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양말을 신은 의자 다이애나 윈 존스의 마법 책장 3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4.13.

맑은책시렁 310


《축구 양말을 신은 의자》

 다이애나 윈 존스

 사타케 미호 그림

 윤영 옮김

 가람어린이

 2019.11.25.



  《축구 양말을 신은 의자》(다이애나 윈 존스/윤영 옮김, 가람어린이, 2019)는 “Chair Person”을 옮겼습니다. “걸상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오래도록 사랑받은 걸상이 어느 날 사람으로 거듭난 하루를 들려줍니다.


  얼핏 꿈같은 소리일 수 있지만, 걸상도 붓도 도마도 다 다르게 숨결이 흐릅니다. 모두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하루를 누리고, 이야기를 담고, 즐겁게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기쁘게 쓰고서 내놓을 적에는, 고맙다는 뜻을 포근히 밝히면서 고이 쉬라는 마음을 남길 노릇입니다. 이제 더는 쓰임새가 없다고 여겨서 내놓으니, 헌몸을 내려놓고서 오롯이 넋으로 피어나라고 속삭일 노릇이에요.


  마음이 없는 풀꽃나무가 없고, 마음이 없는 살림이나 연장이 없습니다. 함부로 다루거나 마구 부리면, 지우개도 종이도 책도 고단합니다. 알뜰히 살피고 살뜰히 건사하며 알뜰살뜰 품는 손길을 받으면서 함께 기뻐하는 지우개요 종이요 책입니다.


  《축구 양말을 신은 의자》는 ‘마음’이라는 대목을 눈여겨보자는 줄거리를 차분히 엮어서 들려줍니다. 이 대목은 볼만합니다. 다만, ‘마음’ 이야기로 깊이 들어서기보다는 자꾸 ‘장난’과 ‘틀’에 맞추려고 하는 대목은 아쉽습니다. “걸상 사람” 여기저기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장난꾸러기 같다는 쪽으로 기우느라, 정작 “걸상이 어떻게 사람이 되었을까?”라는 대목은 조금 짚다가 끝났습니다.


ㅅㄴㄹ


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르시아는 죄책감이 좀 들기도 했는데, 엄마의 말대로 숨결이 깃든 오래된 의자를 불태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3쪽)


“갑자기 사람이 되다니 얼마나 힘들겠어. 말하는 법, 숨 쉬는 법,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는 법도 곧 배우게 되겠지?” (52쪽)


사이먼과 마르시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의자 사람이 둘 옆을 쿵쿵거리며 쫓아오도록 내버려 두는 것뿐이었다. 또한 그를 다시 의자 상태로 돌려놓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94쪽)


“아니야. 그 사람은 별 이유도 없이 우리 집에 불을 질렀어. 그것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 (129쪽)


#ChairPerson #DianaWynneJones

1989년

+


안락의자에서 수염이 자라고 있어

→ 폭신걸상에서 나룻이 자라

→ 아늑걸상에서 털이 자라

10쪽


너희를 여기까지, 음, 흠, 오게 만들었잖아

→ 너희를 여기까지, 음, 흠, 오게 했잖아

31쪽


팔은 바닷속 해초처럼 흔들거렸다

→ 팔은 미역처럼 흔들거렸다

→ 팔은 바닷풀처럼 흔들거렸다

32쪽


사과가 풀밭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 능금이 풀밭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36쪽


제가 당신의 사과에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 제가 그대 능금을 떨어뜨렸습니다

→ 제가 이녁 능금을 건드렸습니다

47쪽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는 법도 곧 배우게 되겠지

→ 사람처럼 움직이는 몸짓도 곧 배우겠지

→ 사람과 똑같이 구는 길도 곧 배우겠지

52쪽


그들 가운데 자기 자신을 불우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 그들은 아무도 스스로 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 그 아이들은 아무도 저를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107쪽


다시 설명을 하려고 운을 띄웠다

→ 다시 얘기하려고 말을 띄운다

→ 다시 말하려고 덧붙인다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반가워요 (2020.12.16.)

― 전주 〈한가서림〉



  우리 곁에 흐르는 철은 늘 새롭게 몸마음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이자 볕살입니다. 한겨울에 전주마실을 하면서 〈한가서림〉에 깃듭니다. 책집 바깥담에 ‘전주미래유산 34’라고 판이 붙었어요. 이런 판을 붙여 주니 반가우면서도, “판은 안 붙여도 되니, 전주시장과 전주시 사람들이 꾸준히 책마실을 다니기”를 바랍니다. 책집지기는 이름값을 바라지 않아요. 가까우면 틈틈이 마실하는 이웃을 바라고, 멀리 살면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하기를 바랍니다.


  요 몇 해 사이에 일본한자말 ‘환대’가 지나치게 퍼졌습니다. 우리말은 ‘반갑다·반기다’인데 다들 잊은 듯싶더군요. ‘반갑다’에서 ‘반’은 ‘반반하다·밝다·밤·받다·받아들이다·받치다·바탕·바다·바람’하고 말밑이 나란하지요. 낱말 하나를 놓고서 마음을 밝히는 길을 눈여겨보면 서로 반짝일 수 있습니다.


  이웃 어린이를 만나서 문득 “넌 ‘환대’가 무슨 뜻인지 아니?” 하고 물어보면, 거의 다 모릅니다. 이 일본말을 좋아하는 어른이 너무 많은 듯싶은데, 그만큼 어린이 곁에 없다는 셈일 테지요.


  말은 늘 마음에서 나오고, 말이 새롭게 마음을 가꿉니다. 어떤 하루와 삶과 일을 맞이할 적에라도, 스스로 채찍을 휘두르는 말을 엮어서 떠올리거나 쓰다 보면, 스스로 갉아먹으면서 미워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말은 “고르고 골라”서 해야 할 노릇입니다. ‘말’을 ‘말’이라고 쓰는 길부터, ‘마음’을 ‘마음’이라고 바라보는 걸음부터, 좋음도 나쁨도 싫음도 미움도 아닌, 스스로 풀어내어 녹이는 눈을 뜨려고 한다면, 누구나 오늘부터 거듭납니다. 말을 고르고, 가리고, 가누고, 가늠하고, 가꾸고, 가다듬고, 가붓이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꽃을 사르르 피웁니다.


  들에 들풀 한 포기가 자라고, 마음에 마음꽃이 한 송이 자랍니다. 낱말 하나를 어루만지면서, 알찬 낱말책을 늘 곁에 두는 이웃님이라면, 말빛으로 노래하는 하루를 즐기면서 더없이 아름답겠지요.


  풀을 푸르게 반기면서 풋풋합니다. 풀빛을 담은 책과 글을 가까이하면서 푸근합니다. 푸른노래로 말결을 가다듬는 사이에 푸짐하게 살림을 일구는 실마리를 찾아요. 풀고 품고 풋풋하니, 품앗이라는 길을 새삼스레 알아차립니다.


  모든 책은 삶을 다루고, 모든 삶은 살림을 지피는 씨앗입니다. 모든 말은 마음을 담고, 모든 마음은 생각을 심는 밭입니다. 밤새 이슬이 맺은 풀잎을 훑으면서 눈을 밝게 뜹니다. 바람을 마시고 바다를 안으면서 발바닥에도 손바닥에도 파란하늘이 스며듭니다.


ㅅㄴㄹ


《야나기 무네요시》(국립현대미술관, 2013.5.25.)

《할머니 제삿날》(이춘희 글·김흥모 그림, 비룡소, 2011.1.21.)

《우리들의 흥겨운 밴드》(베라 B.윌리엄스/최순희 옮김, 느림보, 2005.6.27.)

《소년소녀 세계문학 르네상스 50 메리 포핀스》(이상우 글·정선지 그림, 대우출판사, 1991.10.10.)

《꽃의 도시 2》(타카하시 콘도/최윤희 옮김, 서울문화사, 2009.2.25.)

《D.D 보이 1》(김미림, 파랑새, 1994.4.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9 : 이별은 헤어지는 -게 되는 병 -게 한다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병(病) : 1.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 ≒ 병막 2. ‘질병’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기계나 기구 따위가 고장이 나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깊이 뿌리박힌 잘못이나 결점 = 병집



임자말을 ‘이별’로 삼고서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라는 옮김말씨로 맺음말을 삼는 보기글입니다. 영 어설픕니다. “이별은 헤어지는”처럼 잇달아 적은 겹말도 얄궂습니다. 통째로 “헤어지는 사람들은 오래살며 앓는다”처럼 손질해 봅니다. 또는 ‘눈물’로 첫머리를 열고서, “오래살며 앓으라 한다”처럼 맺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

→ 눈물은 헤어지는 사람들이 오래살며 앓으라 한다

→ 헤어지는 사람들은 오래살며 앓는다

《인간이 버린 사랑》(이이체, 문학과지성사, 2016) 5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40 : 헤어짐이 잦은 이별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이 보기글은 첫머리에 ‘헤어짐’이라 적고서, 뒤쪽은 ‘이별’이라고 적습니다. 앞뒤 모두 우리말 ‘헤어지다’를 써야 매끄럽습니다. 그리고 “헤어짐이 잦은 사람들에게”가 엉성합니다. 더구나 “밥 먹는 일보다 잦은”도 맞갖지 않은 꾸밈말입니다. “자주 헤어지면”이나 “자주 헤어진 사람”으로 첫머리를 열고서, 뒤쪽은 “헤어지면 늘”로 손봅니다. ㅅㄴㄹ



헤어짐이 밥 먹는 일보다 잦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이별이란 늘

→ 자주 헤어지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 자주 헤어진 사람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그림에 스미다》(민봄내, 아트북스, 2010) 2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영어] 케이오KO



케이오(KO) : [체육] 권투에서, 선수가 다운되어 10초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 = 녹아웃

KO : 케이오(knockout)

ケ-オ-(KO) : 케이오. knockout (→ノックアウト)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영어일 ‘케이오’일 텐데, ‘나가떨어지다·넘어지다’나 ‘쓰러지다·퍼지다·엎어지다’로 풀어냅니다. ‘자빠지다·나동그라지다·떨려나가다’나 ‘무너지다·뭉그러지다·미끄러지다·허물어지다’로 풀어내고, ‘궁둥방아·엉덩방아’나 ‘나른하다·느른하다·기운없다·기운잃다·지치다·힘빠지다·힘없다·흐무러지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녹초·뻗다·지다·주저앉다·헐떡거리다’나 ‘비실거리다·비칠거리다·삐걱거리다·절뚝거리다·절다’나 ‘꽈당·털썩·털푸덕·헉헉’으로 풀어내어도 되어요. ㅅㄴㄹ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 4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