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곡리 반딧불이
유소림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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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48

 


시골에서 흙 만지는 보람
― 퇴곡리 반딧불이
 유소림 글
 녹색평론사 펴냄, 2008.8.7.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나 2005년부터 시골로 삶자리 옮겼다고 하는 유소림 님이 지난 2008년에 선보인 산문책 《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를 읽습니다. 유소림 님은 강원도 퇴곡마을에 오늘도 즐겁게 뿌리내리면서 추운 겨울 반가이 맞이하실는지 궁금합니다. 시골살이 얼마 안 될 무렵 내놓은 산문책에 이어, 곧 열 해쯤 시골살이를 누린다 할 텐데, 시골살이 열 해를 돌아보면서 예쁜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지내면 누구라도 느낄 텐데, 흙일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어 손에 종이책 쥘 틈이 없기 일쑤입니다. 마음보다 몸이 고단해 씻고 먹은 뒤 곯아떨어지기 바쁠 만해요. 그런데 몹시 고단하면 씻지도 먹지도 않고 드러눕기에 바쁘기도 해요.


.. 퇴비 한 톨 뿌려 준 적 없건만 텃밭에서건 꽃밭에서건 더위에도 가뭄에도 까딱하지 않고 오로지 번성, 번성하는 이 풀은 어디에서 이런 생명력을 얻는 걸까  괭이질 하다가 힘들어 잠깐 멈추고 고개를 들면 앞산자락 생강나무 노오란 꽃들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밭고랑을 타고 나가노라면 어디선가 찔레꽃 향기가 번져 온다  그이는 생태니 환경이니 하는 배운 사람들의 단어를 쓰는 적이 없었지만 뛰어난 생태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소와 감자와 꿀벌과 누에에게서 저절로 얻은 감성이었다 ..  (5, 17, 22쪽)


  예부터 낮에 일하고 밤에 읽는다 했어요. 낮에는 논밭을 갈거나 김을 매고 밤에 책을 펼친다 했어요. 낮에는 집살림 돌보고 아이들하고 어울린 뒤, 해 지고 달 뜨는 깊은 밤에 비로소 조용히 책을 펼치거나 글을 쓴다고 할까요. 내 앞을 살아간 숱한 사람들 아름다운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고, 나 또한 내 나름대로 일구는 삶을 새롭게 글로 쓰는 셈입니다.


  요즈음에는 글만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참말 글이란 글만 써서는 글이 글답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짓고 가꾼 뒤에라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건사할 줄 알아야 글을 쓸 만해요.


  왜냐하면, 글이란 삶을 담는 그릇이거든요. 삶을 비추고 삶을 밝히며 삶을 노래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삶을 일구거나 돌보거나 건사하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글로 담겠어요. 삶이 없이 어떤 글을 쓰겠어요. 머리만 굴려서는 글을 못 써요. 책과 자료를 잔뜩 그러모은대서 글을 쓸 수 없어요. 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삼아 쓴 글은 재미가 없어요. 삶이 없으니 재미가 없지요. 책과 자료에 얽매인 채 생각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꿈날개를 넓히지 못해요.


  다시 말하자면, 글을 쓰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 구두를 닦든 빨래를 하든 일을 해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든 버스나 택시를 몰든 일을 해야 글을 쓸 수 있어요. 공장 일꾼이 되든 시골에서 논밭을 어루만지든 일을 하는 사람이 비로소 글을 써요. 학교에서 교사가 되든 시장이나 군수처럼 정치꾼이 되든 무언가 일을 할 때에 글을 씁니다.


  여행도 일이에요. 그러니, 여행을 다닌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러나, 즐겁게 일을 하지 못하면 즐겁게 글을 쓰지 못합니다. 일을 해야 글을 쓸 수 있지만, 억지로 힘겹게 끌려다니듯 일을 하면, 글 또한 억지스럽고 읽기 힘겹습니다.


.. 아이들이 뛰노는 아파트 마당이 점점 졸아들고 있었다. 집집마다 승용차를 ‘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흙 속에 감자가 있었다. 비닐주머니 속이 아니라 아기집의 아기처럼 흙 속에 누워 있었다 … 풀들은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저마다 색색의 풍미가 있었다. 더구나 사람 손에 자라지 않고 제 스스로 자라난 개두릅과 머위는 풀이 얼마나 품격있는 먹을거리인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 옛날의 사람들은 누구나가 그렇게 바구니를 짜고 돌담을 고치면서 나름의 기쁨을 맛보는 ‘창조자’였다 … 왜 구태여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땅을 더럽히고 에너지를 소모하며 꼭 제철이 아닌 걸 먹어야 하는 걸까 ..  (36, 72, 73, 81, 220쪽)


  유소림 님은 시골에서 어떤 빛을 느꼈을까요. 강원도 시골마을에서 어떤 빛을 누리면서 하루하루 일구었을까요. 흙을 만지는 보람은 얼마나 즐거울까요. 바람을 쐬고 볕을 쬐는 기쁨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흙을 만지는 사람은 흙내음 나는 글을 씁니다. 기름밥 먹는 사람은 기름밥 냄새 퍼지는 글을 씁니다. 정치꾼은 정치꾼 냄새가 나는 글을 써요. 교사는 교사 냄새가 풍기는 글을 쓸 테지요.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 살내음 나는 글을 쓰고요.


  저마다 이녁 삶자리에서 글을 씁니다. 아니, 저마다 이녁 삶자리에서 삶을 씁니다. 삶을 노래하고 삶을 밝혀요. 삶을 들려주고 삶을 보여주어요.


  글 한 줄로 삶 한 자락 비춥니다. 글 한 줄 읽으며 이웃 삶을 한 자락 헤아립니다. 글 한 줄로 사랑 한 자락 밝힙니다. 글 한 줄 읽으며 이웃이 누린 사랑을 한 자락 보듬습니다.


  이 겨울에는 찬바람 물씬 느끼는 글을 써요. 찬바람에 시든 풀잎, 찬눈 맞는 겨울나무, 춥디추운 날씨에도 새봄 기다리며 어느새 맺은 겨울눈, 가랑잎 사이에 깃든 조그마한 풀벌레, 고치에서 겨울나기를 하는 풀벌레 알, 모두모두 시골에서 흙내음하고 얽히는 이야기입니다. 김치를 마련하고 시래기를 널어서 말려요. 고구마를 삶고, 고구마하고 한 방에서 따스하게 지냅니다. 겨울철에는 고즈넉한 숲소리를 듣지요. 겨울철에도 아침저녁으로 노래하는 멧새나 들새 이야기를 들어요. 겨울잠 자는 숲짐승을 떠올리고, 겨우내 시골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날까 하고 생각합니다.


.. 메밀 씨앗은 땅에 떨어진 지 일주일 만에 나물이 되었다 … 엄마는 아버지 서가에 꽂힌 그 수많은 책 중에서 아마 한 권도 읽지 못했으리라. 그래도 엄마는 그 누구보다도 깊고 풍부하고 감동적인 생을 살았다. 엄마는 꽃과 나무와 풀에서 그런 생을 배웠다 … 도대체 이 쓰레기들이 어디서 쏟아져나오는 것일까. 백화점과 슈퍼에 산처럼 쌓여 있는 물건들은 잠깐 사이에 이런 쓰레기로 변한다. 쓰레기장은 백화점의 또다른 모습인 것이다 … 우리 나라가 ‘조국 근대화’되고 개발되기 전만 해도 쓰레기라는 게 그다지 없었다. 지푸라기 하나도 모두 쓸모가 있었다. 초가지붕부터 짚신에 이르기까지 … 자연이 만들어낸 것 중엔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정말 자연이 풍요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풍요함 속에서 생활인들은 저절로 예술가가 되었다 ..  (91, 134∼135, 181, 213쪽)


  가만히 보면, 도시사람은 겨울이라 해서 딱히 달라지는 삶이 없습니다. 봄이든 겨울이든 도시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똑같습니다. 옷집은 봄옷과 겨울옷 바꾸어 놓는다지만, 언제나 똑같이 옷을 사고팔 뿐이에요. 빵집도 술집도 밥집도 언제나 똑같은 일을 해요. 회사원과 공무원은 철과 달과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아요. 달력은 그저 숫자와 요일일 뿐입니다. 절기를 살피는 도시사람은 없어요. 철을 따지는 도시사람도 없어요. 철을 잊은 채 한겨울에 딸기와 수박을 먹는 도시사람이에요. 철없이 한여름에 귤을 먹고 감을 먹는 도시사람이에요. 철을 모르니 봄에도 능금과 배를 먹는 도시사람이에요.


  제철을 모르니 제넋이 되지 못해요. 제철을 잊으니 제구실을 하지 못해요. 제철과 등지니 제삶을 찾지 못해요. 제철을 잃으면서 제자리를 잃어요.


  풀은 뜯으면 뜯을수록 새로 돋습니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풀은 씩씩하게 새 잎을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먹는 모든 푸성귀는 새로 나고 또 새로 나는 풀잎입니다. 사람들이 자가용 싱싱 달리며 배기가스 붕붕 뿜어도 푸른 바람을 언제나 새롭게 베푸는 풀이요 나무예요. 사람들이 농약과 비료를 퍼부어도 해마다 새삼스레 열매와 곡식을 베푸는 풀과 나무예요.


  참 놀라워요. 어쩜 풀과 나무는 흙이 그토록 시달리는데에도 새롭게 돋고 자라서 사람들한테 밥이 될까요. 어쩜 냇물과 빗물은 시멘트와 아스팔트와 공장과 발전소 때문에 그토록 들볶이는데에도 새롭게 흐르고 흘러 사람들 목숨을 지켜 줄까요. 어쩜 바람은 그토록 고단한데에도 새롭게 돌고 돌아 사람들 숨결을 보듬어 줄까요.


.. 어렸을 때 내가 부러워하던 것 중의 하나는 ‘시골’이었다 …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다지 호들갑을 떨지 않으면서 그 정겨움을 순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였던 모양이다 … 봄이 오면 풀이 제일 먼저 눈을 뜬다 … 우리 나라에서는 음식 만들기나 애보기를 ‘부녀자나 하는 허드렛일’로 취급하면서 집안의 ‘가장’은 그런 구질구질한 일을 면제받는 특권을 누려 왔다. 그러나 그것은 특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권리의 박탈이 아니었겠는가. 자신의 아이가 커 가는 과정에 동참하고 장미꽃보다 예쁜 벼로 한 그릇의 밥을 지어내는 것이 어찌 사람 사는 일에서 면제되면 좋을 가치없는 일이란 말인가 ..  (143, 184, 188, 196쪽)


  큰아이가 깊은 밤에 쉬를 누려고 일어납니다. 여섯 살 아이는 대견하게 혼자 씩씩하게 밤오줌을 눕니다. 일곱 살 여덟 살이 되면 한결 대견스러우면서 더욱 씩씩할 테지요. 겨울날 대청마루 바닥은 차갑지만 맨발로 거닐고, 밤빛을 누리며 오줌그릇에 쉬 졸졸 눕니다.


  아이들 춥지 않게 방바닥에 불을 넣습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깊은 밤에 느긋하게 잠자리에 들지 않습니다. 불을 넣고, 아이들 쉬를 같이 누이며, 시골집 물이 얼지 않도록 틈틈이 살핍니다. 차가운 물에도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지요. 차가운 물에도 걸레를 빨아 방바닥을 훔치지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어버이가 하는 일은 똑같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시골이 되면, 어버이는 아이들 놀이를 숲과 들한테 넉넉히 맡길 수 있어요. 아이들은 마당이나 고샅이나 들이나 숲이나 바닷가에서 마음껏 뛰놀며 노래할 수 있어요. 어버이는 들에서 고즈넉하게 흙을 만지고, 아이들은 이곳저곳 쏘다니며 흙과 풀과 나무와 동무가 되어 놀아요. 이와 달리, 도시가 되면, 어버이는 아이들을 놀게 하려고 놀이방이나 놀이공원이나 놀이시설을 찾아야 해요. 따로 장난감을 사서 안겨야 해요. 이것저것 챙길 일이 많아요. 학교와 학원에도 보내야겠지요. 학교와 학원에서는 도시 아이들이 자연을 잊지 않도록 이것저것 가르치거나 책이나 도감을 보여주겠지요.


.. 나는 우선 내 표준말이 얼마나 맥빠진 말인가를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현재, 교양있는 사람들이 쓴다는 표준말밖에 모르는 나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그 무궁무진한 남도말에 열등감을 느꼈다. 흙 냄새가 없는 말, 역사가 없는 말, 가슴속을 구불구불 적시는 정감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기계 같은 말, 그것이 내가 쓰는 표준말이었다. 내가 쓰는 말로는 기껏해야 공문서나 두어 줄 쓸 수 있을 뿐 시를 쓴다는 건 택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먹는 음식도 생각해 보았다. 아아, 완전 뒤죽박죽이었다. 그저 편의에 따라 되는 대로 먹으며 살아왔다. 고추장이나 된장, 강장을 담그는 법을 엄마에게서 배운 적도 없거니와 … IMF시대 이전의 우리가 정말 기적의 주인공이었다면 우리는 그 기적을 위해 어찌했던 것일까. 이런 소년은 공장에서 수은을 마시며 일했고, 사무실의 젊은 남자들은 퇴근 후에도 룸싸롱에 가서 거래처 접대에 바빴다. 젊은 여자들은 몸을 바쳐 그 거래를 성사시켰다 … 고향의 흙과 물, 하늘과 사람을 바쳤다. 고향의 말과 풍습과 생활을 바쳤다. 그것을 치르고 얻어낸 기적이 모두 거품이었다는데, 우리는 지금 그 기적을 다시 일으켜 보자고 한다 ..  (225, 228∼229쪽)


  흙을 만지는 어버이 곁에서 흙을 만지는 아이들이 자랍니다. 자가용을 모는 어버이 곁에서 자가용을 바라는 아이들이 자랍니다. 학교와 학원에 목을 매는 어버이 곁에서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자랍니다.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요. 어떤 아이로 자랄 때에 즐거울까요. 어떤 어른으로 일거리를 살피고 일자리를 찾을 때에 즐거울까요. 어떤 어린이로 놀이와 꿈을 키울 때에 즐거울까요.


  꼭 시골에서만 살아야 아름다운 나날 되리라 느끼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시에서 살아가며 착하고 참되며 고운 빛을 즐거이 누리는 이웃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어요. 도시에서 살면서 언제나 ‘착하고 참되며 고운 빛’을 돌아보며 흐뭇하게 웃는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도시에서도 해를 올려다보면서 햇볕 쬐는 이웃 늘기를 빌어요. 도시에서도 별을 찾고 별자리 그리려는 이웃 늘기를 빌어요. 도시에서도 두 다리로 흙과 풀을 밟으면서 푸른 숨결 마시려는 이웃 늘기를 빌어요.


  빨래와 이불은 햇볕에 잘 마르고 보송보송한 기운 담아요. 아무리 대단하다는 빨래기계도 햇볕만큼 되지 않아요. 수돗물과 정수기와 페트병샘물은 시골자락 흐르는 시냇물과 땅밑물처럼 시원하거나 싱그럽지 못해요. 우리 스스로 무엇을 먹고 마시면서 어떤 일과 놀이를 즐길 때에 아름다운 넋이 되는가를 슬기롭게 깨우칠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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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가운 상말
 620 : 안고수비

 

제 농사 솜씨에 자신이 없는 나는 그 말에 단호하게 “아니야” 하지 못하는데 아랫집 형님까지 꽃만 봐도 좋지 뭘, 하면서 나의 ‘안고수비(眼高手卑)’를 위로한다
《유소림-퇴곡리 반딧불이》(녹색평론사,2008) 88쪽

 

  “솜씨에 자신(自信)이 없는”은 “솜씨에 믿음이 없는”이나 “솜씨를 못 믿는”으로 다듬고, ‘단호(斷乎)하게’는 ‘다부지게’나 ‘똑부러지게’로 다듬습니다. ‘나의’는 ‘내’로 바로잡습니다. ‘위로(慰勞)한다’는 ‘달랜다’나 ‘다독인다’로 손질합니다.


  한자말 ‘안고수비(眼高手卑)’는 “눈은 높으나 솜씨는 서투르다는 뜻으로, 이상만 높고 실천이 따르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 말뜻을 살피면 이러한 말을 쓸 만도 할 테지만, 이 한자말을 한글로 적는들 알아볼 수 없고, 한자를 밝혀도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어느 지식인이 말한 ‘똘레랑스’도 이런 느낌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말도 이런 느낌이에요.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 서로 잘 알아듣도록 쉽고 알맞으며 곱게 이야기를 나눌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나의 ‘안고수비(眼高手卑)’를 위로한다
→ 눈만 높고 일이 서툰 나를 달랜다
→ 눈은 높지만 일은 서툰 나를 다독인다
 …

 

  보기글을 헤아리면, “할 줄 모르지만 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려 했구나 싶습니다. 어떤 씨앗을 심어서 길러야 하는데, 이렇게 심어서 기르는 솜씨가 서툴기에 입맛만 다시는 모습이고, 이를 본 이웃 형님이 다독다독 품는구나 싶어요. 이런 느낌은 이러한 느낌대로 “할 줄 모르지만 하고 싶은 내 마음을 달랜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삶은 빼어난 솜씨가 있어서 아름답거나 빛나지 않아요. 꾸밈없이 흙을 만나고 사귀면서 즐겁게 누리면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흙을 닮고 흙내음 풍기는 시골스러운 말로 글빛을 밝히기를 빌어요. 4346.12.12.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제 농사 솜씨를 못 믿는 나는 그 말에 똑부러지게 “아니야” 하지 못하는데 아랫집 형님까지 꽃만 봐도 좋지 뭘, 하면서 눈은 높지만 일은 서툰 나를 다독인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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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받고 싶은 책

 


  책 하나 선물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날 품으며 곰곰이 돌아본다. 어떤 책을 선물받으면 즐거울까. 어떤 책을 나한테 선물해 달라 이야기하면 즐거울까. 이모저모 헤아리다가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한국에서 얼마든지 장만할 수 있는 책이라면 굳이 선물받을 까닭이 없다. 다만, 아직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해 선뜻 장만하지 못하는 책이라면 한국에서 나온 책도 더없이 고마우면서 즐겁게 선물받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선물받고 싶은 책이라 하면, 한국에는 없는 책, 곧 다른 나라에서 나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책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미국에서 나온 사진책, 아르헨티나나 칠레나 브라질에서 나온 사진책, 프랑스나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나온 사진책, 수단이나 이란이나 러시아에서 나온 사진책, 이런 사진책을 선물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우며 즐거울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 사진책도서관에 두고 싶어 이모저모 살펴서 ‘누리책방 보관함’에 담은 나라밖 사진책이 이천만 원어치쯤 된다. 하나씩 장만하다 보면 언젠가 모두 장만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사진책도서관 책시렁에 얹지 못했어도 내 마음에는 일찌감치 들어온 책들이다. 손으로 쥐어 펼칠 때에도 즐겁고, 마음으로 그리며 헤아릴 때에도 즐겁다. 겨울날 찬바람 흐르는 별빛이 즐겁고, 새 아침 찾아오며 드리우는 햇살조각이 즐겁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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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 무엇이 대수로운가 하고 묻는다면, 삶이 대수롭다고 말한다. 내 삶이 대수롭고, 우리 곁님 삶이 대수로우며, 우리 아이들 삶이 대수롭다. 우리 어버이 삶도, 곁님 어버이 삶도 대수롭다. 우리 동무들과 이웃들 삶 모두 대수롭다.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이 대수롭고 하늘과 바람과 흙과 들과 멧골 모두 대수롭다. 대수롭지 않은 것을 들라면, 첫째 전쟁이요, 둘째 정치와 행정이며, 셋째 자동차와 학교쯤 들 수 있을까. 학교는 뜻이 있다고 할 테지만, 숲보다는 뜻이 없다. 자동차를 얻어타며 고맙기는 하지만, 갯벌보다는 뜻이 없다. 정치와 행정은 두말할 것이 없고, 전쟁은 세말할 것조차 없다. 나한테는 야구장보다 풀 한 포기가 대수롭고, 텔레비전보다 나무 한 그루가 대수롭다. 야구장이나 전쟁이나 자동차나 학교가 없더라도 살아갈 수 있으나, 들이나 숲이나 풀이나 냇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 지구별 아이들한테 무엇이 대수로울까? 바로 하나 사랑이요, 다음 둘 꿈이요, 이어서 셋 빛이리라. 4346.12.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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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골에도 배나무골에도 겨울이 찾아온다. 밤나무골에도 대나무골에도 겨울이 찾아온다. 골골샅샅 다 다른 빛과 결로 겨울이 찾아온다. 강원도 시골과 전라도 시골은 겨울맛이 다르다. 평안도 시골과 함경도 시골도 겨울빛이 다르다. 그러면, 서울과 부산은? 대전과 대구는? 인천과 광주는? 도시에서는 어떤 겨울을 어떤 빛으로 마주할까? 도시에서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얼마나 살뜰히 누릴 만할까? 도시에도 겨울이 있다고 할 만한지, 도시에도 여름이나 봄이 싱그럽다고 할 만한지 궁금하다. 다 다른 시골에서 다 다른 살림살이 일구며 다 다른 이야기 한 자락 흐르기에 《감나무골의 겨울》이 곱다라니 태어나리라 느낀다. 4346.12.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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