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줘 - 자크 프레베르 시화집
자크 프레베르 지음, 로낭 바델 그림, 박준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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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6.14.

그림책시렁 693


《나를 안아줘》

 자크 프레베르 글

 로낭 바델 그림

 박준우 옮김

 미디어창비

 2020.3.10.



  누가 누구를 ‘안는다’고 한다면, 서로 ‘안쪽’에 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몸을 안쪽으로 당기면서 마음을 ‘알’려는 뜻이기도 해요. ‘안다·알다’는 맞물리고 ‘안·알’은 나란히 흐릅니다. 겉으로만 안을 수 있겠지요? 안는 척한다든지 몸만 부비적거릴 수 있어요. 이때에는 겉만 아는 셈입니다. 또는 겉조차 알지 못하는 판이에요. 몸뚱이를 안기에 사랑이 되지 못할 뿐더러,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아요. 마음을 안아야 비로소 사랑이면서, 서로 알아가는 사이가 됩니다. 《나를 안아줘》가 나쁜 책은 아니라고 느끼면서도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겉몸을 안는 모습을 바탕으로 보여주면서 이렇게 움직일 적에 ‘사랑’이 되는 듯 그리거든요. 어린이하고 함께 볼 그림책이 아닌, 요즈음 마음이 처지거나 힘든 큰고장 어른을 달래려는 뜻으로 엮은 그림책이라고 할 텐데, “몸을 안는 줄거리”에 치우친 나머지 “마음을 안으면서 알고 나누는 길”까지는 못 들어가는구나 싶어요. 사랑이라면 “나를 안아줘”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면 스며들고 녹아들며 젖어들어서 서로 다른 하나이자 둘로 빛납니다. 알맹이를 안지요. 사랑하면 그저 안아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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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0
제르마노 쥘로 글, 알베르틴 그림, 이준경 옮김 / 리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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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6.14.

그림책시렁 695


《작은 새》

 제르마노 쥘로 글

 알베르틴 그림

 이준경 옮김

 리젬

 2013.4.9.



  어떻게 하면 새를 만날까요? 나무가 자라야 하고, 나무에 애벌레가 깃들어야 하지요. 나무 곁에 풀밭이 있고, 풀밭에 풀벌레가 있어야 하고요. 갈매기한테 새우깡 같은 주전부리를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갈매기한테는 깨끗한 바다를 주면 됩니다. 크고작은 새한테는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에, 푸르게 우거지는 풀숲을 주면 되어요. 바다가 깨끗하면 아이들이 반겨요. 빈터가 풀밭이 되고 나무가 잘 자라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요. 그리고 이 곁에서 어른도 푸근하게 쉬면서 몸하고 마음을 달랠 만합니다. 《작은 새》를 읽으면서 우리 어른들 하루를 돌아봅니다. 어른들은 부릉이(자동차)를 언제 버릴까요? 어른들은 모든 굴레·틀(정치·사회·제도)을 언제 버릴까요? 어른들은 싸움연모(전쟁무기)를 언제 버릴까요? 어른들은 겉치레하고 허울을 언제 버릴까요? 어른들은 언제쯤 되어야 비로소 느긋하게 아이하고 손을 잡고서 뛰놀고 걷고 달리다가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꽃을 피울까요? 작은 새가 불러요. 저기 봐요. 쉬잖고 재재재재 노래하면서 우리를 불러요. 일손을 놓아요. 부릉이에서 내려요. 손전화를 꺼요. 신을 벗고 나무를 같이 타요.


ㅅㄴㄹ

#Lesoiseaux #Albertine #GermanoZu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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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6.14. 배우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자말 ‘배우자’를 우리말로 풀어내기란 쉽습니다. 다만 쉽기는 쉬운데, 이제 끝났겠거니 하고 여길 적마다 새 쓰임새가 튀어나옵니다. 아니, 우리말로 때랑 곳에 따라서 알맞게 쓰는 말씨가 떠올라요. 먼저, ‘배우자’란 한자말은 ‘짝’을 가리킵니다. 가장 수수한 쓰임새예요. 다음으로 ‘곁짝’이요, ‘곁사람’이지요. 이윽고 ‘사랑’으로 닿고, 수수하게 쓰는 ‘임자’나 ‘그이’나 ‘각시’나 ‘이녁’이 뒤따릅니다. 이쯤에서 마칠 수 있으나 ‘사랑짝’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고, 저는 여기에 ‘곁님’을 곁들입니다. 슬슬 마칠까 싶더니 ‘분’으로도 가리키고 ‘님’으로도 나타내요. 짝이면서 ‘짝꿍·짝지’가 있으니 ‘곁짝꿍·곁짝지’가 되기도 합니다.


  한자말 ‘가장(家長)’을 놓고도 매한가지예요. 10분쯤이면 매듭지을까 싶더니 자꾸 새 쓰임새가 떠올라 하루를 넘기고 이틀을 보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몇 해 앞서 ‘가장’을 좀 손질하다가 남겨 놓았어요. 바탕으로는 ‘집지기·집임자’이니 ‘지기·임자’나 ‘기둥’으로 손질할 만한데, ‘들보·대들보’라는 낱말로도 가리켜요. 이뿐인가요. ‘이끌다·끌다’에 ‘거느리다·다스리다’에 ‘꾸리다·돌보다·보살피다’를 돌아서 ‘아우르다·건사하다·지키다’로 뻗어요.


  곰곰이 보면 우리 낱말책 가운데 우리말 씀씀이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여태 없지 싶습니다. ‘배우자 → 짝. 곁짝. 임자. 그이’나 ‘가장 → 집지기. 기둥. 들보’로만 다룰 수 없어요. 숱한 자리에서 사람마다 새롭게 바라보면서 찬찬히 담아내는 말결을 살피면서 어우르는 눈빛이 있어야 합니다.


  말맛(어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결을 짚어야 말맛이 되겠지요. 왜 사람들이 때에 따라서 ‘배우자’를 ‘님’으로도 ‘분’으로도 ‘사랑’으로도 ‘짝’으로도 알맞고 부드러이 나타내는가를 살펴야 참다이 말맛입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곳에 따라서 ‘가장’을 ‘지키다’로도 ‘돌보다’로도 ‘보듬다’로도 ‘건사하다’로도 ‘거느리다’로도 나타내는가를 읽어야 슬기로이 말맛이에요. ‘고독’이란 한자말하고 ‘외롭다’ 같은 우리말이 말맛이 다르다고 갈라 보았자, 이때에는 ‘혀에 길든 글맛’일 뿐입니다. 삶을 헤아리면서 가누거나 가리는 말맛은 ‘한자말하고 우리말로 가르’지 않아요. ‘우리가 지은 삶에서 피어나는, 우리가 지은 말로 생각을 담아내는 자리’에서 비로소 말맛이 뭉게뭉게 자라나서 퍼집니다.


  이렇기에 《우리말 어감 사전》이 아쉽지요. 뉘앙스나 어감에 갇혀서는 말맛을 못 읽습니다. 아니, 뉘앙스나 어감에 낱말을 가둘 적에는 사람들 스스로 누구나 예부터 즐겁게 펴던 말빛에 도사리는 말결을 나누던 말맛을 그만 죽이기 쉽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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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6.14.

오늘말. 담벼락


저더러 안 굽힌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만, 바보스럽게 구는 사람을 보면 이 바보짓에 꺾여야 할 까닭을 못 느껴요. 주먹힘·이름힘·돈힘으로 밀어붙이는 무리한테도 옴짝않지요. 이와 달리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곁에서는 꼼짝없이 녹습니다. 제가 기운세다면 아이들을 두 팔에 안고서 숲을 내달릴 만큼 힘이 좋은 어른이고 싶습니다. 제가 단단하다면 아이들이 가시밭길을 헤칠 적에 든든히 울타리가 되는 어진 어버이로 살고 싶습니다. 그저 마을이 모인 고을이 아닌, 마냥 고을이 모여 이루는 고장이 아닌, 푸르게 우거지는 숲을 나누는 마을길이면서 고을길에다가 고장길로 가면 좋겠어요. 옛날부터 이은 오랜길은 숲길이겠지요? 슬기롭고 아름다운 옛살림이란 언제나 숲살림이었지 싶어요. 갈라진 나라는 억지로 하나가 될 수 없어요. 서로 푸르게 바라보는 눈빛이 바탕이요, 함께 사랑스레 손잡는 몸빛을 가꾸어야지 싶어요. 푸르게 하나되기에 한나라예요. 사랑으로 어우르기에 한누리입니다. 우두머리가 거느리는 텃살림이 아닌, 작고 수수한 우리 스스로 힘있게 노래하고 꿈꾸는 텃길을 그립니다. 담벼락 아닌 숲을 보듬는 숨결이 반갑습니다.


ㅅㄴㄹ


굽힘없다·굽히지 않다·꺾이지 않다·기운세다·기운있다·기운좋다·힘세다·힘있다·힘좋다·꼼짝않다·꿈쩍않다·끄떡없다·옴짝않다·움쭉않다·단단하다·든든하다·탄탄하다·튼튼하다·세다·억세다·드세다·잘 막다·주눅들지 않다·담·담벼락·벼락·울·울타리 ← 철옹성


고을길·고장길·마을길·고을살림·고장살림·마을살림·옛길·옛살림·오랜길·오랜살림·텃길·텃살림 ← 토속신앙(土俗信仰)


하나되다·하나·하나로·한나라·한누리·아우르다·어우르다·거느리다 ← 천하통일, 천하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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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1.6.14.

오늘말. 찬찬히


깊이 알고 싶으면 차근차근 갑니다. 찬찬히 가지 않고서야 깊숙하게 짚지 못해요. 곰곰이 바라보기에 비로소 알아요. 꼼꼼히 보지 않았으면 알맞게 갈 길하고 멀어요. 샅샅이 보면서도 살뜰하지 못하다면, 너무 낱낱이 보다가 그만 짜임새나 얼개가 아닌 겉만 따진 탓이지 싶어요. 골똘히 생각합니다. 앞뒤를 살핀 줄 알았는데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구나 싶어 다시금 가만히 생각합니다. 곧게 가야 할 길일 수 있고, 옳게 곬을 잡아야 할 수 있고, 훌륭하게 가리는 결이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꼬치꼬치 따지지는 말아요. 즐거이 따를 만한 뜻을 찾기로 해요. 말잔치가 아닌, 높은 목소리가 아닌, 뛰어난 재주도 좋은 솜씨도 아닌, 조곤조곤 나누는 수다처럼 즐거이 이룰 얼개하고 뼈대를 세우기로 해요. 빈틈없이 해도 나쁘지 않으나, 자분자분 이야기하면서 차분히 하면 한결 홀가분해요. 반듯하게 해도 안 나쁘지만, 알뜰히 주고받는 말 사이에 여러 소리를 담으면서 앎꽃을 피워 봐요. 약은 짓이 아닌, 잔꾀가 아닌, 포근한 눈빛으로 알아 가기로 해요. 칼같아야 할까요?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까요? 우리 삶은 틀이 아닌 오직 사랑으로 빛나는 하루입니다.


ㅅㄴㄹ


깊다·깊숙하다·곰곰이·꼼꼼히·샅샅이·낱낱이·골똘히·빈틈없이·칼같다·흐트러짐없다·뼈·뼈대·살·얼개·짜임새·틀·흐름·앞뒤·길·곬·결·솜씨·재주·꾀·잔꾀·살펴보다·따지다·가르다·가리다·짜다·바르다·반듯하다·곧바르다·곧다·옳다·올곧다·올바르다·차근차근·찬찬히·차분하다·자분자분·조곤조곤·가만히·따르다·하나씩·하나하나·꼬치꼬치·알다·앎꽃·약다·여우같다·생각·여기다·헤아리다·수다·얘기·소리·목소리·뜻·말·말잔치·맞다·맞추다·들어맞다·걸맞다·알맞다·알차다·살뜰하다·알뜰하다·뛰어나다·빼어나다·좋다·훌륭하다 ← 논리(論理), 논리적, 논리정연, 이론(理論), 이론적


대단한 말도 책도 아닌,

수수하면서 즐겁게 쓸 말과 책을 생각해요.

조촐히 읽고 붙여 주는 글자락 몇 줄이

더없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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