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파파라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3.2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고흥이라는 고장에 젊은 문화예술인이 자리를 잡고서 뜻을 펼 만한 터를 일구는 일에 마음이 있다는 분이 책숲에 찾아오십니다.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으며 생각합니다. 아마 고흥에서 이런 뜻을 밝히면서 차근차근 이바지하고 싶다며 밝힌 분은 드물지 싶어요. 아예 없지는 않았을 테지만 행정을 맡은 자리에서는 거의 처음이지 싶습니다. 삼십 분 즈음 이야기를 하고서 돌아가는 길에 숲노래 책 석 자락을 사십니다. 우리 책숲은 세 가지 돈으로 꾸려요. 첫째는 제 글삯이요, 둘째는 제가 쓴 책을 손수 팔아서 버는 값이요, 셋째는 이웃님 이바지돈입니다. 책을 팔아서 얻은 돈은 5만 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책 판 돈’을 손에 쥐니 모처럼 순천 헌책집 〈형설서점〉이 떠오릅니다. 작은아이랑 둘이서 순천 낙안에 깃든 〈형설서점〉으로 책마실을 다녀옵니다. 책마실을 하며 쓴 돈은 20만 원. 그러니까 ‘- 15만 원’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값을 치르기 벅차서 눈으로만 살피고서 내려놓은 책이 꽤 됩니다. 《朝鮮古文化綜籃》이란 이름으로 1946∼1966년 사이에 넉 자락으로 나온 두툼한 책을 건사하고 싶었으나, 이 넉 자락을 장만하려면 적어도 150∼200만 원은 써야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 200만 원이 없어서 우리 옛살림을 일본이란 나라에서 알뜰히 갈무리한 아름책을 장만하지 못하네.’ 책은 돈이 있대서 다 장만할 수 있지 않습니다. 돈이 푸짐해도 책을 알아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책은 알아보는데 주머니가 후줄근하다면 언제나 눈어림만 합니다. 살림돈이 가멸차면서 밝은 눈으로 살아가기를, 밝은 눈길을 틔우면서 살림자리를 푸르게 가꿀 수 있기를, 이 두 가지 노래를 부를 만하도록 ‘ㅍㄹㅅ’이라는 꿈그림을 새삼스레 가슴에 품습니다. 책숲 손님이 돌아가신 뒤에 1981년판 《파파라기》를 다시 들추어 보았어요. 이 별에서 짓는 뭇살림길이 누구한테서나 어디에서나 초롱초롱 흐드러지기를 빕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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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집에서 나누는 마음 (2018.8.17.)

― 경기 수원 〈리지블루스〉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로160번길 15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lizzyblues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이 있습니다. 이 배움모임이 있는 줄 처음 안 때는 1999년입니다. 그때 저는 신문을 돌리는 일꾼 자리를 떠나면서 출판사에서 책을 알리고 파는 자리로 옮겼습니다. 제가 몸담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길바닥에 자리를 깔고서 판다든지, 책잔치 자리에서 길손을 붙잡고 끝없이 책수다를 펴면서 책을 팔았어요. 흔한 도서목록 아닌 새로운 도서목록을 짠다든지, 책손한테 드릴 새로운 그림엽서나 그림판을 꾸민다든지, 전국 도서관이며 초등학교에 손글월을 띄우면서 이곳 책을 알린다든지, 이모저모 새로운 장삿길을 열어 보려 했습니다. 때로는 초등학교나 도서관이나 어린이책 전문서점을 찾아가서 책을 알리거나 넣었지요. 인쇄·제본을 거치다가, 창고하고 책집 사이를 오가다가, 이래저래 다쳐서 팔 길 없는 책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시골 작은 학교나 도시 가난한 학교나 여러 작은 도서관에 선물꾸러미로 보내거나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며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말을 말답게 가르치자는 뜻’으로 하나가 된 분들을 만났어요.


  1999년에는 제가 몸담은 출판사 책을 팔아야 하면서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분들을 만났다면 2018년 여름에는 이 모임에서 여름에 펴는 사흘짜리 배움마당 ‘마무리 이야기벗’이 되어 찾아갑니다.


  얼추 스무 해란 나날이 이렇게 흘렀군요. 예전에도 오늘에도 저는 사전이라는 책을 쓰는 길을 갑니다. 예전에는 신문을 돌리거나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조용히 사전이라는 책을 썼다면, 이제는 시골자락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고요히 사전을 씁니다. 예전에는 도시 한복판에서 사전을 썼고, 이제는 시골 한가운데에서 사전을 써요.


  마땅한 소리일 텐데, 어느 자리에서 쓰느냐에 따라, 올림말을 다루거나 바라보는 눈길이며 손길이 확 다릅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며 말을 다룰 적에는 아무리 도시에서도 숲을 그리면서 다룬다 할는지라도 도시내음이 스며요. 시골 한가운데에서 아이들하고 어우러지면서 말을 다룰 적에는 언제나 이 삶결이 그대로 말결로 옮아갑니다.


  배움마당 마무리 이야기를 펴려고 한신대학교로 가는 길목이기에, 수원 마을책집 가운데 〈리지블루스〉에 들르기로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수원 남문 곁에 있는 헌책집도 들르고, 다른 여러 마을책집도 바지런히 들르고 싶습니다만, 고흥에서 순천을 거쳐 수원으로 오니 벌써 두 시가 훌쩍 지나갑니다.


  수원역에서 택시를 잡습니다. 책집 주소를 길찾기로 살펴서 손쉽게 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도 책집에 갈 수 있지만, 오늘은 1분조차 길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요. 아니, 1분조차 흘릴 겨를이 없습니다.


  파랗게 물들인 책집 바깥모습을 눈부신 햇살에 담아서 바라봅니다. 해가 참으로 잘 드는 골목 한켠입니다. 조용한 이 골목으로 걸어오는 분이라면 조용하게 책시렁을 돌아보다가 조용하게 걸상에 앉아서 한때를 누리겠지요.


  오늘 〈리지블루스〉로 온 까닭은 바로 이곳에서 펴낸 책이 있기 때문이에요. 책집지기님이 쓴 책을 바로 그 책집에서 사고 싶어 일부러 걸음을 했습니다. 그 책을 고르기 앞서 《오늘도, 무사》(요조, 북노마드, 2018)를 고릅니다. 서울에서 마을책집을 하다가 제주로 터전을 옮긴 이야기를 읽습니다. 예전에 인천에서 이야기꽃을 펴는 자리에서 책집지기 요조 님을 뵌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이야기도 책에 흐릅니다.


  달거리 이야기를 다룬 《어바웃 문데이》(김도진, 해피문데이, 2017)를 고릅니다. 영어로 하면 이렇게 되네 하고 생각하다가도 “달날 이야기”나 “달거리란”이나 “달빛이란”이나 “달마음이란”이나 “다달이 꽃”처럼, 조금 더 알아보기 쉽도록 이름을 붙이면 어떠했으려나 싶습니다.


  이제 《리지의 블루스》(김명선, 리지블루스, 2018)를 고릅니다. 이 책을 이곳에서 사러 왔지만 다른 책도 둘러보고 싶었어요. 책집을 열기까지, 책집을 열면서, 책집에서 햇살을 파랗게 맞아들이는 동안, 찬찬히 맞아들인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조곤조곤 흐릅니다. 마지막으로 《크레용이 화났어》(드류 데이월트 글·올리버 제퍼스 그림/박선하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4)까지 살핍니다. 뿔이 난 그림연필은 이 불길을 잠재우고서 신나게 그림놀이로 나아갈까요.


  배움마당으로 가야 할 때입니다. 더 머물지 못해서 아쉬워도 다음걸음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짐을 꾸립니다. 마침 요즈막에 새로 써낸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을 챙겨서 나왔기에 책집지기님한테 가만히 건네고서 돌아나옵니다. 짐수레는 돌돌 굴리고 등짐은 질끈 동여매며 골목을 걷는데 〈리지블루스〉 지기님이 부릅니다. “책 선물 고마워요!” 하면서 흔드는 손길에 저는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택시로 한림대학교를 가 보는데 어귀부터 우거진 나무가 마음에 듭니다. 나무가 우거진 대학교라면 이곳을 다니는 젊은 분도 푸른 넋을 더 곱게 배울 만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온누리 모든 학교가 나무를 품으면서 푸르면 좋겠어요. 지식·정보를 나누는 길을 넘어서 꿈·사랑을 그리면서 나누는 자리에 서면 좋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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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한복판에 심은 꽃 (2018.8.20.)

― 서울 종로 〈역사책방〉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4

02.733.8348.

http://historybooks.modoo.at



  우리 몸을 이루는 숨결이 무엇인가를 놓고서 스스로 몸에 이모저모 해본 폴란드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은 이태란 나날을 덩이진 밥을 안 먹고서 햇볕하고 바람하고 빗물을 받아들이면서 살기도 했답니다. 이동안 손수 살피고 캐내며 알아낸 이야기를 여러 나라를 돌면서 들려주는데 마침 한국에도 찾아온다고 해서 곁님하고 아이들이랑 배움마실을 다녀왔어요. 지리산 골짜기에서 듣고 같이 해보는 배움마실은 재미났습니다. 오래도록 뒤엉킨 여러 실타래를 찬찬히 풀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집을 나선 김에 여느 때에는 좀처럼 가기 힘든 데도 나들이를 합니다. 이를테면 일산에서 묵으며 전철로 아이들하고 서울 한복판 경복궁 옆자락으로 나들이를 왔어요. 이곳에 ‘한글전각갤러리’란 알찬 터가 있거든요. 한글전각갤러리 ‘돌꽃지기’님하고 돌에 글씨를 새기며 놀다가, 이곳하고 이웃한 〈역사책방〉에 살짝 들릅니다. 한글전각갤러리는 곧잘 들렀는데 어느새 이웃에 알뜰한 책집이 깃들었네요.


  책집 이름처럼 역사를 다루는 책을 넉넉히 들여놓습니다. 역사책만으로도 넉넉히 책집을 채울 만하지요. 다만 역사책만으로 장사가 될까 걱정하면서 선뜻 ‘역사책집’을 열려고 나서기는 만만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경복궁 곁에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있는 〈역사책방〉 골마루를 거닙니다. 《박남옥,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박남옥, 마음산책, 2017)이라는 책을 먼저 집어듭니다. ‘첫 여성’ 영화감독이라서기보다, 글쓴님이 걸어온 삶자국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마치 레닌 리펜슈탈 님처럼 모든 삶길을 스스로 일구고 스스로 짓고 스스로 펴면서 이 별에 사랑이란 씨앗을 심은 분이로구나 싶어요.


  역사책 곁에 있는 과학책이라 할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슈테판 클라인/전대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죽 읽고 보니 뒤로 가면 갈수록 엮은이가 여러 과학자한테 묻는 말이 새롭지 못해요. 일부러 뻔한 말만 묻는다기보다 스스로 마음을 더 틔우거나 열면서 ‘별 = 먼지’인 실마리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지는 않네 싶더군요.


  일본사람은 남다르기도 하다고 여기면서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을 골라듭니다. 가만 보면 우리도 ‘숲고장’이나 ‘푸른고을’ 같은 이름으로 어느 고장이나 고을이 걸어온 길을 되새길 만합니다. 높다란 집이나 널따란 찻길이 끝없이 늘어나는 고장이나 고을이란 얼거리가 아닌, 어느 고장이나 고을에 푸나무가 얼마나 오래도록 어떻게 사람들 곁에서 푸른바람을 일렁이는가를 짚을 만해요. 푸나무가 우거진 고장에 마실을 해보면 그 고장에서 만나는 분들 낯빛이 참 푸르게 빛나요. 푸나무가 없다시피 한, 이른바 자동차하고 높은집으로 매캐한 고장에 마실을 해보면 그 고장에서 스치는 분들 낯빛이 너무 바쁘고 차갑고 서두르고 안절부절 못하는구나 싶어요.


  신기수라는 분이 남긴 자취를 따라서 엮은 《신기수와 조선통신사의 시대》(우에노 도시히코/이영화 옮김, 논형, 2017)는 일본사람이기에 엮을 만한 책인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만큼 파고들거나 짚으면서 우리 발자취를 책으로 묶을 만한 마음결은 없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못 묶더라도 이런 책을 알아보고서 한국말로 옮길 줄은 알기에 반갑습니다.


  역사책 둘레에 살몃 깃든 사진책 《바람의 눈, 한국의 맹금류와 매사냥》(김연수, 수류산방, 2011)을 폅니다. 사진책이란 새로운 역사책입니다. 글 아닌 사진으로도 우리가 걸어왔고 살아왔고 사랑했고 살림한 자취를 읽을 만하거든요. 꼭 글로 갈무리해야 역사책 갈래에 들지 않아요. 사진책은 사진으로 역사에 인문에 문학에 예술에 그림에 이야기에 과학에, 모든 갈래를 품어서 선보이는 살뜰한 꾸러미라고 느껴요. 그나저나 매사냥을 다룬 사진책은 ‘너무 멋들어지게 꾸미려’ 했네 싶어서 아쉬워요. 수수하면서 가볍게 짚으면 한결 나아요. 자꾸 스스로 치켜세우면서 치레를 하려는 엮음새가 된다면, 되레 ‘바람눈’이라는 매사냥 이야기하고 동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글전각갤러리에서 놉니다. “같이 책집 둘러볼래?” 하고 물으니 “우리 집에도 책 많아. 책 그만 사.” 하고 대꾸합니다. 심드렁한 아이들 대꾸도 있고 해서 책은 몇 자락만 고릅니다. 이곳 서울 한복판에 역사책으로 꽃을 심은 어여쁜 마을책집이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는 살림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제가 쓴 사전 가운데 하나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에 슥슥 토막글을 적어서 건넵니다. 이다음에 서울 한복판에 다시 마실을 올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사뿐사뿐 걸음꽃 옮기고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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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4. 입노래


제대로 하더라도 알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지요. 똑똑히 했지만 알아보지 않기도 한다지요. 처음부터 딱 잘라 놓고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꿍꿍이가 있기에, 잘 해내는 이가 떨어지기도 하는 판이에요. 모든 일은 하늘이 지켜볼 텐데 그야말로 얄궂게 나아가서야 오늘 하루가 얼마나 즐거울는지 아리송해요. 그렇지만 알음알음으로 번집니다. 입에서 입으로 마치 노래처럼 퍼집니다. 사랑으로 지은 살림은 언제나 ‘입노래’에 실려 찬찬히 물결치기 마련이에요. 밑돈이 있어서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아무 밑천이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기도 해요. 든든하구나 싶은 도움벗이 있으면 거뜬하겠지요. 곁일꾼이 있으니 홀가분하고, 큰힘이 되어 주니 반가워요. 누구나 우리한테 도움이랍니다. 풀벌레도 도움님이요, 딱새랑 박새도 곁도움이랍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서 마주하기로 해요. 두 눈에 따스한 빛살을 담고서 맞이하기로 해요. 때로는 맞붙거나 맞서야겠지요. 때로는 모시기도 하고, 마주보며 웃을 날을 기다려요. 속살속살 노래처럼 대꾸합니다. 소근소근 상냥한 숨결로 되받습니다. 저는 노래로 듣겠어요. 저는 노래로 돌려주겠어요. 저는 노래로 살겠어요. ㅅㄴㄹ


뚜렷하다·또렷하다·생생하다·잘·제대로·똑똑히·똑바로·확·팍·척척·착착·그야말로·어김없이·틀림없이 ← 선연, 확연

입노래·입말·알음알음·알음알이 ← 입소문, 소문

돈·밑돈·밑천 ← 자본, 자본금

도움이·도움벗·도움지기·도움꾼·도움님·곁일꾼·곁도움이·큰힘 ← 지원군, 조력자

누구나·누구든지 ← 필수, 필히

대꾸·대척·되받다·되치다·마주하다·마주보다·맞이하다·맞붙다·맞서다·맞받다·맞춤·뵈다·모시다 ← 대응, 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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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23. 하늘돌이


놀리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려고 하는 이는 으레 “그런 시골구석에서!”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서울이 아니어도 시골이고, 인천이어도 시골이고, 인천 같은 큰고장이어도 골목마을은 시골이고, 이 골목에서도 가난한 집은 시골로 여겨요. 그런데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소재지가 아니면 또 ‘더 시골’이라고, 후미진 곳이라고, 구석퉁이라고, 끄트머리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굳은틀로 바라보니까 “너희는 구석이잖아?”라든지 “그런 구석빼기에서 뭘 한다고?”처럼 비아냥대는구나 싶어요. 공처럼 생긴 이 별에서는 구석도 끝도 복판도 없이 모두 고요히 삶터일 뿐인데 말이지요. 굴레를 깨지 못하면 생각을 틔우지 못합니다. 스스로 갇히면 삶뿐 아니라 생각도 사랑도 갇혀요. 우리는 어떤 별에서 살까요? 하늘이 돌까요, 땅이 돌까요? 어느 쪽이 맞느냐를 놓고 참 오래 다투는구나 싶었습니다만, 곰곰이 보자면 하늘도 돌고 땅도 돌아요. 해도 돌고 이 별도 돌지요. 우리는 이 별이 가만히 돌고 도는 결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이 별이 도는 소리가 너무 커서 외려 못 들을까요. 숨을 가늘게 고르고, 마음을 가느다랗게 추스르면서 마음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언저리·외지다·후미지다·가장자리·구석·귀퉁이·가·가생이·구석빼기·끝·끝자리·끄트머리 ← 변(邊), 변두리, 변방, 변죽

굳은틀·굳은넋·굳은생각·낡은틀·낡은넋·낡은생각·갇힌틀·갇힌넋·갇힌생각·굴레·틀박이·틀 ← 고정관념, 구태의연

하늘돌이·하늘이 돌다 ← 천동설

땅돌이·땅이 돌다 ← 지동설

가늘다·가느다랗다 ← 약하다, 희미, 연하다, 세세, 미세, 미소(微小), 단(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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