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8.


《서균렬 교수의 인문핵》

 서균렬 글, 철수와영희, 2024.6.25.



‘작은책’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단출하게 써도 된다지만, 손바닥책이며 주머니책이라 일컫는 이 자그마한 꾸러미에 깃든 숨결을 새록새록 나누고 싶기에 한 달에 걸쳐서 조금조금 여미었다. 기지개를 켜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마당에서 뒷다리에 줄무늬가 있는 사마귀를 본다. 새끼일 적에만 줄무늬가 있지 않네. 자라는 동안에도 고스란하네. 사마귀를 말끄러미 보면, 사마귀는 고개를 홱 꺾어서 나를 똑바로 본다. 이제 19시 40분이면 어둡다. 어두운 들길을 천천히 달려서 수박 한 덩이를 장만한다. 두바퀴로 슬슬 달린다. 《서균렬 교수의 인문핵》을 읽었다. 첫머리는 돋보이고, 가운데도 눈여겨볼 만한데, 마무리로 가는 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을 쓰신 분도 끝내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다. ‘순수과학자’라는 핑계를 댄 탓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뭇나라가 얼마나 휘청이는지 거의 못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번쩍터(발전소)가 왜 잔뜩 있어야 하는지 웬만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듯하다. 여느사람이 살림하며 쓰는 빛(전기)은 얼마 안 된다. 죽음연모(전쟁무기)를 만들어내려는 길에 쓰는 빛이 허벌나다. ‘과학실험’ 때문에 빛도 물도 바람도 엄청나게 망가뜨리는 속낯을 숨기면서 ‘인문핵’만 말하려 한다면 안쓰러울밖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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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7.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

 조이 카울리 글·로빈 벨튼 그림/홍연미 옮김, 베틀북, 2010.8.10.



어제는 들바람이 드셌고, 오늘은 들바람이 조용하다. 작은아이하고 논두렁을 걸어서 옆마을로 간다. 가볍게 땀을 뺐고, 고흥읍에서 ‘우리말로 노래꽃’ 두걸음을 편다. 작은아이는 줄나눔을 왜 어떻게 하는지를 아직 헤아리지 않는다. 느끼고 돌아보는 결을 알맞게 끊어서 마음을 펴는 길을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짚어 준다. 이웃님 한 분이 쓴 글에 ‘코인육수’라는 낱말이 있다. 단추처럼 조그맣게 뭉친 국물이라는 뜻일 텐데, 낱말을 엮는 마음이 참 가난하구나. ‘단추국물·도막국물·토막국물’ 같은 이름을 문득 떠올리면서 알맞게 이름을 붙이려는 일터나 나라가 없네.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참으로 후줄근하게 이름을 붙이네.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를 돌아본다. 싸움을 끝장내는 길을 알려준다고 여길 만하되, 이보다는 ‘마음과 마을과 삶과 온몸’에 나란히 ‘미움은 사르르 풀거나 녹이’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나아가는 어깨동무’를 부드러이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전쟁반대’를 안 외친다. 오직 ‘삶·살림·사랑·숲’을 나긋나긋 속삭인다. 어린이가 읽을 책을 어떻게 쓰고 엮어야 어른이겠는가? 어른으로서 이 땅을 어떻게 일구어야 아름답겠는가?


#TheDuckintheGun #JoyCowley #RobynBelt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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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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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6.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

 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5.15.



고흥에서 새롭게 펴는 ‘우리말로 노래꽃(시쓰기 수업)’ 첫걸음을 편다. 세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라서 기운을 꽤 쏟기도 하고, 모임때에 맞추려면 더 일찍 움직여야 하기에 하루를 온통 들인다. 큰아이하고 논둑길을 걸으며 옆마을로 간다. 한여름으로 접어든 시골들은 푸른물결이다. 천천히 거닐며 푸른소리와 푸른내음을 맡는다. 차조기꽃과 모시꽃이 나란하고, 아까시나무도 푸르다. 걷지 않는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알까? 걷지 않고서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이들은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아예 모르지 않을까? 손과 발로 삶을 짓지 않으면서 입과 붓만 휘두른다면 이 삶을 등질 뿐 아니라 이웃을 까맣게 모를밖에 없다.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를 읽으면서 아쉽다. 뜻있게 엮기는 했으되 ‘멍울진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지는 못 했다고 느낀다. “싸움터에 안 가겠다”고 외치는 뜻이란, “서로 안 죽이겠다”는 뜻이요, “이 땅을 참다이 사랑하겠다”고 밝히는 마음이다. ‘전쟁없는세상’이라는 이름으로는 오히려 ‘전쟁을 바라보는 굴레’이게 마련이다. ‘농약 없는 나라’를 바라면 되레 ‘농약물결’에 얽매인다. ‘푸른숲’과 ‘푸른들’과 ‘푸른논밭’을 바랄 적에 바뀌듯, ‘어깨동무’와 ‘사랑누리’를 바라봐야 바뀔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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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5.


《파랑새》

 타치하라 에리카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서인주 옮김, 학산문화사, 2005.7.25.



아침 일찍 움직인다. 구름이 잔뜩 춤추지만 파란하늘이 언뜻선뜻 보인다. 사상나루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줄어든다. 시외버스를 갈아타서 고흥으로 들어설 즈음에는 햇볕이 그득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바닥책을 살핀다. 여름이란, 땀을 빼면서 하루를 느끼고 오늘을 돌아보는 철이지 싶다. 겨울에는 손가락이 곱으면서 살림을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되새기고 오늘을 사랑하는 철일 테고. 《파랑새》를 되읽는다. 거의 안 알려진 그림책이다. ‘만화책 전문 출판사’에서 펴낸 탓인지 모른다. 둘레에서는 이런 그림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판이 끊긴 줄도 모르기 일쑤이다. 마치 파랑새가 집에 늘 있은 줄 모르듯, 아름책이 언제 어떻게 태어나서 어느 날 어떻게 사라지는 줄 모르는 얼거리랄까. 모르기에 잘못인 일은 없다. 모를 적에는 배울 노릇이다. 몰라서 나쁠 일이란 없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니까 얄궂다. 배우려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빈다. 아는 척도 아는 탈도 아는 허울도 아닌, 그저 앎빛으로 피어나기를 빈다. 풀벌레노래에 개구리노래를 들으면서 쉰다. 몇날 만에 별을 보는 밤이다. ‘이와사키 치히로 세계명작동화 4’을 새삼스레 쓰다듬는다.


#いわさきちひろ #松本知弘

#立原えりか #あおいとり #おはなしえほん (198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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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길어도, 아이스크림
니나 블리세르트 지음, 이호은 옮김 / dodo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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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8.27.

그림책시렁 1451


《줄이 길어도, 아이스크림》

 니나 블리세르트

 이호은 옮김

 dodo

 2024.6.28.



  얼추 한 해 만에 얼음(아이스크림)을 맛본 열네 살 작은아이는 “이렇게 너무 단 것을 예전에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어.” 하고 말하면서 웃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저는 열너덧 살 즈음부터 얼음을 멀리했습니다. 스스로 사먹지도 않고, 누가 사준다고 해도 손사래쳤습니다. 그러나 일고여덟 살이나 열세 살 언저리까지는 얼음을 꽤 즐겼어요. 퍽 어릴 적에는 왜 즐겼고, 그 나이가 지난 뒤부터는 왜 아예 안 쳐다보는가 하고 곱씹으면서 《줄이 길어도, 아이스크림》을 읽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바라는 길을 누리고 싶어서 온마음을 쏟는 하루가 애틋하면서도, 아이가 스스로 새롭게 마주하면서 품을 길을 둘레에서 그다지 못 보여주거나 안 보여주는 삶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어느 어린이도 처음부터 얼음을 알지 않습니다. “어린이라면 얼음을 좋아하겠거니” 여기면서 숱한 ‘나이든 사람’이 얼음을 건네어 혀를 홀릴 뿐입니다. 어린이라서 달콤알(사탕)을 좋아하지 않아요. ‘나이든 사람’이 어린이를 길들이면서 달콤알을 내밀 뿐입니다. 온누리 아이들이 하염없이 개미를 지켜보고 나비를 바라보고 구름을 올려다보고 비노래를 듣던 삶을 되찾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어른스럽지 않은 채 나이만 먹은’ 우리는 언제쯤 바뀔까요?


#GLASSKON

#Nina Blycher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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