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익명 匿名


 익명의 시대 → 숨은 나날 / 숨기는 때

 익명으로 제보하다 → 몰래 알리다 / 뒤에서 알리다

 익명의 편지가 날아오다 → 숨은글이 날아오다

 익명을 밝혀 보겠다고 → 누구인지 밝혀 보겠다고


  ‘익명(匿名)’은 “이름을 숨김. 또는 숨긴 이름이나 그 대신 쓰는 이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감추다·숨다·숨기다·뭉개다·이기다’나 ‘넌지시·살며시·살짝·슬며시·슬쩍·슥·쓱’으로 손봅니다. ‘누구나·누구든지·누구라도·누구도·아무나·아무라도’나 ‘뒤·뒷길·뒷구멍·뒷놈·뒷꾼·뒷일·뒷질·뒷짓’으로 손봐요. ‘모르다·못 듣다·들은 적 없다·사람들’이나 ‘몰래·몰래쓰다·몰래질·몰래짓·몰래일·몰래하다·몰래짓다’로 손볼 만합니다. ‘소리없다·조용히·잔잔하다·수수하다’나 ‘이름없다·이름을 안 쓰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안 나오다·안 드러내다·안 밝히다·안 보이다’나 ‘알 길 없다·알 수 없다·알지 못하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이름없는 다수의 익명의 독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 여러분 작은힘으로 이루었다는 대목은

→ 뭇사람 손길에 따라 이룬 일은

→ 들꽃같은 사람들이 이룬 일은

→ 숱한 이웃 손끝으로 이루었기에

《홀로 서기》(서정윤, 청하, 1987) 머리말


흥미로운 것은 대개의 낙서들이 ‘익명성’을 담보로 종횡무진 ‘육담’을 풀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낙서-시’에는 저자의 ‘서명’이 뚜렷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 재미있다면 웬만한 글장난이 ‘이름을 숨기’면서 거침없이 ‘걸쭉한 말’을 풀어놓지만, 이 ‘글장난-노래’에는 글쓴이 ‘이름’이 뚜렷이 적힌다

→ 재미있다면 웬만한 익살글이 ‘이름을 감추’면서 신나게 ‘엉큼한 말’을 풀어놓지만, 이 ‘익살글-노래’에는 글쓴이 ‘이름’이 뚜렷이 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이명원, 새움, 2004) 15쪽


우리는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고 싶은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것은 독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 우리는 ‘이름없이 생각을 남길 틈’을 지킨다. 누구나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남길 자리’을 둔다. 누구 목소리이든 들으려 한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휴머니스트, 2004) 150쪽


익명의 도시, 익명의 주거환경인 셈이다

→ 숨은 마을, 숨은 삶터인 셈이다

→ 몰래 마을, 몰래 터전인 셈이다

《아파트의 문화사》(박철수, 살림, 2006) 87쪽


사진은 그림과는 다르게 익명의 사람을 남겼고 하찮은 것들을 기념했다

→ 빛꽃은 그림과는 다르게 사람을 슴겼고 하찮은 모습을 기렸다

→ 빛박이는 그림과는 다르게 수수한 사람을 남겼고 하찮은 길을 기렸다

《사진과 책》(박태희, 안목, 2011) 54쪽


익명의 고을에서 먹었더라도

→ 숨은 고을에서 먹었더라도

→ 몰래 고을에서 먹었더라도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전영관, 실천문학사, 2016) 44쪽


꾸준히 익명의 남학생들로부터 꽃 배달을 받았다

→ 꾸준히 어떤 배움돌이한테서 꽃을 받았다

→ 이름을 숨긴 사내한테서 꾸준히 꽃을 받았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린디 웨스트/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2017) 109쪽


군중 속을 익명으로 걷는 일은

→ 들꽃 틈을 조용히 걷는 일은

→ 사람들 사이로 몰래 걷기는

《단어의 발견》(차병직, 낮은산, 2018) 32쪽


값진 논평을 해 준 익명의 독자 두 명에게 감사한다

→ 값진 말씀을 해준 숨은 두 분이 고맙다

→ 값진 얘기를 들려준 조용한 두 분이 고맙다

《유물론》(테리 이글턴/전대호 옮김, 갈마바람, 2018) 10쪽


가장 값진 재산을 익명의 방문객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 가장 값진 살림을 손님한테 내놓은 셈이다

→ 가장 값진 세간을 나그네한테 내놓았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9쪽


내가 대신 말할 때조차 그들의 이름은 익명이어야만 한다고 요구받았다

→ 내가 나서서 말할 때조차 그들 이름은 숨겨야 한다고 내걸었다

→ 내가 나가서 말할 때조차 그들 이름은 감춰야 한다고 닦달했다

《밑바닥에서》(김수련, 글항아리, 2023)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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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7.


《그리게 된 이상 1》

 타카하타 큐 글·카바 유지 그림/편집부 옮김, 조은세상, 2024.3.29.



집이란 어떤 곳일까. 오늘도 뒤꼍에서 멧딸기를 훑으며 하루를 연다. 우리집 첫여름꽃(늦봄꽃)을 들여다본다. 후박알이 얼마나 굵는지 살피며 쓰다듬는다. 국을 한 솥 끓이고, 느긋이 한끼를 누린다. 일구고 이룰 길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빨래를 하고, 씻고, 부엌일을 하고, 낱말책을 여미고, 이모저모 추스른다. 구름이 짙어 해가 잘 안 보이고, 저녁에는 별도 안 보인다. 그러나 구름 너머에서 초롱초롱 춤출 테지. 《그리게 된 이상》을 하나씩 읽어간다. 그림꽃(만화)을 몹시 좋아하는 두 아이만 그려도 될 텐데, ‘아슬옷차림’은 굳이 안 그려도 될 텐데,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여길는지 모른다.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남이 치켜세우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나로서 붓끝을 놀려서 눈망울을 반짝일 수 있으면 아름글에 아름그림이라고 느낀다. “그리기로 한 만큼” 꼭 잘 그려내어 드날리자고 여기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싶은 만큼” 신나게 그리면서 웃고 울고 노래하는 하루를 살아내면 된다. 웃음꽃을 피워도 그림붓이요, 눈물꽃을 지새워도 그림붓이다. 살림꽃과 사랑꽃을 일궈도 그림붓이다. 차분히 참하게 차근차근 한 자락씩 붓끝을 놀리기에 이야기붓이다. 누구나 살림붓과 사랑붓과 푸른붓과 노래붓으로 설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미국 301조·EU 철강 고율 관세…한국 통상전략 또 시험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123434?rc=N&ntype=RANKING


'황금'을 탐한 천위페이, 셔틀콕에 몰입한 안세영의 차이 [박순규의 창]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629/0000505545


[속보]“선관위 직원들은 빠져나간 듯”…잠실개표소 밖 이틀째 대치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2869?ntype=RANKING


민주당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변신…조국의 ‘망원경’[오늘을 생각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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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스벅 선결제해줘” 개표소 봉쇄 시위…애꿎은 아이유에 불똥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2855


선거법은 어겼지만 위법은 아니다? 선관위의 납득 어려운 해명 [취재파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362296?sid=100


매불쇼 최욱 "전두환 식 탱크로 밀어버려야 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1013342?sid=102


정준희 교수 "20대, 설득 아닌 권력으로 제압해야" 발언 논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9570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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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6.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아오키 미아코 글/이지수 옮김, 어크로스, 2025.3.14.



맑밝게 맞는 하루이다. 아침에 뒤꼍을 거닐며 멧딸기를 훑고, 붉구슬꽃을 보다가 하늘소를 만난다. 이제 이불을 말린다. 갈겨울뿐 아니라 봄여름은 볕이 넉넉할 적에 이불을 내놓으며 느긋하다. 큰아이랑 큰쓸이(대청소)를 한다. 저녁에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오려고 17:00 시골버스를 탄다. 집으로 돌아가는 18:30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안 온다. 흙날(토요일)은 버스손님이 적어서 호젓하게 저잣마실을 하고플 적에 으레 타는데, 버스나루에서 멀뚱히 기다리다가 택시를 부른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를 돌아본다. 퍽 잘 쓴 글이요 이야기라고 느낀다. ‘종이(사서자격증)’가 아닌 ‘마음’을 들여서 책숲지기(도서관사서)로 일하는 시골하루가 반짝인다. 이 책을 쓴 분도 밝히지만, 모든 책지기는 “손수 사읽은 책”을 책시렁에 놓으면 된다. 좋아 보이거나 이름난 책이 아닌, 시골이건 서울이건 작은고을이건 큰고을이건, 저마다 깃든 마을빛을 살리면서 온누리 푸른숲을 품을 만한 책을 스스로 사읽고서 건사하고 이웃이랑 나누면 된다. 모든 책은 숲에서 온다. 먼저 종이부터 숲에 드넓어야 얻는다. 우리가 쓰는 말도 숲에서 태어났고, 밥옷집 모두 숲에서 비롯한다. 숲을 품는 이야기와 살림을 헤아리기에 누구나 눈부시다.


#不完全な司書 #靑木海靑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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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해군 부사관, 함정 훈련 중 사망…머리에 출혈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4154859?type=breakingnews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했던 투표소 전국 50곳… 투표 중지된 곳 22곳”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80436?cds=news_media_pc&type=editn


주병기 공정위원장, 6·3 지선 서울 선거 결과 비판 SNS 논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121608?sid=101


[단독] 오세훈, 성수동서도 정원오 이겼다…1700여표 ‘우위’ [서울N]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2567


선관위 "투표용지 모자라 더 보낸 투표소 67곳…송파에만 15곳"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16122460?ntype=RANKING


"용지 없다" 단톡방 아우성인데…선관위 관계자 '충격' 답변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494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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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쿠바 대통령 부부 제재…카스트로 일가도 대상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95205?sid=104


쿠바 가면 이제 현금만 써야 하나…마스터·비자카드 결제 중단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120748?sid=104


“투표하는 오늘, 쿠바는 '수능' 취소됐다”…정치 실패가 만든 '국가의 민낯'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0/0003433931?sid=104


‘열성 지지층’ 아닌 ‘심판자’였다…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불신’ 드러낸 20·30 여성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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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청 백희나 그림책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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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6.12.

그림책시렁 1810


《구멍청》

 백희나

 Storybowl

 2026.5.1.



  두멧골 구멍에서 빛을 건져올려서 꿀물이나 단물이나 달콤물을 빚을 수 있고, 이 물을 서울내기한테 내주어서 몸마음을 달랜다고 하는 줄거리를 다루는 《구멍청》입니다. 여러모로 보면 ‘구멍물’은 ‘구멍술’이라 할 만합니다.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줄거리로 짜려고 ‘구멍물’로 살짝 바꾸었구나 싶습니다. 시골내기라면 하루일을 마치면서 지치거나 고단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일할 적에는 언제나 새가 노래하고 나비가 춤추고 바람이 간질이고 해가 보듬으면서 구름이 쉬어가라고 그늘을 내어주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개구리가 떼노래를 하고 뭇새가 떼가락을 펴며 하나둘 돋는 별이 온마음을 다독입니다. 그렇지만 서울내기는 새도 나비도 바람도 해도 별도 몽땅 없고, 나무도 풀도 꽃도 볼 겨를이 없습니다.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달구지(자동차)는 밤낮없이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땅밑을 달리는 쇳덩이도 언제나 귀청을 찢는 쇳소리를 낼 뿐 아니라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은 ‘사람 아닌 짐짝’과 같아요.


  그러니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 몸은 ‘물 + 바람 + 빛’으로 이룹니다. 바탕은 물이고, 물에 바람을 타서 숨이 도는데, 숨을 돌리려면 빛을 받아들입니다.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별빛으로 숨돌리면서 쉬기에 몸을 살립니다. 이 얼거리를 알아챈다면, 값진 밥이나 꿀이나 단물이 아니라, 그저 해바람비라고 하는 숲가락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동안 앙금이건 찌꺼기이건 티끌이건 부스러기이건 씻어내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서울에서 살더라도 마당이 있으면서, 이 마당에 나무를 심어서 새를 부를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100억짜리 잿더미(아파트)에서 살되 나무 한 그루 심을 마당이 없다면, 제아무리 값진 밥이나 단물을 들이켜도 언제나 지치고 고단하면서 시들시들 죽어갑니다. 지친 몸마음은 꽃밥이나 꽃물로 못 고칩니다. 우리 몸마음은 새와 나비와 별과 바람과 해와 나무를 나란히 둘 적에 저절로 낫습니다.


  아무래도 오늘날에는 아이어른이 거의 모두(99%) 서울내기로 스스로 갇혀서 살아가는 터라, 서울내기를 달래려는 뜻으로 《구멍청》 같은 줄거리를 ‘만들’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만들’더라도 숨결을 못 살립니다. 얼핏 달래는 시늉은 될는지 몰라도, 이튿날 다시 쳇바퀴인걸요. 그래서 또 ‘단물’을 바라게 마련이고, 또 시달리면서 지치고, 또 단물을 바라다가 어느새 죽어버립니다.


  꼭 깊은메에 깃들어야 빛나는 샘물을 얻지 않습니다. 샘은 깊은메에서 조금조금 솟되, 천천히 골짜기를 적시면서 내를 이루고, 들을 적시는 가람이 되다가, 개(갯벌)를 거쳐서 바다로 나아가요. 바다로 나아간 샘물은 어느새 바닷물로 넘실거리다가 문득 아지랑이로 바뀌어 하늘로 오르더니, 구름으로 뭉치고서 빗물로 돌아옵니다. 빗물은 온누리를 북돋우고 살린 뒤에 새삼스레 땅밑으로 깃들어 샘이 됩니다. 이 같은 푸른별 살림길을 읽고 이어서 이야기를 엮을 때라야, 꾸밈짓(캐릭터)이 아닌 ‘꾸림길(살림짓기)’이라는 하루를 아이어른한테 차근차근 들려주면서, 누구나 스스로 깨어나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ㅍㄹㄴ


《구멍청》(백희나, Storybowl, 2026)


맛있는 요리와 신기한 효능으로 유명하지만

→ 맛있는 밥과 놀라운 빛으로 드날리지만

→ 맛밥과 빛살로 이름높지만

1쪽


그들의 성질은 아주아주 섬세하여, 진귀한 재료를 찾아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 이들은 아주아주 가녀려서, 값진 밑감을 찾아서 제대로 밥을 지을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 이들은 아주아주 곱살해서, 드문 살림감을 찾아서 제대로 차려낼 때에만 손님을 맞이한다

2쪽


음식값으로는 입지 않게 된 헌 옷을 받을 뿐

→ 밥값으로는 입지 않는 옷을 받을 뿐

→ 밥값으로는 헌옷을 받을 뿐

2쪽


옷 갈아입는 것을 매우 즐기기 때문이다

→ 옷 갈아입기를 즐기기 때문이다

→ 옷을 즐겨 갈아입기 때문이다

→ 옷놀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2쪽


깊고 깊은 산속을 헤매던 중 좀처럼 만나기 힘든 양질의 구멍을 발견했다

→ 깊고깊은 멧골을 헤마다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멋진 구멍을 본다

→ 두멧골을 헤마다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훌륭한 구멍을 찾아낸다

6쪽


이런 구멍이라면 최상급의 구멍청을 만들 수 있다

→ 이런 구멍이라면 빛나는 단물을 빚을 수 있다

→ 이런 구멍이라는 머드러기 꿀물을 낼 수 있다

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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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모험
타바따 세이이찌 그림, 후루따 타루히 글,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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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6.12.

그림책시렁 1817


《벽장 속의 모험》

 후루따 타루히 글

 타바따 세이이찌 그림

 박숙경 옮김

 창비

 2003.2.17.



  잘못하거나 떼쓰거나 저지레를 하면 꿀밤이라든지 얼차려라든지 호되게 꾸지람을 듣던 지난날입니다. 오늘날에는 잘못하거나 떼쓰거나 저지레를 하더라도 꿀밤을 먹인다거나 얼차려를 한다거나 호되게 꾸지라는 어른이 사라집니다. 말로 사근사근 풀고 맺으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이라면, 어느덧 아름길로 거듭난다고 할 만합니다. 이와 달리 잘못과 떼쓰기와 저지레는 고스란하거나 늘어나면서, 이때에 타이르거나 다독이거나 추스르거나 풀고 맺을 말씀만 사라진다면, 앞길이 까마득하겠지요. 《벽장 속의 모험》은 이웃나라에서 1974해에 태어난 그림책입니다. 얼추 2000해 언저리까지 이 그림책에 나오듯 “다락에 가두기”로 호되게 나무라는 일은 흔했습니다. 캄캄한 곳에서 혼자 뉘우치라는 뜻일 테지만, 아이를 괴롭히거나 들볶는 짓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줄거리는 《마틸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벽장 속의 모험》과 《마틸다》는 어린이 스스로 캄캄길을 지워내는 빛을 북돋우고, 이를 지켜보는 어른 몇 사람이 함께 눈뜨는 얼거리로 나아갑니다. 비록 ‘어른스럽지 못한’ 몸짓으로 “다락에 가두기”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이러한 일을 풀어갈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빛나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함께 바라보고, 함께 품고, 함께 헤아릴 적에는 찡그리거나 윽박지를 까닭이 없어요.


#おしいれの冒險 (1974년) #古田足日 #田畑精一


ㅍㄹㄴ


+


《벽장 속의 모험》(후루따 타루히·타바따 세이이찌/박숙경 옮김, 창비, 2003)


휴우, 꺼내 줘서 다행이다

→ 후유, 꺼내 줘서 잘됐다

→ 후유, 꺼내 줘서 숨돌렸다

→ 후유, 꺼내 줘서 살았다

8쪽


벽장 속에서 생각해 봐

→ 다락에서 곱씹어 봐

→ 담칸에서 되새겨 봐

18쪽


자, 곤란한 건 미즈노 선생님입니다

→ 자, 미즈노 씨만 딱합니다

→ 자, 미즈노 씨만 걱정입니다

34쪽


혼자 터널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 혼자 굴로 들어가 버립니다

→ 혼자 굴길로 들어가 버립니다

43쪽


이 지하 세계에서도 내보내 주마

→ 이 땅밑에서도 내보내 주마

→ 이 밑나라에서도 내보내 주마

→ 이 굴에서도 내보내 주마

→ 이 밑바닥에서도 내보내 주마

64쪽


이제 모든 게 끝난 것 같았습니다

→ 이제 모두 끝난 듯합니다

→ 이제 다 끝났구나 싶습니다

→ 이제 모두 끝이구나 싶어요

6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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