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날짜 2024.10.9.물.



날짜를 보면서 싹트는 씨앗은 없어. 날씨를 보면서 싹트는 씨앗이야. 날짜를 헤아려 오가는 새는 없어. 날을 헤아려 오가는 새란다. 어느 나무도 날짜를 아랑곳하지 않아. 어느 풀꽃도 어느 열매도 어느 해와 별도 날짜는 안 따진단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숨결이 없어. 풀꽃나무도 짐승도 헤엄이도 “몸을 입고 태어난 날”부터 이 삶을 배우면서 자라나. 마지막에 이른 날에 몸을 내려놓을 적에는, 이 삶에서 그동안 익힌 모든 슬기를 빛방울에 담아서 흩뿌리지. 나무가 쓰러져도, 풀이 시들어도, 거미가 톡 떨어져도, 사마귀가 다리힘이 풀려도, 다들 빛방울을 흩뿌리면서 웃어. 여태 몸에 담았던 ‘기운’을 둘레에 베푼단다. 겉몸은 흙으로 돌아가는 거름이고, 마음은 빛방울로 여민 기운이야. 이 별도 다른 모든 별도 뭇숨결이 주고받고 내놓는 숱한 빛방울을 품어서 반짝인단다. 푸른별(지구)이 아직 밖(우주)에서 보기에 그저 티끌 하나만 하던 때에도 ‘티끌이 아닌 씨앗’으로서 꿈을 그렸고, 이 작은 별씨앗이 천천히 싹트고 깨어나고 퍼지면서 조금씩 덩이(몸)를 이루었어. 이 별씨앗으로 다가오거나 스며든 ‘더 작은 숨씨앗’이 나고자라다가 스러지면서 빛방울을 내놓았거든. 사람도 새도 짐승도 풀도 나무도 ‘저보다 작은 다른 빛방울’을 꾸준히 받아들여서 움직이다가 새롭게 내놓으면서 살아가. 다른 몸을 빛방울로 받아들이니 숨을 쉬고, 제 몸을 다른 숨붙이한테 내주면서 숨이 빛나. 이 모든 일은 그저 흐르는 길이야. 날짜로는 셀 길이 없어. 날짜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날개’를 펴는 오늘에 서면서 잇고 이루어 간단다. 하루가 가고 오는 줄 느낄 적에만 날짜를 보면 돼. 보았으면 그만 잊으면서 네 새길을 바라볼 노릇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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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1.9. 파란씨앗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곧 ‘어린이·청소년 잡지’를 엮어냅니다. 여러 이웃님이 함께 슬기에 땀에 마음을 모아서 여밉니다. 꾸러미 이름은 《파란씨·앗》입니다.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이 밑돌을 이루면서 ‘잠잠이’라는 이름인 새 펴냄터에서 선보입니다. 첫걸음(창간호)에 앞선 걸음마(창간준비호)를 곧 선보입니다. 조촐히 묶는 꾸러미일 텐데, 아마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맛보기로 내놓을 듯합니다. 이제 첫길은 어느 만큼 매듭을 지었고, 이튿날 11월 10일에 엮는모임을 하러 부산으로 건너갑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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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숲집놀이터 292. 한자



한자를 써야 하는가? 한자를 안 써야 하는가? 요사이는 이렇게 묻는 사람은 드문데, 써야 할 자리라면 쓰고, 안 써야 할 자리라면 안 쓰면 된다. 아무 데에나 쓸 한자가 아니다. 아무렇게나 쓸 한자이지도 않다. 나라에서 쓰는 낱말에 한자말이 많기에 한자를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는 이 나라에 깃든 몸이되, 우리가 살아가는 바탕은 집(보금자리)이요 마을이다. 집에서 사랑으로 살아가는 아이는 “한자냐 아니냐”가 아닌 “사랑을 담는 말이냐 아니냐”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오직 ‘소리’로 낱말을 가눈다. 한자이건 영어이건 우리말이건, ‘소리’로 알아들어야 비로소 ‘말’을 듣고 배우고 익힌다. ‘소리’를 못 알아들으면 아무 말을 못 듣고 못 배우고 못 익힌다. 한글로 ‘비행’이라 적거나 소리를 낼 적에 어떤 ‘비행’인지 모르겠지. ‘비행기·비행청소년’에 깃든 한자가 다르다. 소리만으로는 ‘비행’을 못 가린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알아들으면서 배울 만할까? ‘날다·궂다’를 들려줄 노릇이다. 모든 말은 ‘귀’로 듣고 마음에 담는 길을 밑바탕으로 삼는다. 말부터 말답게 살핀 뒤에라야 비로소 ‘글’로 넘어간다. ‘날다’하고 ‘궂다’는 어떻게 태어난 우리말인지 밑동을 차근차근 풀면서 이야기로 들려주어야 아이어른이 나란히 말결과 말씨와 말빛을 가다듬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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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7. 짐과 몫



  한자말인 ‘의무’는 ‘짐’을 나타낸다. ‘짐(의무)’을 품고 맡을 적에는 ‘몫(권리)’이 뒤따른다. 몫(권리)을 누리려면 어떤 짐(의무)을 맡아야 하고. 이와 달리, ‘사랑’은 사람으로서 숲을 품으면서 서로 수수하게 나누는 숨빛인 사이에서 태어나며 맑고 밝은 씨앗이라고 여길 만하다. 즐겁게 나누면서 서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빛씨앗인 사랑에는 아무런 짐이나 몫이 없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대로이다. 우리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바라보려면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을 모두 내려놓거나 벗거나 씻고서 그저 사랑이어야지 싶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하지 않기에 자꾸 ‘다른 것’을 살피느라, 짐과 몫 사이에서 헤매고 무겁고 벅차다가 쓰러진다고 느낀다. ‘좋은책’도 ‘좋은문학’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짐과 몫이 나란하다고 느낀다. 나를 나로서 나답게 바라보고 찾아보고 알아보려면, 맑고 밝게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여는 생각씨앗을 마음밭에 심으면 된다고 느낀다. 책을 제대로 읽자면, ‘다른 것’이 아닌 ‘사랑’이라는 길 하나면 넉넉한데, 그만 또다시 ‘다른 것’에 매이면서 스스로 흐트러지고 어지럽게 벗어나는구나 싶다. 내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보면, ‘나’하고 ‘너(남)’는 그저 “선 자리가 다를 뿐, 같은 숨결인 사람이면서 사랑”인 줄 알아차린다. 우리가 읽고 쓸 글이란,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서 손수 가꾸는 즐거운 빛줄기이면 넉넉하다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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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니노 별둘 그림책 5
에릭 바튀 글 그림, 한경희 옮김 / 달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9.

그림책시렁 1469


《어릿광대 니노》

 에릭 바튀

 한경희 옮김

 달리

 2005.2.28.



  일자리에 높거나 낮은 길은 없다고 여기지만, 일마다 일삯이 다릅니다. 어느 일은 조금 맡아도 일삯이 높다랗고, 어느 일은 몇 해에 걸쳐서 맡아도 일삯이 눈곱만 합니다. 어느 일을 맡으면 사람들이 치켜세우고, 어느 일을 맡으면 아예 안 쳐다봅니다. 《어릿광대 니노》를 가만히 읽습니다. 여러 일자리 가운데 ‘어릿광대’를 맡은 니노는 처음과 달리 갈수록 풀죽습니다. 니노는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니노랑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니노하고 어떻게 어울려야 할까요? 니노는 왜 시름시름 앓듯 기운이 빠질까요? 누구나 두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아서 하나인 몸으로 태어납니다. 우리는 저마다 ‘하나’이되 ‘두 빛’을 나란히 품어요. 어떤 사람도 ‘두 빛’이 없으면 ‘하나’로 못 삽니다. 그리고 우리도 나 하나로서가 아닌, ‘나처럼 하나’인 ‘두 빛을 품은 하나’인 동무를 짝으로 만나면서 사랑을 싹틔웁니다. 삶이라는 길에 굳이 짝꿍을 찾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혼자서 호젓이 홀로설 만합니다. 홀가분하게 혼살림을 짓는 하루도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혼자일 적에 달래거나 다독이거나 품는 이웃이나 동무가 있게 마련이에요. 사람이 곁에서 달랠 수 있고, 나무나 별이 달랠 수 있어요. 혼자인 숨결은 없어요.


#Clown Nino #Eric Battut


ㅅㄴㄹ


《어릿광대 니노》(에릭 바튀/한경희 옮김, 달리, 2005)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게 아닐까

→ 사람들이 나를 비웃지 않을까

4쪽


상자를 바닥 위에 내려놓습니다

→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28쪽


오늘부터 니노의 짝입니다

→ 오늘부터 니노와 짝입니다

→ 오늘부터 니노 짝입니다

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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