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 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만화를 그리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 마음을 만화책 네 권으로 담아서 보여준다 하고, 이제 첫째 권이 나온다. 이 같은 책이 나온 이야기만 들어도 두근두근 설렌다. 곁에서 함께 만화를 그리느라 날밤 자주 새고 쉴 겨를 거의 없었을 테지만, 가슴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꿈과 같은 빛이 있었겠지. 데즈카 오사무 님도, 또 함께 만화를 그린 분들도, 가슴을 환하게 밝히는 빛을 살포시 붙안으면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한테 맑은 웃음과 눈물 베푸는 만화를 그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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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1: 1928 ~ 1946
반 토시오, 테즈카 프로덕션, 아사히 신문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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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골목

 


  헌책방이 모여 헌책방골목이 됩니다. 찻집이 모이면 찻집골목 되겠지요. 옷집이 모이면 옷집골목 될 테고, 술집이 늘어서면 술집골목 됩니다. 여관이 많아 여관골목이요, 칼국수집 옹기종기 모여 칼국수골목입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사람들이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듯 모여 골목동네 이룹니다. 골목동네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햇살을 서로 조금씩 나누어 받습니다. 골목을 이룬 가게는 조그마한 이야기를 나란히 주고받습니다. 어느 한 가게 때문에 골목이 알려지지 않고, 어느 한 가게라도 처지거나 힘들지 않도록 서로 손을 맞잡습니다. 너와 네가 함께 있어 골목이요, 우리 집과 너희 집이 사이좋게 동무가 되기에 골목동네입니다.


  새책방만 모여 이루어진 골목이 있을까요. 서울에 한때 도매상골목 있었지만, 이제 도매상골목은 옛모습이 거의 안 남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새책방이 어깨동무하며 이루어진 책방골목’은 좀처럼 찾아보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다른 어느 나라에서나 ‘헌책방이 어깨동무하며 이우러진 책방골목’은 한두 군데쯤 어김없이 있습니다. 수십 수백 군데가 모인대서 헌책방골목 되지는 않아요. 열 군데 모여서 헌책방골목 이루기도 하고, 너덧 곳이 모여 헌책방골목 이루기도 하며, 다문 두 군데 헌책방이 나란히 마주보면서 헌책방골목 이루기도 합니다.


  참 용하지요. 헌책방은 다섯 평짜리 조그마한 가게 두 군데만 나란히 있어도 ‘헌책방골목’ 또는 ‘책방골목’ 소리를 들어요. 이와 달리 새책방은 두 군데 나란히 모이기도 힘들 뿐더러, 커다란 새책방이 두어 곳 모였대서 ‘책방골목’이나 ‘새책방골목’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아요.


  가만히 따지면, 아파트 수백 곳 모인 데를 ‘아파트골목’이라 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수백 곳 모인 데에는 골목이 없으니 골목이 안 되어요. 아마, 커다란 새책방 두어 곳 모인다 하더라도 이 둘레에 골목이 아닌 널따란 찻길만 놓일 테네 ‘골목’이 못 되지 싶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달동네 꽃동네 새동네 같은 골목동네는 나즈막한 지붕 이어진 작은 사람들 살림집 고만고만 맞닿습니다. 조그마한 헌책방들 서로 어깨를 기대어 이루어진 헌책방골목은 작은 헌책방지기 작은 책사랑 하나둘 모여서 아기자기하고 책꽃 피웁니다. 한국에 부산 보수동 꼭 한 군데 ‘헌책방골목’ 있어 책빛이 환하고 책노래 맑게 흐릅니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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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한테 들려줄 수 있는 한국전쟁 이야기란 무엇일까. 어느 쪽이 꽝 하고 쳐들어와서 평화를 깼다는 소리일까. 남녘도 북녘도 슬픈 수렁에 빠졌다는 이야기일까. 민간인, 곧 백성들만 죽고 권력자와 부자는 안 죽었다는 이야기일까. 죽은 군인도 백성이요, 죽은 민간인도 백성이다. 백성은 이래저래 죽음 구렁텅이로 내몰린 채 휘둘려야 했다. 권력자는 책상맡에서 감 놔롸 배 놔라 하면서 길디긴 전쟁을 부추겼다. 전쟁에서 옳고 그름이 있을까. 이임하 님은 한국전쟁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삐라’ 한 장에서 톺아본다. 미국과 남녘과 북녘에서 이십오억 장 즈음 뿌렸다는 삐라를 샅샅이 살피면서 한국전쟁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하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으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려면 어떤 마음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가를 가만히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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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한국 전쟁 이야기- 왜 전쟁 반대와 평화가 중요할까요?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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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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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8

 


보름달 같은 홍길동 얼굴
― 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보리 펴냄,2006.9.20./9800원

 


  어린 날부터 ‘홍길동’ 이야기를 익히 들었습니다. 내 어린 날 텔레비전에서 만화영화로 ‘홍길동’이 나오기도 했고, 만화로 누군가 ‘홍길동’ 이야기를 그려서 만화잡지에 싣곤 했습니다. 동화로도 읽고 이야기로도 듣습니다. 참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나쁜 사람들을 꾸짖는 대목이 속시원했고, 나쁜 사람들이 가로챈 곡식과 돈을 모두 힘여린 시골사람한테 돌려주는 대목이 반가웠습니다.


.. 또다른 길동이들도 나라 곳곳에서 나쁜 양반과 벼슬아치들을 하나하나 혼내 줬어. 그리고, 빼앗은 곡식과 재물은 가난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줬지 ..  (22쪽)


  문학책 〈홍길동〉에서 길동이는 ‘배다른 어머니’한테서 태어났다고 나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알쏭달쏭하게 여겼습니다. ‘배다른 어머니’란 없기 때문입니다. 낳은 어머니는 그저 ‘어머니’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다르대서 이 아이를 달리 부르거나 대접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든 아이는 사랑스럽고, 어느 아이라도 즐겁게 뛰놀며 자라야 올발라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 길동이한테 ‘형’이라 할 사람은 이녁부터 마음그릇이 비뚤어졌다 할 수 있어요. 어린 길동이를 놀리거나 따돌리는 마을 다른 아이들도 서로 똑같아요. 비뚤어지거나 일그러진 마음그릇이지요. 그리고, 이처럼 비뚤어지거나 일그러진 마음그릇인 사람들이, 힘여린 시골사람 등허리를 휘게 하면서 곡식과 돈을 가로채지요.


  스스로 힘과 슬기를 갈고닦아 ‘백성을 괴롭힌 양반과 벼슬아치’를 꾸짖는 홍길동 모습은, 삶이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모습이라고 느껴요.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고, 마을이 제자리를 찾으며, 나라도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모습이에요.


  임금님이 있는 까닭은 권력을 누려 백성을 짓누르거나 짓밟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끝없이 전쟁을 일으키라고 임금님을 세우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나라를 다스리면서 누구나 넉넉하고 따사로운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임금님도 있고 양반도 있고 학자도 있겠지요.


  그러나, 임금님도 양반도 학자도 모두 흙을 만지지 않습니다. 임금님도 양반도 학자도, 수많은 벼슬아치들도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밥을 먹어요. 손에 굳은살 배기지 않으면서 값진 옷을 입지요. 손에 땀이 흐르지 않으면서 ‘여러 색시’를 건드려 ‘배다른 어머니’가 아이를 낳도록 합니다. 어느 모로 보나, 임금님이든 양반이든 학자이든 벼슬아치이든, 사랑스럽고 살가운 대목 없습니다. 이들은 시골사람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집에서 살며 똑같은 일을 할 노릇입니다.


  그렇거든요.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고 한다면, 임금님부터 어린이까지 스스로 흙을 보듬으면서 보금자리를 푸르고 해맑게 가꿉니다. 대통령이 경호원과 비서를 거느리면서 나라일 맡는대서 평화로운 사회 되지 않아요. 대통령 스스로 경호원도 비서도 없이 일을 해야지요.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이녁 밥을 이녁 손으로 흙을 일구어 얻어야지요. 의사도 판사도 검사도, 무슨무슨 ‘사’ 이름 들어간 모든 사람들도 손수 흙을 보살피면서 삶을 꽃피워야지요.

 

 

 


.. 그러자, 길동이가 천둥 같은 소리로 말했어. “정말로 죄를 지은 이는 가난한 백성들을 괴롭힌 양반과 벼슬아치들입니다. 나는 다만 하늘을 대신하여 나쁜 이들에게 벌을 준 것뿐입니다.” ..  (35쪽)


  일본땅에서 살아가며 《홍길동》 그림책을 빚은 홍영우 님 그림결을 살핍니다. 푼더분하면서 살갑습니다. 수수하면서 아기자기합니다. 한겨레 그림맛을 살포시 느낍니다. 홍길동이란 아이는 이렇게 착하고 맑은 눈빛으로 보름달 같은 얼굴이었겠지요. 슬픔을 웃음으로 바꾸고, 눈물을 노래로 거듭나게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바로 홍길동일 테지요.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홍길동과 같겠지요. 우리 어른들도 처음에는 홍길동과 같이 맑고 밝은 넋을 품으며 태어났겠지요. 저마다 가슴속 고운 빛을 느낀다면, 지구별에 사랑 가득 넘실거리리라 생각합니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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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를 빛내려고 꾸리는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책'이 한발 나아가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책'이 될 듯하다.

이리하여, 처음에는 사진만 모았다가

이제 글까지 모았는데,

돈과 품과 땀을 들여

드디어 마지막 원고까지 끝냈다.

 

(우리 집 아이들아, 아버지가 이 원고 붙잡고 땀빼느라

 많이 같이 못 놀아서 미안. 이제 홀가분하구나.)

 

9월 행사까지 앞으로 석 달.

책으로 펴낼 곳에서 석 달 아닌 두 달 사이에

편집과 디자인을 모두 마쳐서 인쇄 제본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제작비를 어떻게든 모아야 한다.

부산 중구청에서는 조금 제작비 도와준다지만

부산시청과 부산문화재단은 아직 아무 말 없다.

 

1500만 원이 작은 돈도 큰 돈도 아니지만,

부산 중구청에서 500만 원 지원비 확정되었으니

부산시청과 부산문화재단이 저마다 500만 원씩 나누어 보태면

참으로 좋을 텐데,

모자란 1000만 원을 어떻게 누가 대주려나.

 

부산에서 뜻있는 누군가 즐겁게 이만 한 돈을 들여서

부산 책마을과

한국 책방 문화와

헌책방지기 오랜 땀방울과 웃음을

환하게 밝히는 밑거름 될 수 있기를 빈다.

 

부산은행 같은 데에서 깜짝선물처럼 돈을 보태는 일 생길까?

부산에 있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나 사업가가

이런 일에 돈을 보태 주려나?

 

아무튼, 좋은 손길 잘 받아서

예쁘게 책 하나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내 몫은 이제 끝!

이제부터 부산에 있는 분들이 힘써 줄 몫만 남는다.

마음으로 모든 일 잘 되기를 빌면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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