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활자중독



 약간 활자중독과 유사한 듯하다 → 좀 글쟁이와 비슷한 듯하다

 활자중독 수준의 증상이다 → 책보처럼 보인다

 급격하게 활자중독 중이다 → 확 글벌레가 되었다


활자중독 : x

활자(活字) : 1. [매체] 네모기둥 모양의 금속 윗면에 문자나 기호를 볼록 튀어나오게 새긴 것 2. 활판이나 워드 프로세서 따위로 찍어 낸 글자

중독(中毒) :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글이라면 다 읽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글벌레’나 ‘글보’라 할 만합니다. 수수하게 ‘글님·글꾼·글바치·글지기·글잡이·글쟁이’ 같은 말을 쓸 수 있습니다. ‘달려들다·달라붙다·들붙다·닥치는 대로’나 ‘사로잡히다·빠져들다·-사랑’을 알맞게 써도 됩니다. ‘부릅뜨다·붉눈·붉은눈·눈이 붉다·분이 벌겋다’나 ‘책바보·책앓이’라 헤도 어울려요. ‘책벌레·책버러지·책깨비·책보’나 ‘책순이·책돌이·책사랑이·책사랑님·책사랑벗·책사랑꾼’라 해도 되고요. ㅍㄹㄴ



활자 중독자들의 싸구려 자기 현시욕에서 나오는 경박한 문학론을 고통스럽게 여기는

→ 글벌레가 싸구려 자랑처럼 써대는 글꽃 이야기를 괴로워하는

→ 글보가 싸구려로 자랑하는 글꽃 이야기를 괴로워하는

《산 자의 길》(마루야마 겐지/조양욱 옮김, 현대문학북스, 2001) 156쪽


활자중독증처럼 닥치는 대로 탐닉했다

→ 책벌레처럼 닥치는 대로 기웃댔다

→ 책깨비처럼 닥치는 대로 먹었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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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애국자 없는 나라 (+ 서울국제도서전)



  떠난 권정생 님은 예전에 〈애국자가 없는 세상〉이라는 글을 남겼다. 참 아름답다고 느끼는 글이다. ‘나라사랑(애국)’이라는 이름을 내걸수록 오히려 ‘사랑’하고는 먼 채 ‘나라에 목숨바치기’에 휩쓸려서 그만 넋을 잃고 마음까지 잊는다고 느낀다. 2026해 첫여름에 미국에서 열리는 공마당(축구월드컵)이 바로 ‘나라사랑’으로 치닫는 일 가운데 하나일 테지. 큰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싸움판을 ‘공’으로 주고받는다.


  2012해에 한글판으로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David Small + Heather Henson)라 나온 그림책이 있다. 2008년에 미국에서 “That Book Woman”이란 이름으로 나왔고, 1930해무렵에 말을 타고서 두멧시골에 책을 나르는 아주머니가 심은 꿈씨앗을 다룬 이야기이다. 책집도 배움터도 마을도 아예 없는 그야말로 두멧시골에 말을 타고서 머나먼길을 간 ‘책아줌마(도서관 사서)’는 오직 책 한 자락으로 사람 사이를 잇는 길을 냈다. ‘더 많은 사람’한테 이바지하는 책지기(사서)가 아닌, ‘오직 한 아이’한테 다가가려고 여러 날에 걸쳐서 말을 몰고, 다시 여러 날에 걸쳐서 말을 몰며 일터로 돌아간 책지기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올해(2026) 첫여름에 ‘서울국제도서전’을 또 연다. 또 열지만 ‘도서전 사유화’는 터럭만큼도 가시지 않았다. 고름덩이를 그대로 안으면서 ‘책장사’를 이어가는 늪이다. 곰곰이 볼 노릇이다. 더 많은 책을 사고판다든지, 더 드날릴 이름꾼(유명작가)을 만난다든지, 더 좋은 책잔치를 누린다든지, 더 큰 한마당에서 어울린다든지, 다 ‘좋은’ 일이겠지. 그러나 ‘좋은책’으로는 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하고는 멀다. 우리가 책을 읽는 뜻이란 “좋은책 가려읽기”가 아니라 “책이라는 나무숨결(종이꾸러미)에 담은 사람숨빛(지은이 꿈씨앗)을 헤아리는 사랑을 누리기”라는 길을 알아가려는 하루이지 않을까. 스스로 깨어나려고 읽을 책이지 않은가. 이웃하고 나란히 눈뜨려고 쓰고 짓고 엮고 여며서 선보이고 작은책집에 들이는 책이지 않은가.


  우리 목소리로 바꿀 수 있고, 또는 못 바꿀 수 있다. 목소리를 낼 적에는 바꾸려는 뜻도 있을 테지만, ‘남(그들)’이 바뀌기를 바라는 뜻보다는 ‘나(우리)’부터 새롭게 눈뜨고 깨어나서 이 삶을 새롭게 사랑으로 지으려는 씨앗을 심으려는 마음이라고 느낀다. ‘몇몇잔치’가 아닌 ‘모두놀이’로 나아가기를 바라기에 목소리를 낸다. ‘그들잔치’가 아닌 ‘모두노래’로 피어나기를 바라기에 목소리를 낸다. 푸른숲을 바라보자는 뜻으로 목소리를 낸다. 이제는 ‘덩치(대규모)’가 아니라 ‘씨앗(너와 나와 우리)’을 품자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2025해)에 ‘이름을 내놓고서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반대 목소리’를 낸 숱한 분이 엄청나게 화살을 맞았다. ‘사유화 반대 목소리’란, “책은 몇몇 힘꾼(권력자) 사유물(권력수단)이 아닌, 책은 모두가 누릴 빛”이라는 이야기를 펴겠다는 마음이다. 누구나 쓰고 누구나 읽을 뿐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익혀서, 누구나 눈길과 숨길과 마음길을 틔울 뿐 아니라, 누구나 살림길과 사랑길과 사람길을 깨우치고는, 누구나 푸른숲과 파란하늘과 하얀별을 품는 오늘을 살아가는 곁빛으로 책을 읽는다고 본다. 그야말로 ‘누구나잔치’로 가야 맞는 서울책잔치이다. ‘서로잔치’로 가야 아름답다. ‘함께잔치’로 틔워야 즐겁다.


  우리나라 그림책밭을 갓 여는 길에 크게 이바지한 ‘마루벌’이란 펴냄터가 있다. 이 알찬 펴냄터는 가뭇없이 닫았다. 이곳에서 2003해에 옮긴 《무지개를 잡았어요》(돈 프리먼)라는 아름그림책을 오늘 드디어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큰아이(열아홉 살)랑 나란히 앉아서 읽었다. 아무리 아름그림책이어도 펴냄터가 사라지면 다시는 못 찾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첫손꼽는 책잔치라면, ‘책장사’만 하기보다는 ‘책읽기’와 ‘책나눔’과 ‘책노래’를 펼 수 있는 어깨동무로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라사랑(애국)’이 아닌 ‘나사랑(진정한 평화)’일 적에 비로소 서로서로 사이를 틔워서 파란바람이 싱그럽게 불겠지. 2026.6.12.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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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불혹 不惑


 불혹의 나이에도 → 홀가분철에도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이라도 바라보나 → 마흔을 넘기고 쉰이라도 바라보나

 사십이 불혹이라고 → 마흔이 홀가분길이라고

 불혹의 초입에 들어서다 → 마흔에 들어서다


  ‘불혹(不惑)’은 “1. 미혹되지 아니함 2. 마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가 마흔 살부터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처럼 풀이합니다. 우리는 굳이 중국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로 ‘마흔·마흔 살’이라 하면 됩니다. 휘둘리지 않을 만한 나이란, 홀가분히 길을 연다는 뜻이니, 우리말로 ‘홀가분나이·홀가분길·홀가분눈길·홀가분철’이라 할 수 있습니다. ㅍㄹㄴ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밥벌이도 못한다고

→ 마흔 나이가 되도록 밥벌이도 못한다고

→ 마흔이 되도록 밥벌이도 못한다고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김영갑, 하날오름, 1996) 160쪽


불혹 즈음에 시인이 되었고, 지천명 즈음에 책방&카페를 시작했다

→ 마흔 즈음 노래꾼이 되고, 쉰 즈음에 책집·잎물집을 열었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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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묵 水墨


 수묵으로 그려진 작품 → 먹물로 담은 그림

 수묵의 농담을 잘 이용하는 → 먹물 바림을 잘 살리는

 수묵을 감상하다 → 먹그림을 보다


  ‘수묵(水墨)’은 “1. 빛이 엷은 먹물 2. [미술] 먹으로 짙고 엷음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 = 수묵화 3. [공예] 유묵(流墨) 무늬가 있는 그릇”을 가리키고, ‘수묵화(水墨畵)’는 “[미술] 먹으로 짙고 엷음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 ≒ 먹그림·묵화·수묵”을 가리킨다지요. ‘먹그림’이나 ‘먹빛그림·먹물그림’으로 고쳐씁니다. ‘먹물’이나 ‘먹빛·먹머루빛·먹물빛’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ㅍㄹㄴ



설경(雪景)을 그린 한 폭의 수묵(水墨) 풍경화와 흡사하다

→ 눈누리를 그린 먹물그림을 닮았다

→ 눈밭을 그린 먹그림과 비슷하다

→ 눈벌을 그린 먹빛그림 같다

《경계를 넘어 글쓰기》(김우창, 민음사, 2001) 103쪽


한 점 수묵화로 변하는 백 년 누옥

→ 한 자락 먹빛그림 되는 온해 오막

→ 한 자락 먹그림 되는 온살 작은집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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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백년 百年


 백년에 하나 있을까 → 온해에 하나 있을까

 백년을 생존했다면 → 온살을 살았다면

 백년의 세월을 견딘 → 온돌을 견딘 / 온빛을 견딘


  ‘백년(百年)’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없어도 됩니다. 우리말로는 ‘온’이나 ‘온돌·온살·온해’라 하면 됩니다. ‘온꽃·온빛·온빛깔·온바탕’이라 할 만합니다. ‘온돌맞이·온돌자리·온돌마당’이나 ‘온해맞이·온해마루·온해자리·온해마당’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이 나무는 백 년 이상 살다가 베어진 것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이 나무는 온해 넘게 살다가 베었다. 눈이 내린다

→ 이 나무는 온해가 넘는데 베었다. 눈이 내린다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20쪽


백년대계라서 4년 내지 5년 임기의 정치꾼들의 손에만 맡기기에는

→ 온해그림이라서 네 해나 다섯 해짜리 벼슬꾼 손에만 맡기기에는

→ 온그림이라서 네 해나 다섯 해 벼슬꾼 손에만 맡기기에는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2016) 10쪽


수수백년 그 구절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다들 각자 그럴 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겠지

→ 오랜날 이 글월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얘기가 있기 때문이겠지

→ 두고두고 이 대목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니, 다 그럴 만한 뜻이 있기 때문이겠지

《인월 4》(김혜린, 대원씨아이, 2018) 189쪽


한 점 수묵화로 변하는 백 년 누옥

→ 한 자락 먹빛그림 되는 온해 오막

→ 한 자락 먹그림 되는 온살 작은집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9쪽


이래저래 100년은 나오지 않았어

→ 이래저래 온해는 나오지 않았어

《고제 호타루 1》(토사야 코우/송재희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5)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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