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빈고 貧苦


 빈고와 궁핍을 항상 경험하고 있고 → 늘 가난하면서 굶고

 빈고한 생활 → 벼랑길 / 돈없는 삶 / 빈털터리 / 비렁뱅이


  ‘빈고(貧苦)’는 “가난하고 고생스러움”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난·가난살림·가난살이·가난벌이·가난팔이·가난장사·가난집’이나 ‘가난이·가난님·가난꽃·가난벗·가난뱅이·가난삯꾼·가난일꾼’으로 손봅니다. ‘배고프다·굶다·굶는벌이·굶는삯꾼·굶는일꾼·굶주리다’나 ‘가물·가물다·가뭄·가파르다·강파르다·깎아지르다’나 ‘동냥꾼·땅거지·거지·거렁뱅이·겨울·비렁뱅이’로 손보아도 돼요. ‘그냥·변변찮다·비리다’나 ‘낮다·나떨어지다·나뒹굴다·떨려나가다·떨어지다’로 손볼 만하고, ‘돈없다·돈고비·돈고개·돈벼랑·돈수렁·돈앓이’나 ‘맨끝·맨뒤·맨몸·맨밑·맨손·맨주먹’으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비다·빈그릇·빈몸·빈손·빈주먹·빈털터리·빌빌·빌어먹다’로 손보고, ‘모자라다·못나다·못 받다·못살다·뿌리얕다’나 ‘밑바닥·밑자리·밑지다·바닥·바닥나다’로 손봅니다. ‘발가벗다·발가숭이·벌거벗다·벌거숭이·벗다’나 ‘벼랑·벼랑끝·벼랑길’이나 ‘빚·빚길·빚살림·빚잔치·빚지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ㅍㄹㄴ



사실상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빈고에 허덕이진 않았다

→ 여태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가난에 허덕이진 않았다

→ 이제껏 아무것도 못 누렸지만 굶고 허덕이진 않았다

《오역하는 말들》(황석희, 북다, 2025)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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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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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5.

만화책시렁 786


《피부색깔=꿀색》

 전정식

 길찾기

 2008.1.15.첫/2013.11.10.고침



  아기가 태어나기 어려운 나라일 적에는 아기한테 고단한 터전이라는 뜻일 뿐 아니라, 어린이와 푸름이도 고달프다는 뜻이요, 젊은이와 늙은이 모두 힘겹다는 뜻이면서, 아이엄마와 아이아빠도 나란히 버겁다는 뜻입니다. 아기만 고단하기에 아기를 안 낳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벅찰 뿐 아니라 앞길이 까마득하니 “애써 아이를 낳아 돌본들 이 아이도 나도 무슨 빛이 있나?” 하고 슬프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기장사’를 안 멈춥니다. 이미 이곳에서 태어난 아기조차 스스로 못 품을 만큼 허술하고 엉터리입니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해마다 목돈을 어마어마하게 썼어요. 《피부색깔=꿀색》은 벨기에라는 나라로 떠나서 낯선 삶을 맞이해야 하던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며 보고 듣고 겪고 배운 바를 풀어낸 꾸러미입니다. 말을 섞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채 말부터 아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헤아릴 사람은 드뭅니다. 이 아이를 품는 이웃나라 어버이도 오지게 힘들지만, 누구보다 아이가 힘들어요. 이 나라는 숱한 아이를 그냥 팽개쳤는데 아직도 팽개칩니다. ‘자주국방’과 ‘AI산업’이 참으로 아이들 앞날을 내다보는 길이 맞을까요? 밥살림부터 우리 손으로 못 짓는데, 총칼과 AI만 있으면 밥부터 어찌 먹을까요? 이런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슨 잘못일까요?


ㅍㄹㄴ


하지만 홀트 할머니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할지, 미워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세계로 흩어져 입양된 한국 아이들이 200,000명이나 된다. 너무 많다. (28쪽)


프랑스어를 배워가면서 한국말은 잊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새로운 언어를 배워 가던 이 시기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내가 정말 한국말을 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58쪽)


90프로는 내가 혼날 만했다. 하지만 어떤 도구로 맞을지 선택만큼은 내게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에릭도 채찍으로 맞았다 … 반면 엄마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보다 훨씬 세게 때렸다. 창고 안에서 쫓고 쫓기는 시합이 벌어졌고, (94쪽)


나는 하고 싶은 질문이 무척 많았다. 가령, 한국 정부가 세계 곳곳에 수천 명의 한국 아이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것이 수치스럽지 않은지도 궁금했다. 그들(벨기에 유학생)의 의견이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보여준 선의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대답을 얻진 못했다. (22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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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4.

숨은책 1073


《장닭의 꿈》

 솔 와인스타인·하워드 알브레히트 글

 김연희 옮김

 홍익출판사

 1975.8.10.



  이따금 “나는 왜 1975년에 태어났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책집마실을 합니다. 이런 날은 으레 1975년에 태어난 책을 마주합니다. 제 몸이 태어난 해에 태어난 책은 아주 알 길이 없지만, 1975년에 태어난 책이라면 1955년에 앞서 태어난 분이 눈여겨본 책이겠거니 싶고, 1995년에 태어난 사람은 1995년에 태어난 책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지만, 책과 나이라는 길을 훅 뛰어넘어서 새롭게 어울리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느껴요. 총칼로 온나라를 윽박지른 박씨가 서슬퍼렇던 한복판에 어떻게 《장닭의 꿈》 같은 책이 한글판으로 나왔나 모를 노릇이지만, 이 책을 2002년에 서울 한켠 헌책집에서 장만하고서 만난 이웃님이 한마디 들려주었어요. “이봐 최종규 씨, 그들(권력자)이 책을 읽겠어? 책이름도 ‘장닭’이고 미국사람이 쓴 책이니까 칼질(검열)에도 안 걸렸겠지. 모르겠나?”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 너무 겉멋을 부린다고 여긴 두 사람이 ‘멋 안 부리며 삶을 말하겠다’면서 쓴 《장닭의 꿈》이라고 합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마호메트도 ‘저녁밥으로 후라이드치킨’을 올리고 싶지 않겠느냐며 맺는 줄거리인데, 훌륭(고상·근엄)한 척하는 모든 얼굴에 숨긴 뒷낯을 읽지 않는다면 바로 종살이라는 굴레에 갇히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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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11.4.

숨은책 1072


《勞農赤衛隊》

 곽학송 엮음

 백민사

 1970.12.20.



  우리나라 어느 ‘불밭터(방위산업기업)’가 2025년 아홉 달 동안 거둔 길미(수익)가 1조 원에 가깝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온누리를 불밭으로 바꿀 총칼을 만들어서 내다팔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번다지요. 그런데 이 돈은 다 낛(세금)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 작은사람과 이웃나라 작은사람 피눈물에서 짜낸 돈이 ‘불밭터 길미’인 셈이고, ‘나라를 지킨다’란 말은 허울입니다. 《勞農赤衛隊》라는 책에 “巨大한 兵營 北傀 어제와 오늘의 수기”라는 작은이름이 붙습니다. 1959년에 생긴 ‘민병조직’이라는 ‘노농적위대’는 오늘날에도 고스란하다는군요. 우리는 으레 북녘만 ‘병영국가’로 여기지만, 남녘도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니, 푸른별 숱한 나라는 ‘병영국가’입니다. 서로 죽이고 죽을 총칼을 만들어서 사고파는 데에 끝없이 목돈을 쏟아붓거든요. 그나저나 《勞農赤衛隊》는 곽학송 씨가 엮습니다. 어떤 글바치는 북녘에서 북녘 우두머리한테 이바지하는 글을 쓰면서 벼슬을 쥐었다면, 어떤 글바치는 남녘에서 남녘 우두머리한테 이바지하는 글을 펴면서 벼슬을 잡은 얼개입니다. 참으로 총칼로는 어깨동무(평화)하고 멉니다. 어깨동무를 하려면 총칼이 아닌 부엌칼과 호미를 쥐고서 살림을 지을 일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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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책집사랑



  나는 예나 이제나 책집마실을 다니고 꼬박꼬박 책집마실 이야기를 남긴다. 어느덧 이런 삶이 서른 해를 넘는다. 이동안 누가 ‘책집마실 이웃’과 ‘책집이야기 동무’로 나란히 책길을 걸으려나 살폈다. 얼추 2015년 무렵까지 둘레에서는 “아직도 힘겹게 책짐을 지며 걷느냐?”고, “누가 아직 책집을 다리품과 길삯을 들여서 찾아다니고, 마을책집이 어디 있느냐?”고 핀잔하거나 빈정대거나 나무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 “자네는 돈이 없어서 자가용을 안 굴리나? 차 살 돈은 없으면서 책만 사서 뭣에 쓰나?” 하고 비웃는 분도 흔했다. 그야말로 마을책집이 밑바닥도 모르는 채 우수수 쓰러지던 2010년 즈음에는 “자네도 곧 그렇게 사라지겠구만? 사라지는 것들만 꽁무니를 좇으니 말야.” 하고 이죽거리던 분도 많았다.


  지난 열 해 사이에 태어나고 사라진 마을책집이 숱하다. 이제는 책집이야기를 쓰는 이웃이 늘었다. 쇠(자동차)를 내려놓고서 등짐을 지는 이웃도 조금 는 듯싶다. 다만 무척 적을 뿐이되, 작은책집 작은마실은 작은걸음일 적에 작은마을을 느끼며 피어나는 줄 알아보는 분이 하나둘 눈뜬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조금조금 늘어가는 발걸음이 반갑다.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이 작은책집을 사랑하며 곁에 둘 까닭이 없다. 하루하루 한 사람씩 늘면 넉넉하다.


  책마실이란, 책집에 “이 책 있어요?” 하고 안 묻는, 그러니까 “말없이 그 책집 시렁을 찬찬히 짚으면서 ‘그곳에 있는 책’을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비록 그 책집에서 장만한 책이 줄거리가 후줄근하더라도 그곳 책을 만나서 “책을 신나게 얘기하면 즐겁”다.


  ‘좋은책’이나 ‘나쁜책’이 아닌, ‘읽은책’과 ‘손책(손에 쥔 책)’을 말하면 된다. 어느 책이든 말할 노릇이고, 우리 스스로 느끼고 읽고 새긴 모든 마음을 스스럼없이 나누기에 새롭다. 실컷 꾸짖을 책을 말해도 되고, 한껏 우러를 책을 말해도 된다. 런던베이글뮤지엄 같은 고얀짓을 따져도 되고, 신경숙과 창비랑 얽힌 글담(문단권력)을 짚어도 아름답다.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이나 《지는 꽃도 아름답다》나 《고해정토》 같은 아름드리 작은책을 두런두런 얘기해도 사랑스럽다.


  책집사랑이란, 책으로 다리를 놓으면서 마을에 나무빛과 풀빛과 꽃빛을 씨앗으로 나누는 이웃과 만나면서 싹트는 별빛이라고 느낀다. 서로 숲빛인 줄 알아보면서 함께 살림길을 노래하는 손길을 여는 숨빛이지 싶다. 책집노래란, 책을 곁에 두는 너랑 내가 알뜰살뜰 마주하며 주고받는 말씨앗 한 톨이지 싶다. 우리는 이 자그마한 책을 서로 읽고 쓰고 누리면서 우리 마음뿐 아니라 마을과 푸른별 곳곳에 생각씨앗을 가만히 심는다.


  책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책집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더 많이 책집마실과 책집사랑을 해야 하지 않다. 그저 너랑 내가 사랑씨앗을 심고 가꾸면 느긋하고 나긋하다. 집일과 밖일이 바빠서 이레 동안 글 한 줄 못 읽어도 된다. 달포나 한 해 동안 책 한 자락 못 읽어도 된다. 바람 한 자락도 책이고, 아이랑 살림하는 보금자리도 책이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별이 돋는 이 하루도 책이다. 길에서 스치는 사람도 책이고,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휙 던지는 누구도 책이며, 짜장국수 한 그릇과 단무지 한 조각도 책이다. 2025.1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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