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자살예방 2025.11.7.쇠.



앞으로 없기를 바란다면서 미리 무엇을 할 적에 ‘예방’이라 하더구나. ‘예방주사’를 놓아서 안 아프기를 바라고, ‘자살예방’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안 죽기를 바라네. 그렇지만 예방주사로는 더 아플 뿐이고, 자살예방으로는 더 죽음으로 내몬단다. 이 까닭을 읽을 수 있겠니? “망가진 나라·서울·마을·숲”은 안 돌보면서 예방주사만 만들어서 맞으라 한들, 돌림앓이는 걷어낼 수 없어.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치우고, 모든 찻길을 확 줄이고, 모든 공장을 확 줄이려 하지 않으면, 앞으로 100가지뿐 아니라 1000가지 예방주사가 나온들 몸을 더 망가뜨리거나 죽이고 말아. 어린이가 왜 스스로 숨을 끊을까? 푸름이(중·고등학생)도 괴로운 불늪(입시지옥)인데, 이제는 어린이(초등학교)한테도 모질고 무겁게 짐을 얹고서 억누르는걸. 이런 불늪을 손놓은 채 자살예방만 시끄럽게 벌인들, 외려 죽음길을 부채질한단다. ‘예방’하려고 하지 마. 네 몸을 오늘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가꾸렴. 네 길과 일과 집을 오늘 있는 그대로 품고 돌보고 노래하렴. 모두 오늘 이곳에서 하면 넉넉해. 억지로 없애려 하면 거꾸로 더 일어나지. 스스로 할 일을 하려는 마음이면 어느새 스스로 밝게 눈뜨면서 다 풀게 마련이야. 스스로 할 일을 잊으면서 “저걸 없애야지!” 하면서 힘쓰면, “없애려는 저것”은 도무지 안 없어지거나 더 뻗게 마련이야. 이동안 너는 “스스로 하려던 일과 길”을 더 빠르게 잊고 뒤로 미루다가 까맣게 사라진단다. ‘자살예방’은 ‘자살’을 부추기지. ‘백신’이 ‘병’을 키워. 삶을 그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펼 일이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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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싸더라도 2025.11.8.흙.



즐겁게 짓고 다루며 쓰는 살림이라면,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안 따지게 마련이야. 안 즐겁게 사거나 빌리거나 얻은 살림이기에, 자꾸 돈으로 얼마짜리인지 따진단다. 너는 1만 원짜리나 100만 원짜리나 1억 원짜리를 짓거나 마련하거나 쓰지 않아. 너는 오롯이 ‘살림’을 짓거나 마련하거나 쓸 노릇이란다. 돈이나 금이나 값을 따질 적에는 ‘돈·금·값’에 마음을 기울이느라 ‘살림’을 쉽게 잊어. 네가 늘 살림을 건사하거나 다루거나 쓸 적에는, 그야말로 ‘살림’이라는 말씨를 온마음에 담는단다. 왜 비싸다고 여기겠니? 살림을 안 보거든. 왜 싸다고 여길까? 살림을 짓겠다는 마음을 잊거든. 비싸더라도 사거나 써야 하지 않아. 써야 하니까 기쁘게 맞이해서 즐겁게 쓰기에 살림살이로 자리를 잡아. 집에 들일 적부터 비싸다고 여기는 마음인 채, 내내 “비쌌어!” 하고 여기느라, 살림이 아닌 ‘비싼것’으로 뿌리내리면서 그만 못 쓰거나 잘못 쓰거나 쉽게 버리고 만단다. 늘 ‘제것’을 제대로 쓰면 될 일이야. 값은 안 대수롭지. 돈이야 벌어서 대면 어느새 다 갚고 메우고 아물지. 곁에 무엇을 어떻게 둘는지 헤아려 보렴. 너는 네 손끝에 무엇을 담거나 놓고서 하루를 어찌 누릴는지 살피렴. 즐겁기를 바라면, 어떤 돈·금·값이건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편단다. 더 싸기를 바라니까, 돈·금·값은 이대로 잔뜩 들이면서도 삶이 헛돌다가 그만 무너지지. 햇볕에, 비에, 바람에, 별에, 꽃에, 숲에, 바다에 누가 돈을 매기니? 해바람비에 값을 매기면, 이 별이 사라진단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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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핵잠수함  2025.11.9.해



바다밑으로 숨듯 잠겨서 다니는 배라서 ‘잠수함’이라는데, 이 ‘물밑배’는 바다를 읽거나 느끼거나 알려고 뭇지 않아. 남몰래 파고들어서 펑펑 터뜨릴 셈으로 뭇는단다. 물밑에서 더 오래 버티며 옆나라로 파고들려는 뜻으로 ‘핵잠수함’을 뭇지. 어깨동무나 이웃사랑이란 한 줌조차 없기에 잠수함·핵잠수함을 뭇는데, 이곳에 드는 돈이 엄청나. 이런 물밑배를 거느리는 돈도 엄청나고. 너는 헤아릴 수 있을까? 얼마나 어깨동무·이웃사랑(평화·민주)을 안 바라기에, 이토록 목돈을 들여서 멍텅구리를 자꾸 뭇고 거느리고 자랑하려 할까? 전쟁무기와 군대를 늘릴수록 사람들 모두 가난에 허덕이고 굶주리는데, 힘꾼(권력자)과 똑똑이(지식인·과학자)와 벼슬아치는 오히려 떼돈을 벌어. 어느 살림살이에도 못 쓰는 ‘쓰레기 쇠붙이’를 무으려고 돈·짬·품·땀·빛(전기)·물을 끝없이 써대며 푸른별을 더럽히고 망가뜨린단다. 나라를 지키려면 핵잠수함·핵미사일·핵폭탄·핵발전소가 있어야 할까? 아무래도 ‘나라’가 아닌, 또 ‘나라지기·나라일꾼’도 아닌, 힘꾼·똑똑꾼·벼슬아치·돈꾼·이름꾼이 우쭐대며 우두머리로 서려는 속셈으로 벌이는 짓이야. 쓸모없는 짓이 마치 뜻있고 값지기라도 하다고 눈속임을 하지. 넌 생각을 해야 해. ‘살림살이’가 아닌 ‘불장난’을 하려는 속뜻을 읽어내고 알아차려야 하고, 이런 불장난이 아닌 ‘살림짓기’를 하자고 목소리를 내야겠지. 네가 손수 살림짓기를 하면서 멧새노래마냥 들려주는 작은 목소리가 온누리를 바꿀 수 있어. 살림을 안 짓는 무리는 멍청한 목소리를 높일 만한데, 너는 그저 웃으면서 살림노래를 부르기를 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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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동구 인문학당 (2024.7.24.)

― 광주 〈동명책방 꽃이피다〉



  우리말에는 ‘사춘기’가 없고, 우리나라에는 ‘사춘기’라 이를 만한 때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온나라가 마찬가지인데, “아이에서 어른으로 건너가는 즈음”은 “철드는 나이”요, 철드는 때란 따로 ‘봄나이(봄빛을 바라볼 줄 알고 품는 나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숱한 나라는 ‘봄나이’로 무르익을 아이를 굴레(제도권입시지옥)에 가두느라 웬만한 아이는 몸앓이랑 마음앓이가 겹쳐서 지치고 앓아요.


  스스로 철들며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해보려는 무렵에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넘어지고 다치기에 비로소 봄나이를 이루면서 어른이라는 길에 접어들어요. 셈겨룸(입시)이란 아주 조그만 디딤돌입니다. 이 디딤돌 건너에서 삶과 살림과 사람을 함께 바라보는 보금자리를 이루자면, 아이랑 어버이는 늘 이야기하고 늘 함께 일하고 늘 숲을 마주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광주 〈동구인문학당〉에서 마련하는 ‘손바닥책 보임자리’에 곁들이처럼 ‘손바닥에 피어난 꽃과’라는 줄거리로 이야기를 폅니다. 일본말 ‘문고본(문고판)’이나 영어 ‘미니북·페이퍼백’이 있습니다만, 우리말로는 ‘손바닥책’에 ‘주머니책’에 ‘작은책’이요 ‘씨앗책’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바라보려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 길이 다릅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마치고서 〈동명책방 꽃이피다〉에 살짝 들릅니다. 산수동에서 동명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책집이름도 ‘동명책방’으로 갈아입습니다.


  이 삶을 이루는 수수께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사랑을 받지 못 했다고 여기면서 힘(권력)만 주워담은 길에 얽매이면 비틀비틀 절어서 절뚝절뚝하다가 쓰러지지요. 아이한테는 바보스런 몸짓이 아닌, 오늘 우리가 오늘 짓는 즐거운 하루를 이야기하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글책이건 그림책이건 오래오래 지켜보고 마음에 담은 숨빛으로 새롭게 여미기에 반짝입니다. 섣불리 목소리부터 앞세우면 다 망가지고 흩어져요. 봄에는 봄빛으로, 여름에는 여름빛으로, 갈겨울에는 갈빛과 겨울빛으로 물들며 씨앗을 맺으면 됩니다. 함께 노래하는 글꽃은 어디서나 피어날 수 있습니다. 혼자 노래하는 그림꽃도 언제나 돋아날 수 있어요.


  작은사람은 작은손에 작은책을 작은씨앗으로 삼아서 작게 쥡니다. 작은몸에 책꾸러미를 큰등짐으로 메지만 다시금 작은걸음으로 걸어서 작은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멋져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조촐히 꿈꾸면 느긋합니다.


ㅍㄹㄴ


《니들의 시간》(김해자, 창비, 2023.11.24.)

《겨울나무로 우는 바람의 소리》(조선남, 삶창, 2024.3.29.)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장재연, 동아시아, 2019.5.14.)

《호호호》(윤가은, 마음산책, 2022.2.5.)

《가불 선진국》(조국, 메디치, 2022.3.25.)

《섬에서 부르는 노래》(손세실리아, 강, 202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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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바보와 얼간이



  ‘바보’는 아직 잎갉이를 하는 작은벌레를 가리킨다. 애벌레와 같은 사람이 천천히 꿈을 그리며 나아갈 삶을 노래하는 이름이다. ‘얼간이’는 예나 이제나 안 배우고 안 지으면서 남눈에 스스로 휘둘리는 몸짓을 나타낸다. 사람으로서 사람빛을 잊기에 딱하게 바라보는 이름이다.


  모든 ‘알’은 애벌레를 거쳐서 고치를 지나고는 찬찬히 나비로 깨어나려고 이곳에 태어난다. 모든 ‘씨’는 흙한테 포근히 안겨서 제때와 제철을 읽는 날까지 하늘바라기로 자라나려고 이곳에 맺는다. 모든 ‘사람’은 살림을 짓는 삶을 몸소 일구는 사이에 사랑을 배우고 익혀서 나누려는 뜻으로 이곳에 온다.


  내가 지내는 전남 고흥 도화면인데, 2011년에 처음 깃들 즈음, 면소재지 어린배움터는 200 어린이가 넘고 우글우글했다. 면소재지 푸른배움터도 여러 칸(학급)에 바글바글했다. 그무렵 이 시골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사라질 줄 내다본 사람은 아주 드물거나 없었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젊은이도 아기도 없는 마을이 수두룩했다. 나는 서른여섯 살에 이 시골에 깃들었다. 둘레에서 놀랐다. “한창 젊은데 왜 서울에 안 있고 이 막장까지 왔수? 애까지 둘이나 데리고? 서울에서 사고쳤나?” 같은 소리를 거의 모두라 할 시골사람한테서 들었다. 나는 뿌리내리는 나무로 살아가서 숲을 이루려고 곁님과 아이들하고 스스로 시골로 찾아왔다. “시골아이를 서울로 등떠미는 낡은 배움틀을 얼른 버리고서, 이곳 아이들이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만 마친 뒤에 이 시골에서 조촐히 즐겁게 작게 보금자리를 짓고 일구는 길을 함께 새로 배우고 나눌 일입니다.” 하고, 고흥서 만나는 누구한테나 말했으나, 다들 한결같이 비웃거나 흘려넘겼다. “작가 양반은 젊어서 그런지, 참 쓰잘데없는 걱정만 하는구만. 그래서 작가 양반인가?” 같은 소리를 실컷 들었다.


  다가올 2026년에 도화면 어린배움터와 푸른배움터 모두 ‘입학예정자’가 ‘0’이라고, ‘위기’라고 시끌하다. 이제서? 이제서야? 지난해에는 아마 ‘1명 입학’인 줄 안다. 지난해에는? 그러께는? 바글대던 여러 칸이 “한 칸 열 아이”도 안 될 만큼 줄어드는 동안에는? “한 칸 두세 아이”로 확 줄어든 때에는? 여태 손놓고 팔짱끼고 등돌리면서 “뭐, 몇 해 있으면 딴 데(학교) 가니까 걱정없지.” 하던 그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러니까 그들(교사)은 다섯 해마다 자리를 옮기니까, 시골배움터가 아슬하든 벼랑끝이든 닫을 판이든 쳐다볼 까닭도 일도 없다. 시골 할매할배는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가 닫든 말든 까맣게 모르는데다가 아예 아무 마음이 없다. 면장이나 군수나 공무원도 다른 자리로 곧 옮길 테니까 그들과 나란히 아무 눈길도 마음도 없다.


  여태 “서울로!”를 외치면서 “인서울 탈고흥” 푸름이한테 목돈을 장학금이랍시고 잔뜩 쏟아부은 굴레를 누가 꾀하고 누가 길미를 챙겼는지 뉘우치는 빛이 없다. 이 작은 시골 고흥에서는 몇 해 앞서까지 “서울대 합격 1000만 원, 연고대·이화여대 합격 500만 원, 그럭저럭 인서울 대학교 300만 원, 서울권 대학생은 4년 동안 기숙사 무료제공”이라는 장학금을 오래도록 펴왔다.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푸른배움터까지 마치고서 논밭짓기를 하겠다는 젊은이한테는 10원조차 베푼 적이 없다. 그나저나, 지난 열 해 즈음에 걸쳐서 고흥을 비롯한 ‘인구소멸예정지’에 흘러든 나라돈은 2000억을 훌쩍 넘는 줄 안다. 어쩌면 1조쯤 들어왔을 수 있다. 이 돈은 어느 주머니로 쏙쏙 들어갔을까? ‘태양광·풍력 보상금’도 오지게 많은 줄 아는데, 다 누구 뒷주머니와 앞주머니에 숨었을까?


  새길찾기는 아주 쉽다. 모든 어린씨 푸른씨가 “졸업장 없는 학교”를 누리면 된다. “교과서 안 쓰는 하루”를 살림짓기로 갈아엎으면 된다. 모든 급식실을 닫고서 도시락을 싸거나 손수 밥짓기를 하면 된다. ‘학교 주차장’을 논밭으로 바꾸면 된다. 교육부를 통째로 닫고서, 시골은 시골대로 서울과 큰고장은 서울과 큰고장대로 ‘손수짓기(자급자족)’를 배우고 익히며 나누는 새판을 짜는 데에 목돈과 품을 들이는 얼거리를 짤 노릇이다.


  바보는 벼랑끝에 서면 드디어 눈을 뜬다. 벼랑끝에서 스스로 날아오를 길을 연다. 얼간이는 벼랑끝에서도 얼뜬 짓과 말로 노닥거리다가 슥 미끄러지고 나서야 “나 살려!” 하고 운다. 얼간이는 죽을 판에도 얼을 못 차리다가 죽는다.


  ‘오늘’은 도화면이지만, ‘모레’에는 고흥읍과 도양읍이다. ‘글피’는 전라남도요, 이레 뒤에는 온나라가 되겠지. 우리는 국회의원에 군의원·시의원·도의원·구의원 따위를 뽑을 까닭이 없다. 모든 ‘의원’은 제비뽑기로 그 고장 17살 푸른씨한테 맡겨야지 싶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늙고 낡은 꼰대를 싹 벼슬판에서 솎을 노릇이다. 군수와 시장도 뽑을 까닭이 없다. 면장과 구청장이 돌아가면서 맡으면 된다. 국회의원이라면, 그 고을 20살 젊은이 가운데 제비뽑기로 한 해씩 맡기면 된다.


  참으로 쓰잘데없는 뽑기를 확 줄이고서, 고을마다 마을마다 어린배움터하고 푸른배움터를 제대로 돌보면서 고을사람과 마을사람이 더 작고 조촐히 스스로 하루짓기를 하도록 이바지하면 된다. 밑돈(기본소득)이란, 이렇게 “마을 스스로 살림짓기”를 이루어 가면서 펴면 된다.


  오늘 이른아침에 부산으로 일하러 길을 나선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은 마을과 집에서도 또 먼길을 나서면서도 배우고 가르칠 노릇이라고 본다. 2025.11.2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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