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2. 흘려듣다


길이를 재려고 자를 써요. 깊이를 알아볼 적에 자를 쓰고요. 어떤 틀에 걸맞는가를 살피고, 어느 길이 어울릴 만한가를 돌아봅니다.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발판을 디뎌요. 바탕을 다지니 튼튼하게 서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여미어 여러 가지 책을 같이 낼 때가 있어요. 때로는 책하고 영화가 함께 나와요. 아기가 말을 익히는 결을 살피면, 얼핏 흘려듣는 듯하지만 바로 이 흘려듣기가 몸에 밴 터라 어느새 하나둘 받아들일는지 몰라요. 알게 모르게 듣는달까요. 마음에 없기에 흘려듣지만, 아직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니 흘려듣다가, 어느덧 마음이 피어나면 귀여겨듣기로 달라져요. 부딪친다고 꼭 다치지 않아요. 건드리기에 꼭 망가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이지 않은 채 흔들리면 언제라도 다치고, 마음을 가꾸지 못하면서 부딪히면 쉽게 다치고 맙니다. 가만히 보면 모든 자리가 매한가지입니다. 마음을 기울일 줄 알기에 말 한두 마디를 즐겁게 씨앗으로 심어서 새롭게 북돋우는 길을 가더군요. 한꺼번에 모든 말씨를 아름다이 가다듬어도 좋겠지만, 차근차근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밑자리부터 든든하게 북돋우면서 하늘 끝까지 알뜰하게 올라설 만합니다. ㅅㄴㄹ


자·잣대·틀·틀거리·뼈대·길·발판·바탕 ← 척도

같이 내다·함께 내다 ← 동시 출간

흘려듣다(흘려듣기) ← 무시, 무관심, 무심, 무신경, 신경 안 쓰다, 개의치 않다, 마이동풍, 무의식적 청취

다치다 1 ← 부상, 부상을 당하다, 훼손, 상하다, 손상, 피해, 인명피해, 상처, 해(害), 해롭다, 해독(害毒), 손실, 희생, 희생양, 희생자, 속죄양, 파본, 파과, 상이(傷痍), 낭패, 흠(欠)

다치다 2 ← 접촉, 접근

꼬리·꽁지·꼬랑지·끝·끄트머리·끝자리·끝자락·맨뒤·맨끝·맨밑·밑바닥·밑자리·바닥 ← 최하위, 최하, 최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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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1. 안달복달


바쁘기에 서두른다고 하지만, 바쁘기에 한결 느긋할 만합니다. 바쁘니까 많이 껴안기도 하다지만, 바쁘니까 천천히 가다듬을 만해요. 이 일 저 일 부여잡지 않아도 되어요. 매달리다가는 끝이 없어요. 이끌리다가는 우리 빛을 놓치고, 휩쓸리다가는 사랑하고 멀어져요. 남한테 휘둘리지 않는 걸음이면서, 남을 휘두르지 않는 손길이기를 바라요. 우리는 서로 끄달릴 까닭이 없어요. 곱게 끌어안으면 되겠지요. 붙든다고 해서 우리 살림이 되지 않아요. 얽매는 마음에는 즐거운 노래도 상냥한 이야기도 자라지 않거든요. 오늘 이곳이 아름답다면 굴레를 쓰지 않고 수렁에 빠지지 않으며 쳇바퀴를 돌지 않고 틀에 갇히지 않은 하루일 테지요. 왼손에 호미를 쥐고 오른손에 붓을 잡아요. 가녀린 풀꽃을 움켜쥐지 말고 부드러이 쓰다듬어요. 나무를 타고 오르려면 사납게 잡아서는 나무가 싫어하지요. 나긋나긋 가볍게 몸을 날려서 나뭇가지를 디뎌요. 섣불리 달려들지 말아요. 안달복달하는 마음이라면 나무타기도 안 되지만 바람타기도 물결타기도 안 되거든요. 마음이 넉넉하기에 눈빛이 넉넉하고 사랑이 넉넉하면서 모든 숨결이 넉넉히 흘러요. ㅅㄴㄹ


부여잡다·매달리다·이끌리다·휩쓸리다·휘둘리다 ← 집착 ㄱ

끄달리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끌어안다 ← 집착 ㄴ

붙들다·붙잡다·얽매다·옭매다·사로잡히다·먹히다 ← 집착 ㄷ

굴레·수렁·쳇바퀴·틀 ← 집착 ㄹ

잡다·쥐다·움켜잡다·움켜쥐다·거머잡다·거머쥐다·검잡다·검쥐다 ← 집착 ㅁ

달려들다·달라붙다·안달·안달복달·안절부절·꼼짝도 못하다·옴짝도 못하다 ← 집착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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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영혼 - 경이로운 의식의 세계로 떠나는 희한한 탐험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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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22


《문어의 영혼》

 사이 몽고메리

 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2017.6.16.



“뇌 없는 동물이 무언가를 ‘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자신의 욕구를 다른 종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42쪽)


“한낱 문어가 이처럼 영리하다면, 저 너머에 이처럼 영리할 수 있는 동물이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가 의식과 개성과 기억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동물들 말이에요.” (79쪽)


“될 대로 되라지. 문어가 지루해하잖아! 그러니 우리 문어랑 놀아 보자고.” (107쪽)


“문어의 생각을 읽는 어려움은 표현이 너무 풍부하다는 데 있어요.” 난 아쿠아리움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내가 알던 어떤 종보다도 표현이 더 풍부했다. “우리에게는 시와 춤과 음악과 문학이 있죠. 하지만 우리에게 갖가지 음성과 의상과 화필과 점토와 기술이 있더라도, 문어가 자기 피부만으로 말할 수 있는 표현에 따라갈 수나 있을까요?” (112쪽)


“대개 물고기들은 당신을 관찰하며 알아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쳐다보지는 않죠. 문어들은 마치 쳐다보면서 학습하는 듯했어요.” (301쪽)



  문어를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문어를 다룬 책을 찾아볼까요? 문어를 다루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가르치는 대학교에 가면 될까요? 문어를 사고파는 가게나 저잣거리를 찾아가면 될까요?


  아니면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문어를 만나면 될까요? 바다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틔워서 문어를 마음소리로 부르고는 마음말을 주고받으면 될까요?


  물살이터에 잡아 놓고 기르면서 사람들한테 구경을 시키는 문어를 만난 이야기를 다룬 《문어의 영혼》(사이 몽고메리/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2017)을 읽다가 꽤 지쳤습니다. 첫머리에서는 ‘문어라고 하는 숨결’은 ‘사람 눈이나 생각으로 섣불리 보면 안 된다’고 하는 대목을 짚는가 싶더니, 자꾸자꾸 곁다리로 빠지고 말더군요.


  무엇보다도 곁에서 늘 마주하는 문어가 아닌, 물살이터에 갇힌 문어를 마주하는데, 돌봄이가 들려주는 말에 기대어 생각할 뿐, 글쓴이 스스로 문어한테 마음으로 말을 거는 대목이 너무 적습니다. 아니, 없다시피 합니다.


  아직도 ‘과학(생물학)’이라고 하면, 마음으로 마음을 읽어서 길을 살피고 찾아내는 이야기를 다루지 못하는 셈일까요. 또는 이 책을 쓴 분이 미처 못 짚거나 못 다룰 뿐일까요.


  인문책 《문어의 영혼》은 ‘구경한 문어’ 이야기를 ‘물살이터 돌봄이 목소리’를 따와서 엮기만 했다면 차라리 나았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어하고 동떨어진 얘기를 자꾸 끼워넣느라 막상 ‘문어가 어떤 숨결이며 넋이고 마음이자 빛인가’ 하는 대목은 뒷전이 되더군요. 문어가 온몸으로 사람을 지켜보고 마주하며 생각을 읽고 마음을 느끼듯, 우리도 문어를 온마음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이 별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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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타산지석S 시리즈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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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23


《일본적 마음》

 김응교

 책읽는고양이

 2017.11.30.



가령 ‘안녕하세요’는 일본어로 ‘곤니찌와(今日は)’인데, 우리말로 직역하면 그저 ‘오늘은……’ 하고 여운을 둔 말에 불과하다. 뒷말이 어떻든 인사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생략과 여운을 즐기는 것이다. (21쪽)


일본에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숙명’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진다. (58쪽)


거대한 권력의 폭력은 모든 사회에 스며들어 폭력을 행사하고, 그 폭력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된다. (85쪽)


아름답게 미화된 죽음, 큰 것을 위해서는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문화물 곳곳에 스며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일본이란 나라의 큰 거짓말은 미화된 죽음올 감추어져 유지되어 오고 있다는 것을 몇몇 일본 지성인이 솔직히 인정하기도 한다. (146쪽)


곳곳에 전쟁패배로 우는 아이들 모습,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내가 만일 일본 아이였다면, 저런 사진을 보면서 복수심에 불긋불긋 치솟았을 법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청년이 모자라, 나중에는 소학교 학생들까지 동원하기까지 했다. 폭탄을 안고 적진을 뚫고 들어간 소년특공대는 유명했다. 그때 죽은 아이들이 신으로 등록되어 있고 ……. (191쪽)



  일본하고 한국은 참으로 가깝습니다. 오늘은 두 덩이로 나뉜 나라이지만, 지난날에는 하나로 있던 터전이었을는지 모릅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이 별에 있는 모든 나라가 처음에는 하나였을 테지요. 하나로 흐르던 터전이 조금씩 골골샅샅 흩어지면서 다 다른 날씨에 다 다른 살림에 다 다른 말이며 이야기로 흘러가지 싶습니다.


  이 일본은 한국으로 숱하게 쳐들어왔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도 곧잘 일본을 치러 갔습니다. 한쪽에서만 쳐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느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음이며 살림을 나누는 길이 있되, 나라지기나 우두머리쯤 되면 싸울아비를 거느리면서 힘자랑을 하기 일쑤였어요. 일본이 더 죽음을 곱게 꾸민다거나 우러른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한국도 ‘싸우다 죽은 이’를 받들거나 섬깁니다.


  우리는 역사나 사회나 문화를 어느 자리에서 어느 눈으로 읽을 마음일까요? 《일본적 마음》(김응교, 책읽는고양이, 2017)은 일본답거나 일본스러운 마음을 이루는 바탕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찬찬히 읽노라면 ‘오늘 일본은 이러하구나.’ 싶으면서 ‘오늘 한국도 이러한데?’ 싶습니다. 두 나라는 얼핏 달라 보여도 속으로는 한 갈래라고 할까요.


  한자말 ‘평화’는 “밥을 나누는 길”을 말한다고 합니다만, ‘밥나눔’은 아무하고나 하지 않습니다. 사이가 좋아야 비로소 나눕니다. 사이좋을 적에는 밥뿐 아니라 말도 나누고 생각도 나누지요. 무엇이든 나누는 둘 사이에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시나브로 사랑이 피어나요. 다시 말해, 참다운 평화라면 사랑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겨요. 그저 다투지 않는 모습이라면 ‘안 다툼’일 뿐, ‘평화도 사랑도’ 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이웃나라 마음을 읽는 길이란, 우락부락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나 우두머리가 휘두르는 정치·사회·문화가 아닌, 여느 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찾으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사로운 일본 마음을 찾고, 포근한 한국 마음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넉넉한 일본 마음을 아끼고, 푸짐한 한국 마음을 보듬어야지 싶습니다. 바야흐로 사랑길로, 참길로, 살림길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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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4.


《새의 마음》

 조향미 글, 내일을여는책, 2000.7.20.



몸이 찌뿌둥하다. 어제는 쑥잎을 덖어서 병에 담았고, 큰아이하고 면소재지까지 걸어가서 두 곳에 부쳤다. 쉬잖고 온일을 했으니 이튿날인 오늘 찌뿌둥할밖에. 며칠 뒤에 또 쑥잎을 훑어서 말린 다음 덖어야지. 올해에는 모과잎도 덖으려고 생각한다. 새달로 넘어서면 뽕잎하고 감잎도 훑어서 덖겠지. 바야흐로 잎을 누리는 하루이다. 모로 누워 시집 《새의 마음》을 읽는데, 싯말이 꽤 갇혔다. 글쓴님은 국어 교사로 일한다는데,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치는 문학이라는 틀에 걸맞는 시라고 할까나. 왜 홀가분하게 쓰지 않을까. 왜 글치레를 하거나 글멋을 부리려 할까. 왜 속마음을 싯말에 얹지 않을까. 왜 슬쩍슬쩍 감추듯 꾸미는 글자락으로 ‘좋은 시처럼 보이려는 그럴듯한 굴레’에 가두려 할까. 새마음이란, 새다운 마음이면서 새로운 마음이다. 새삼스러운 마음이로, 새처럼 홀가분하게 바람을 타고서 하늘빛을 먹는 마음이다. 국어 교사라 하더라도 푸름이 곁에서 멋스러워 보이는 시를 읊어야 하지 않는다. ‘국어 교사여도 시를 좀 못 쓰면’ 어떤가?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우리 삶이며 숨결이며 사랑을 고스란히 담으면 될 노릇 아닐까? 중·고등학교 푸름이는 ‘명작·모범’을 배워야 하지 않는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듣고 살림을 지어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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