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57 : 독서 번번이 -게 만든다



끓이면서 하는 독서는 나를 번번이 일어나게 만든다

→ 끓이면서 읽으면 자주 일어나야 한다

→ 끓이면서 읽자면 자꾸 일어나야 한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 17쪽



무엇을 끓이면서 읽을 적에는 글에만 마음을 기울이지 못 합니다. 끓어서 넘칠 수 있으니, 국이건 밥이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불가에서 밥을 차리면서 틈을 내어 읽으니 자꾸자꾸 일어납니다. 자주 일어나지요. 쪽틈읽기인 만큼 쉬엄쉬엄 읽고, 밥도 글도 나란히 헤아립니다. “-게 만든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독서(讀書) : 책을 읽음. ‘책 읽기’로 순화

번번이(番番-) : 매 때마다 ≒ 매매·매번·매양·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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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3 : 그중 인상깊었던 한 수강생분의


그중 인상깊었던 한 수강생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 배우던 분이 뜻깊게 남긴 말이 생각납니다

《작사의 시대》(조동희, 휴머니스트, 2023) 9쪽



‘그중’하고 ‘한’을 넣은 옮김말씨입니다. 배우는 분을 가리킬 적에는 “배우는 분”이라 할 뿐입니다. “한 배우는 분”이 아닙니다. 이 글월은 임자말이 ‘말이’로군요. 임자말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얄궂습니다. ‘배우던 분’을 임자말로 삼으면서 통째로 손질합니다. ㅅㄴㄹ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잔기(殘基)

수강(受講) : 강의나 강습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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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143 : 가장 -된 도시 중 천의 매력 가진 별명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천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 아주 오래된 고장으로, 즈믄빛이 흐른다고도 여겨요

→ 아주 오래된 고을로,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고 여겨요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7쪽



‘가장’을 붙일 적에는 ‘하나’만 듭니다. 여럿을 들 적에는 ‘아주·매우·몹시·무척’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아주 오래된 어느 고장을 말할 적에는 “도시 중 하나”가 아닌 ‘고장·고을·마을’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천의 매력을 가진”이나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도 옮김말씨예요.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나 “즈믄빛이 흐른다”로 손질합니다. 따로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면, ‘즈믄빛고을’이나 ‘즈믄고장’처럼 써 볼 만합니다. ㅅㄴㄹ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천(千) : 백의 열 배가 되는 수 ≒ 일천

매력(魅力)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별명(別名) : 1.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 ≒ 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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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144 :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



투발루는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 투발루는 아홉 섬 나라인데

→ 투발루는 섬이 아홉인데

→ 투발루에는 아홉 섬이 있는데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20쪽



섬이나 나라는 ‘개’로 안 셉니다. “두 섬”이나 “세 나라”처럼 셉니다. 이 보기글은 “아홉 섬”이라 하면 되고, 옮김말씨인 ‘이루어졌는데’를 손질하면서 “섬이 아홉인데”나 “아홉 섬이 있는데”로 적을 만합니다. ㅅㄴㄹ



개(個/箇/介) : 1. 낱으로 된 물건을 세는 단위 2. [광업] 무게의 단위. 한 개는 지금(地金) 열 냥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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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2
김미조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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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4.13.

맑은책시렁 306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

 김미조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4.1.15.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를 곰곰이 읽으며 돌아보자면, 우리나라는 품이 매우 좁습니다. 이웃나라 나그네를 못 받아들일 만큼 품이 좁기도 하지만, 한마을 이웃이며 동무조차 못 받아들일 만큼 품이 좁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품이 좁은 터전이지는 않았습니다. 너그럽고 넉넉하게 품는 마음이 피어나는 터전이었어요. ‘품앗이’라는 이름과 일이 그냥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품·품다’라는 오랜 낱말처럼, 서로 푸근히 안고 달래면서 북돋우는 터전이었습니다.


  품은 왜 사라질까요? 첫째, 힘꾼이 불거지면서 품이 사라집니다. 힘으로 누르고 닦달하고 때리는 짓이 퍼지면서 품이 사라져요. 힘꾼이란 우두머리요, 임금붙이입니다. 둘째, 돈꾼이 나타나면서 품이 사라집니다. 거머쥐고 움켜쥐면서 둘레를 부리거나 휘두르니 품이 사라집니다. 돌고도는 돈이 아니라, 묶는 돈으로 치우치면서 돌머리가 늘어나니 품이 사라질밖에요. 셋째, 이름꾼이 나풀거리면서 품이 사라집니다. 이름을 내세워 동무를 깎거나 얕보는 무리가 늘어나니 품이 사라집니다. 이름꾼이란 글꾼입니다. 글붓으로 가르고, 글끈(학연·학맥)으로 담벼락을 세우니, 품이 사라집니다.


  예전에 어느 힘꾼이자 우두머리가 “뭉치면 산다” 같은 말을 읊었는데, 뭉치기만 하면 뭉그러집니다. 망가지지요. 끼리끼리 뭉칠 적에는 이웃을 안 쳐다보고 동무를 내치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사람답게 살려면 ‘뭉침질’이 아닌 ‘어깨동무’를 할 일입니다. 어깨를 겯고서 함께 느긋이 걸어가면서 넉넉히 살림을 북돋울 적에 비로소 아름나라로 한 걸음 내딛습니다.


  나그네나 떠돌이는 왜 생길까요? 이웃하고 손을 안 잡으니까요. 동무하고 어깨를 겯지 않으니까요. 마음을 나누는 말을 펴지 않으니까요. 혼자 거머쥐면서 우쭐거리거나 자랑하니까요.


  집에서 집안일을 함께 맡고 누리며 활짝 웃는 길부터 열 적에 어깨동무와 사랑이 깨어납니다.  도란도란 즐거운 보금자리가 하나둘 늘 적에, 두런두런 넉넉한 마을이 자라나고, 이러한 마을이 모인 나라도 아름답겠지요.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는 뜻깊게 나온 책입니다만, 이 대목은 조금 덜 다룬 듯싶습니다. 나라(정부) 탓에 앞서 ‘나부터 돌아보기’를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어요. ‘다 다른 나’가 모여서 ‘나라’를 이룹니다. ‘다 다른 나’로서, 나랑 네가 환하게 웃는 살림길을 새로 열어 가는 아주 조그마한 밑일부터 펴는 어진 마음을 다스리기를 바라요.


ㅅㄴㄹ


약 3530만 명의 난민이 있어요. 그런데 이는 2022년 말 유엔 세계 난민 보고서가 발표한 숫자일 뿐이에요. 사람들을 난민으로 내모는 일은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14쪽)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률이 매우 낮아요. 1994년에서 2023년까지 평균 난민 인정률은 2.8%에 불과해요. (48쪽)


난민은 나와 다른 사람이에요. (100쪽)


우리는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그만두게 할 수 없어요. 또 우리는 수많은 사람이 난민이 되는 걸 막을 수도 없어요. (108쪽)


+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천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 아주 오래된 고장으로, 즈믄빛이 흐른다고도 여겨요

→ 아주 오래된 고을로,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고 여겨요

7쪽


하지만 내전은 길어졌어요

→ 그러나 안다툼이 길어요

→ 그렇지만 오래 엇갈려요

→ 그런데 오래 치고받아요

→ 그러나 오래 어지러워요

→ 그렇지만 오래 싸워요

7쪽


실향민 중엔 자기 나라의 다른 지역으로 피난 간 사람도 있고

→ 제 나라 다른 고장을 떠도는 사람도 있고

→ 제 나라에서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도 있고

14쪽


가난한 데다 사회가 혼란한 이런 나라들을 최빈국이라고 해요

→ 가난한 데다 삶터가 어지러운 이런 나라를 바닥나라라고 해요

16쪽


위에서 사람들이 난민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았어요

→ 앞서 사람들이 떠도는 까닭을 살펴보았어요

→ 사람들이 나라를 잃는 까닭을 살펴보았어요

19쪽


투발루는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 투발루는 아홉 섬 나라인데

→ 투발루는 섬이 아홉인데

→ 투발루에는 아홉 섬이 있는데

20쪽


고국으로 돌아가려면 떠나온 원인이 해결되어야 해요

→ 집으로 돌아가려면 떠나온 까닭이 풀려야 해요

→ 둥지로 돌아가려면 떠나온 불씨가 사라져야 해요

→ 보금터로 돌아가려면 떠나온 탓을 걷어야 해요

27쪽


비호국이 더 익숙한 사람도 있어요

→ 돌봄나라가 익숙한 사람도 있어요

→ 돌봄터가 더 익숙한 사람도 있어요

27쪽


모든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서 사는 건 아니에요

→ 모든 사람이 태어난 나라에서 살지는 않아요

→ 모두가 처음 태어난 나라에서 살지는 않아요

32쪽


강제적 이주민이든 자발적 이주민이든

→ 억지로 옮기든 스스로 옮기든

→ 밀어서 옮기든 제발로 옮기든

→ 떠밀려 옮기든 곱게 옮기든

32쪽


국경선은 나라와 나라의 경계선이에요

→ 나랏금은 나라와 나라를 갈라요

→ 나라울은 나라 사이를 그어요

→ 나라담은 나라 사이를 막아요

35쪽


난민이 아니어도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어요

→ 떠돌지 않아도 그냥 머물 수 있어요

→ 나라를 안 잃었더도 그냥 살 수 있어요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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