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종이소꿉

 

종이에
머리 눈 코 머리카락
몸 손 발 옷
차근차근 그린 뒤
크레파스로 빛깔 입혀
가위로 천천히 오리면
오직 하나뿐인
종이인형 놀이동무

 

처음 그린 종이인형은
동생한테 주고
다음 그린 종이인형은
아버지한테 주고
또 그린 종이인형은
어머니한테 주고
새로 그린 종이인형은
내가 가져서

 

다 같이 종이인형 소꿉놀이.

 


2015.10.15.나무.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68. 마지막 사진이 될 뻔하다



  백 날 동안 꽃이 차근차근 피고 진다고 하는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는 꽃송이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고 그야말로 천천히 터뜨리지만, 여름이 저물면서 살그마니 가을빛이 퍼지려고 하는 때에 발그스레한 꽃빛이랑 살며시 노랗게 물들려는 들빛이 곱게 어우러집니다. 이무렵 이 빛물결이 사랑스러워 으레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녀요.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은 9월 2일,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논둑길을 달리며 들내음을 맡으려 하다가 그만 물이끼를 밟고 미끄러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다음 일은 알 수 없어요. 아늑한 사진을 찍고 나서 며칠 동안 사진기는커녕 숟가락조차 못 쥐고 드러누워 앓았으니까요. 자칫하면 내 마지막 사진이 될 뻔했습니다.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249] 능금 한 알



  새로운 열매를 먹을 적에도

  늘 같은 열매를 먹을 적에도

  내 마음은 늘 가을내음



  새로운 과일을 즐겁게 먹으면 새로운 마음이 됩니다. 똑같은 과일도 늘 새로운 마음으로 먹으면 언제나 새롭지요. 새로운 과일을 먹지만 마음이 새롭지 않으면 언제나 새로움이 없고, 똑같은 과일만 먹는다면서 똑같은 마음으로 지낸다면 늘 똑같은 굴레를 맴도는 하루가 되지요. 4348.10.1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67. 밥상맡


  날마다 차리는 밥은 날마다 먹는 밥입니다. 날마다 먹는 밥에는 오늘 하루도 새롭게 기운을 내어 즐겁게 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 숨결을 담습니다. 배가 고파서 먹는 밥이기도 하면서, 몸을 살찌우려고 먹는 밥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밥그릇을 새로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버이는 날마다 밥그릇을 새로 내어주면서 마음을 북돋우지요. 오늘은 어떤 밥으로 하루를 열고 닫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밥 한 그릇에 어떤 사랑을 실어서 함께 웃고 노래하는 살림이 되면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밥상맡에서는 ‘밥 이야기’가 있고 ‘밥 노래’가 있으며 ‘밥 사진’이 있습니다. 4348.10.1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노래 66. 서로 나란하게 다른



  두 아이는 함께 섞여서 놀다가도 따로 떨어져서 놉니다. 두 아이는 한 가지 책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놀다가도 저마다 다른 책을 집어서 펼치면서 놉니다. 두 아이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로 놀다가도, 저마다 마음에 드는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집고는 나란히 앉아서 조용하게 책을 읽기도 합니다. 같은 어버이한테서 태어나도 다른 숨결입니다. 서로 다른 숨결이지만 똑같이 사랑스러운 숨결입니다. 서로 다른 책을 쥐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맞아들이지만, 놀이와 삶과 사랑이라는 자리에서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나는 늘 두 아이 사이에서, 이러면서 두 아이랑 함께 사진놀이를 합니다. 4348.10.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