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놓고 싶은



오늘 가벼운 차림으로

서울에 와서는

숙대앞 작은책집에서

책을 한가득 장만했다


등에 두 팔에

책을 잔뜩 안고 진 채

손에는 책 한 자락 쥐며

‘걷는읽기’를 한다


나는

책이건 짐이건

그저 짊어지며 옮길 뿐이라

그냥 책을 읽으면서


시끌시끌 소리도 지나치고서

바글바글 물결도 지나가고서

길손집에 닿아서야 책짐을 놓는다


2026.5.26.물.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컵라면 (+ 그들)



  처음 ‘모금국수(컵라면)’가 나오던 때를 떠올려 본다. 그무렵 엄마들은 모금국수가 영 못마땅했다. 쓰레기가 많고, 비싸고, 무엇보다 맛없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는 “새로 나온 살림이나 먹을거리”가 있으면 돈을 모아서 꼭 장만해 보셨고, 맛을 보았고, 한참 수다를 떨면서 이러니저러니 생각을 나누셨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니 좋잖아.” “뜨거운 물이 어디 있어? 커피포트를 들고 다니게? 길에서 전기를 꽂을 수 있어?” “하기는, 컵라면을 먹으려면 뜨거운 물은 집에 있으니까 밖에서 먹을 수도 없네.” 우리 어머니와 마을 아주머니가 처음 모금국수를 사서 먹어 보시면서 한참 주고받은 말이다. 마흔 해가 넘었어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느 날 동무하고 모금국수를 먹은 적 있다. 어느 동무는 “딱 3분만” 뜨거운 물인 채 놓고서 바로 따서 먹는다. 어느 동무는 “7∼8분을 기다려서” 먹는다. 나는 둘 사이에서 지켜보다가 “3분째에 한입” 먹어 보고서 덮은 뒤, “7∼8분 즈음 되고서 마저 먹”었다. 딱 3분만 뜨거운 물에 놓고서 먹은 동무는 “야, 3분만 있으면 된다잖아? 그러면 3분만 있다가 먹어야지. 아직 덜 익은 듯해도 덜 익은 맛도 있어!” 하더라. 한참 느긋이 기다린 동무는 “3분만으로는 턱도 없어. 맛도 없어. 제대로 익은 다음에 먹어야지.” 똑같은 모금국수이지만, 여러 동무는 저마다 다르게 먹었다. 나는 여러 동무가 어떤 마음과 눈길로 마주보고서 품는지 지켜보면서 ‘그렇구나. 그러면 난 어떤 길을 갈까?’ 하고 속으로 한참 곱씹었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모금국수는 너무 맛없어. 솥에 끓여먹는 쪽이 가장 나아.’ 하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림(유튜브·쇼츠)에 사로잡혀서 멍하니 쳐다보노라면 한나절쯤 휙 지나간다는 분이 참 많다. 그림에 사로잡히면 멍하니 “남들 놀음놀이”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들은 그들대로 ‘그들멋’일 뿐인데, 우리는 ‘우리멋·나멋·네멋’을 감쪽같이 잊고 잃는다. 우리가 ‘우리멋·나멋·네멋’을 잊고 잃으면서 ‘그들멋’에 사로잡히기에, 그들은 떼돈을 벌면서 탱자탱자 하느작거린다. 잘난책(베스트셀러)도 똑같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읽눈(문해력·독해력·판단력·해독력)을 틔우지 않고서 스스로 갇히는구나 싶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다. 그림(유튜브·쇼츠)은 그냥 그림이다. 어느 스위스 아저씨가 쓴 글에 《책상은 책상이다》가 있다. 책상은 책상이고, 그림은 그림이고,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다. 겉이름이라는 허울만 바꾼들 알맹이가 안 바뀐다. 우리가 아무리 온갖 그림이나 책을 잔뜩 쳐다보거나 읽는다 한들, 우리 ‘읽눈’을 가꾸거나 틔우거나 북돋우지 않는다. 우리는 이웃이 지은 그림과 책을 기꺼이 읽을 뿐 아니라, 스스로 그림을 짓고 책을 쓸 노릇이다. 이웃그림과 이웃책 곁에 ‘우리그림’과 ‘우리책’을 나란히 놓을 적에 읽눈이 자라고 싹눈을 틔우고 씨눈이 깨어나고 삶눈과 살림눈과 사랑눈이 피어난다. 2026.1.28.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읽다 14 이웃집 극우?

책벌레수다 : 밉말(혐오표현)은 안 아름답다



  노래하는 사람은 하루를 온해(100년)로 맞아들여서 누린다.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온해를 살아도 모두 똑같은 하루로 갇힐 테고.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놀이를 하면서 노을을 품는 마음이니, 모든 하루가 새롭다. 노래를 안 하는 사람은 노래가 없으니 놀이가 없는데다가 아침노을이든 저녁노을이든 안 쳐다보는 터라, 언제나 낡아가고 늙어가는구나 싶다.


“고양이는 먹을 수도 없는데 도토리를 줍는 게 뭐가 재미있죠?” “코유키 너도 먹지도 못하는 버섯을 따면서 재미있어하잖아? 그거랑 똑같아.” … “승자한테 상품은 필요 없어여! 그저 명예만이 있을 뿐!” ‘착한 일을 했더니 기분이 좋네여. 오늘 간식은 최선을 다해서 프리미엄 달라고 졸라야지.’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5》 131, 140쪽


  지난날에는 ‘오른쪽’에 서던 사람들이 ‘극좌’라고 빨간띠를 붙이면서 따돌리고 괴롭히고 죽이기까지 했다. 오늘날에는 ‘왼쪽’에 선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극우’라고 빨간띠를 붙이면서 예전에 ‘오른쪽’ 무리가 했던 짓을 고스란히 되풀이한다. 지난날 사납게 춤추던 칼부림을 치워낸 자리라면, 이제는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짓기·함께빚기·함께심기·함께돌봄·함께가꿈’이라는 ‘함께살림·함께살기’로 나아갈 노릇이지 않을까? 왼쪽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오른쪽이다. 우리 몸에서 왼손만 쓸 수 없고, 오른손만 쓸 수 없다. 왼눈이나 오른눈으로만 보다가는 ‘외눈·외곬’이라 여긴다.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나란히 써서, 왼발과 오른발로 똑같이 내딛을 적에 비로소 ‘걷다’를 이룬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별과 이 땅과 이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너하고 나를 쩍쩍 가르는 ‘극좌·극우’라는 빨간띠가 아니다. “그래 넌 왼쪽이구나”랑 “그렇구나 넌 오른쪽이네” 하고 받아들이면서,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대화)’를 할 일이다. ‘함께’를 바라보면서 왼오른발을 함께 쓸 노릇이다. ‘함께’를 헤아리면서 왼오른손을 함께 다룰 노릇이다. ‘두손모아’ 고요히 바랄 수 있다. ‘손모아’ 참하게 그릴 수 있다.


“움푹이가 모른다 해도 손가락여우는, 아니 콩알개는 그 아이의 집안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 애 주변을 맴돌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 맞아.” “결국 우리 생각이 그만큼 빗나갔다는 얘기야.” 《콩알만한 작은 개》 156쪽


  오른무리가 왼무리를 함부로 따지고 재고 자르는 짓은 멍청했다. 왼무리가 오른무리를 깔보고 얕보고 모자라다고 놀리거나 손가락질하는 짓도 멍청하다. 누가 더 잘못했다거나, 누구야말로 말썽거리라고 끊거나 가를 일이 아니다. 이쪽 삿대질이건 저쪽 손가락질이건 똑같이 얄궂다. 우리가 할 일은 삿대질도 손가락질도 아닌 ‘두손잡기’여야 하지 않을까? “이 모습을 보렴” 하고 짚어 주고,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물어보고 귀여겨듣는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길(소수자)을 작은씨앗으로 삼아서 돌보고 아끼려면, 작은길뿐 아니라 왼길과 오른길이 나란히 서면서 가운길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노릇이다. 가운길을 잊거나 잃거나 팽개친 채 뿔뿔이 흩어지는 왼길과 오른길로 싸움박질만 붙일 적에는 그저 불바다이다. 우리 스스로 왼이나 오른이라는 하나만 외따로 고르려고 할 적에는 그야말로 예나 이제나 피비린내가 흐르는 불바다에서 헤맨다.


아침에 또 간다의 진보초로 향했다. 이와나미서점과 고서점에 들러 책을 좀 샀다. 그리고 오후에는 직원들에게 줄 가벼운 선물을 좀 샀다. 이런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또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하면서 살아야 될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는 생각보다 종업원이라는 생각이 더 짙게 작용했던 적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잠보 잠보 안녕》 79쪽/1985.12.7.


  ‘그들·그놈들’이라는 말도 언제나 따돌림말(혐오표현)이다. ‘극좌·극우’라는 빨간띠도 언제나 사납말(혐오표현)이다. “쟤네들은 왜 저래?” 하고 눈꼴시게 흘기면서 ‘따지기(분석·평가)’를 할 때가 아니다. “그래, 우리 좀 만나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손을 맞잡고 천천히 들길을 거닐면서 끝없이 말을 나누어야 할 때이다.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잡아야지. 오른손으로는 왼손을 쥐어야지. 둘이 나란히 손잡는 어깨동무로 나아가면서 ‘말나눔(이야기)’을 하지 않는다면, 서로 옳다(정의)고 목소리만 높이는 끔찍한 불늪으로 잠길 테지. 누가 옳으니 그르니 하고 따지는 일은 나쁘지 않다만, 따지기만 하니 싸우고 겨루고 다투다가 불이 붙느라, 둘 다 일을 안 한다. 우리는 ‘일’을 할 사람이다. 버스일꾼이나 택시일꾼이 왼켠이건 오른켠이건 그저 버스를 몰고 택시를 몬다. 가게지기가 오른켠이건 왼켠이건 누구나 맞이하면서 살림을 사고판다. 책집지기가 왼켠이라면 왼켠만 손님으로 맞아야 하나? 책집지기가 오른켠이라서 오른켠만 책손으로 삼아야 하나? 책집지기는 왼켠이거나 오른켠일 수 있되, 손님맞이는 늘 ‘가운자리’로서 할 노릇이요, 모든 책은 ‘가운눈’으로 살피면서 읽고 익혀서 나눌 노릇이다.


“쓰레기네! 뭐야? 왜 그렇게 자신이 넘쳐? 설마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서 얘기했어? 바보 아냐?” …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미와가 만난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던 그녀의 빛. 미와의 밑바닥 인생에서는 결코 쌓을 길이 없었던 기적적인 인간관계였다.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7》 66∼67, 163쪽


  우리는 이제 “이웃집 극좌”도 “이웃집 극우”도 아닌 “이웃집 너”를 만나러 담벼락부터 허물어야 한다. 이웃집은 왼도 오른도 아닌 그저 ‘이웃’이다. 이 땅에 찾아와서 일하는 사람이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듯, 이 땅에서 오래도록 옆집에서 살아온 사람도 ‘이웃’이다. 이웃을 마주하면서 이으려 하기에, 말이 흐르고 흐르며 잇는 길인 ‘이야기’라고 한다. ‘읽다’란 ‘일다 + 익다’이다. 물결이나 바람이 흐르려면 이곳과 저곳 사이를 흐르면서 잇는다. 나하고 다른 너를 만나서 잇는 마음을 물결과 바람처럼 일으키면서 새길을 익히려 하는 매무새라서 ‘읽다’라고 한다. 바야흐로 누구나 ‘읽을’ 때이다. ‘외우기’가 아닌 ‘읽기’를 할 때이다. 왼켠만 높이거나 오른켠만 높이려 하니까 골이 파인다. 왼켠을 낮추거나 오른켠을 낮추려 하니까 부글부글 끓는다.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을 노릇이다.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할 노릇이다. ‘함께’를 바라보는 하늘빛으로 살림하는 하루를 열기에 비로소 ‘읽기’요, 읽고 일구면서 일으키는 임(님)으로 마주한다.


“안 내키면 굳이 안 도와줘도 돼. 니코는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그러니 책임지고 보호자 역할을 계속할 거고.” … “모이짱,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어? 아 참, 나 있잖아!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어! 너무 행복해!” “하하, 잘됐네. 정말 잘됐어.” 《위치 워치 16》 15, 170쪽


  ‘나’는 네 곁에서 “이웃집 나”이면 된다. 우리는 ‘이웃말’을 배우면 된다. 이제부터는 ‘외국말’이 아닌 ‘이웃말’을 서로서로 배우면서 마음을 잇고, 이야기를 하고, 읽고 쓰기를 즐기고, 바다와 바람처럼 맑게 일어나는 하루일을 하면 된다. 코앞이나 옆에 있어도 이웃으로 여기지 않으니 ‘놈’이라고 하찮게 밀쳐낸다. 눈앞에서 마주하지만 이웃으로 삼지 않기에 ‘남’이라고 슥슥 지나친다. 눈을 뜨면서 만날 때에, 나부터 밝다. 눈을 감고서 등지니까, 나부터 캄캄하다. 이웃집에는 극우도 극좌도 없다. 이웃집에는 그저 이웃이 있다. 이웃이 어느 길을 걷든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야, 우리 스스로 어느 길이든 아름답게 걷는다.


ㅍㄹㄴ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5》(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5.3.15.)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콩알만한 작은 개》(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1.8.15.)

#佐藤さとる #コロボックル物語 #だれも知らない小さな國

《잠보 잠보 안녕》(윤형두, 범우사, 1995.12.27.)

《미와 씨 행세를 합니다 7》(아오키 유헤이/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6.4.30.)

#ミワさんなりすます #靑木U平

《위치 워치 WITCH WATCH 16》(시노하라 켄타/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5.3.31.)

#ウィッチウォッチ #篠原健太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더우먼 허스토리
윌리엄 몰튼 마스턴 원작, 질 르포어 지음, 박다솜 옮김 / 윌북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6.14.

책으로 삶읽기 1133


《원더우먼 허스토리》

 질 르포어 글

 윌리엄 몰튼 마스턴 그림

 박다솜 옮김

 윌북

 2017.5.10.



《원더우먼 허스토리》(질 르포어/박다솜 옮김, 윌북, 2017)를 읽었다. ‘wonder woman’이라서 ‘her + story’라고 붙이는구나 싶은데, ‘wonder’하고 ‘woman’에 나란히 ‘wo’가 앞말로 붙은 줄 알아채는 눈은 얼마나 될까.‘wo’가 무엇을 그리는지 헤아리거나 짚는 눈은 어디에 있을까. ‘he + story’를 보면 ‘he’는 ‘사내’가 아니라 ‘임금놈’과 ‘우두머리’이다. 싸움박질을 하면서 벼슬자리를 차지한 웃머리인 임금이란 놈이 뭘 했고 뭘 차지했고 누굴 죽였고 푸른별을 어떻게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면서 ‘그놈 이름만 줄기차게 새기려 했는’지 발버둥을 친 자국이 바로 ‘역사(歷史/he + story)’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her + story’는 무엇일까? ‘웃머리 임금’과는 다르게 사랑을 짓거나 푸른살림을 돌보거나 파란별을 가꾸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빛나는 하루를 걸은 발자국을 보여주는가? 아니면 ‘그놈(임금무리)’들하고 똑같이 ‘힘’으로 무찌르는 으뜸이(영웅)라는 얼굴을 쓰는가? 아기를 낳는 어머니는 놀랍도록 빛나는 사랑이다. 아기를 돌보는 아버지는 놀랍도록 밝은 사랑이다. 아버지는 아기를 몸에 못 품고 못 낳지만, 아버지란, 아기를 비롯해서 어머니를 함께 돌보고 살필 수 있는 솜씨를 키우는 자리라고 느낀다. 어머니란, 언제나 노래하고 놀이하는 손끝과 눈끝과 몸끝으로 온누리에 이야기꽃씨를 심는 자리라고 느낀다. ‘그놈처럼 힘이 세다’는 ‘원더우먼’이 나쁠 까닭은 없지만, 힘꾼(영웅)끼리 모두 다 ‘해준다’는 줄거리는 이제는 살며시 떠나보낼 일이지 싶다. 이제부터는 ‘he + story’도 ‘her + story’ 아닌, 이야기(story)만 함께 품으면서 서로 손을 맞잡고서 사뿐사뿐 숲길을 거니는 하루를 살아야지 싶다.


ㅍㄹㄴ


“남자잖아!” 다이애나 공주는 트레버 대위를 발견하고 놀라 소리친다. “파라다이스 섬에 남자라니!” 그녀는 그를 아기처럼 팔에 안고 데려간다.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히플리테는 신의 뜻을 묻는다. “그 남자를 미국으로 데려가서, 증오와 억압의 힘에 맞서 싸우는 걸 도와라.” 아프로디테가 조언한다. “가장 강하고 현명한 아마존을 함께 보내게. 민주주의와 여성의 평등권을 지켜낼 마지막 보루인 미국으로!”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말한다. 32쪽


생어와 마스턴과 할러웨이는 여성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랑이 무력보다 강하다는 이유였다. 146쪽


1943년 2월 그녀(조제트 프랭크)는 게인즈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시다시피 저는 단 한 번도 이 만화를 좋게 본 적이 없습니다.” 프랭크는 이렇게 운을 뗐다. “판매량이 입증하듯이 만화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저희와 유사한 어떤 집단에서나 상당한 비판을 불러올 것입니다. 일부는 여성의 의상 때문이고 일부는 여성을 사슬에 묶거나 고문하는 등의 가학적인 장면 때문입니다.” 332쪽


그는 나아가 바이올렛이라고 그가 가명을 붙인, 아는 여고생 하나가 《원더우먼》에서 영감을 받아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다니며 ‘원더걸스’라는 비밀 고등학생 모임을 만들었다고 상세하고 설명했다. 그의 묘사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정교한 의상을 입고 남자아이들을 묶어두고 때렸다고 한다. 336쪽


#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 (2015년) #JillLepore


+


70여 년간 한 번의 절판도 없이 사랑받았고

→ 일흔 해 동안 끊기지 않으며 사랑받았고

→ 일흔 해 내내 그대로 사랑받았고

8쪽


판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에 실마리를 던지고자 했다

→ 살펴볼 수 있는지 얘기할 실마리를 풀고자 한다

→ 헤아릴 수 있는지 따지는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98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6.9.


《운동장은 사라졌지만》

 박효미 글·이나무 그림, 여름꽃, 2026.1.30.



어제 큰아이랑 가볍게 저잣마실을 갔는데 쌀값이 열흘 사이에 또 올랐다! 논을 짓는 이웃님 말씀을 들으면, “내다파는 쌀값”은 바닥이되, “모심개(이앙기)에 벼베개(콤바인) 부르는 값”은 치솟는다. 가게에 나오는 쌀값도 껑충껑충 뛴다. 이제 다들 그루(주식)는 그만 쳐다보고서, 살림살이를 봐야 할 때이지 않나? 새뜸(신문)에는 ‘그루값(주식시세표)’이 아닌 ‘살림값(물가정보)’을 실어야 맞지 않나? 딱새도 참새도 여러 작은새도 우리집 마당에 살살 내려앉아 총총총 뛴다. 빗물받이를 기웃하면서 물을 마시고, 하나둘 떨어지는 후박알을 쫀다. 《운동장은 사라졌지만》을 돌아본다. 예부터 ‘학교 = 작은 사회’라 했다. ‘작은 사회 = 작은 정부’이다. ‘학교·사회·정부’는 모두 나란하다. 힘(권력)으로 움직인다. 이제 거의 씻어내는 길이되 아직 곳곳에 남은 ‘가부장제’는 집조차 힘(권력)으로 짓누르는 굴레였다. 나이를 벼슬로 여기고, 자리를 감투로 삼으니, 그저 힘이 춤춘다. 나이를 놓아야, 힘·돈·이름을 놓아야, 겉모습을 놓아야, 서로 오롯이 넋으로 만나서 어울린다. 놓아야 놀 수 있고, 놀 때에 노래하며, 노래하기에 노을처럼 높이 날아오르고, 너울처럼 싱그럽게 피어난다. 어린이와 읽을 글이라면 “힘을 놓고서 글을 쓸” 노릇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李 "열몇 명 투표 못 한 줄" 野 "무너진 선관위, 대통령 탓"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296367


청담동도 "절반만 인쇄"…100장 이상 부족 17곳 봤더니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362590?cds=news_media_pc&type=editn


박찬대 송도1동 3030표, 2동도 3030표… 선관위 "우연한 결과"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35256?cds=news_media_pc&type=editn


[르포]잠실 봉쇄 시위 나흘째 다시 커진 “부정선거” 목소리···전한길 “이재명 정권 하야해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450651?sid=102


“투표도 보장 안된 나라, 아이에 물려줄 수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80847?ntype=RANKING


+


이 대통령 “‘우리 색깔은 이거야’ ‘너 언제든 배신할 거지’ 모욕하면 되겠냐”···유시민·김어준·정청래 작심 비판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33


김어준 “MB국정원 공작”, 최욱 “탱크 밀어야”···‘2030 보수화는 범죄’라는 여권 스피커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32?ntype=RANKING


주애는 정말 후계자일까…‘4대 세습’ 논의로 북한이 얻은 것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1027?ntype=RANKING


매불쇼 최욱 “일베는 전두환식 탱크로 밀어야” 사과…“단, 극우에겐 아냐”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691034


우크라 파병했더니 평양에 아파트가…北경제 8년만에 최고 성장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6301011?cds=news_media_pc&type=editn


+


[속보] 사전투표 득표수 ‘동일 사례’ 추가 확인…인천 넘어 전남 곳곳서 잇따라 발견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5822


광주 사는 20대입니다. 광주는 왜 개발을 막아야 더 잘산다고 생각하나요?

https://cafe.naver.com/sutdytool/482547?query=%B9%CE%C7%FC%B9%E8%20%C0%CC%C1%A4%C7%F6%20%BB%E7%C0%FC%C5%F5%C7%A5&art=aW50ZXJuYWwtY2FmZS1hcnRpY2xlLXJlYWQtc2VhcmNoLWxpc3Q.eyJ0eXAiOiJKV1QiLCJhbGciOiJIUzI1NiJ9.eyJjYWZlVHlwZSI6IkNBRkVfSUQiLCJhcnRpY2xlSWQiOjQ4MjU0NywiaXNzdWVkQXQiOjE3ODA5NjQzOTMyMTksImNhZmVJZCI6MjQ1MzI4MTB9.M_uiwk8IqoAz-gIqCVhZU6symnTUJEJpVW8idCTFXs8&useCafeId=false&tc=naver_search&where=search&iframeQuery=%B9%CE%C7%FC%B9%E8%20%C0%CC%C1%A4%C7%F6%20%BB%E7%C0%FC%C5%F5%C7%A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