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견사 犬舍


 실내 견사에서 양육했다 → 집안 개우리서 길렀다

 견사에서 도망쳤다 → 개집에서 달아났다


  낱말책에 없는 한자말 ‘견사(犬舍)’입니다. 우리말로는 ‘개우리’나 ‘개울’이나 ‘개집’이라 하면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견사’를 넷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견사(絹紗) : 1. 견(絹)과 사(紗)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견으로 짠 사

견사(絹絲) : 깁이나 비단을 짜는 명주실

견사(絹篩) : 깁으로 쳇불을 메운 체. 고운 가루를 치는 데 쓴다 = 깁체

견사(繭絲) : 누에고치에서 켠 실. 마사, 면사처럼 천연 섬유이다 ≒ 깁실·비단실·잠사·진사·천연견사



바깥 견사의 개들은 온기 없는 고요를 끌어 덮은 채

→ 바깥 개집에 개는 차갑게 고요를 끌어 덮은 채

→ 바깥 개우리에는 싸늘히 고요를 끌어 덮은 채

《돌아올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김명기, 걷는사람, 2022)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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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책넋

철갈이



  열쨋달 열쨋날인데 아직 다들 찬바람(에어컨)을 틀어댄다. 미닫이를 열고서 가을바람과 가을노래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철이 바뀌는 길목에서 철빛을 새로 들이지 않으면 철을 모르고 등지고 잊느라 ‘조무래기’로 맴돈다. 봄에는 봄을 모르고, 여름에는 여름을 모르더니, 가을에는 가을을 모르는 셈이요, 겨울에는 겨울을 모르려는 오늘날이다.


  열흘 만에 시골버스를 탄다. 지난 열흘은 한가위에 한글날에 긴긴 쉼날을 잇느라 시골버스가 확 끊겼다. 여름새는 이제 없고 늦제비도 보이지 않는다. 곧 겨울새가 이 땅에 날아올 텐데, 사람들이 새만금이나 가덕도나 대구에 자꾸자꾸 밀어대려는 하늘나루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철노래를 베푸는 새라고 느낀다. 새만금나루는 첫그물코(1심법원)에서 막아 주는데, 가덕도나 대구는 막을 수 있을까. 무안나루 떼죽음은 뒷낯을 속속들이 밝힐 수 있는가.


  풀꽃나무도 해바람비도 들숲바다도 사람도 벌나비도 ‘사춘기’나 ‘갱년기’는 없다. ‘봄나이’와 ‘가을나이’는 있고, ‘철나이’로 물들여 어질게 깨어나는 길목은 있다. ‘새나이’로 건너가려는 고갯마루도 있다. 우리는 나이들기에 아프지 않다. 철모르고 철잊고 철없을 적에 아프다. 철알고. 철읽고 철들면 모든 삶길이란 사랑길인 줄 알아챈다. 그저 철을 보고 품고 풀면 아름답다. 2025.10.10.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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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지음 / 강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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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11.

다듬읽기 276


《섬에서 부르는 노래》

 손세실리아

 강

 2021.11.30.



  놀이를 하면서 저절로 피어나는 즐거운 가락이기에 노래입니다. 아이라면 소꿉놀이에 들놀이에 갖가지 놀이를 하는 동안 스스럼없이 노래합니다. ‘놀다’는 몸을 쓰는 모든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놀이노래라면 어른은 일노래입니다. 살림을 짓는 모든 길에 살림노래를 부를 텐데, 살림노래란 일노래이면서 삶노래이고 하루노래입니다. 《섬에서 부르는 노래》는 책이름에 ‘노래’가 깃들지만, 막상 속에는 ‘시’하고 얽힌 줄거리만 흐릅니다. 우리는 아직 스스로 너울처럼 놀지 못하는 터라, 노을처럼 노랗게 빛나지 못하는 탓에, 놀이로 높다랗게 피어나지 않는 바람에, ‘노래’가 무엇인지 까맣게 잊습니다. 놀이와 노래와 놀(노을·너울)과 높을 잊은 마음에는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담은 사투리인 말”이 스미지 못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시’는 ‘노래하고 동떨어진 채 꾸미는 글’이기 일쑤입니다. 꾸밈글에 갇히기에 시만 쓴다고 여길 만합니다. 꾸미는 굴레가 아닌 가꾸는 살림이자 일구는 오늘이라면 누구나 기쁘게 노래한다고 느껴요. 노래하는 마음일 적에 말결을 풉니다. 노래하는 오늘이기에 말꽃을 피웁니다. 노래하는 나랑 너이니 말씨를 심습니다.


ㅍㄹㄴ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입도(入島) 열망을 포기하는 게 다반사지만

→ 값이 마구 치솟아 섬살이를 내려놓기 일쑤이지만

→ 값이 부쩍 치솟아 섬살림을 뒤로하게 마련이지만

7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선 심히 유감이란 게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 이 일은 몹시 서운하다

→ 이런 일은 참 섭섭하다

→ 이러면 무척 떨떠름하다

7


가장 값진 재산을 익명의 방문객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 가장 값진 살림을 손님한테 내놓은 셈이다

→ 가장 값진 세간을 나그네한테 내놓았다

9


한 점 수묵화로 변하는 백 년 누옥

→ 한 자락 먹빛그림 되는 온해 오막

→ 한 자락 먹그림 되는 온살 작은집

9


활자중독증처럼 닥치는 대로 탐닉했다

→ 글벌레처럼 닥치는 대로 기웃댔다

→ 글깨비처럼 닥치는 대로 먹었다

17


불혹 즈음에 시인이 되었고, 지천명 즈음에 책방&카페를 시작했다

→ 마흔 즈음 노래꾼이 되고, 쉰 즈음에 책집·잎물집을 열었다

19


노경(老境)의 아름다움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 늙어 아름답다고 여기기도 하고

→ 아름다운 늘그막으로 풀기도 하고

27


타인의 심금까지 울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으니 애창곡(愛唱曲)이 곧 애창곡(哀唱曲)인 셈이다

→ 이웃 가슴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노래가 곧 눈물노래인 셈이다

→ 네 마음까지 울릴 수도 있는 줄 처음 알았으니 사랑가락이 곧 눈물가락인 셈이다

32


내 노래 중 기억에 남는 열창의 순간을 되돌아본다

→ 내가 뜨겁게 노래한 일을 되돌아본다

→ 내가 불타듯 노래한 때를 되돌아본다

36


개인차가 있겠으나 내게 시작(詩作)은 어떤 의식과도 같아서 절대적 몰입을 요하는 고도의 내밀한 작업이다

→ 다 다를 텐데 나는 노래를 비나리처럼 쓰기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 사람마다 다른데 나는 비나리마냥 노래를 쓰기에 온마음을 쏟아야 한다

46


나의 소확행은 문우들이 우편으로 보낸 신간을 받아 들 때다

→ 나는 글동무가 띄우는 새책을 받아 들며 즐겁다

→ 나는 글벗이 보내는 새책을 받아 들며 들뜬다

53


항목마다엔 각각 대여섯 편의 시를 배치해 자기 점검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 꼭지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놓아 곰곰이 깊이 들여다본다

→ 자리마다 노래를 대여섯씩 두고 꼼꼼히 널리 짚는다

56


각설하고, 책이 가진 순기능의 신봉자인 연유로

→ 그러니까 책이 맞다고 여기는 터라

→ 그래서 책이 바르다고 믿는 터라

66


그것이 주는 만족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 이동안 어마어마하게 즐겁다

→ 이러며 어마어마하게 흐뭇하다

67


G를 통해 그녀와 첫 만남을 가진 게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 전의 일이다

→ ㄱ을 거쳐 그이와 처음 만난 때는 얼추 열다섯 해이다

→ ㄱ을 사이로 그사람과 만난 첫날은 이제 열다섯 해이다

71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아이가 겪을 고통과 분노에 대해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한테서 버림받은 몸인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괴롭고 불탈는지 어림조차 할 수 없다

→ 어버이가 버린 줄 알고서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불타오를는지 어림조차 못 한다

76


뭍에서의 며칠을 유유자적 보내고 섬으로 내려가기 전날

→ 뭍에서 며칠을 느긋이 보내고 섬으로 가기 앞서

→ 뭍에서 며칠을 널널히 보내고 섬으로 돌아가기 앞서

88


어떤 일을 시작하려 할 때 사전 준비가 착실한 이들에게 섬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 어떤 일을 차근차근 미리짓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디딤땅이다

→ 어떤 일을 벌이며 찬찬히 다지는 이라면 섬은 그야말로 새땅이다

105


누군가는 담소를 나누고, 누군가는 토막 잠에 취해 있다

→ 누구는 얘기를 하고, 누구는 토막잠을 누린다

→ 누구는 말을 나누고, 누구는 토막잠을 즐긴다

118


그동안 등한히 하거나 무시했던 나무와 풀에게, 달과 강에게 사과한다

→ 그동안 등돌리거나 얕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내한테 고개숙인다

→ 그동안 팽개치거나 깔본 나무와 풀한테, 달과 냇물한테 뉘우친다

150


대부분의 독서가 그렇지만 특히 이 책은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읽을 때는 으레 그렇지만 이 책은 더 차분하게 읽고 싶고

→ 책읽기는 무릇 그렇지만 이 책은 더욱 차분하게 읽고 싶고

179


거창한 말 같지만 남의 말을 빌려온 게 아니라 평소 나의 독서 지론이다

→ 대단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여태 읽은 바를 밝힌다

→ 잘난 말 같지만 남말을 빌리지 않고 늘 늙어온 바를 적었다

186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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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가을땀 2025.9.22.달.



봄에 흘리는 땀과 가을에 흘리는 땀은 어떻게 다를까? 느껴서 알아챌 수 있니? 봄에 맞이하는 바람과 가을에 마주하는 바람은 어떻게 달라? 넌 두 바람을 찬찬히 얘기할 수 있니? 아침에 돋는 해와 저녁에 지는 해는 어떻게 다르지? 너는 두 햇살을 가릴 수 있니? 봄땀과 가을땀은 다르고, 여름땀과 겨울땀은 달라. 철마다 다르게 흘리면서 봄을 북돋우는 물빛이고, 날마다 새롭게 돋으면서 몸결을 알려주는 물결인 땀이야. 땀을 내며 움직이기에 몸이 튼튼하단다. 땀이 없이 움직이다 보면 자꾸 뻣뻣하고 몸이 앓지. 땀을 내는 몸이기에 언제나 몸이 새로울 수 있어. 땀을 못 내거나 안 내는 곳이라면 몸이 차츰 닳으면서 메마르단다. 자전거라든지 숱한 기계를 떠올리렴. 기름을 제때 제대로 안 치면, 자전거도 기계도 뻣뻣할 뿐 아니라, 자꾸 닳고 부딪히다가 그만 망가져. 낫을 숫돌에 갈 적에 물이 없으면 날만 다칠 수 있어. 누구나 몸을 알맞게 쓰면서 땀을 부드럽게 낸단다. 몸이 살아숨쉬는 줄 알리는 이슬 같은 물인 땀이고, 몸을 움직이면서 몸속 찌꺼기를 살살 밖으로 빼내지. 이른바 나무를 때면 불을 일으키면서 재가 나오는데,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거나 놀면, 몸은 따끈따끈 피어나면서 ‘때·땀’이라는 ‘재’가 나온단다. 몸을 쓰기에 몸속을 다스릴 뿐 아니라, 온몸을 차분히 가다듬어서 스스로 씻는 얼개야. 그런데 요즈음 사람나라를 보면 ‘땀없는’ 터전이더구나. 일터도, 버스·전철도, 가게도, 그냥 길조차도 땀을 흘릴 겨를이 없기 일쑤이네. 여느때에 땀을 꾸준히 알맞게 흘려야 몸이 살아. ‘스포츠·운동’을 한다면서 땀을 확 쏟는 짓은 참으로 멍청하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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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관리자 2025.9.23.불.



네가 집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불을 확 때고서 끄지는 않을 테지. 차근히 불을 올려야 따뜻해. 확 지피면 뜨거워서 못 견디지. 네 몸을 돌볼 네가 몸을 확 달구면 어찌 될까? 몸이 배길 수 있을까? 땀을 한꺼번에 쏟고서 다시 확 식히면 몸이 쉽게 지치게 마련이야. 너는 네 몸부터 돌볼 줄 아는 사람일 노릇이고, 마음을 나란히 보살피는 눈을 뜰 일이야. 돌볼 줄 아는 사람은 도울 줄 알아. 스스로 돌볼 줄 알기에 이웃과 동무를 돕는단다. 네(내)가 너(나)를 돌보는 손길이기에, 너(나)는 둘레를 가만히 보고서 즐겁게 돕는 길을 나서. 이웃을 안 돕는 사람이란, 그사람부터 스스로 안 돌본다는 뜻이야. 동무를 안 돕는 사람이란, 그사람 스스로 돌보는 길을 모르거나 잊는다는 뜻이지. 돌보는 사람은 크게 하나로 아우를 뿐 아니라, 누구라도 부드러이 바라봐. 돌보지 않는 사람은 돌아볼 줄 모르니, 어제·오늘·모레를 아우르지 못할 뿐 아니라, 너·나·우리라는 삶을 못 본단다. 눈이 좁은 셈인데, 눈길이 좁으니 마음도 좁고 손길도 좁아. 눈이 좁으니 귀도 좁아. 눈여겨보는 마음이 없으니까 귀담아듣지 않는단다. 스스로 울리는 마음소리를 못 들으니, 이웃과 동무가 들려주는 말·소리·이야기를 안 듣거나 귀를 막거나 흘린단다. 눈뜨는 사람이기에 스스로 돌보면서, 이웃과 동무를 돕는 사이에, 눈길이 한결 깊어가고 손길은 더욱 익어가면서, 늘 빛나는 사람으로 서니 아름답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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