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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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2.

그림책시렁 1392


《파란 막대 파란 상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12.20.



  뭘 해야 하거나 안 해야 한다고 가르면 괴롭습니다. 하루를 그리면서 하기에 가붓하면서 호젓합니다. 하루를 안 그리거나 못 그리는 채 심부름을 하거나 따라가야 하면 고달프면서 지칩니다. 가시내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키거나 저렇게 하지 말라고 막는 곳에서는, 사내한테도 이렇게 하라고 닦달하면서 저렇게 하지 말라고 끊습니다. 한쪽만 홀가분한 터전은 없습니다. 한쪽을 막는 터전은 다른 모든 쪽을 나란히 막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물길을 가두더라도 물은 흐릅니다. 빗물을 막더라도 비는 내립니다. 가로막는 담은 천천히 닳고 낡으면서 구멍나고 조각나지요. 냇물하고 빗물은 온누리를 부드럽게 찬찬히 다독이고 달래면서 새롭게 깨웁니다. 《파란 막대 파란 상자》는 두 사람 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둘은 하늘빛을 닮은 파란 어느 살림으로 저마다 길을 열려고 합니다. 둘은 서로 다르게 닫히거나 갇힌 곳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새롭게 서려는 뜻을 키우고, 새롭게 담으려는 꿈을 가꿉니다. 일어서는 뜻을 가로막는 무리는, 담으려는 꿈을 가로막겠지요. 가로막는 무리는 이쪽저쪽이 얼핏 달라 보여도 똑같습니다. 새길로 일어서고 담는 사람 또한 얼핏 다른 듯해도 나란합니다. 자, 손을 맞잡고서 함께 담을 녹여서 꽃뜰을 지어요.


ㅅㄴㄹ


#IwonaChmielewska


《파란 막대 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 자못 골아픈 얼굴로 말합니다

→ 자못 끙끙거리며 말합니다

3쪽


할머니께 막대를 물려받았지요

→ 할머니가 막대를 물려줬지요

→ 할머니한테서 막대를 받았지요

3쪽


막대는 점점 더 비밀스럽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 막대는 더 그윽하고 남다릅니다

→ 막대는 더 깊고 새롭습니다

3쪽


마치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 마치 내가 큰 듯합니다

→ 마치 내가 높아 보입니다

3쪽


액자 속에 있는 가문의 여인들이 모두 자기를 향해 살짝 몸을 굽혀 웃어 주는 것 같았지요

→ 그림틀에 담긴 집안순이는 모두 저한테 살짝 몸을 굽혀 웃는 듯하지요

→ 틀에 담긴 우리 집 순이는 모두 나한테 살짝 몸을 굽겨 웃는 듯합니다

4쪽


눈밭 위에 여러 가지 크기의 완벽한 원을 그리는 것이었다

→ 눈밭에 여러 가지 동그라미를 곱게 그린다

→ 눈밭에 동그라미를 여럿 깔끔하게 그린다

10쪽


할머니의 어릴 적 취미는 하늘과 태양과 구름을 관찰하는 일이었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즐겨보았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늘 보았지요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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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추운 날 2024.4.10.물.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시원한 날”이나 “따뜻한 날”은 따로 없어. “흐르는 철”에 따라서 해바람이 다를 뿐이야. 해바람이 다르게 흐르는 길을 읽고 느끼면서 스스로 몸을 챙기고 차리고 맞추어서 지내면 돼. 살갗으로 스미는 해바람이 넉넉한지 모자란지 살피면서, 옷가지나 이불을 어떻게 추스르고, 집안을 어떻게 틔우거나 덥힐는지 헤아려야겠지. 너는 네 하루를 살아내게 마련이니, 네 살결을 살펴서 움직이면 돼. 남들이 무엇을 입거나 벗거나 챙기든, 네 알 바 아니지. 게다가 날씨는 네 마음을 따라서 움직이니까, 네가 어떤 마음인지부터 제대로 알 노릇이야. 한 사람이 바꾸는 날씨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바꾸기도 하는 날씨야. 고이 흐르는 날씨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춤추는 날씨이기도 하단다. 넌 하늘을 어떤 눈으로 보니? 넌 바람을 어떤 몸짓으로 맞이하니? 넌 해와 별을 어떤 마음으로 그리니? 모두 네가 나아가는 그대로 흐른단다. 매캐한 하늘도, 뿌연 하늘도, 세찬 바람도, 싱그러운 비도, 맑게 트는 하늘도, 쏟아지는 별도, 늘 네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안개가 들려주는 말을 들으렴. 벼락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 봐. 꽃잎도 나뭇잎도 늘 너한테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준단다. 몸이 안 좋아서 추울까? 아니야. “추위를 머금으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춥단다. “더위를 마시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더워. 추위는 춥게 머금고, 더위는 덥게 마시면서, 몸이 깨어나고 마음이 살아. 기쁘게 맞아들여서 녹여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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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집 2024.4.9.불.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놓는 집이야. 혼자 살거나 여럿이 살거나, 살림살이를 놓고, 태어나서 자라는 아기와 지내고, 이어가려는 꿈을 담고, 일구고 가꾸는 모든 일감을 두는 집이야. 하늘을 훨훨 날며 바람을 마시는 새는, 새끼(아기)를 낳아 돌보려고 집을 지어. 혼자 지낼 적에는 굳이 집(둥지)을 틀지 않고서, 나뭇가지에 앉거나 풀숲에 깃들거나, 굴이나 구멍에 들어가서 조용히 단잠을 누려. 새가 집을 짓는다면, 이제 새롭게 삶을 이어서 푸르게 펼 길을 바라본다는 뜻이야. 곁에 새집이 있으면, “아기를 낳아 돌보는 사랑”을 배울 수 있고, 새벽을 열고서 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펴는 노래를 배울 수 있어. “살림을 노래하며 짓는 하루”를 온몸으로 선보이는 새이거든.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은 자꾸 새집을 허무는구나. 아예 새가 못 깃들 만큼 찻길·아파트를 늘리고, 군대와 전쟁무기를 늘리네. 하늘을 누비는 새가 다니는 길을 쇳덩이로 가르면서 가로막기도 하고. 땅에서도 숲짐승이 깃들거나 다닐 곳을 온통 사람들이 차지하고. 아무래도 “새가 사라진 별”이 어떻게 뒹구는가를 모르는 탓이겠지. 벌이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지고, 나비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무너져. 새나 개미나 파리가 사라져도 사람나라는 그저 무너지지. 그래서 숱한 벌레와 새와 짐승과 헤엄이는 더 애써서 살아가려고 한단다. 제비집은 사람으로서는 고작 주먹 크기이거나 이보다 조금 커. 제비집이 있는 마을과, 제비집이 몽땅 사라진 마을을 견주어 보렴. 제비가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에 사람은 아기를 낳고서 삶을 이을 만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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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4.20. 바보 이오덕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언제나 처음은 씨앗 한 톨입니다. 두 톨도 석 톨도 닷 톨도 열 톨도 온 톨도 즈믄 톨도 아닌 한 톨입니다. 모든 숲은 씨앗 한 톨부터 첫밗을 엽니다. 사람도 늘 첫걸음을 씨앗 한 톨로 뗍니다. ‘나’는 ‘낳은’ 숨빛입니다. 나로 낳은 ‘나’를 바라보고 품을 줄 알 적에 ‘날’ 수 있고, 훨훨 날면서 ‘놀’다가 문득 ‘너’를 만나는 길에 ‘너머’로 갑니다. 그런데 나를 잊을 적에는 ‘너무’ 한켠으로 기울면서 ‘넘치’게 마련이요, 언제 어디에서나 나를 찾고 보고 그리고 돌아볼 적에는 ‘너울거’립니다.


  숲노래 씨한테 부산이란 곳은 2000년 어느 날부터 이웃으로 스몄습니다. 1994년 3월에 들어간 뒤에 싸움터(군대)를 거치고서 1998년 12월에 그만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만난 동무 가운데 여태까지 이따금 말을 섞는 꼭 한 사람이 있는데, 부산내기입니다. 이 부산내기를 보려고 2000년에 처음 부산마실을 하면서 보수동책골목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토록 아름책터를 품은 고장이 부산이라면, 부산사람은 서울바라기를 할 까닭이 없이 스스로 스스럼없이 스승길을 걸을 만하리라 여겼습니다.


  지난 2023년 가을부터 부산 동광동 〈곳간〉에서 ‘살림씨앗’ 배움모임을 함께 꾸리는데, 올 2024년 4월부터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이란 이름으로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함께 꾸립니다. 아마 2024년 5월부터 부산 거제동 〈책과아이들〉에서 ‘바보눈’이란 이름으로 또다른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함께 꾸리려고 합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란 뒤에 서울에서 열린배움터를 다니다가 그만두고는,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책마을에 발을 들이다가,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을 맡더니, 어느새 ‘이오덕 글갈무리(유고 정리)’를 하다가, 2011년부터 전남 고흥 깃새로 옮겨서 살아가는데, 인천서도 서울서도 전라남도에서도 아직 한 적이 없는 “이오덕 읽기 모임”을 부산에서는 두 갈래로 새롭게 꾸린다니, 스스로 보기에도 놀랍고 대견하며 대단하고 대수롭구나 싶어요. 이른바 ‘대박’입니다.


  여러 ‘대-’ 낱말을 슬쩍 읊어 보는데, ‘대’는 ‘대나무’에서 비롯한 ‘대’입니다. 뼈대요 꽃대이고, 장대에 바지랑대입니다. 속대에 ‘대다·기대다·대님’이고, ‘대차다·당차다’이면서, ‘대롱·빨대’예요. 그냥 우리말입니다. 그저 우리말이지요.


  이오덕 어른을 읽는 길은 어렵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그저 스스로 우리 삶으로 읽고서 우리 살림으로 풀고서 우리 사랑으로 익혀서 우리 노래로 품는 숲빛을 헤아리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즐겁습니다. 받들거나 우러르거나 모시거나 섬기거나 올리거나 기려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란, ‘아이’ 곁에서 상냥하게 웃고 부드럽게 말하면서 기쁘게 북돋아서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어깨동무인 사람입니다. “이오덕 어른”이라 할 적에는 대단하거나 놀라워서 우리 손이 안 닿는 곳에 있는 분일 수 없습니다. “이오덕 어른”이라 할 적에는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어떻게 웃고 춤추고 노래하다가 놀고 쉬고 일하고 살림하는 마음인지 가만히 돌아보는 조그마한 씨앗이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부산 아닌 여러 고장에서도 “이오덕 읽기 모임”을 다르게 펴고 나눌 수 있습니다. 뜻하는 곳과 이웃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찾아갈 테니까요. 재미있게도(?) 광주·전남에서는 여태 어느 곳에서도 어느 분한테서도 “이오덕 읽기 모임”을 하자는 말을 들은 바 없습니다. 서울에서도 이런 말을 아직 못 들었습니다. 굳이 이오덕을 얘기하는 자리를 열어야 하지는 않고, 꼭꼭 이오덕을 살피는 마당을 펴야 하지는 않아요. 그저 이오덕이라는 씨앗 한 톨이 이 땅에서 우리 곁에서 어떻게 노래빛으로 피어났는지 되새기면서, 우리 마음씨에 우리 말씨를 얹고 우리 글씨를 놓고서 우리 목소리를 밝히면 넉넉하고 아름다울 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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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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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1.

그림책시렁 1391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다시마 세이조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2007.5.10.



  지난해인 2023년만 해도 비바람이 지나가면 이틀쯤 하늘빛이 맑았습니다. 올해인 2024년은 비바람이 씽씽 휘몰고 지나가도 이튿날조차 하늘빛이 안 맑습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하늘을 보다가 깜짝 놀라는 나날입니다. “왜 이럴까? 무슨 일일까?” 하고 갸웃하면서 하늘바라기를 하던 어느 날, 문득 하늘소리가 마음으로 스밉니다. “얘야, 보렴. 서울(도시)은 서울대로 길바닥을 까맣게 덮고 잿더미(아파트)가 끝없이 솟느라 흙이 사라졌어. 서울을 비바람으로 씻어도 먼지가 돌아갈 흙이 없으니, 먼지는 다시 하늘로 퍼진단다. 시골은 예전에 흙과 풀밭으로 논둑이고 빈터가 흔했다면, 요새 시골은 논둑에 고샅에 도랑마저 잿빛으로 덮고서 다들 부릉부릉 모는구나. 이제는 시골에서도 먼지가 돌아갈 흙이 확 줄어드니, 너희가 사는 곳은 먼지투성이일밖에 없단다.”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을 물끄러미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을 펴는 어린이는 풀밭이나 풀숲에서 맨발로 뛰어 본 하루가 있으려나요? 풀이름을 다 알아야 하지 않고, 꽃이름을 모두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풀놀이를 하고 풀노래를 부르면 즐겁습니다. 놀고 노래하는 사이에 스스럼없이 마음으로 스며서 이름을 붙입니다. 통통 튀는 공이 돌아다닐 풀밭이 왜 사라지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는 뭘 해야 할까요?


ㅅㄴㄹ


#田島征三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다시마 세이조/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2007)


풀숲에 커다란 꽃이 활짝 피어 있어

→ 풀숲에 꽃이 크게 활짝 피었어

24


덩굴들이 나를 붙잡으려고 해

→ 덩굴이 나를 붙잡으려고 해

29


어느새 내 마음은 친구들로 가득 찼어

→ 어느새 마음은 동무로 가득 찼어

3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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