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한심 寒心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 참으로 허튼 노릇이다

 큰소리만 치니 한심하다 → 큰소리만 치니 불쌍하다 / 큰소리만 치니 엉망이다

 이렇게 게을러서야 한심하구나 → 이렇게 게을러서야 바보같구나

 내 말을 듣고 한심하다는 듯 → 내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한심(寒心)’은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힘”을 가리킨다지요. ‘모자라다·딱하다·가엾다·불쌍하다·안되다’나 ‘애잔하다·애처롭다·애절하다’로 다듬습니다. ‘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나 ‘바보같다·돌머리·우습다·우스꽝스럽다·웃기다·울다’로 다듬어요. ‘엉망·엉망진창·엉성하다·엉터리·못 미치다’나 ‘잠꼬대·헛소리·거드름·껄렁·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다듬을 만하고, ‘부끄럽다·창피하다·쑥스럽다·남우세·남사스럽다’나 ‘낯없다·낯부끄럽다·낯뜨겁다’로 다듬지요. ‘군것·군더더기·군말·아무말·아무말잔치’나 ‘잠꼬대·자잘하다·자잘소리·자잘말’로 다듬어도 어울려요. ‘짧다·짤막하다·젬것·젬치·젬뱅이’나 ‘처음·첨·처음 겪다·처음 듣다·처음 보다·처음 있다’로 다듬고, ‘철없다·철딱서니없다·코흘리개’로 다듬습니다. ‘한갓되다·허방·허방다리·헤뜨다’나 ‘허튼·허튼놈·허튼말·허튼짓·허튼꿈·허튼속’으로 다듬을 수 있고, ‘헛것·헛되다·헛말·헛소리·헛다리·헛발·헛꿈·헛속’이나 ‘헛물·헛바람·헛심·헛일·헛짓·헛짚다·헛헛하다’로 다듬으면 돼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한심(閑心)’을 “한가한 마음”으로 풀이하며 싣지만 털어냅니다. ㅍㄹㄴ



이 한심천만한 꼴이라니

→ 이 엉터리 꼴이라니

→ 이리 볼꼴사납다니

→ 이렇게 꼴사납다니

《오! 나의 여신님 29》(후지시마 코스케/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2004) 13쪽


물론 아버지 입장에서도 아들의 클릭질이 한심하게 보일 게 틀림없었다

→ 뭐 아버지 보기에도 아들 딸깍질이 바보스레 보일 테지

→ 아버지 눈으로도 아들 또깍질이 우스워 보이리라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2011) 75쪽


그때의 버릇이 남아서,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만화를 그릴 때와 도시락을 먹을 때는 나도 모르게 다른 한쪽 손으로 숨기려고 한다. 한심한 조건반사다

→ 그때 버릇이 남아서,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그림꽃을 그릴 때와 도시락을 먹을 때는 나도 모르게 다른 한쪽 손으로 숨기려고 한다. 창피한 버릇이다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데즈카 오사무/문성호 옮김, AK hobbybook, 2015) 232쪽


자기 옷이 뭘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다니 참 한심하구나

→ 제 옷을 뭘로 지었는지도 모르다니 참 바보로구나

→ 제 옷을 어찌 지었는지도 모르다니 참 가엾구나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김미희, 키위북스, 202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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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무형의


 무형의 가치를 무시한다면 → 살림빛을 낮본다면 / 마음빛을 깔본다면

 무형의 자산을 지닌 아이들이다 → 빛나는 아이들이다 / 숨빛이 흐르는 아이들이다

 어떤 무형의 존재인지 → 어떤 빛인지 / 어떤 숨결인지


  ‘무형(無形)’은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 ≒ 무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무형 + -의’ 얼개라면 ‘-의’부터 털고서, ‘몸없다·몸이 없다’나 ‘없다·있지 않다’로 손볼 만합니다. ‘민-·빛’이나 “안 보이다·보이지 않다”로 손보고, ‘삶·살림·살림하다·살림살이·살림붙이’로 손보지요. ‘마음·맘·마음꽃·마음그림’으로 손볼 수 있어요. ‘속·숨’이나 ‘숨결·숨빛·숨꽃·숨통·숨붙이·숨소리’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지금처럼 고향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이 국토의 지킴이이고 무형의 문화유산 지킴이라는 생각을 나는 지금도 갖고 있다

→ 오늘처럼 텃마을을 지키는 흙지기가 나라 지킴이이고 사랑스런 옛살림 지킴이라고 생각한다

→ 이렇게 마을을 지키는 흙님이 나라 지킴이이고 아름다운 오래살림 지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남한강 편》(유홍준, 창비, 2015) 228쪽


그만한 무형의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만하게 마음으로 얻기 때문이다

→ 그만하게 삶으로 누리기 때문이다

《세계의 책축제》(이상, 가갸날, 2019) 90쪽


그만한 무형의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만하게 마음으로 얻기 때문이다

→ 그만하게 삶으로 누리기 때문이다

《세계의 책축제》(이상, 가갸날, 2019)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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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걷는사람 시인선 56
김명기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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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0.10.

노래책시렁 512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김명기

 걷는사람

 2022.1.1.



  살림밥도 들숲밥도 마음밥도 이야기밥도 누리면서 글밥도 누리면 아름다울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 이웃님이 있으면 언제나 ‘글쓰기’를 맨뒤로 놓으시라고 여쭙니다. ‘살림짓기’를 늘 꼭두에 놓고서, ‘들숲메바다’하고 ‘풀꽃나무’하고 ‘해바람비’를 나란히 아우르는 하루를 복판에 놓으라고 여쭈지요. 살림을 푸른빛으로 여미는 보금자리를 일구는 나날을 살면, 글이란 늘 저절로 샘솟거든요.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읽으면서 곱씹습니다. 우리는 ‘시인’이라는 일본스런 이름을 내려놓고서 ‘노래꽃’이라는 살림말을 품을 때라고 느낍니다. 살림을 지으면 늘 살림말을 펴고,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살림이야기를 하고, 스스로 살림순이에 살림돌이로 섭니다. 살림하는 사람이 나누는 말은 “씨앗을 틔우는 말꽃”일 테니, “시시한 시(詩)”가 아니라 “노을처럼 너울거리는 노래”를 누구나 반짝반짝 빚을 수 있습니다. 글감을 억지로 뽑으려고 하니 엉성합니다. 글감을 집밖에서 찾아나서려고 하니 짓궂어요. 밥하고 옷짓고 집살림을 돌보는 하루를 살면, 저절로 밥노래에 옷노래에 집노래가 흐릅니다. 먼발치 심심한 구경거리가 아닌, 손수 일으키는 꿈씨앗을 펼 적에 다같이 노래님입니다.


ㅍㄹㄴ


앞집 할매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잡고 묻는다 / 사람들이 니보고 시인 시인 카던데 / 그게 뭐라 // 그게…… / 그냥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래요 / 그래? / 니가 그래 실없나 (시인/11쪽)


종일 비가 내린다는데 / 바깥 견사의 개들은 / 온기 없는 고요를 끌어 덮은 채 / 마냥 웅크리고 있다 / 온기 없다는 말은 어떤 / 간절함이 고인 것 같아서 ;/ 빗물 차오르는 물그릇에 / 자꾸만 눈이 간다 (호우주의보/46쪽)


기차를 기다리며 / 흡연실 구석에서 담배 피우는데 / 말쑥한 이가 다가와 담배를 빌린다 / 이렇게 빌려주고 / 돌려받지 못한 담배는 얼마나 될까 (서울역/112쪽)


+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


곡비처럼 자꾸만 우는지도 몰라

→ 눈물종처럼 자꾸 우는지도 몰라

→ 계집종처럼 자꾸만 우는지 몰라

12


묵은 봉분이 있다

→ 묵은 묏등이 있다

→ 묵은 무덤이 있다

15


지금은 흐린 하늘 아래 바람 부는 일요일 하오 네 시경

→ 이제 흐린 하늘 바람 부는 해날 낮 네 시 무렵

→ 오늘은 흐린 하늘 바람 부는 해날 낮 네 시쯤

29


바깥 견사의 개들은 온기 없는 고요를 끌어 덮은 채

→ 바깥 개집에 개는 차갑게 고요를 끌어 덮은 채

→ 바깥 개우리에는 싸늘히 고요를 끌어 덮은 채

4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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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만 바쁘다 - 이정록 동시집
이정록 지음, 권문희 그림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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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0.10.

노래책시렁 510


《콧구멍만 바쁘다》

 이정록

 창비

 2009.10.5.



  어린이는 “학교나 학원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신나게 놀며 배우는 길을 누리려고 어버이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아이곁에서 일하고 살림했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를 집에 놓고서 밖으로 돈벌러 안 다녔어요. 어버이는 늘 집이 살림터이면서 일터인 얼거리였고, 아이는 어른곁에서 어깨너머로 지켜보면서 소꿉을 하며 삶을 배우고 살림을 느끼며 생각을 키우는 하루였습니다. 이제 웬만한 집마다 아침부터 아이어른이 갈라섭니다. 아이는 ‘학교’란 이름인 곳으로 가고, 어른인 ‘직장’이란 이름인 데로 가요. 아이어른은 저녁이나 밤이 되어서야 다시 만나는데, 이미 하루 내내 밖에서 뛰거나 움직이느라 지칩니다. 배울거리도 얘깃거리도 살림거리도 그냥그냥 혼자 속으로 품은 채 자리에 누워요. 《콧구멍만 바쁘다》는 못 쓴 글은 아니라고 느끼되, 이 글로 다루는 아이랑 어른은 느긋이 만나고 어울리면서 이야기할 짬이 하나도 없습니다. 깊고 넓게 하루를 들여다볼 틈이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자꾸 뭘(사건·사고) 벌이려 하고, 뭘 안 벌이면 재미없는 나날인 듯 여깁니다. 이러다 보니 얼굴만 보며 이쁜지 좋아하는지 같은 데에 얽매입니다. 나무를 나무로 못 봅니다. 얼음새(펭귄)를 겉모습만으로 놀리고 비아냥거리는 말장난에 갇힙니다. 개구리 같은 이웃숨결 한살림을 아주 모를 뿐 아니라, 알려 하지 않아요. 이미 아이어른 스스로 학교·직장에서 괴롭거든요. 괴로워 죽겠는 굴레를 그냥 나오면 되는데, 아무래도 “귀찮아서 죽겠다(18쪽)”는 마음 탓에 겉만 훑고 끝나는구나 싶어요.


ㅍㄹㄴ


애들이 자꾸만 간지럼 태운다. / 갑자기 인기 짱이다. / 귀찮아서 죽겠다. / 입 다물고 도망만 다닌다. / 콧물 들이마시랴 숨 쉬랴 / 콧구멍만 바쁘다. (바쁜 내 콧구멍/18쪽)


교실 청소할 땐 / 플라타너스 이파리도 / 예쁘게 보였는데, // 운동장 청소 당번 되니 / 단풍나무 이파리도 / 얄밉게 보인다. (운동장 청소/23쪽)


똥이 자꾸 마려워 / 되똥되똥 // 목부터 꽁지까지 / 하얀 기저귀 // 끌러지지도 않아 / 어기작어기작 (펭귄/55쪽)


손발톱 / 안 깎아도 / 혼나지 않으니까. // 겨울방학 / 내내 잠만 자도 / 칭찬 받으니까. // 사내 녀석이 / 툭하면 운다고 / 꾸중 듣지 않으니까. (개구리는 좋겠다/58쪽)


+


《콧구멍만 바쁘다》(이정록, 창비, 2009)


큰아버지 댁이 외국으로 이사 갔습니다

→ 큰아버지네가 먼나라로 갔습니다

→ 큰아버지는 이웃나라로 갔습니다

40쪽


멀미 걱정이 태산입니다

→ 멀미를 크게 걱정합니다

→ 멀미를 몹시 걱정합니다

40쪽


꼬추를 조준해서 아빠의 오줌 폭포를 맞혔다

→ 꼬추를 겨냥해서 아빠 오줌발을 맞힌다

→ 꼬추를 잡고서 아빠 오줌줄기를 맞힌다

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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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58 : 시체 거점 만들어지기


시체를 거점으로 삼아 마을이 만들어지기 쉽거든요

→ 주검을 밑자리로 마을을 세우기 쉽거든요

→ 송장을 바탕으로 마을을 일구기 쉽거든요

《독·독·숲·숲 1》(세가와 노보루/박연지 옮김, 소미미디어, 2025) 129쪽


버섯마을은 주검을 밑자리로 삼습니다. 죽은 몸인 주검이 있어야 기운을 얻어서 퍼지는 버섯입니다. 버섯은 송장을 바탕으로 마을을 이룬다고 여길 만합니다. 숲에 몸을 내려놓은 짐승일 텐데, 새롭게 흙으로 돌아가서 풀꽃나무를 북돋우려면 버섯을 비롯한 여러 이웃이 힘씁니다. ㅍㄹㄴ


시체(屍體) : = 송장

송장 :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 ≒ 사시(死屍)·시구(屍軀)·시수(屍首)·시체(屍體)·연시(沿屍)·주검

거점(據點) : 어떤 활동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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