅니다. 풀밭에 앉으면 풀내음으로 가득하고, 흙을 만지면 흙내음으로 푸지며, 물을 만지면 물내음으로 넉넉해요. 아기는 어머니 곁에서 젖내음으로 포근합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만지면서 우리 손끝이며 발끝을 비롯해서 몸 구석구석에 어떤 빛내음을 담을까요? 어떤 손빛을 거쳐 어떤 눈빛으로 보금자리를 가꿀까요?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온갖 냄새 가운데 흙손내음을 보여줍니다. 이 흙손내음 가운데에서도 할매 할배 발자국을 다룹니다. 일손이란 어떤 빛일까요. 살림손이며 가꿈손이며 지음손이며 일굼손이란 어떤 내음일까요. 일하는 손도 거룩하고 놀이하는 손도 훌륭합니다. 살림하는 손도 아름답고 사랑하는 손도 곱지요. 할매 손 곁에 어린이 손을 가지런히 놓으면서 꽃송이를 얹으면 좋겠어요. 할배 손하고 나란이 푸름이 손을 포개면서 풀포기를 쥐면 좋겠어요. 노래하며 일하는 손이고, 사랑하며 놀이하는 손이요, 꿈꾸면서 씨앗을 심어 숲을 바라보는 손빛을 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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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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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3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규리

 문학동네

 2014.5.10.



  누구한테나 꽃치마가 어울립니다. 둘러 보면 알아요. 꽃치마가 어울리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꽃바지가 어여쁩니다. 꿰어 보면 되어요. 꽃바지가 어여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언제 어디에서나 꽃차림이 될 만합니다. 스스로 꽃이 되고, 새롭게 꽃빛을 나누며, 새삼스레 꽃노래로 흐드러지면서 모든 앙금이며 멍울을 녹일 만합니다.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를 읽으면 꽃차림을 하려다가 수줍게 돌아서는, 자꾸 남 눈치를 보는, 이러다가 스스로 멍이 들려고 하는 소근말이 흐르는구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나를 보는 눈’이 아니라면 다른 눈에 휘둘리기 좋겠지요. ‘남을 보는 눈’이 될 적에는 내 꽃치마가 어설프다고 여길 만하겠지요. 우리가 언제나 ‘나를 보는 눈’으로 간다면 물결에 휩쓸리지 않아요. 물결을 타면서 까르르 노래합니다. 우리가 늘 ‘남을 보는 눈’으로 간다면 잔물결에도 꽈당 넘어집니다. 물결을 탈 엄두를 못 내고, 주눅이 들어 그만 노래를 깡그리 잊고 말아요. 눈길을 가다듬기에 삶은 노래로 피어나고, 이 노래는 가볍게 바람이 되어 온누리를 밝힙니다. 따로 온힘을 내야 하지 않습니다. 온눈이 되어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라면 모두 꽃이 되고, 노래가 되니, 흉도 빌미도 티끌도 없습니다. ㅅㄴㄹ



어떤 일로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 자꾸 웃으라 했네 / 거듭, 웃으라 주문을 했네 / 울고 싶었네 / 아니라 아니라는데 내 말을 나만 듣고 있었네 (내색/18쪽)


어제 본 게 영화였을까 / 비였을까 // 애써 받쳐도 한쪽 어깨는 내 어깨가 아니고 / 한마음도, 내 마음이 아니다 (국지성 호우/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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