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제 祭


 기우제 → 비나리

 예술제 → 꽃마당 / 아름판

 위령제 → 기림판 / 넋씻이

 추모제 → 눈물자리 / 눈물절


  ‘-제(祭)’는 “‘제사’ 또는 ‘축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외마디 한자말을 붙이면 하나같이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마당·자리·잔치·판’이나 ‘기리다·기림꽃·기림빛·기림질’로 손볼 만하고, ‘놀이·놀이하다·놀음’이나 ‘모시다·모심·모심길·모심손’으로 손봅니다. ‘비나리·비나리판·비나리꽃’이나 ‘빌다·엎드리다·납작·넙죽’으로 손보지요. ‘절·큰절·절하다’로 손볼 만해요. ‘올리다·올림꽃·올림자리’나 ‘따르다·그저 따르다·그냥 따르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학원제에서 집사 코스프레로 우승해서 받은

→ 배움잔치에서 지킴이로 꾸미고 이겨서 받은

→ 배움마당에서 살림꾼 차림으로 이겨서 받은

《이치고다 씨 이야기 5》(오자와 마리/황경태 옮김, 학산문화사, 2011) 59쪽


팬에 대한 감사제라는 의미가 메인이잖아

→ 즐겨찾아 고맙다는 뜻이 바탕이잖아

→ 반겨 주어 고맙다는 뜻을 펴잖아

→ 즐김이 기쁨잔치라는 뜻으로 하잖아

《하루카의 도자기 2》(플라이 디스크 글·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 98쪽


문화제 일일 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 잔칫날 하루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 온마당 오늘가게에서 누가 맛을 따진다고 그래

《사야와 함께 3》(타니카와 후미코/문기업 옮김, AK comics, 2017) 65쪽


제1회 꽁치제를 거행하겠습니다

→ 첫 꽁치잔치를 열겠습니다

→ 첫 꽁치마당을 펴겠습니다

→ 첫 꽁치한마당을 하겠습니다

《경계의 린네 26》(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 135쪽


영화도 예술제에 출품한 고상한 작품만 보지 마시고

→ 영화도 예술판에 나온 무게있는 것만 보지 마시고

→ 영화도 예술마당에 나온 훌륭한 것만 보지 마시고

《친애하는 미스터 최》(사노 요코·최정호/요시카와 나기 옮김, 남해의봄날, 2019) 54쪽


우리가 폐막제에 나갈 수 있는 건 내후년일 테고

→ 우리가 끝맞이에 나가려면 다다음해일 테고

→ 우리가 마감꽃에 나가려면 이태 뒤일 테고

→ 우리가 끝잔치에 나가려면 두 해 뒤일 테고

《평범한 경음부 5》(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내후년 來後年


 내후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 이태까지 이어갈 듯하다

 후년 연말께나 내후년 초에야 → 다음해 끝께나 이담해 처음에야


  ‘내후년(來後年)’은 “후년의 바로 다음 해 ≒ 명후년·후후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다음해·그담해’나 ‘다다음해·다담해’로 고쳐씁니다. ‘이다음해·이담해’로 고쳐쓸 만하고, “두 해”나 ‘이태’로 고쳐써요. ㅍㄹㄴ



하지만, 우리들은, 내년, 내후년, 10년 후, 어떻게 변해 갈까

→ 그렇지만, 우리는, 다음해, 다다음해, 열 해, 어떻게 바뀔까

→ 그런데, 우리는, 이듬해, 이다음해, 열 해, 어떻게 거듭날까

《깨끗하고 연약한 1》(이쿠에미 료/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6) 121쪽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또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게

→ 담해에도 또 다담해에도 즐겁게

→ 이듬해도 이다음해도 즐겁게

《항구마을 고양이마을 1》(나나마키 카나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2) 186쪽


내후년엔 입학시험을 봐야 해서

→ 그담해엔 드는겨룸을 봐야 해서

→ 다담해엔 셈겨룸을 봐야 해서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2》(쓰루타니 가오리/한승희 옮김, 북폴리오, 2019) 35쪽


우리가 폐막제에 나갈 수 있는 건 내후년일 테고

→ 우리가 끝맞이에 나가려면 다다음해일 테고

→ 우리가 마감꽃에 나가려면 이태 뒤일 테고

→ 우리가 끝잔치에 나가려면 두 해 뒤일 테고

《평범한 경음부 5》(쿠와하리·이데우치 테츠오/이소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십년 十年


 십년 만의 변화이다 → 열 해 만에 바뀐다

 십년이 경과했는데 → 열 해가 흐르는데

 십년간 매일 방문했다 → 열 해 내내 찾았다


  ‘십년(十年)’은 따로 낱말책에 없습니다. 없을 만하고, 없어야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열 해”라 하면 그만입니다. ㅍㄹㄴ



하지만, 우리들은, 내년, 내후년, 10년 후, 어떻게 변해 갈까

→ 그렇지만, 우리는, 다음해, 다다음해, 열 해, 어떻게 바뀔까

→ 그런데, 우리는, 이듬해, 이다음해, 열 해, 어떻게 거듭날까

《깨끗하고 연약한 1》(이쿠에미 료/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6) 121쪽


불쑥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십년감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쇠 때문에 크게 놀랄 때가 한두 판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쇠 때문에 죽을 뻔할 때가 한두 판이 아니었다

→ 불쑥 튀어나오는 부릉이 때문에 가슴을 자주 쓸어내렸다

→ 불쑥 튀어나오는 쇳덩이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정혜진, 녹색평론사, 2007) 223쪽


이상이 나의 밥짓기에 얽힌 지난 십 년간 소동의 기록이다

→ 여기까지 내 밥짓기에 얽힌 지난 열 해를 적었다

→ 이제까지 내 밥짓기에 얽힌 지난 열 해를 담았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히라마쓰 요코/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7) 1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마음으로 책읽기 (2024.3.15.)

― 부산 〈파도책방〉



  모든 책은 책집지기 손길을 닿아서 책시렁에 놓일 테니, 이곳을 찾는 분들 손끝을 따라서 새롭게 피어나기를 기다리지 싶습니다. 빽빽한 날도 있고 느슨한 날도 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나가는 날이 있고, 여러 해를 차분히 기다리는 날이 있어요. 다독이고 다듬는 손길이 깃들고, 다가와서 담는 손길로 떠납니다.


  왼손은 새빛이고 오른손은 오래빛입니다. 두빛이 맞물리면서 한빛을 이룹니다. 외빛으로는 외곬로 기울지만, 왼오른이 나란한 두빛은 언제나 새빛으로 깨어나요. 둘은 천천히 나아가면서 차분합니다.


  부산으로 이야기마실을 오는 길에 〈파도책방〉부터 들릅니다. 가볍게 물결치는 책을 마주하면서, 새삼스레 물결칠 이야기를 그리면서 책마실을 누립니다. 언뜻 보면 모든 헌책은 ‘버림받은’ 종이뭉치입니다. ‘헌’을 ‘버린’으로 여기는 분이 매우 많아요. 그런데 우리말 ‘헌’은 ‘한’과 나란합니다. 허름하거나 허무는 ‘헌’이 있되 허허바다와 허허벌판처럼 가없는 하늘을 닮은 ‘헌’이 있어요. 오래도록 두려는 헛간처럼 두고두고 되읽을 만하기에 헌책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기울이느냐에 따라서, 똑같다고 여기는 책을 누구나 새롭게 새겨서 샘물처럼 생생하게 받아안을 수 있습니다. 흔한 책이란 없고, 잘나가는 책도 없으며, 묻히거나 사라진 책도 없어요. 그저 오늘 우리 스스로 마주하면서 지피는 책 한 자락이 있습니다.


  숱한 헌책집지기는 글쓴이나 펴냄터를 모르고도 아름책을 놀랍게 쏙쏙 찾아내어 책시렁에 건사했습니다. 아예 글을 모르는 분이 꾸리는 헌책집도 있어요. 저는 그다지 안 궁금했는데, 온나라 헌책집 할매할배는 문득문득 “그런데 자네, 내가 어떻게 ‘존책(좋은책)’을 골라내는지 궁금하지 않나?” 하고 물으셔요. “네? 저는 존책이나 군책(궂은책)을 가리지 않아요. 낱말책을 엮는 길에는 모든 책과 모든 말을 살펴야 하거든요.” 하고 대꾸를 하는데, “거 참, 젊은이 참 재미없게 사네. 내는 글을 몰라도 그냥 느낌으로 알아. 아 저기 수북한 헌종이 사이에 뭔가 나를 부르는 빛이 있어. 그래서 그 수북한 종이더미를 뒤적이다 보면 ‘오, 이 책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책이 있지. 난 그 책을 누가 썼는지 무슨 줄거리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느껴서, 책이 불러서 건사하지. 그러면 꼭 그런 책을 교수님이나 작가님들이 골라내면서 ‘아니 사장님 이 귀한 책을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하고 물어봐. 그런데 내가 글씨도 모르는데 뭐 할 말이 있나? 그저 ‘네, 틀림없이 교수님이 이 책을 바랄 듯해서 찾아놓았습니다’ 하고 말지.” 하고 들려줍니다.


ㅍㄹㄴ


《침묵의 세계》(막스 피카르트/최승자 옮김, 까치, 1985.8.10.첫/2004.5.10.2판4벌)

《브레히트 硏究》(이원양, 두레, 1984.4.30.첫/1991.12.20.증보판)

《사진의 유혹》(데이브 요라스/정주연 옮김, 예담, 2003.5.25.)

《감정 독재》(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3.12.20.첫/2013.12.30.2벌)

《標準 大學音樂通論》(나운영, 이상사, 1962.11.3.첫/1969.4.10.4벌)

《짓 1》(김은이 엮음, 한국춤모임 짓, 1987.12.5.)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문학동네, 2018.11.23.첫/2020.7.15.25벌)

《딴따라, 나 있는 그대로》(윤복희, 문예당, 1997.7.5.)

《담론》(신영복, 돌베개, 2015.4.20.첫/2017.1.26.22벌)

《유시민과 함게 읽는 스위스문화이야기》(유시민, 푸른나무, 1998.9.4.첫/2000.10.2.3벌)

《유시민과 함게 읽는 오스트리아문화이야기》(유시민, 푸른나무, 1998.9.14.첫/2001.8.10.3벌)

《유시민과 함게 읽는 이탈리아문화이야기》(유시민, 푸른나무, 1998.9.14.첫/2001.8.10.3벌)

《유시민과 함게 읽는 미국문화이야기》(유시민, 푸른나무, 1999.1.10.첫/2001.6.40.3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어의 여행 Dear 그림책
김현례 지음 / 사계절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0.29.

그림책시렁 1665


《문어의 여행》

 김현례

 사계절

 2024.3.20.



  나가고 들어오기에 ‘나들이’라고 합니다. 이웃과 동무가 살아가는 마을(마실)을 다녀오기에 ‘마실’이라 합니다. 해와 별은 언제나 푸른별로 나들이를 옵니다. 비와 구름은 이 파란별에서 고루고루 마실을 합니다. 우리는 집과 집밖으로 사뿐사뿐 오가고, 언제나 바람을 쐬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문어의 여행》은 문어가 어쩌다가 붙잡힌 뒤에 슬그머니 ‘사람마을’을 누비는 하루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끝을 보면 ‘붙잡혔’다기보다는 ‘그물타기’를 놀이로 삼는 셈 같아요. ‘잡아먹는’ 눈이라면 문어가 사람마을을 누빈다고 여기기 어려울 테지만, ‘만나려는’ 눈이라면 문어는 사람마을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려나 하고 짚을 만합니다. 다만, 문어는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인천 앞바다에서도 문어를 만날 수 있을 테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들숲메가 짙푸른 바다 곁에 있다고 여겨야 할 테지요. 바로 서울(도시)을 둘러보는 문어보다는, 먼저 이 나라 시골살이부터 들여다보면서 풀꽃나무를 살피는 문어를 다뤄야 맞을 텐데 싶어요. 그림감이나 얼거리를 ‘재미’로 짠 대목은 남다르되, 줄거리를 ‘살림’으로 맞추어서 어린이 곁에 설 수 있으면 그야말로 새롭게 빛났을 만하기에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문어의 여행 → 문어 나들이 . 문어 마실 . 걷는 문어 . 문어가 걷다 . 문어가 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