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사포 沙布


 사포나 줄로 문질러 → 까끌종이나 줄로 문질러

 사포가 필요하다 → 모래종이를 써야 한다


  ‘사포(沙布/砂布)’는 “금강사(金剛沙)나 유리 가루, 규석(硅石) 따위의 보드라운 가루를 발라 붙인 천이나 종이. 쇠붙이의 녹을 닦거나 물체의 거죽을 반들반들하게 문지르는 데에 쓴다 ≒ 마연지·사지·연마지·연마포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까끌종이·꺼끌종이’나 ‘모래종이’로 고쳐씁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사포’를 다섯 가지 더 싣고, 여러 나라 사람이름을 셋 더 싣는데, 몽땅 털어냅니다. ㅍㄹㄴ



사포(司圃) : [역사] 조선 시대에, 사포서에서 궁중의 원포(園圃)와 채소 따위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육품 벼슬

사포(司鋪) : [역사] 조선 시대에, 액정서에서 문고리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정팔품 벼슬

사포(四包) : [건설] 공포(貢包)를 넷으로 겹친 것

사포(射布) : [체육] 활을 쏠 때에 쓰는 무명 과녁 = 솔

사포(蛇脯) : 저며서 말린 뱀의 고기. 주로 약으로 쓴다

사포(Sappho) : [문학] 오스트리아의 극작가 그릴파르처가 지은 희곡(?曲)

사포(Sappho) : [문학] 프랑스의 소설가 도데가 지은 소설

사포(Sappho) : [인명] 그리스의 시인(B.C.612?~?)



둥글게 깎인 게 이 모양이다. 아직 사포질이 더 많이 필요하다

→ 둥글게 깎여 이렇다. 아직 까끌종이질을 더 많이 해야 한다

→ 둥글게 깎여 이렇다. 아직 모래종이질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 5쪽


사포질하는 선배들의 용쓰는 얼굴이 좋았다

→ 까끌종이질로 용쓰는 윗내기 얼굴이 좋았다

→ 모래종이질로 용쓰는 언니 얼굴이 좋았다

《성질머리하고는》(박유빈, 난다, 2025)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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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외모평가



 계속해서 외모평가가 시작되자 → 자꾸 옷을 재자 / 잇달아 얼굴을 재자

 불쾌한 외모평가를 지속하면서 → 거북하게 겉을 매기면서

 불필요한 외모평가는 금지한다 → 쓸데없이 몸을 매기지 않는다


외모평가 : x

외모(外貌)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

평가(評價) : 1. 물건값을 헤아려 매김. 또는 그 값 2.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값을 매기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겉보기·겉살피다·겉살핌·겉살피기·겉재다·겉재기·겉매기다·겉매김’이나 ‘낯보기·낯살피다·낯살핌·낯살피기·낯재다·낯재기·낯매기다·낯매김’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몸살핌·몸살피기·몸보기·몸재기·몸매기다·몸을 살피다·몸을 보다·몸을 재다·몸을 매기다’라 해도 됩니다. ‘옷보기·옷살피다·옷살핌·옷살피기·옷재기·옷매김’이나 ‘얼굴재기·얼굴매김’이라 해도 어울리고요. ㅍㄹㄴ



“지금 그 말은 외모 평가야. 외모 평가는 잘못된 거야.”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 “그렇게 말하면 겉재기야. 겉을 재면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그런 말은 옷재기야. 옷재기는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그 말은 얼굴재기야. 얼굴재기는 잘못이야.” 하고 일러준다

→ “바로 그 말은 낯재기야. 낯을 재지 마.” 하고 일러준다

→ “그 말이 바로 몸재기야. 몸을 재지 마.” 하고 일러준다

《학교에 페미니즘을》(초등성평등연구회, 마티, 2018)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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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18 지키려면 짓는

책벌레수다 : 말더듬이로 보낸 어린배움터



  말 한 마디는 모두 씨앗이기에, 말씨를 눈여겨볼 수 있다면 이 작아 보이는 말씨 한 톨이 다 다르게 빛나는 줄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말은 처음에는 그저 ‘말’이었을 테지만, 우리 마음을 담아낼 소리로 깨어나면서 문득 ‘말씨’로 거듭나고, 이 말씨는 ‘말빛’으로 나아가면서, 어느새 다 다른 모든 사람한테 저마다 새롭게 ‘말길’을 잇는 ‘낱말(나를 나로 틔우는 말)’로 선다.


  나는 일곱 살까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며 잘 뛰놀았다. 여덟 살에 어린배움터에 들고부터 ‘한글’을 모른다며 길잡이한테 꾸지람을 듣고 따귀를 맞아야 했는데, 1982해 언저리에는 웬만한 어린이라면 다 겪은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이레 만에 한글을 익혔다. 한글을 익히자니 이제는 배움책을 소리내어 읽으라고 시키고, 내가 혀짤배기에 말더듬이인 줄 이때부터 알아챘다.


  1987해를 맞이할 때까지 혀짤배기에 말더듬이를 놀리는 또래한테 시달리느라 죽는 줄 알았다. 다만, 용케 안 죽었을 뿐 아니라, 어린배움터를 마칠 무렵 동무 하나가 “친구가 말할 때 웃는 거 아냐!” 하고 따끔하게 끊어 준 보람으로, 더는 놀림받지 않았다. 이미 어릴적부터 내도록 ‘말씨·말결·말빛·말소리’가 무엇인지 홀로 찾아나서는 길을 걸었다.


  나부터 말을 더듬고 제대로 소리를 못 내니,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더듬거나 힘든 동무가 어떤 마음인지 곧바로 느끼는 나날이었다. 이른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놀리는 아이하고는 안 놀고 싶다. “조금이라도 공부 잘하는 아이”는 언제나 “공부 못하는 아이”랑 모둠을 안 지으려고 하더라. 이럴 때마다 나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부르거나 곁에 앉아서 한모둠을 이루었다. 이러면 둘레에서 다들 움찔한다.


  ‘쟤 왜 저래?’ 하는 눈치와 말을 듣는데, 마음씨가 착한 동무가 선뜻 나서서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잔뜩 있는 모둠으로 들어오더라. 어린배움터 여섯 해 내내 느낀 바 하나를 풀자면, “공부 못하는 아이란 없다”이다. “눈길과 마음길과 손길을 못 받는 아이만 있다”이다. 함께 모둠을 지어서 함께 실마리를 풀어가면 다 다른 빠르기로 다 잘 알아듣고 즐겁다.


  곧잘 어릴적을 떠올린다. 말더듬이 어린이가 아닌 어릴적이었으면 다른 길을 갔을 수 있는데, 말더듬이 어린이로 살아낸 나날이 있기에 한결 둘레를 헤아리면서, 누구보다 나 스스로 돌아보는 길을 가다듬었지 싶다. 더듬더듬 소리내는 말결을 마흔 해쯤 가다듬고 보니, 이제는 혀짤배기여도 이렁저렁 말하는 결을 찾는다. 여러 이웃말을 배우고 익히는 동안,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르게 말소리를 터뜨리는 줄 느낀다.


  시골에서 살며 시골말을 늘 듣다 보면, 이웃시골로 마실을 가서 이웃시골말을 듣다 보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녁 몸과 입과 이와 입술과 마음에 맞게 말소리를 내는 줄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똑같이 서울말소리를 내야 하지 않다. 서울내기여도 서울말을 다 다르게 하면 된다. 어느 곳이든 어느 것이든 다를 바 없다. 이 삶과 나란히 바라보면 될 일이다. 우리는 글을 놓고서 ‘쓰다·적다·옮기다·담다’를 비롯해서 온갖 낱말로 나타내곤 한다. 쓰다듬듯 쓸 수 있고, 조금조금 적을 수 있고, 이쪽으로 안듯이 옮길 수 있고, 속으로 넉넉히 담을 수 있다. 어떻게 바라보든 스스로 길을 찾을 일이지 싶다.


  지키고 싶기에 짓는다. 지키는 동안에 지새우고 지내면서 가만히 바라보고 느낀다. 지키고 지새우고 지내는 곳이 바로 집인 줄 알아간다. 집에서 즐겁게 지낼 적에 동무랑 이웃하고 도란도란 어울리게 마련이라고 배운다. 어떤 말씀이더라도 우리가 속으로 밝게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서로 어울리는 어깨동무로 간다. 어떤 글과 책이더라도 우리가 마음을 틔워서 품는 손길이라면 서로 나누고 베푸는 이야기꽃으로 간다.


  한자를 쓰느냐 안 쓰느냐는 썩 대수롭지 않다. 우리말을 정갈하게 쓰느냐 마느냐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 먼저 우리 마음을 어떤 낱말에 어떻게 담으려 하느냐를 바라볼 노릇이다. 삶을 마음에 담기에, 마음을 말로 옮기고, 이 말을 새삼스레 글로 담는 얼거리를 가만히 바라본다면, 모든 실마리는 부드럽게 차분히 풀 수 있다.


  중국이건 일본이건 우리나라이건 같다. 글(한자)이 아닌 말(삶)로 보면 어느 곳에서나 누구나 수수한 사람은 어질게 마음을 나누었지 싶다. 중국말이란 중국사투리이자 중국삶말이요, 일본말이란 일본사투리이자 일본삶말이다. 우리말이란 우리사투리이자 우리삶말이다.


  ‘서울말(표준말)’이라 할 적에는 삶이나 마음하고 멀다. 서울이라는 곳으로 틀을 세우면, 모든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삶을 저마다 다르게 나타내는 말씨와 말결과 말빛을 다 버려야 한다. 서울말을 쓰면 쓸수록 우리 스스로 삶을 잊거나 잃다가 마음까지 잊거나 잃는다. 게다가 국립국어원에서 틀을 잡는 서울말은 ‘우리말씨’하고 먼 ‘일본말씨·옮김말씨·중국말씨’가 뒤범벅인걸. 수수하고 쉽게 우리말을 쓰려고 한다면, 숲빛으로 푸르게 삶과 살림을 되찾으면서 나란히 손잡는 하루를 세우려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이 끝에서 늘 저곳을 가만히 본다. 이곳에서 언제나 저 너머를 물끄러미 본다. 지키는 일은 안 나쁘지만, 거머쥐거나 움켜쥐려고 하면 다치다가 닳는다. 그저 품에 지니듯, 집에 두듯, 이러다가 둘레에 두레로 나누면서 동무하고 돕듯, 차근차근 풀어내면 된다. 모든 책은 씨앗이다. 좋은씨나 나쁜씨가 아닌 ‘삶씨’에 ‘살림씨’에 ‘마음씨’이다. 나는 책벌레로서 모든 책을 그냥 안 가리면서 차곡차곡 읽어내려고 한다. 다 다른 동무와 이웃이 어떤 삶과 살림을 어떤 마음과 눈길과 손길로 담았는지 느끼려고 한다. 씨앗을 받아서 함께 심고서 같이 돌보고 나란히 거둔다.


ㅍㄹㄴ


“악어의 입장이 돼서 비를 맞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그만!”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10》 92쪽


“그럼 슬슬 갈까요.” 현지 담당자 말에 차에 탄 그녀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여기 있는 일본인 아내 셋은 20대, 30대 때 니카타를 떠난 뒤 한 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254쪽


‘그런 짓을 했다가는 스즈는 정말로 외톨이가 되니까. 아니, 그 녀석이라면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토모에의 딸에게 인생을 바치는 동안, 스즈는 엄마와 똑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되다니. 난 죽을 때까지 ‘짝사랑 인생’인 건가? 난 이제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행복한 15년이었어.’ 《나의 아빠 7》 187∼188쪽


그런데 도대체 모르겠다. 왜 아이들이 이 단순한 이야ㅣ에 빠져드는지.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50쪽


“맞아. 호타카가 쌍둥이에게 해주고 싶은 만큼, 쌍둥이도 같은 마음인 게 당연해.” … “희생 같은 거 안 하고 있어. 애들을 구해주고 있는 것도 아니야. 내가 계속하고 싶어. 소중히 하고 싶어.”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2》155, 183∼184쪽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10》(사와라 토모/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5.2.25.)

#早良朋 #へんなものみっけ #I Found Something Strange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하야시 노리코/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나의 아빠 7》(니시 케이코/최윤정 옮김, 시리얼, 2025.7.25.)

#西炯子 #たたん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최은경, Denstory, 2017.5.1.)

《잘 잤니 그리고 잘 자 2》(마치타/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6.11.15.)

#おはようとかおやすみとか #まちた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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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머리하고는 난다시편 4
박유빈 지음 / 난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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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3.

노래책시렁 557


《성질머리하고는》

 박유빈

 난다

 2025.12.10,



  노래하는 사람은 늘 놀이합니다. 놀이하는 사람은 언제나 노래합니다. 노래하는 척하는 사람은 노는 척하거나 노닥거립니다. 노닥거리는 사람은 노래하는 시늉이거나 노래를 모릅니다. 우리는 철마다 새롭게 푸른노래를 맞아들이면서 여태 이 별을 가꾸는 나날입니다. 그러나 고작 온해(100년) 사이에 푸른노래를 몽땅 잊다시피 하더군요. 여름에 가뭄이기는 합니다만, 첫여름과 한여름과 늦여름에 다르게 퍼지는 푸른노래를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이 너무 드물어요. ‘밖(사회)’이 아니라 ‘집’을 보아야 할 텐데, 이미 서울도 시골도 철노래하고 담을 쌓습니다. 《성질머리하고는》을 읽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입이 심심할 때는 남자를 잡아먹는 상상을 한다. 입맛을 다시면서(11쪽)”처럼 글을 써도 멀쩡합니다. 이렇게 글을 쓴대서 나무라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여자를 잡아먹는 생각을 한다” 같은 글을 쓴다면 날벼락이 칠 테지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나라인 셈입니다. 그런데 빗댐말(시적 상상)이라 하더라도, ‘사람 잡아먹기’는 무슨 뜻이려나 한참 되새겨 보는데,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골을 부리는 ‘골머리’로는 삶을 짓지 않을 뿐입니다. 불타오르는 ‘불머리’로는 활활 태울 뿐입니다. 골질도 불질도 아닌 노래짓기와 놀이짓기를 하는 이웃이 그립습니다.


ㅍㄹㄴ


입이 심심할 때는 남자를 잡아먹는 상상을 한다. 입맛을 다시면서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11쪽)


풍경을 몰고 오는 여름 소녀가 이젠 나와 놀이하려 하지 않는다 장송 행렬을 보듯 창밖의 빌딩을 심심한 눈으로 그렇게만 지나친다 (생각과 관/33쪽)


치마바지를 입은 소녀에게서 치마를 빼앗은 날이었다 소녀가 엉엉 울자 나는 치마와 나이를 맞바꿔주었다 손가락 발가락으로 나이를 세는 소녀를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모자이크 같은 반지하 풍경에 창문을 달아주었다 바람이 불 때면 치마가 인사해준다 오늘은 몇 명이 지나갔지? (무게/116쪽)


+


《성질머리하고는》(박유빈, 난다, 2025)


그런 장면을 본 뒤 오래된 문서를 찾아 힘겹게 해석에 들어갔다

→ 그런 모습을 본 뒤 오래된 글을 찾아 힘겹게 풀어본다

→ 그런 대목을 본 뒤 옛글을 찾아서 힘겹게 새긴다

10


정원의 꽃들은 수런거린다

→ 뜨락꽃은 수런거린다

→ 뜰에서 꽃이 수런거린다

14


누군가의 믿음이 성령을 만들듯

→ 누가 믿기에 빛을 이루듯

→ 누가 믿어서 꽃이 피듯

→ 누가 믿으며 빛꽃이 생기듯

17쪽


담벼락의 그림자처럼 오선지를 넘어갈 때 나는 어떤 존재와 가까워지기를 선택한다

→ 담벼락 그림자처럼 가락종이를 넘어갈 때 어느 누구와 가까우려고 한다

→ 담벼락 그림자처럼 노래종이를 넘어갈 때 어떤 님과 가까우려고 한다

18


똑같은 말만 내뱉는 게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으면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으니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어서 싫다

→ 똑같은 말만 내뱉자니 싫다

24


잘 써지지 않자 남자는 눈물이 난다

→ 잘 못 쓰자 사내는 눈물이 난다

→ 잘 쓰지 못하자 놈은 눈물이 난다

25


반려 식물이 자살하지 않는 것처럼

→ 곁꽃이 스스로죽지 않듯

→ 뜨락꽃이 멍청하지 않듯

→ 마당꽃이 못나지 않듯

26


이곳은 단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살과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숲

→ 이곳은 낱말이 너나없이 스스로죽고 그냥맺는 숲

→ 이곳은 말씨가 너나없이 멍청하고 그냥 퍼지는 숲

54


하나둘씩 전시장을 빠져나왔고

→ 하나둘 그림뜰을 빠져나오고

→ 하나둘 보임터를 빠져나오고

59


사포질하는 선배들의 용쓰는 얼굴이 좋았다

→ 까끌종이질로 용쓰는 윗내기 얼굴이 좋았다

→ 모래종이질로 용쓰는 언니 얼굴이 좋았다

65


노랗게 무르익었다가 다시 푸르러졌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푸르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푸른빛이다

→ 노랗게 무르익다가 다시 풀빛이다

75


석수(石手)란 돌을 다루어 어떤 형상을 빚거나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 돌지기란 돌을 다루어 어떤 모습을 빚거나 살림을 깎는 사람을 뜻한다

→ 돌장이란 돌을 다루어 어떤 몸을 빚거나 세간을 깎는 사람을 뜻한다

→ 돌바치란 돌을 다루어 어떤 꼴을 빚거나 쓸거리를 깎는 사람을 뜻한다

86


우린 모두가 아종이라서

→ 우린 모두가 닮아서

→ 우린 모두가 달라서

→ 우린 모두 엇비슷해서

106


청명한 소리 울리면 착각은 시작된다

→ 소리가 맑게 울리면 엉뚱히 여긴다

→ 소리가 구슬같으면 이제 넘겨짚는다

112


사각으로 반듯한 공간 아래서 각자 사랑하는 모양으로 사라지기

→ 네모반듯한 곳에서 저마다 사랑하는 빛으로 사라지기

→ 네모진 곳에서 저마다 사랑하는 모습으로 사라지기

123


채워진 시편들에는 조금 시니컬하다 싶은 의심이 가득했습니다

→ 채워놓은 노래는 조금 빈정댄다 싶게 못미덥습니다

→ 채워둔 노랫가락은 조금 비꼰다 싶듯 갸우뚱합니다

13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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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6.8.2. 땀바가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도서박물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살림을 추스르면서 한여름을 지납니다. 늦여름에 접어들고서도 책살림은 늘 추스릅니다. 집에 쌓은 책도 아직 많고, 책숲에 쌓은 책도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 곧바로 넉넉하고 넓게 칸을 쓰지 못 하더라도, 이모저모 자리를 잡자고 여깁니다.


  집에 쌓은 책은 “책에 깃든 말씨”를 뽑고서 ‘책느낌글’을 써낼 때까지 집에 놓다 보니 자꾸자꾸 쟁이는 얼개입니다. 책느낌글은 나중에 쓰더라도 밑글만 간추리고서 책을 〈숲노래 책숲〉으로 차근차근 옮깁니다. 여미려고 챙긴 ‘책느낌글 밑글’만 해도 1000꼭지가 넘지 싶습니다. 어쩌면 2000꼭지가 넘을 수 있습니다. 읽은 책은 꼬박꼬박 느낌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아마 3000꼭지도 넘을는지 모르고, 5000꼭지마저 넘는 느낌글을 써내야 비로소 이 일을 이럭저럭 마무른다고 할 만합니다.


  미닫이를 활짝 열고서 한나절 땀을 냅니다. 옷은 땀방울로 흥건합니다. 걸음을 디딜 적마다 골마루로 땀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집니다. 책살림을 추스르는 일손을 마치고서 집으로 걸어가면 온몸이 욱씬거리지만, 씻고 빨래하고서 저녁바람을 쐬면 천천히 풀려요. 이튿날 새로 일할 기운이 샘솟습니다.


  머잖아 비가 오면 마당에서 비맞이놀이를 하려고 생각합니다. 여태 날마다 땀바가지로 뛰었으니, 빗물을 큰통에 받으면서 바가지로 끼얹으면서 비놀이를 할 날을 그립니다.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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