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2.


《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글/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새가 떨군 매꽃을 줍는다. 가만히 냄새를 맡고서 살근살근 씹는다. 낮에 읍내 나래터로 나간다. 큰아이랑 《AI의 유전자 1∼6》를 놓고서 이야기를 한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남긴 《아톰》하고 《블랙잭》을 섞은 듯한 그림꽃인데, 오사무 님은 늘 바탕에 ‘사랑’을 놓고서, 모든 앙금하고 멍울을 풀어내는 실마리이자 빛과 밤인 ‘사랑’으로 나아간다면, 《AI의 유전자》는 어쩐지 뒤죽박죽 헤매기만 한다. 바람이 이따금 세차면서 부드러이 뻗는 볕이 어루만지는 하루이다. 《천상의 바이올린》을 돌아본다. 진작에 읽었으나 여태 느낌글을 여미지 않았다. 활가락(바이올린)을 깎고 여민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가락을 손에 얹기까지 어떤 살림길을 여투는가를 알고자 한다면, ‘진창현’이라는 사람을 눈여겨볼 노릇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분 책이 새로 나오거나 다시 나올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한우물을 판 보람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손끝에 사랑이라는 숨빛을 담고서 하루하루 땀흘린 길이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하늘활’이라고 하겠지. 글이라면 하늘글로, 말이라면 하늘말로, 마음이라면 하늘마음으로, 늘 하늘빛으로 물든 하루를 살아낼 줄 안다면 반짝반짝하리라 본다.


#陳昌鉉 #天上の弦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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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1.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친치아 기글리아노 글·그림/유지연 옮김, 지양어린이, 2016.11.5.



가볍게 구름이 모인 흐린 아침이다. 마당하고 뒤꼍에 서서 새소리를 듣는다. 새는 늘 새삼스레 노래한다.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록새록 스민다. 큰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온갖 새가 모여드나 봐요.” 하고 말한다. 마을에서 새가 쉴 만한 데는 우리 집이다. 예전에는 이웃집에서도 쉴 만했으나, 다른 집은 자꾸 나무를 베거나 뽑아내더라. 늦은낮부터 가랑비가 듣는다. 저녁에는 제법 내린다. 작은아이가 바라는 짜장국수를 한 솥 가득 끓이면서 밥자리를 차린 뒤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를 읽었다. 여태 나온 다른 ‘비비안 마이어’ 책은 사나웠다. 조용히 살다가 떠난 사람을 마구 파헤치면서 낄낄거린 듯했다. 이 그림책은 부드러이 속삭이는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마음으로 마주하려는 손길이 있구나. ‘사진·작품·예술……’을 허울처럼 붙이는 모든 글과 책은 그저 허울이다. 빛꽃을 멧더미로 남기고서 흙으로 떠난 그분은 ‘허울’이 아닌 ‘하늘’을 보면서 찰칵 담았다.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글치레로 멋부리는 사진비평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면서 문득 찰칵 찍어서 온삶을 온살림으로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느긋이 품고서 빛줄기를 보는 분이 늘기를 빈다.


#LeiVivianMaier #CinziaGhigliano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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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0.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글, 문학과지성사, 2021.8.24.



찬바람은 거의 물러난 듯싶다. 바깥마루에 앉거나 서서 해바라기를 하면 뭇새가 우리 둘레로 내려앉다가 날아간다. 이따금 바람개비(드론) 소리를 듣는다. 풀죽임물을 흩날리는 바람개비가 있고, 좀 먼발치에서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가 있다. 어제는 ‘메·뫼’를 새삼스레 돌아보았고, 오늘은 ‘검불·검질’을 짚는다. ‘검쥐다·거머쥐다’처럼 쓰기도 하는 ‘검’은 ‘감’으로도 잇고 ‘곰·굼’으로도 잇는다. 단군 옛이야기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뜻이 있다. 곰은 ‘고마(고맙다)’요, ‘님(하늘)’이고, ‘꼭두(머리·마루)’이자 ‘고운’ 길이다. 《빛의 자격을 얻어》를 돌아본다. 예나 이제나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여기는 듯싶다. 그래, ‘시’가 되려니 이렇게 말을 짜겠지. 그러나 옷을 짜듯 말을 짜는 길이 아닌, 눈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말을 짜개려 하면, 말도 노래도 없다. 짜내는 글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짜개는 글자락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문학적 성취”가 아닌 “살림노래로 사랑을 풀어내는 글빛”을 밝힐 적에라야, 글님 스스로도 읽님 이웃한테도 노을빛으로 느긋느긋 노느는 글길을 열리라 본다. 짜맞추는 틀은 스스로 갇히는 수렁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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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9.


《통통통 털실 네 뭉치》

 오오시마 타에코 글·그림/김정화 옮김, 아이세움, 2008.8.20.



저잣마실을 하려고 옆마을로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볕은 넉넉한데 바람이 세차다. 볼일을 마치고서 읍내 냇가에 있는 걸상에서 다리를 쉬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이 뜸한 때에 맞추어 나왔기에 사람은 틀림없이 뜸한데, 여기도 저기도 시끄럽다. 뜯고 부수고 뚝딱거리는 쳇바퀴 같다.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결린다. 옆밭에서 벌어지는 실랑이를 지켜보느라 한결 고단하다. 마음을 안 틔우고서 힘을 거머쥐려고 하는 이는 그분 스스로 지칠 텐데, 꿈을 어떻게 그리면서 스스로 꽃으로 피어나는지 배운 적이 없을 수 있고, 배워서 자라려는 마음이 없을 수 있다. “배우기를 멈추면 죽음”인 줄 알아차리지 않으니 늙어간다. 《통통통 털실 네 뭉치》를 되읽었다. 이 아름책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적어서 일찌감치 판이 끊겼다. 글하고 그림이 참으로 고운데, “꾸며낸 그림”이 아닌 “가꾼 그림”인데, “꿈을 가꾸는 길”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이 그림책을 품으려 할 테고, “꾸며낸 틀로 꾹 닫으려는 쳇바퀴”로 맴돈다면 이 그림책을 찾아내려고 헌책집을 마실하는 일이란 없으리라. 다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이 있으니, “나온 적 있다”는 대목을 가슴으로 폭 안으려 한다.


#おおしまたえこ #大島妙子

#ミドリちゃんとよっつのけいと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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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4.5. 특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영어 ‘스페셜’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어울릴까 하고 한참 헤아리고서, 한자말 ‘특수’는 어떠한가를 나란히 놓고 짚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말 ‘다르다·닮다·담다’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지 얼마나 가릴 수 있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둘레를 보면, ‘가르다·가리다’를 제대로 갈라서 쓰는 분을 거의 못 봅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살피지 못 하거나 않기에 생각을 생각답게 꽃피우는 길하고는 다들 멀구나 싶어요.


  몇 달 즈음 골머리를 싸고서 ‘스페셜·특수’를 풀어냅니다. 이윽고 여러 다른 낱말을 풀고서 ‘영웅·영웅적’을 풀기 앞세 셈틀을 끕니다. 좀 쉬어야지요. 이미 풀어낸 말씨를 다시 들여다보고, 예전에 손본 말씨를 새삼스레 뒤적입니다.


  자라나는 말이니 새말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흔히 쓰던 말씨를 여러 곳에 알맞게 쓰는 길을 열기도 합니다. ‘고리’하고 비슷하면서 다른 ‘고’를 살펴본다면, ‘고·고리’ 쓰임새가 매우 넓은 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생각을 스스로 뻗는다면, ‘고·고리’는 ‘곳’하고 맞닿을 뿐 아니라 ‘코’하고 잇는 줄 알아봅니다. 그리고 ‘고르다’하고 얽히지요.


  한자말로 ‘창고’에 깃드는 ‘고(庫)’도 있지만, 우리말 ‘고·곳’이 있습니다. ‘물꼬’도 곰곰이 보면 ‘고’입니다. 낱말을 더 많이 알거나 외워야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말씨에 깃든 숨결을 헤아려서 살림길을 읽어내어 속으로 품을 적에 비로소 마음을 일구면서 눈빛을 환히 틉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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