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콧대


자랑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잘했구나 싶으니 잘 보이고 싶어서 자랑을 하겠지요. 잘되었으니 자랑하고, 잘난 나를 느껴서 자랑할 테고요. 자랑을 실컷 했으면 이제는 마음을 고르고서 새롭게 꿈을 지어서 나아가면 됩니다. 자랑을 내려놓지 않으면 거드름으로 이어가고, 우쭐질을 보태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저마다 나를 사랑할 노릇입니다. 누구보다 스스로 좋아해야지요. 그러나 나만 멋지고 이웃이나 동무가 멋진 줄 모른다면, 콧대를 세우느라 코앞을 바라볼 줄 모른다면, 어느새 겉발림에 빠져요. 겉짓에 갇히지요. 겉옷으로는 굶어요. 꼬르륵거립니다. 내세우느라 늘 시장하겠지요. 내로라하는 목소리는 어쩐지 뭇눈길이 고픈 몸짓이지 싶어요. 넉넉하기에 뻐기는 몸짓이 아닌, 빈속을 감추려고 젠체하는 후줄그레한 겉치레이지 싶습니다. 곰곰이 보면 자랑질은 재미없어요. 이야기일 적에 재미있습니다. 혼자 떠드는 자랑이란 그저 멋대로에서 맴돌아요. 너도 말하고 나도 말하면서 생각이 흐르는 이야기로 피어나기에 빈자리를 채우면서 빈속을 사랑으로 듬뿍 보살펴요. 낮고 여린 이웃을 헤아립니다. 곯는 동무를 품습니다. 콧대를 접고 두 손을 잡습니다.


ㅅㄴㄹ


자랑·거드름·거들거리다·거들먹거리다·으쓱대다·우쭐거리다·젠체하다·잘난척하다·잘나다·뻐기다·내세우다·내로라하다·덧붙이다·보태다·말하다·얘기하다·이야기하다·나사랑·나만·나좋아·나멋져·마음대로·멋대로·콧대·겉멋·겉발림·겉옷·겉치레·겉짓 ← 자화자찬, 자찬(自讚)


빈속·비다·못 먹다·고프다·곯다·굶다·꼬르륵·배고프다·배곯다·시장하다·주리다·출출하다 ← 공복(空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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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손놀림


손싸개(장갑)를 거의 안 하고 살기에 나무를 만지다가 이따금 가시가 톡 박혀서 움찔합니다. 이때에는 손톱깎이로 살살 빼내는데, 나무를 다루는 일머리가 서툴어 곧잘 가시가 박히네 싶어요. 솜씨가 무디면 더 느긋이 할 노릇인데, 엉성한 손놀림으로 얼른 마치려 하면 이내 가시가 톡 스며듭니다. 박힌 가시를 빼려고 곁님이나 아이들한테 손발을 맡기면서 생각하지요. ‘무슨 일이 있기에 서둘렀을까? 무슨 큰일이나 벼락이 있기에 빨리 마치려 했을까?’ 자전거 발판을 빨리 구르면 더 빨리 가겠지요. 자전거 발판을 천천히 구르면 천천히 몰면서 바람을 쐴 테지요. 빨리 다녀오려 하면 빨리 지칩니다. 천천히 움직이려 하면 기운을 알맞게 가눌 만해요. 몸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때는 엇비슷해요. 다룸새를 참말로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요, 살림을 언제나 느긋이 건사하면서 혼자 버겁지 않게 갈 길이라는 뜻입니다. 끌거나 늘어뜨릴 까닭은 없되, 차근차근 갈고닦으면서 실마리를 찾으면 될 삶입니다. 대단한 수수께끼라도 풀려고 서두를 일은 없어요. 아이한테 도움말을 들려주고, 아이한테서 도움말을 듣습니다.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면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


ㅅㄴㄹ


길·곬·도움말·실마리·일머리·솜씨·재주·손놀림·발놀림·익히다·다룸새·갈고닦다·다스리다·다루다·부리다·수수께끼·풀잇길·살림·삶 ← 비결, 비방(秘方), 노하우


큰일·큰일판·큰일나다·빨간불·고비·고빗사위·버겁다·벅차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일이 터지다·일이 생기다·무슨 일이 있다·벼락·날벼락·불벼락 ← 비상(非常), 비상사태, 비상시국, 이상(異常), 이상상태, 이상사태, 긴급사태, 긴급상황


끌다·몰다·달리다·다루다·부리다·움직이다·하다 ← 운전(運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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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 자고 일어나기



  어린이일 적에는 하루를 06시에 열었고, 푸름이일 적에는 하루를 04시에 열었으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무렵부터 하루를 02시에 엽니다. 큰고장에 살던 예전도 시골에 사는 오늘도 하루를 여는 때는 매한가지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고도 하겠으나 둘레가 고요할 적에 일어나서 일하고, 둘레서 왁자지껄할 적에는 눈귀입을 닫고서 가만히 꿈나라로 갑니다. 스무 살에 제금(분가)을 나면서 새뜸나름이하고 몇 가지 곁일로 스스로 먹고살며 하루를 열던 02시란 더없이 고요하면서 모든 바람이 가장 차분하고 별빛이 깨어나는 즈음입니다. 02시에 잠들면 별빛을 모릅니다. 02시에 일어나야 별빛을 압니다. 별빛을 읽어야 새벽이슬을 읽고, 새벽이슬을 읽어야 풀꽃나무를 읽으며, 풀꽃나무를 읽어야 풀벌레·숲집승을 읽고, 이윽고 바람·하늘·해·비·흙을 읽어요. 이다음으로는 아이 눈빛을 읽고, 어버이 눈망울을 다스리고, 살림꽃을 가누는 숨결을 추스릅니다. 02시에 일어나면 서울도 숲으로 바뀝니다. 보금자리를 숲집으로 가꾸면, 여느 자리에서 쓰는 모든 말이 살림말이 되고, 이 살림말을 아이한테 물려주니 사랑말이 되며, 다같이 하루를 노래하면서 저마다 다르고 아름다우며 즐겁게 숲말을 펴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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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21 접종 배지



  서른 언저리까지 온갖 보람(배지)을 옷·등짐·자전거에 잔뜩 붙이거나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서른 즈음부터 이 모든 보람을 떼었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보람’이기도 하겠으나, 이보다는 마음을 빼앗기는 ‘보람’이 되고, 서로 금을 긋거나 남 앞에서 우쭐대는 ‘자랑’마저 되더군요. 지난 어느 날 이웃님이 저한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전을 쓰는 양반이 어느 쪽에 기울어지면 안 될 텐데요? 좋은 뜻인 줄은 알지만, 그 길만 좋은 뜻일까요? 어느 길에도 안 서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착한 사람이 있을 텐데요?” 하고 얘기하더군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배지(badge) : 신분 따위를 나타내거나 어떠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옷이나 모자 따위에 붙이는 물건”으로 풀이해요. 북녘에서는 ‘김일성 배지’를 옷깃에 달도록 시켰어요. 남녘에서는 ‘일하는 곳·이바지(기부)한 곳·미는(지지하는) 곳·배움터(학교)’ 무늬를 새겨서 나붙입니다. 나쁜 뜻으로 보람(보이도록 하는 것)을 달지는 않는다고 느끼지만, ‘너랑 나랑 가르는 금’이 되곤 합니다. 요즈막 이 나라는 ‘접종 배지’를 달게 하려 한다지요. 마침종이(졸업장)로 사람을 가르는 굴레, ‘대학 이름 적힌 살림’하고 똑같습니다. 바늘(주사)은 조용히 놓고 쉴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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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6.8.


《먹고 자는 마르타 1》

 타카오 진구 글·그림/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4.30.



하루에 열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스물이나 서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루에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아묻 안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늘 마주하면서 즐거운 사이라서 집안을 이루겠지. 이런 님을 한자말 ‘식구·가족’이라고만 하기에는 어쩐지 모자라다. 그래서 ‘곁님·곁짝’ 같은 낱말을 지어 보았고, 예부터 쓰는 ‘한지붕·한집·한집안’이 있다. 나는 요새 ‘한집님’ 같은 낱말을 지어서 이따금 쓴다. 어버이가 보는 아이랑 아이가 보는 어버이는 서로 ‘한집님’이고, 줄여서 ‘한님’이다. 오늘도 앵두를 훑었고, 풀을 베었고, 나무를 돌아보았고, 말꽃짓기(사전집필)를 했고, 집살림을 돌봤고, 아이들하고 놀았고, 자전거로 우체국을 다녀왔고, 마을 빨래터까지 치운다. 11살 작은아이가 누나 신을 빨래해 준다. 대견하다. 예전에는 누나가 동생 신을 곧잘 빨래해 주었는데. 《먹고 자는 마르타 1》를 읽고 놀랐다. 이 그림꽃책은 ‘그림님이 사랑한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었네. 두고두고 사랑할 만한 책 하나에 흐르는 숨결을 ‘만화 줄거리로 녹’였네. 일본에서는 열넉걸음까지 나왔으나 우리는 다섯걸음에서 끝. 슬그머니 ‘먹고 자는’으로 눙치지만, 삶을 즐겁게 사랑하는 길을 다룬 이 그림꽃책이 되살아나면 좋겠다.


ㅅㄴㄹ


#くーねるまるた

#高尾じん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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