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21.

숨은책 1083


《城》

 프란츠 카프카 글

 박환덕 옮김

 범우사

 1984.1.15.첫/1991.5.10.기움1벌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는 이 하루는 언제나 기쁘게 일렁이는 빛살이지 싶습니다. 지나온 책도 다가올 책도 새롭고, 지나간 어제와 맞이한 오늘도 새삼스럽습니다. 새책집에는 “언제라도 다시 살 수 있는 책”을 놓고, 헌책집에는 “오늘 아니면 언제 다시 볼까 싶은 책”을 놓습니다. 헌책집도 때로는 “어제 판 책을 새로 들일 수 있”습니다만, 누구도 알 길은 없습니다. 범우사에서 1984년에 처음 옮기고서 1991년에 기움판으로 새로 낸 《城》을 2025년 가을에 헌책집에서 문득 보았습니다. 1991년이나 1995년에는 이 기움판을 새책집에서 못 보았지 싶고, 그무렵 보았어도 시큰둥히 지나쳤겠다고 느낍니다. 부산 연산동에 작은책집 〈카프카의 밤〉이 있습니다. 카프카 글꽃을 사랑하는 책집지기님이 꾸리는 새책집입니다. 2023년 5월에 부산 보수동 헌책집에서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프란츠 카프카/김윤섭 옮김, 덕문출판사, 1978.1.15.)를 만난 적 있고, 이 책을 〈카프카의 밤〉 지기님한테 드렸습니다. 카프카 글꽃바라기한테는 몹시 신나는 책이 되리라 느꼈어요. 1991년판 《城》도 남다른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서울대 교수·문학박사”가 옮겼다는 글씨를 크게 박으며 새빨간 빛으로 꾸민데다가, 끝꽃(부록)을 퍽 길게 붙여요. 똑같은 이웃글이어도 옮김글결이 다를 테니, 읽는 말맛도 다를 테고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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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21.

숨은책 1082


《體育運動衛生》

 吉田章信新 글

 右文館

 1922.2.15.첫/1922.3.10.4벌



  아다시피, 또는 모르다시피, 조선 오백 해 내내 ‘나리(양반·권력계급)’를 가르쳐서 벼슬아치로 삼을 뿐 아니라 사람들(농민)을 억누르는 마름(중간권력)으로 부린 나날입니다. 조선이라는 나라일 적에 ‘사람들(농민)’을 사람으로 안 쳤습니다. 그저 ‘종(노예)’이었습니다. 조선이 무너지고 조선총독부가 선 뒤에도 매한가지입니다. 나라지기라는 이는 사람들을 북돋우거나 이끌거나 가르칠 뜻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러지 않고서야 1945년이 지난 뒤에도 ‘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들을 닦달하며 돈을 우려내는 늪으로 내몰지 않았을 테니까요. 《體育運動衛生》은 1922년에 나온 배움길잡이책(교육지도서)입니다. 이미 일본은 1900년에 이르기 앞서 ‘국민교육’을 했습니다. 나라돈으로 누구나 배우는 터전을 마련했달까요. 우리나라가 나라돈으로 사람들이 배울 터전을 이럭저럭 마련한 때라면 2000년 즈음입니다. 우리는 배움살림조차 고작 스무 해 남짓인 나날이라서 갈 길이 한참 멀어요. 서울아이도 시골아이도 스스로 어디에서 어떻게 어른으로 서야 어질며 슬기롭게 ‘사람이라는 사랑’인지 알기 어려운 이즈음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첫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왜 배우고 왜 가르칠까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치나요? 어깨동무하며 즐겁게 두레를 맺는 동무로 빛나는 아이어른으로 마주할 길을 펼 때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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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21.

숨은책 1092


《雜草밭에 누워서》

 김태수 글

 태창문화사

 1980.12.20.재판



  “서울특별시립종로도서관 1981.5.29. 제125146호”라고 곱게 찍힌 책이라서 문득 들춘 《雜草밭에 누워서》인데, 74쪽에 “‘일하는 아이들’과 ‘갇힌 아이들’”이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설마 싶어서 펼치니 《일하는 아이들》을 읽고서 쓴 느낌글입니다. 더구나 꽤 길게 적었습니다. 어떤 이는 어느 책을 읽고서 오늘과 어제와 모레를 나란히 바라보려고 마음을 기울인다고 할 텐데, 어느 책을 펴낸 이는 갑작스레 목돈을 벌면서 눈이 돌아갔고, 이 나라를 이끈다는 어떤 이는 이런 책이 팔리거나 읽히면 안 된다고 여겨서 억눌렀습니다. 또 어떤 이는 이런 책이 나오건 말건 어린이를 안 쳐다보았고, 어떤 이는 그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1980년뿐 아니라 2000년까지도 어린이를 괴롭혔어요. 이제 우리는 어떤 풀밭을 지켜볼 만한 눈길일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ㅍㄹㄴ


우리는 언제나 ‘갇힌 아이들’과 ‘일하는 아이들’을 기억하자. 진정한 새 시대는 이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핌으로써 활짝 열리는 게 아닐까 … 1979년도의 언젠가, 정부발표에는 소비자 물가가 10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의 우리의 가계부에 꼼꼼히 기록된 물가 상승율은 30내지 40퍼센트였다. 관계장관은 보도기관을 통해서 풍년이라고 양곡의 통계 숫자를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골의 농촌형편은 기뭄과 한랭한 기후로 벼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82, 87쪽)


+


《雜草밭에 누워서》(김태수, 태창문화사, 1980)


37년간이나 국민학교에서 奉職하고 있는

→ 37해나 어린배움터에서 일하는

→ 37해를 씨앗배움터에서 땀흘리는

74쪽


여기에 투영된 생활현실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 여기에 담은 삶을 읽으니 마음이 뭉클하다

→ 여기에 깃든 살림을 읽으며 마음이 녹는다

→ 여기에 흐르는 오늘을 읽자니 눈물이 난다

74쪽


고도성장이 추진되면서 대도시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돈나래를 꾀하면서 큰고장은 사람이 터질듯이 늘어났다

→ 나래돋이를 일으키며 큰고장은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7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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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제 機制


 심리적 기제를 가진다 → 마음결이 있다 / 마음이 있다

 특수한 상황을 극복하는 기제가 있으면 되는 거지 → 남다른 자리를 이겨내는 뿌리가 있으면 되지


  ‘기제(機制)’는 “1. 기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이나 공식 따위의 내부 구성 = 기구機構 2.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바탕·바탕길·발판·밑·밑동·밑틀’으로 풀어낼 만하고, ‘뿌리·싹·뼈대·얼·넋·마음·생각’으로 풀 수 있습니다. ‘틀·터·얼개·줄거리·짜임새·빛·결’이나 ‘길·물결·흐름·판·차림새·매무새’로 풀어도 됩니다. ‘가다·나아가다·내세우다·드높이다’나 ‘바르다·다스리다·닦다·놓다·두다·하다’로 풀어도 돼요. ‘짜다·삼다·채우다·차리다·엮다·여미다·짓다’로 풀어도 어울리고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기제’를 넷 더 싣는데 다 털어낼 만합니다. ㅍㄹㄴ



기제(忌祭) : 해마다 사람이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 = 기제사

기제(基劑) : [약학] 연고나 경고 따위의 약을 만드는 바탕으로 쓰는 물질. 바셀린, 카카오 기름, 라놀린, 왁스, 파라핀 따위가 있다 ≒ 기초제

기제(旣製) : 주문에 의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고 미리 상품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

기제(旣濟) : 1. 일이 이미 처리되어 끝남 2. [민속] 육십사괘(六十四卦)의 하나. 감괘(坎卦)와 이괘(離卦)가 거듭된 것으로 물이 불 위에 있음을 상징한다 = 기제괘



불안 역시 피할 수 없는 기제로 작동한다

→ 걱정도 떨칠 수 없다

→ 근심도 버릴 수 없다

→ 걱정도 안 할 수 없다

→ 근심도 꼭 한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김슬기, 웨일북, 2018) 66쪽


표준어 사정査定의 완고한 기제가 언중의 두터운 기층 정서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 맞춤말을 고지식하게 살피다가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손꼽을 만하지 싶다

→ 맞춤말을 꼬장꼬장 짚던 밑동이 사람들 말씨에 말미암아 누그러진 보기로 꼽을 만하지 싶다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오경철, 교유서가, 2024) 8쪽


나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 문득 나를 지키려는 몸짓일지도 모른다

→ 불현듯 나를 지키려는 짓일지도 모른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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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로 水路


 수로를 내다 → 물골을 내다

 저수지와 수로들이 있다 → 못과 물길이 있다

 육로와 수로를 합쳐 → 뭍길과 뱃길을 더해

 여수 쪽으로 향한 수로에는 → 여수 쪽 바닷길에는


  ‘수로(水路)’는 “1. 물이 흐르거나 물을 보내는 통로 = 물길 2. 선박이 다닐 수 있는 수면상의 일정한 길 3. [체육] 수영 경기에서, 각 선수가 헤엄쳐 나가도록 정해 놓은 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굴·물굿·물구멍’이나 ‘물길·물골’로 고쳐씁니다. ‘바닷길·뱃길’이나 ‘큰물길’로 고쳐쓸 만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수로’를 아홉 가지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수로(手爐) : 손을 쬐게 만든 조그마한 화로

수로(囚虜) : 갇혀 있는 포로

수로(垂老) : 나이 칠십의 노인 ≒ 수백

수로(垂露) : 1. 뚝뚝 떨어지는 이슬 2. 필법의 하나. 세로로 내리긋는 획의 끝을 삐치지 않고 붓을 눌러서 그치는 방법이다

수로(首虜) : 싸움터에서 베어 얻은 적의 머리와 사로잡은 포로

수로(修路) : 1. 길게 이어진 길. 또는 먼 길 2. 길을 수리함

수로(酬勞) : 수고나 공로에 대하여 돈으로 보답함

수로(竪爐) : [공업] 축(軸)이 위아래로 통하여 있어, 연료와 광석을 같은 곳에 넣을 수 있게 된 노(爐). 금속 제련의 예비 조작이나 화학 분석 따위에 쓴다

수로(隧路) : 산이나 땅 밑을 뚫어 만든 길 = 굴



상주시는 육로에 이어 수로까지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로

→ 상주시는 뭍길에 이어 물길까지 잘 뚫린 곳으로

→ 상주시는 뭍길에 이어 뱃길까지 트인 길목으로

《4대강에 부가 흐른다》(김혜경,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9) 106쪽


하마는 오카방고에 낙서를 하듯 ‘수로’란 작품을 만든 거야

→ 하마는 오카방고에 글씨를 쓰듯 ‘물길’이란 작품을 빚었어

→ 하마는 오카방고에 글씨를 쓰듯 ‘물길’이란 작품을 그렸어

《지구의 마지막 낙원》(김용안·백남원·김광근, 시공주니어, 2010) 23쪽


홍수 한 번 안 나고 넘겼구먼, 이 수로 덕분에

→ 큰물 한 판 안 나고 넘겼구먼, 이 물골로

《배가본드 35》(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13) 81쪽


수로의 출구 쪽에 있던 배에서도 소형 보트 여러 척을 물 위에 띄워 놓았다

→ 물골 밖에 있던 큰배도 작은배 여럿을 띄운다

→ 뱃길 너머에 있던 배도 쪽배 여럿을 띄운다

《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루이스 세풀베다/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2025) 112쪽


그 물은 어두운 땅 밑 수로를 통해 너한테로 오고 있지

→ 물은 어두운 땅밑에서 흐르며 너한테 오지

→ 물은 어두운 땅밑길을 거쳐서 너한테 오지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사카이 고마코/김숙 옮김, 북뱅크, 202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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