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짠물 2024.2.11.해.



바닷물은 짠물이야. 소금을 머금기에 바닷물이야. 냇물과 샘물과 우물물은 소금을 안 머금은 민물이야. 늘 흐르면서 새로 길을 나서는 물줄기에는 소금빛이 없어. 늘 머무르면서 오르내리듯 춤추는 들판이기에 소금빛이 있어. 흐르는 곳에는 티없는 숨빛이 흘러. 머물되 춤추는 곳에는 묵직하면서 깊이 숨빛이 배지. 민물은 그냥 마시면서 싱그러운 기운이고, 짠물은 새로 숨붙이가 자라고 깨어나라는 틔움 기운이야.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숨붙이는 ‘바닷물에 깃든 소금빛’을 언제나 온몸에 덮으면서 헤엄치지. 바다에서는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어. 바다란 모두 받아들이면서 풀어내는 몫이야. 뭍에서 긴긴 ‘민물 냇물’이 흘러 바다로 올 적에 모래밭과 뻘밭에서 차근차근 걸러서 소금빛을 베푼단다. 사람들은 밥이나 국을 먹으면서 간을 하지. 소금빛을 담아서 밥살림을 잇는구나. 몸을 살리려니 ‘소금빛 감도는’ 밥을 먹어야겠지.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으라면서 소금을 머금어. 그런데 바다는 하염없이 짜지 않아. 늘 아주 조금 소금을 머금을 뿐이란다. 소금은 틀림없이 몸을 깨우고 살리지만, 지나치게 소금을 들이켜면, 그만 몸이 녹아버려. 사르르 녹아버리지. 알맞게 쬐는 불이라면 따뜻하지만, 활활 사르려 들면, 그만 다 녹아버린단다. 북돋우는 빛인 소금은 그저 조금이면 돼. 혀로 살짝 핥듯 머금으면 하루가 넉넉해. 한 움큼씩 집어삼키다가는 그만 죽어. 게다가 비로 바뀌는 바다는 소금빛을 모두 내려놓는 줄 알아차리렴. 사르지 않고 살리는 짠빛을 가눌 노릇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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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멱살잡이 2024.2.12.달.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기에 다퉈. 마음에 맞는다고 여기면 서로 부드럽지. 마음에 맞지 않으니까 뿔이 나고 불이 나고 부아를 터뜨리다가 멱살잡이를 하거나 주먹이 오가더라. 마음에 맞지 않으니까 말을 툭툭 자르면 될까?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때리거나 차거나 괴롭혀도 될까? 왜 네 마음에 맞거나 들어야 할는지 생각하렴. “남들을 너한테 맞추”려고 하니까 마음에 맞을 수 없어.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스스로 바라보면서 펼 적에는 “남들이 뭘 하거나 안 하거”나 쳐다볼 일도 까닭도 쓸모도 없단다. 스스로 하루그림을 세우지 않으니까 자꾸 두리번거리면서 다툴거리·싸울거리·겨룰거리를 찾거든. 스스로 그리는 꿈을 이루어 가려는 사람은 다툼질에 힘을 안 써. 스스로 사랑을 짓고 베푸는 사람은 싸움질을 아예 안 쳐다봐. 스스로 살림을 펴고 나누는 사람은 누구하고도 안 겨뤄. 멱살잡이를 하는 두 사람은 스스로 서지 않는다는 뜻이야. 누가 잘못하거나 잘하는 일인 줄 가리거나 가르려 들지 마. 그저 네 하루와 앞길을 바라보면서 웃으면 돼. 네가 누리려는 삶을 하나하나 가꾸어 가는 길을 세우면서 한 걸음씩 가면 돼. 스스로 꿈이 없이 헤매거나 맴돌다가, 그만 시샘하고 미워하면서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바보가 있을 적에 어떡해야겠는지 생각해 봐. 그들은 네가 똑같이 주먹을 휘두르고 막말을 뱉기를 바라는데, 그들한테 휩쓸리고 싶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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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레트로 2024.2.2.쇠.



‘바람’을 알고 읽고 품으면, 삶도 살림도 넉넉하지. ‘바람’이 아닌 ‘유행’을 좇거나 따르면, 졸개나 허수아비로 굴러. ‘물결·물살’을 알고 읽고 품으면, 언제나 어질 텐데, 바람이며 물결이 아닌 ‘유행’이라는 허깨비를 쳐다보기에 ‘레트로·복고’나 ‘새것’이라는 굴레에 갇혀. 너희가 참말로 빛나는 ‘옛빛’을 알거나 읽거나 누리거나 펴려 한다면, 이 별에서 더없이 오래되었으면서 늘 새로운 ‘해·바람·비’에 ‘풀·꽃·나무’에 ‘돌·모래·흙’을 읽기를 바라. 예부터 아기는 어버이 품에 안겨서, 그리고 어버이 품에서 살며시 나오면서, ‘해바람비·풀꽃나무·돌모래흙’을 길잡이에 동무로 삼았어. 지렁이를 보며 굴을 파지. 뱀을 보며 몸을 말다가 소리없이 미끄러져. 새처럼 노래하며 날고, 나비처럼 춤추며 날아. 나무처럼 꿋꿋하고 너그러운 몸짓을 배우고, 꽃송이가 베푸는 향긋한 기운에 놀라. 온누리 모든 오래된 숨결은 “오랜 새빛”이란다. 너희가 쓰는 말도 그렇지. 얼마나 까마득히 “오랜 새말”일는지 어림해 보렴. 너희는 “백만 해”나 “천만 해”를 이은, 오랜 새말이 아닌, 기껏 몇 해 안 된 ‘유행어’로 겉멋을 부리지는 않는가 하고 돌아보기를 바라. 나뭇잎이 아이를 가르치고 함께 놀아. 참새 개구리 잠자리가 아이를 이끌고 같이 놀아. 요즘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 봐. 어버이 품에조차 없는 데다가 들숲바다에 깃들지도 않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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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산상수훈 2024.2.3.흙.



풀잎을 쓰다듬으면 풀빛으로 물들어. 물살에 손을 담그면 물빛으로 번져. 바람을 만지면 바람빛이 스며. 햇빛을 보니 햇내음이 스며들어. 스스로 짓고 일구고 가꾸던 사람은, 먹고 입고 자는 살림도 스스로 지었고, 마음을 나누는 말도 스스로 지었어. 스스로 일으키는 사랑도 스스로 짓고, 생각도 꿈도 이야기도 스스로 짓지. 스스로 지은 사람들은 “숲을 품은 멧자락을 품는 살림”이야. 멧골이 멧골이려면, 풀이 돋고 나무가 우거져야 한단다. 바위만 휑뎅그렁한 곳은 멧골이 아닌 ‘돌무덤’이라고 여겨야겠지. 돌무덤에서는 돌조차 비바람에 깎이고 햇볕에 닳고 낡아. 풀꽃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비바람이 돌보고 햇볕이 어루만져. 모든 흙도 모래도 처음에는 돌이나 바위였을 테지만, 더 앞서는 풀이나 나무였고, 새나 벌레나 짐승이었어. 몸이 스러지면서 새롭게 뭇숨결을 살리는 밑거름이자 바탕인 흙과 모래로 거듭나. 멧숲은 바로 이 흙과 모래가 아름다우면서 넉넉한 터전이지. 스스로 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멧숲이야말로 아늑한 보금자리에 즐거운 둥지인 줄 알았어. 그렇기에 “새로 깨어난 그사람”은 멧숲에서 말씀을 폈어. 가르침과 배움은 멧숲에서 샘물처럼 솟아서 흘렀어.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은 멧숲이라는 터전을 고이 품으면서 푸르게 빛나는 길을 익히고 나누고 폈단다. “길을 잊거나 잃었”다면 멧숲으로 갈 일이야. 서울에는 길이 없어. 서울은 “길인 척하는 굴레”가 가득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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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세뱃돈 2024.2.4.해.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이라는 설날이면, 아이들은 웃어른을 찾아다니면서 절을 했어. 지난해를 되새기고 새해를 그리는 마음을 여러 말씀으로 듣고서 절값을 받기도 해. 절값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한 해를 새롭게 그리면서 어질게 길을 펴러 할 적에 밑자락으로 삼으라는 돈이지. 요즈음은 다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돈을 얻거나 누릴 일이 드물거나 없어. 절값을 받고서 주전부리로 몽땅 쓰는 아이도 있지만, 그동안 주린 배를 한동안 채우는 일도 좋겠지. 어느 아이는 절값을 푼푼이 모아서 목돈을 이룰 테고, 집살림에 보탠다든지, 동무나 이웃을 바라지하는 자리에 쓰기도 해. 절값을 내어주는 어른들은 한 해 동안 아이들을 눈여겨보았어. 새해 새절을 받으며 다시 한 해 동안 가만히 지켜본단다. 아이마다 무엇을 잘하거나 못하는가를 지켜보거나 가리지 않아. 아이마다 어떻게 다른가 지켜보면서, 이 아이들이 마음을 쓰는 길을 말없이 바라본단다. 누가 짚거나 따지기에 곧장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이거나 바꾸는 아이가 있어. 누가 짚으면 불뚝거리거나 싫어하는 아이가 있어. 스스로 하루를 그리면서 배우는 아이는, 어떤 말도 귀여겨들으면서 스스로 살찌워. 어떤 말도 귓등으로 넘기는 아이는, 하루그림이 없으면서 눈치를 참 많이 본단다. ‘절’이란, 온몸을 접으면서 올리는 마음이야. 온마음이 아닌, 겉으로 돈만 바라는 굽신질은, 아이 스스로 제 길을 갉는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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