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과 나뭇잎

 


  동백꽃잎 지고, 동백나뭇잎 떨어진다. 바람이 꽃잎과 나뭇잎 건드린다. 아직 붉은 꽃잎이 들풀 위로 떨어진다. 봄에 돋는 들풀은 잎사귀도 꽃송이도 아주 작다. 겨울을 난 동백나무 꽃잎과 나뭇잎은 들풀 잎사귀랑 꽃송이하고 견주면 아주아주 크다. 동백나무로서는 고작 동백꽃잎 하나이지만, 들풀로서는 햇볕을 몽땅 가리는 셈이요, 동백나뭇잎 하나 또한 들꽃이 햇살 먹으며 봉오리 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꼴이 된다.


  그런데 사람은 붉은 꽃잎 하나 진 모습을 참 예쁘다고 바라보는걸. 이 꽃잎을 치우지 않는걸. 어쩜 이렇게 빨강과 푸름이 곱게 어울리느냐 싶어 넋 놓고 바라보는걸.


  이러다 봄풀 뜯어 밥상을 차리려 할 즈음, 아차, 요 동백꽃잎과 동백나뭇잎 때문에 맛난 봄나물 제대로 못 자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스쳐 지나가는 눈길로 바라보면 고운 빛이지만, 우리 집 밥상을 헤아리자면 꽃잎이랑 나뭇잎을 주워 거름이 되도록 다른 데에 두어야 하는구나. 잎사귀 줍기 앞서 사진을 찍는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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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알라딘서재에 마실 오신 분이

곧 40만이 돼요.

이 글을 남기는 때에 399342 님이 드나드셨으니

곧 40만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40만이 될 때에 화면 갈무리를 해서 띄워 주시거나

알려주셔요~

 

40만째 손님한테 깜짝선물 드릴게요.

선물이 무엇이냐고요?

글쎄 ^^;;;

 

아무튼, 3월 29일이나 3월 30일 사이에

깜짝선물 받을 분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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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29 14:29   좋아요 0 | URL
오늘 방문자가 많은데 아무도 댓글 달지 않아 남겨봅니다.&&
오늘 274, 총 399636 방문

숲노래 2013-03-30 11:08   좋아요 0 | URL
아아, 이제 40만이 되었군요.
순오기 님은 머잖아 100만 넘으시겠네요~~ @.@

appletreeje 2013-03-30 10:57   좋아요 0 | URL
와~~오늘 136, 총 400000 방문.
저 40만째 손님인가요~~??

숲노래 2013-03-30 11:07   좋아요 0 | URL
오! 축하해요!

appletreeje 2013-03-30 17: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너무너무~~기분이 좋네요. ^^
 
 전출처 : 감은빛님의 "채식의 틀을 넘어 지구를 보자!"

 

'현재 농업 방식으로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는가 있는가'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대목이곤 해요. 왜냐하면, '현재 농업 방식'보다 큰 문제라 할 '현재 도시 물질문명 방식' 사회에서는 사람들 누구나 '과식'을 너무 끔찍하게 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내놓거든요.

 

저는 시골에서 살아가며 느끼지만, 시골사람 가운데 손수 논밭 일구는 사람치고 '밥쓰레기' 나오는 집은 아무 데도 없어요. 밥 먹고 남은 찌끄레기 조금 있으면, 소를 주거나 밭에 뿌려 거름으로 삼아요.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 사는 집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나올 일조차 없어요. 저희 집도 음식물쓰레기 나올 일이 참 없거든요.

 

무슨 말인가 하면, 현대 사회처럼, 도시 중심으로 흐를 뿐 아니라, 도시사람 스스로 과식과 음식물쓰레기 철철 넘치는 얼거리를 그대로 두면, 이러한 도시사람 먹여살릴 농업은 이루어지지 못해서, 유전자조작 곡식과 비료 많이 쓰는 농업이 될밖에 없어요.

 

그러나, 도시 문명 얼거리를 깨고, 사람들 스스로 텃밭을 일구면, '참말 누구라도 소식(적게 먹기)'이 되어요. 사람들이 고기집에 가서 삼겹살 먹으며 풀(상추) 많이 먹는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밭에 씨앗 뿌려 풀을 얻으면, 또는 그냥 저절로 자라는 풀을 뜯어서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더 못 먹지요.

 

"채식 신화"를 쓴 분은, 무엇보다 당신 몸 구조와 생체리듬을 똑똑히 밝혀서, 글쓴이 당신한테는 어떤 밥문화와 밥흐름이 알맞는가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대로 알맞고 아름다운 길 걷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올바르고, 이 책이 한국에서도 올바르며 슬기롭게 읽히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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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천장

 


  2011년 3월 31일. 서울 혜화동에 마지막까지 남아 책살림 꾸리던 헌책방 한 곳을 찾아간다. 이곳은 이듬날 4월 1일에 문을 닫기로 했다. 헌책방 사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 마지막 모습 사진으로 찍으라 하셨기에, 먼길 마다 않고 부랴부랴 찾아갔다. 시외버스 타고 서울로 찾아가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혜화동에 있던 마지막 헌책방이 문을 닫으면, 난 앞으로 혜화동 갈 일 없겠네.


  필름 석 통쯤 찍을 무렵이던가, 문득 헌책방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책이 보인다. 오래도록 한 곳을 지킨 만큼, 오랜 나날 먼지 먹은 천장이 아련하다. 헌책방이 나가고 나면 분식집이 들어온다고 했던가. 분식집이 들어오건 다른 가게가 들어서건, 이곳에 헌책방 하나 서른 해 넘게 자리를 지켜 숱한 사람들 책쉼터 구실을 한 줄 떠올릴 수 있을까.


  책손 하나둘 줄고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사람 늘어나던 어느 때, 혜화동 헌책방 사장님은 바깥 책꽂이에 둔 책들 햇볕에 바랠까 걱정스러워 50만 원 들여 넓게 펴는 해가리개를 달며 웃었다. “책 보러 사람도 안 오는데 이걸 해야 할까 말까 싶었는데, 그래도 책 때문에 ……. 하고 보니 좋네. 책도 안 다치고.”


  이듬날 다른 헌책방 한 곳에 이곳 책을 몽땅 넘기기로 했기에, 나는 이곳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책손이 되기는 했으나, 책을 한 권도 살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이곳 책을 몽땅 넘기기로 했다 하더라도, 꼭 한 권만 장만하고 싶다. 마지막 내 손자국 남길 책 하나 사고 싶다. “그냥 가져가. 통째로 넘기기로 했는데, 한 권 빼도 되지 뭐. 그래도, 통째로 넘기기로 했으니까 한 권이라도 빼면 안 되는데, 그 책은 가져가도 되겠네.”


  하루만 지나면 헌책방 간판까지 떨어지고 말 혜화동 헌책방 좁은 골마루에 서서 필름 여러 통 쓰다가 천장을 찍으려고 돌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내 사진기 렌즈로는 벌렁 드러누워야 비로소 천장이 사진으로 들어온다. 더 나은 사진기와 더 값진 렌즈가 있다면 굳이 벌렁 드러눕지 않고도 헌책방 천장 사진 찍을 수 있겠지. 그러나, 내가 쓰는 사진기로도 고마우며 좋다. 외려 더 즐거우며 반갑기도 하다. 화각이 안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헌책방 돌바닥에 벌렁 드러누울 생각을 할 수도 있잖은가. “사진 찍느라 애쓰는구먼.”


  혜화동 헌책방 사장님 말씀에 조곤조곤 말벗을 하고 싶지만, 어쩐지 말 한 마디 꺼내려 하면 눈물이 흐를 듯해서 조용히 사진만 찍는다. “이제 그만 찍고 가지. 내 밥 한 그릇 살 테니, 밥 먹고 가세.”


  마음속으로는 한 장 더, 두 장 더, 석 장 더, …… 이렇게 소리를 친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듬날 일찍 혜화동을 다시 찾아와서 책 나가고 책꽂이 나가며, 마지막 쓰레기 다 치우는 모습까지 지켜본다. 필름을 얼마나 많이 썼을까. 그런데, 사진을 찍은 내 마음이 하나도 홀가분하거나 즐겁지 못해, 이태 동안 필름을 묵힌다. 이태만에 필름을 스캐너에 앉힌다. 아직 내 마음은 가붓하지 않다. 이태만에 ‘문닫고 사라진 헌책방 모습’을 스캐너로 긁으며 바라보는데, 내 마음속에는 이 헌책방이 아직도 그곳에서 씩씩하게 문을 열어 책손을 맞이한다는 느낌이다. “어, 왔는가?” 하며 인사하는 헌책방 사장님 목소리 들린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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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29 10:03   좋아요 0 | URL
혜화동은 제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많은 곳이었고, 또 지금도 그런 곳이지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나니 앞으론 '혜화동 헌책방'이 또 하나 제 마음에 간직되겠군요..

숲노래 2013-03-29 10: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혜화동 드나드시던 때에 그 헌책방에도 가 보셨을까 궁금하네요. 아무튼, 이제 혜화동 명륜동 삼선교 길음동 성신여대 둘레까지 헌책방이 모두 사라지고 없답니다...
 

사진빚기
― 필름으로 찍어서 긁기

 


  어린 두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집살림 도맡다 보니, 필름사진을 찍은 뒤에는 스무 통 남짓 필름이 모일 즈음 비로소, 아하 필름 맡겨서 찾아야 하는데 하고 깨닫는다. 한 꾸러미 모인 필름을 주섬주섬 상자에 꾸려서 서울로 보낸다. 전라도 고흥 시골자락에서는 필름 찾을 데가 없기도 하고, 일포드 델타 400 프로페셔널이라 하는 흑백필름을 감도 1600으로 올려서 찍은 필름을 빛결 잘 살려 찾아 줄 만한 데를 찾기란 퍽 어렵기도 하다.


  서울로 보낸 필름은 이레 만에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스물대여섯 통쯤 찍은 필름 가운데 한 통은 아무것도 안 찍혔다. 틀림없이 다 감기는 모습까지 보고 나서 사진기 뚜껑을 닫았으나, 한 장씩 감으며 찍을 적에 어딘가 헐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막상 감아서 넣은 필름을 열어서 볼 수도 없고. 어쩌면 아무것도 안 찍힐는지 모른다 생각하며 그냥 찍으며 하늘에 맡겼는데, 참말 하늘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앞에서 찍은 몇 장 날린다 하더라도 뚜껑을 열어 필름이 제대로 감겼는가 다시 살펴야겠다고 느낀다. 제대로 감겼으면 한숨을 고르고, 제대로 안 감겼으면 아이쿠 잘 열었네 하고 생각할 테지.


  저녁은 깊어 간다. 작은아이는 졸립다 칭얼거린다. 안고서 쉬를 누여 본다. 쉬를 안 눈다. 그래, 그러면 누지 말아라. 자, 안아 줄 테니 코 자자. 작은아이 안고 작은이불로 감싼다. 셈틀 앞에 앉아 필름을 스캐너에 얹는다. 한손으로 아이 안고 한손으로 스캐너에 필름 얹어 움직이자니 퍽 힘이 든다. 그러나, 이 아이들 데리고 골목마실이나 책방마실 하면서 한손으로 아이 안고 한손으로 사진찍기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했던가. 그러고 보면, 밤에 자다가 똥을 눈 아이를 살며시 안아 깨지 않도록 다독이면서 밑을 씻긴 다음 똥바지 빨래까지 한 적도 있는걸.


  큰아이도 잠자리에 누인다. 큰아이한테 오늘 하루 더 즐겁게 놀지 못했다 이야기하고, 오늘 코 자고 이듬날에는 아버지가 한결 즐겁게 오래오래 놀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필름스캐너 다 긁었다는 소리 난다. 새 필름 얹는다. 다시 아이들 잠자리로 가서 머리카락 쓸어넘긴다. 가슴 토닥토닥 하면서 코코 꿈나라에서 훨훨 날며 예쁜 놀이 누리기를 빈다.


  지난해 팔월부터 올 삼월까지 찍은 필름들은 언제 다 긁을 수 있을까. 여섯 달 뒤 부산에서 사진잔치 할 수 있도록 바지런히 필름을 다 긁고, 다 긁은 사진파일 잘 갈무리해서 사진책으로 엮도록 보낼 수 있으려나. 이렇게 하자면 그야말로 바삐 움직여야 할 텐데, 하루에 필름 한 통씩 긁어 보자고 생각해 본다. 큰아이 글씨쓰기 가르치면서 필름 얹고, 또 그림그리기 함께하다가 필름 긁고, 이렇게 하노라면 하루에 한 통씩 어찌저찌 긁을 수 있으리라. 내 필름스캐너는 36장 필름 한 통 긁는 데에 한 시간 반쯤 걸린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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