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21.

오늘말. 찰칵

어린이는 따로 찰칵찰칵 안 찍어도 마음에 남깁니다. 차츰차츰 자라나는 어린이는 어느 날 “글쎄, 내가 예전에 그랬어? 안 떠오르는데?” 하면서 헤헤 웃을는지 모릅니다. 어린날을 잊는 듯 보이기에 건사하고 싶어서 살며시 옮길 만합니다. 두고두고 되새기고 싶어서 눈부신 하루를 살며시 잡아 빛으로 박을 수 있어요. 얼핏설핏 보노라면 지나간 숱한 일을 잊는 듯합니다. 그러나 끄집어내지 않을 뿐, 모든 삶을 온몸과 온마음에 담아요. 종이에 얹어야 간수하지 않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디디고,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함께하면서 차곡차곡 곱새기기에 오래오래 이으면서 곱게 간직하는구나 싶어요. 오늘을 노래하면서 활짝 웃습니다. 하루를 기리면서 고맙게 맞이합니다. 어제도 반갑고, 모레도 새롭습니다. 모든 나날은 빛납니다. 언제나 열매를 거두는 살림입니다. 꽃으로 피어나는 사랑이 있고, 푸르게 일렁이는 들풀처럼 부드러이 퍼지는 빛살 같은 꿈이 있어요. 꼭 훌륭하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즐거워요. 누가 기리거나 높여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따로 모시거나 섬기지 않아도, 잔치를 안 열어도, 기쁘게 품는 새날입니다.


ㅅㄴㄹ


기리다·높이다·노래하다·북돋우다·우러르다·모시다·섬기다·기쁘다·즐겁다·반갑다·고맙다·곱다·아름답다·건사하다·간직하다·간수하다·남기다·남다·놓다·넣다·담다·박다·보람·빛·빛살·빛나다·눈부시다·열매·꽃·꽃빛·사랑·뜻·뜻깊다·뜻있다·값지다·값있다·엄청나다·어마어마·놀랍다·대단하다·훌륭하다·뛰어나다·빼어나다·잔치·두다·품다·안다·맞다·돌아보다·떠올리다·그리다·짚다·헤아리다·새기다·아로새기다·곱새기다·곱씹다·되새기다·되살피다·되짚다 ← 기념(紀念/記念), 기념비적


찍다·담다·박다·그리다·옮기다·남기다·싣다·얹다·잡다·빛박이·새기다·찰칵 ← 촬영, 기념촬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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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21.

오늘말. 미리길

처음에는 푸른별 어디에서나 이웃별을 만날 만했습니다. 나라가 없고 서울이 없던 무렵에는 사람들 누구나 들숲바다에서 살림터를 일구면서 별바라기를 하고 해바라기를 하면서 숲바라기를 했어요. 나라가 서면서 별보기를 등지고 해보기도 등돌리더니 숲보기도 잊어요. 옆나라를 치면서 땅을 넓히려는 우두머리가 수두룩합니다. 활활 사르면서 총칼을 앞세워 쳐들어가고,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마저 불사르면서 이웃 살림터를 지우는 굴레가 잇달았습니다. 이 별에서 태어난 첫걸음을 헤아린다면, 싸우거나 겨루거나 다툴 까닭이 없습니다. 꿈을 지피는 길이 아닌, 미움과 시새움으로 발맞추면서 뒹굴 적에는 그만 스스로 망가져요. 날마다 별하늘을 그리다가 생각합니다. 시골에서조차 별빛이 흐린 오늘날이라면, 큰고장에서는 별누리를 아예 안 쳐다볼 수 있습니다. 먹고사느라 바쁘니까, 하루가 고단하니까, 별밤그림은 안 대수롭다고 여길 만해요. 아주 멀지 않은 앞날에 아이들이 어떤 터전을 물려받을는지 헤아려 봅니다. 별도 해도 숲도 없는 삶터를 물려주어도 될까요? 이제부터 미리길을 가다듬어 미리꽃으로 가꿀 수 있기를 바라요. 먼지를 함께 치워요.


ㅅㄴㄹ


태우다·타다·사르다·불태우다·불사르다·없애다·지우다·치우다·지피다·피다 ← 소각(燒却)


맛보기·맛선·맞추다·맞춤·먼저가다·먼젓길·먼저하다·미리·미리감치·미리가다·미리길·미리꽃·미리하다·앞보다·앞서보다·발맞춤·손맞춤·혀맞춤·첫걸음·첫길·첫발·하다·해두다·해오다·해놓다·해보다·장난 ← 전초전(前哨戰)


별그림·별밤그림·별빛그림·별나라·별누리·별터·별판·별바라기·별보기·별빛·별하늘 ← 플라네타륨(planetarium)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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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 사람 더 2024.3.7.나무.



한 사람 힘으로 모자란 일은 없어. 모자라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을 뿐이지. 두 사람 힘이어야 되는 일은 없어. 둘이 하면서 즐겁고 새로울 뿐이야. 한 사람 더 있어야 하지 않고, 한 사람을 덜어야 하지 않아. 모든 일을 함께 누리는 길을 느긋이 가면 된단다. 언제나 이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돼. 꼭 해야 하는 어떤 말이나, 굳이 안 해야 하는 말이 있지는 않지. 말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말을 움직인단다. 말은 마음을 가꾸고, 마음은 말을 일궈. 나 한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고, 너 한 사람은 새롭게 찾아와. 너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니, 나 한 사람은 이 곁에 깃들어 함께 노래하는 얼거리야. 새 한 마리가 날아앉는구나. 새는 한 마리여도 노래가 그윽하고 맑고 밝고 커. 꼭 한 마리 더 있어야 하지 않아. 굳이 서너 마리를 불러야 하지 않지. 혼자라서 외롭거나 힘들지 않단다. 외로워하니까 외로워. 힘들어하니 힘들지. 좋아하니까 좁고, 싫어하니까 시시하다 못해 시샘해. 사랑하니까 사랑이야.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을 느끼고, 바다로 나아가니 바다를 느껴서 받아들이는구나. 하나씩 할 노릇이야. 한 사람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헤아릴 노릇이야. 한 걸음씩 떼기에 걸어. 두세 걸음을 한꺼번에 뻗지 않아. 그래서 한 사람이 즐거운 곳으로 한 사람 더 깃들 수 있어. 한 사람이 넉넉한 곳으로 한 사람이 새로 찾아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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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식은밥 2024.3.8.쇠.



갓 지은 밥은 따뜻하고 살살 녹아. 봄에 갓 돋는 잎과 꽃송이도 부드럽게 살살 녹아. 봄볕에 겨울눈과 겨울얼음을 녹이면서 온누리를 풀어내듯, 새로 찾아드는 철에 퍼지는 기운을 품은 나물은 너희 몸을 고이 풀어주지. 따뜻밥으로 몸을 녹여. 솥에 남은 밥은 천천히 식어. 따뜻밥으로 몸을 녹인다면, 식은밥으로 몸을 북돋아. 따뜻할 적에도 식은 뒤에도, 차근차근 맞아들여서 차분하게 살찌우지. ‘식은밥’이란 “남은 밥”인데, 남기에 조금 더 넉넉히 둘레에 나눌 수 있어. 이웃하고는 따뜻밥을 나눌 노릇이되, “더 먹지 않고 남은 살림”을 스스럼없이 베풀 만해. 따뜻하지 않고 식었으니 ‘차갑게’ 군다고 여기기도 하더구나. 그렇지만 밤이슬이나 새벽이슬을 어느 누구도 ‘차갑다’고 여기지 않아. 살림물은 늘 ‘차게’ 흐르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구나 싶도록 솟는 샘물이고 냇물이거든. 마음이 식으니, ‘남은밥’을 싫어해. 마음이 따뜻하니 ‘남은밥’을 고마이 받아서 따뜻하게 살려. 생각해 보렴.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재느라 스스로 눈꺼풀에 가리지 않니? 밥을 짓고 남겨서 나누는 따뜻마음을 느낀다면, ‘살림밥’을 알아볼 테고, 살림길과 살림말과 살림빛으로 포근히 감싸게 마련이야. 일부러 식혀서 먹기도 하는 밥이야. 찬밥·더운밥을 가리거나 따지려 하니, 자꾸 싸우는구나. 나눔밥·살림밥을 바라보렴. 온밥·모둠밥을 헤아리렴. 바탕을 다스리면 돼. 바다처럼 넉넉하니 즐거워. 바람처럼 시원하니 싱그러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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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뒷통수 2024.3.9.흙.



앞에 가는 뒷통수만 바라본다면, 앞에서 가는 대로 쪼르르 따라서 가겠지. 앞줄을 따라가면 네가 스스로 둘레를 보거나 길을 찾을 일이 없어. 넌 뒷통수를 안 놓치면 될 테지. 앞에서 따라갈 뒷통수가 없으면, 넌 스스로 둘레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해. 낯설거나 몰라서 헤맬 수 있을 텐데, 자꾸 헤매다 보면 가까운 둘레부터 조금씩 알아볼 만해. 곁자리부터 눈에 익히다가 문득 하늘을 보고 땅바닥을 보겠지. 네 앞을 이끄는 것이 없기에, 네 앞을 가리거나 막는 것도 없어. 스스로 찾아나서는 길이기에, 하늘과 땅과 둘레를 모조리 살핀단다. 이러면서 네 마음을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 걱정하거나 설레는 마음도, 슬프거나 싫은 마음도, 멍하거나 즐거운 마음도 다 느껴서 맞아들여. 어느 뒷통수만 쳐다볼 적에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을 수 있어. 헤매거나 놓칠 일이 없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런데 ‘우두머리·길잡이’ 뒷통수를 쳐다보느라, 정작 ‘너다운(나다운) 빛’을 못 보거나 잊는단다. 앞잡이(길앞잡이)를 따라가느라 네 마음을 등지고 네 눈빛이 사라져. 가는 길을 멈추고서 구름을 보겠니? 하던 일을 멈추고서 새로 돋은 들꽃을 보겠니? 넌 어디를 보며 하루를 살아가니? 넌 곁에 누가 있니? 사람들로 빽빽한 서울은 다들 서로 뒷통수만 쳐다보면서 말을 잊고 이야기를 잃다가 마음이 사라져. 빽빽하게 채워 넣은 틀에는 아무 틈이 없어서 다들 죽어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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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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