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자서전 -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 체 게바라 전집 1, 개정판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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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5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박지민 옮김

 황매

 2004.12.31.



  《체 게바라 자서전》(체 게바라/박지민 옮김, 황매, 2004)이라고 하는 이름이 붙은 꾸러미는 ‘자서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74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체 게바라 님이 쓴 글”이 나오고, 한 줌쯤 되는 줄거리를 마친 뒤에는 “체 게베라 만남글(인터뷰)”을 줄줄이 붙입니다. 기림글(추천글)을 왜 이다지도 길게 붙여야 하는지 알쏭할 뿐 아니라, 옮김말도 영 사납습니다. 글님은 일본 한자말도 일본말씨도 옮김말씨도 안 썼을 텐데, 왜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말씨를 다 잊어버린 채 뒤죽박죽으로 옮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옮긴다’고 할 적에는 ‘글님 마음’을 ‘글님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어떤 눈높이와 살림결로 폈는가’를 읽어서 이어야 어울립니다. 이웃말만 외울 적에는 우리말로 못 옮기겠지요. 우리말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이웃말은 이웃나라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인 말”로 옮기기를 빕니다.


ㅅㄴㄹ


#CheGuevara #SelfPortraitCheguevara



이것은 내가 첫 여행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 내가 처음 길을 떠나던 이야기다

→ 내 처음 마실을 나선 이야기다

74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으며

→ 우리는 얘기를 했으며

→ 우리는 말꼬를 텄으며

77


그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출발했다

→ 그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떠났다

→ 그러고서 마지막인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나섰다

82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여길 만하다

→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90


그 장엄한 아름다움은 푸른 숲으로 뒤덮인 언덕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푸르게 뒤덮인 언덕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 언덕은 푸른숲인데 무척 아름답다

→ 푸른숲 언덕은 아름답고 어마어마하다

91


이웃한 숲들로 이루어진 산속 오솔길들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 숲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이 잇달아 나온다

→ 숲을 지나는 오솔길로 이어갔다

91


한 병동에서 푹 쉴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나의 의학 지식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먼저 돌봄길을 선보여야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아픈이를 먼저 돌보아야 했다

92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 이 모두를 얘기하자면 오래 걸린다

→ 이 모두를 말하자면 한참 걸린다

99


연두 빛이 나는 경사면에 위치해 있었는데

→ 옅푸른 비탈에 있는데

→ 옅푸른 고갯길에 있는데

→ 옅푸른 언덕에 있는데

105


거구의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 크고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105


우리의 코를 애무하는 듯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태고의 숲이 에워싸고 있는

→ 우리 코를 쓰다듬는 듯한 풀내음을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매만지는 듯한 푸른내를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간질이는 듯한 푸른냄새를 맡으며 옛숲이 에워싸는

111


길 위의 먼지를 온통 뒤집어쓴 우리의 행색에서 이전의 귀족적 풍모를 찾아내줄 사람은 없었다

→ 길바닥 먼지를 뒤집어쓴 우리 꼴에서 벼슬아치 같은 빛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 길에서 먼지를 온통 쓴 우리 꼬라지에서 멋스런 모습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114


새로운 땅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잉카인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제국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 새땅을 애타게 바라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높이 솟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 새터를 뜨겁게 꿈꾸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힘차게 뻗는 길을 지켜보았고

129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몇 마디의 의미 없는 말들이 오가는 대화는 주춤거리기 시작해 서로 각자의 길로 떠나려던 참이었다

→ 안쪽을 건드리지 않는 몇 마디 덧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서로 헤어지려던 참이다

→ 울타리를 넘보지 않는 몇 마디 뜻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다들 갈라서려던 참이다

142


민중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 사람들은 넘어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 들꽃은 거꾸라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142쪽


오늘은 훌륭한 조언을 해주는 좋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 오늘은 훌륭히 귀띔하는 상냥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 오늘은 훌륭히 말씀하는 착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211쪽


단식투쟁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완전히 틀리셨어요

→ 굶기싸움은 어머니가 아주 틀리셨어요

→ 어머니는 밥굶기싸움을 잘못 보셨어요

213쪽


박애주의 단체의 회원들은 농부들의 죽음이 미국정부 내에 있는 자기 동포들이 지원한 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 이웃사랑 모임 사람들은 미국에 있는 제 겨레가 돈을 댄 총칼에 논밭지기가 죽은 줄 알까

224쪽


누가 그의 육체적 존재를 없앴는가

→ 누가 그를 죽였는가

→ 누가 그이 몸을 박살냈는가

2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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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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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6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1.9.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을 펴면, 첫머리는 글님이 어릴 적부터 겪은 쓴맛과 멍울과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구나 싶다가, 어느새 글이 갈팡질팡 길을 잃는 듯싶습니다. 이모저모 꾸미거나 덧붙이려 들면서 들쑥날쑥합니다. “나이만 드는 사람”은 ‘어른’이 아닙니다. “철이 드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어른이 되는 길이 서글플 까닭이 없습니다. 철이 들어 눈이 밝고 마음을 틔울 적에는 늘 스스로 생각하는 숨빛으로 사랑을 펴게 마련입니다. 철이 안 들고 나이만 먹기 때문에 ‘늙’으며, 이렇게 늙은 몸으로 뒹굴 적에는 서글플 수 있겠지요. ‘어른’은 말을 꾸미거나 감추지 않습니다. 어른은 수수하고 쉽게 숲빛으로 글을 살리고 가꿉니다. 어른이 아니기에 쉬운말을 안 쓸 뿐 아니라, 겉치레하고 허울을 자꾸 붙이려고 하더군요.


ㅅㄴㄹ


신기하게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 흐리멍덩하던 일을 글로 쓰는데 놀랍게도 조금씩 뚜렷이 떠오른다

→ 마음에 남아서 글로 쓰는데 믿기지 않지만 조금씩 또렷이 생각난다

10


마음속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만점을 주었다

→ 마음으로 되씹으며 한목소리로 으뜸을 매겼다

→ 마음으로 살피며 다같이 첫째로 매겼다

20


배드민턴 라켓 없는 집이 없었던 것처럼

→ 깃공치기 채가 없는 집이 없었듯이

23


나 역시도 재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 나도 재미는 생각하지 않는다

25


중요한 건 그래서 누가 이겼냐이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따진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들여다본다

25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 거의 서른 해 일이다

→ 거의 서른 해가 됐다

32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41


그것을 이별이라 부르기도 애매해다. 기본적으로 늘 떨어져 있다

→ 헤어졌다고 하기도 어설프다. 늘 떨어졌다

→ 갈라섰다고 하기도 멋쩍다. 늘 떨어졌다

51


그 도시의 어느 돈가스 가게에 앉아 있었다

→ 그 고장 어느 돼지튀김 가게에 앉았다

51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 마음이 아니야

→ 마음힘이 아니야

58


한 명은 단란주점에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 여자애였다

→ 하나는 노닥술집에 다닌다고 하는 가시내였다

→ 하나는 노닥가게에 다닌다는 말이 있는 아이였다

67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시련에 부딪혀 고난을 겪을 때마다

→ 살면서 뜻하지 못한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 살면서 생각지 못한 벼랑에 부딪힐 때마다

90


할아버지의 등장을 알리는 것은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동요 소리였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물가물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늘게 놀이노래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101


당시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경험은커녕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을 많이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겪기는커녕 꿈도 못 꿀 만한 뜬금짓을 자주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해보기는커녕 어림도 못 할 짓을 자주 저질렀다

111


이미 나의 덜 떨어짐이 평소의 행실로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 이미 늘 덜떨어진 내 모습이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지만

113


학교 대표로 여기저기 사생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 배움터에서 뽑혀 여기저기 그림잔치에 가곤 했다

127


너무 어린 것인지, 밤눈이 어두운 건지

→ 너무 어린지 밤눈이 어두운지

141


내가 근로장학생 일을 한 것은 단지

→ 내가 배움일꽃을 맡은 뜻은 그저

→ 내가 배움일꾼을 한 까닭은 그냥

147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내가 물었다

→ 한동안 조용했고 내가 물었다

→ 살짝 말이 없고 내가 물었다

1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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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스테레오북스 (부산) 2024.4.4.



냉이꽃은 괭이밥꽃보다 작고

봄까지꽃은 씀바귀꽃보다 작고

겨울바람 씻어낸 들꽃은

나즈막이 노래하며 핀다


오동나무는 넓적하게 잎 내고

후박나무는 한결같이 잎 나고

봄볕으로 물드는 나무는

풀개구리 불러들여 논다


맨발로 노는 아이는

늘 들꽃하고 동무한다

맨손으로 일하는 어른은

언제나 나무랑 이웃한다


눈을 감고서 별빛을 들어

눈을 뜨고서 빗소리 읽어

함께 어울려 밤노래 나눠

새로 일어나 햇살을 반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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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책집노래 . 취미는 독서 (순천) 2024.4.2.



뭘 하고 싶냐고 물으면

온누리 모든 별에 가서

다 다른 숲에 깃들어

푸른노래 부르기


오늘 뭘 하냐고 물으면

봄맞이새 곁으로 가서

봄맞이꽃 들여다보고

해바라기 누리기


마음에 담아서 달랜다

마음을 찾아서 챙긴다

마음으로 세워 이끈다

마음이 흘러서 나눈다


나는 읽기를 즐겨

바람과 바다와 밤을 읽어

너는 쓰기를 즐기지?

생각과 얘기와 꿈을 쓰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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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화 2023.7.25.



이글이글 오르는 불로

밥을 익힐 수 있지만

활활 태우는 불길이면

풀풀 잿더미로 바꾼다


부글부글 끓는 부아로

마음을 태워 버린다면

훨훨 날던 이 날개를

스스로 꺾는 셈이다


비추는 불일 때에

둘레를 밝힐 수 있어

푸른한 불일 적에

얼음을 녹일 수 있지


무엇을 보고 담을까?

누구를 읽고 닮을까?

부끄러울 일은 없어

나를 보고 우리를 사랑하면


ㅅㄴㄹ


외마디 한자말인 ‘화(火)’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뜻한다고 합니다. ‘불’을 한자로 ‘화(火)’로 적는 셈인데, ‘화나다 =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입니다. 추위를 녹이는 불이기도 하지만, 모두 태워서 재로 바꾸는 불이기도 합니다. ‘불나다·부아나다·성나다’는 이모저모 밉거나 싫다는 마음이 확 일어나면서 그만 모두 활활 불지르면서 까맣게 바꾸는 길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날개라면 가볍게 훨훨 날아요. 어깨를 활짝 펴면 시원합니다. 활개를 치듯 날아오르기에 싱그럽게 피어나는 마음입니다. 이와 달리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여기면서 꺼리거나 부글부글 끓다가 부아를 내고, 이글이글 타올라 불을 내고 말아요. 훅 치밀거나 확 치솟을 적에는 문득 멈추고서 마음부터 돌아봐요. “활짝 피는 꽃”인지 “활활 태우는 불”인지 추스르고서, 환하게 웃음짓는 길로 차근차근 다독여요. 화들짝 놀라다가 활활 태우고 만다면 화끈화끈합니다. 창피하거나 부끄럽지요. 둘레를 환하게 밝히는 눈빛으로 거듭난다면, 훤칠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온누리를 훤히 헤아리게 마련입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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