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2 : 번호 대신 갖게 되었


번호 대신 로봇 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 셈값 아닌 철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 셈갈래 아닌 철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로봇 철이》(고정순, 길벗어린이, 2025) 3쪽


사람이 궂거나 힘든 일을 맡기는 심부름꾼한테 이름을 붙인다고 할 적에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옮김말씨가 아니라 “이름이 붙습니다”나 “이름을 붙입니다”라 해야 맞습니다. 이름은 ‘갖지(가지지)’ 않습니다. 이름은 ‘있다’고 하지요. 벼슬을 거머쥐거나 힘과 돈이 있다고 여기는 이는 으레 밑사람을 마구 부르거나 부렸습니다. 총칼을 앞세운 이웃나라가 쳐들어온 뒤로는 셈값으로 매기는 버릇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이름을 찾으면서 서로 이름을 부를 일입니다. ㅍㄹㄴ


번호(番號) : 1. 차례를 나타내거나 식별하기 위해 붙이는 숫자 2, 제식 훈련에서, 횡대 대형에서는 오른쪽부터, 종대 대형에서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번호를 붙여 말하라는 구령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와 다르거나 그와 반대임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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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1 : 위험 위해 -어진 로봇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 아슬한 일을 맡기려고 만든 망석중이

→ 궂은 일을 시키려고 만든 돌사람이

《로봇 철이》(고정순, 길벗어린이, 2025) 4쪽


궂거나 힘들거나 까다로운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으레 아슬하거나 아찔합니다. 궂은 일을 시키거나 맡기려고 웃돈을 얹어서 일꾼을 쓰기도 하고, 요즈음은 돌사람이나 망석중을 따로 만들기도 합니다. 일본말씨인 “-기 위해”하고 옮김말씨인 ‘-어진’을 털어냅니다. ㅍㄹㄴ


위험(危險) : 해로움이나 손실이 생길 우려가 있음. 또는 그런 상태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로봇(robot) : 1. [기계]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 인조인간 2. [기계]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 3. 남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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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0 : 깊은 침묵 속 -고 있었


깊은 침묵 속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어요

→ 아주 조용히 뜨개질을 해요

→ 아무 말이 없이 뜨개질을 해요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 28쪽


옮김말씨인 “깊은 침묵 속에서”입니다. 말없이 있을 적에는 “아무 말이 없이”라 하면 돼요. “아주 조용하다”라 하면 되고요. “그저 조용하다”나 “아무 소리를 안 내며”라 해도 어울립니다. 군더더기인 “-고 있었어요”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침묵(沈默) : 1.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2. 정적(靜寂)이 흐름 3.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4. 일의 진행 상태나 기계 따위가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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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199 : 기분이 좋아졌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즐거워요

→ 이렇게 생각하자, 할머니는 마음이 풀려요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 6쪽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마음에 심는 씨앗이 바뀝니다. 환하게 피어나는 씨앗을 심기도 하지만, 캄캄하게 가라앉는 씨앗을 심기도 하거든요. 즐겁게 살림을 짓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스스로 마음을 풉니다. 기쁘게 삶을 바라보는 생각을 지으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독입니다. ㅍㄹㄴ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3. [한의학] 원기의 방면을 혈분(血分)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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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관행 (학력 기재)



  바꾸려고 하면 ‘배우다·받다·받아들이다’로 가면서 ‘밝다·반갑다’를 이룬다. 안 바꾸려 하면 ‘배다·배기다·배짱·배째다’로 가느라 ‘배배 꼬이’고 ‘비비 꼬이’는 ‘배틀다·비틀다’로 기운다.


  ‘학력 관련 서류’를 바라는 곳이 아직 있는 까닭은 어렵잖이 알 만하다. 다들 입으로는 ‘학력차별 철폐’를 말하는 척하지만, 정작 ‘학력차별 철폐’를 이루면, ‘학력 있는 교수·작가’는 ‘적은 강연료’를 받아야 하느라, 이런 굴레가 그대로 있기를 바라기도 하고, 그분들한테는 ‘학력 = 자랑’인 얼개이다.


  잘 보면 알 텐데, 숱한 교수·작가는 책을 낼 적에 ‘책날개 글쓴이 적바림’에 “무슨 대학교·대학원·유학 마침”을 첫머리에 적는다. 그분들은 ‘학력 우선’에다가 ‘학력 = 연구성과 보증’이라 여긴다. 그래서 나는 책날개에 ‘학력 적는 짓’을 오래오래 잇는 글쓴이는 즐겁게 “믿고 거른”다. 고작 몇 해밖에 안 다닌 끈을 첫머리에 적는다면, 기나긴 삶을 잇는 동안 그분들 스스로 새롭게 배운 바가 없다는 뜻이거든.


  요사이는 ‘제출 서류’에 ‘학력 비공개’로 짤막하게 적어도 된다. 이렇게 해도 받아들이는 곳이 많이 늘었고, 처음부터 아예 안 받는 데가 대단히 많다. 다만, 아직 ‘학력 관련 서류’를 바라는 곳이 있다만, 머잖아 깔끔히 사라지리라 느낀다. 이런 꾸러미를 바라는 곳이 여태 있으면, “저기, 이제 다른 거의 모든 곳은 이런 꾸러미가 따돌림(차별)인 줄 알아서 아예 없애요. 저는 요 몇 해 사이에 이런 꾸러미를 바라는 곳을 오늘 처음 보았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이런 꾸러미는 이제 없어도 될 테니, 조금 살펴봐 주시기를 바라요.” 하고 한마디를 하면, 꽤 쉽게 사라질 만하리라 본다.


  나는 어디에 가서 무슨 자리를 얻어서 이야기꽃을 펴더라도 즐겁게 웃으면서 “저는 무학자에 독학자입니다. 들숲메바다와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우리 아이들이 저를 가르치고 이끌었습니다.” 하고 여쭌다. 거짓말 아닌 참말인걸. 언제나 들숲메가 가르치고, 바다와 하늘이 가르치고, 해바람과 빗물과 이슬이 가르치고, 아이들과 곁님이 가르치고, 풀벌레와 나비가 가르치고, 새와 들짐승이 가르친다. 씨앗 한 톨이 가르치고, 흙 한 줌이 가르친다. 부엌일을 하면서 삶을 새롭게 익힌다. 빨래를 하고 걸레로 바닥을 훔치면서 새삼스레 익힌다. 등짐차림으로 저잣마실을 걸어서 다녀오며 새록새록 익힌다.


  우리가 해적이(프로필·강사카드)라는 데에 발자국(학력·경력)으로 뭘 적어야 한다면, “집안일 몇 해 + 아이돌보기 몇 해 + 풀꽃나무 바라보기 몇 해 + 해바람비 읽기 몇 해 + 새소리·풀벌레소리 듣기 몇 해” 같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적어야지 싶다. 스스로 삶을 가꾸고 마음을 일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속삭인 나날을 발자국으로 적어야 제대로 해적이라 여길 만하다고 본다. 2025.10.31.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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