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전두환 2024.3.1.쇠.



한 놈이 앞잡이로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 앞잡이 곁에 숱한 옆잡이가 있고, 이들 둘레로 뒷잡이에 밑잡이에 윗잡이까지 있어. 얼핏 앞잡이가 가장 떵떵거리거나 쥐락펴락하는 듯 보일 수 있어. 그러나 ‘앞잡이 = 얼굴잡이’야. 광대 노릇을 즐기는 무리란다. ‘옆잡이 = 바람잡이’야. 앞잡이가 광대 노릇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바람을 넣고 떠들고 어지럽혀서 오직 이쪽을 쳐다보라고 밀어대. ‘뒷잡이 = 심부름꾼’이야. 앞에서 광대가 재주를 부리면, 뒤에서 우르르 심부름꾼을 맡으면서 떡고물을 듬뿍 받지. ‘떡고물’조차 꽤 비싸니까, 뒷잡이는 내내 떡고물을 챙기려고 뒤에서 든든히 막짓을 일삼아. ‘밑잡이 = 돈줄·힘줄·이름줄’이지. 광대 노릇을 펴며 드는 돈을 대고서 훨씬 크게 돈다발을 거머쥐고, 힘도 이름도 슬쩍 빌려주고서 몇 곱으로 챙기는 무리란다. ‘윗잡이 = 숨은놈’이야. 모든 곳에서 슬그머니 숨어서 모든 꿍꿍이를 꾀하고는 가만히 구경하지. 이들은 앞잡이를 부리고, 옆잡이를 부추기고, 뒷잡이를 달래고, 밑잡이를 거느려. 윗잡이한테는 ‘옳음·그름·좋음·나쁨·착함·거짓·참·속임·아름다움·미움’이 없어. 이들은 “갖고 놀” 뿐이야. 쥐었다가 펴고, 잡았다가 놓고, 묶다가 풀고, 당기다가 밀지. 하느작하느작 갖고 놀면서 구경하는 나날을 보내. ‘전두환’은 어느 곳에 있었을까? 앞잡이일까? 옆잡이나 뒷잡이일까? 이놈은 윗잡이도 밑잡이도 아니야. 이런 광대를 부리는 윗잡이하고 밑잡이를 알아볼 수 있어야 푸른별을 살릴 만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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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눈물꽃 2023.12.27.물.



밤이 안 오면 이슬이 안 맺어. 밤이 오니까 모두 새근새근 자고, 밤바람이 슥슥 부는 사이에 들에도 숲에도 길에도 별빛을 머금은 이슬이 맺지. 어둡게 내려앉은 바람결이 고루 실어나르는 물빛에 별빛이 어우러지다가 어느새 동이 트려고 해. 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아침해를 보다가 깨닫지. 오늘 하루를 새롭게 살아가는 기운으로 머금으라고 온누리에 방울방울 덮는구나 하고. 이슬을 핥으면서 온몸에 짜르르르 기운이 올라와. 풀도 나무도 이슬을 받아들이면서 한결 푸르게 하루를 노래해. 이슬은 ‘이슬방울’이면서 ‘이슬꽃’이야. 빗물이 ‘빗방울’이면서 ‘비꽃’이니,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란 ‘눈물방울’이면서 ‘눈물꽃’일 테지. 아파서 흘리는 눈물도, 슬퍼서 떨구는 눈물도, 기뻐서 터지는 눈물도, 모두 너희 마음에 깃든 앙금과 멍울을 씻고 털면서 방울로 내보내는 노래란다. 눈물꽃이 피면서 마음이 푸근하고 아늑해. 눈물꽃을 맺으면서 걱정도 근심도 시름도 서러움도 내려놓지. 눈물은 몸과 마음을 밝으면서 맑게 다독이면서 일으킨단다. 눈물을 흘릴 줄 알기에 “나는 이 앙금을 씻으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아. 눈물이 흐르는 날이기에 “나는 내 티끌을 스스로 씻을 수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 낮이 흐르고 밤이 다시 찾아오면 새삼스레 고요히 잠들어. 이제 온누리는 하루 더 품는 이야기가 스며서 샘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고, 구름으로 올라가서 다시 빗물이 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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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쾌재 2023.12.26.불.



네가 기뻐하는 때는 언제일까? 네가 안 기뻐할 때는 언제야? 무엇을 보거나 느낄 적에 기쁘니?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 안 기쁘니? 노래가 절로 나오면 기쁘겠지. 춤이 저절로 나오면 기쁠 테고. 노래나 춤이 없고, 웃음이나 수다가 터지지 않는 기쁨이 있을까? 그런데 너희는 스스로 꿈을 이룰 때가 아닌, 스스로 심은 미움씨앗이 자랄 적에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도 하더라. 즐겁거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 괴롭거나 아픈 일에 기뻐한다면, 너희는 어떤 마음일까? 아무래도 살림이나 사랑이 아닌, 죽어가는 마음이겠지. 함께 살아가는 별에서 함께 빛나는 길이 아닌, 서로 미워하고 깎고 갉고 할퀴면서 웃거나 춤춘다면, 몸뚱이는 있어도 넋이 숨진 모습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기쁨’이려면, 다같이 얼크러져서 웃는 잔치란다. 속으로든 밖으로든 “오호라!” 하고 부르는 말소리인 ‘쾌재’란 두 갈래에 서는 몸짓이야. 너는 죽어가고 싶을는지 몰라. 뜻대로 안 풀린다고 여긴다든지, 꿈이 없다고 여기면, 늘 그때부터 죽어간단다. 듯도 꿈도 사랑도, 오래오래 걸려야 이루지 않아. 네가 마음에 고요히 씨앗으로 심는 때부터 이루는 뜻이요 꿈이고 사랑이야. ‘잘되’기를 바란다면, 잘되지 않을 적에 서운하고 싫단다. ‘하려’는 마음으로 늘 느긋이 할 적에는 그저 하면서 노래하고 웃고 춤을 춰. 뭔가 얻거나 이룰 때가 아닌, 씨앗을 심는 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출 적에, 기쁨이라는 꽃이 사르르 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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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한국 2023.8.3.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는

하늘빛을 담으면서 하나

함께 함박꽃으로 한길

해를 담아내 하얀 하루


고요밤을 깨우는 아침

온빛을 세워 나아가는 길

새롭게 춤추며 고운 나래

깊고 아름답게 높은메


한겨레라면 한가람 한나라

이웃하고 함께 한길 한살림

해밝게 한옷 한집 한밥 한넋

하늘뜻 실어 한글 한말 한얼


나는 하나이지만

너랑 아울러 우리

너나를 넘나들어 날고

보금자리마다 나무숲 새노래


ㅅㄴㄹ


이 나라를 이루는 겨레를 ‘한겨레’라 합니다. 한겨레가 이룬 나라일 적에는 ‘한 + 겨레’이니까 ‘한 + 나라 = 한나라’입니다. ‘한나라’를 한자말로 옮겨서 ‘한국(韓國)’입니다. 한자로 ‘한국’을 적기도 하지만, ‘한’은 그저 우리말입니다. ‘하늘·하나’를 가리키는 우리말이고, 서울에 있는 큰 물줄기는 ‘한가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마시기에 ‘한숨’입니다. 크게 벌여서 ‘한바탕’입니다. ‘한길 = 큰길’이기도 합니다. 하늘은 땅에서 보기에 더없이 크기에 ‘하늘·한 = 크다’를 나타내기도 하지요. 또한, 하늘은 둘이나 셋으로 못 갈라요. 크게 하나인 덩이입니다. ‘하늘·한·하나·하다(크다)’가 맞물리면서 ‘함께’로도 이어요. 크게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뜻인 ‘함께’예요. 이 나라에서 쓰는 글에 붙인 이름 ‘한글’이듯, 이 나라에서 쓰는 말은 ‘한말’이라 할 만합니다. 이 나라에서 누리는 밥과 옷과 집은 ‘한밥·한옷·한집’이라 하면 될 테지요. 함박꽃처럼 크고 시원하게 어우러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터요 한누리요 한마을을 가꾸어 봐요. 함함하게 아끼고 함초롬히 빛나는 한동아리를 이루어 봐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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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부모 2023.8.3.



나비는 왜 알을 낳을까?

푸른잎 갉는 기나긴날 마치고

작은고치에 웅크려 그린 꿈이

날개로 거듭나 하늘빛 먹거든


잠자리는 왜 알을 낳지?

물살을 가르며 실컷 놀다가

물밖에 나와서 바람 쐬면서

햇빛 별빛 꽃빛에 눈떴어


어른은 왜 아기를 낳나?

어질게 살림하는 하루 지나

어머니로서 고요밤 품고

아버지로서 노래낮 담네


낳으려면 나아가야 해

나를 알고 너를 안고

나긋나긋 날아오르면서

나무처럼 숲 이룰 어버이야


ㅅㄴㄹ


해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부모의 날”이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둘레를 보면 ‘어버이’를 말하거나 찾는 일은 드물고, 으레 ‘부모(父母)’만 찾습니다. 한자말 ‘부모 = 아버지 + 어머니’인 얼개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말 ‘어버이 = 어머니 + 아버지’인 얼개입니다. 우리말로는 ‘엄마아빠’처럼 으레 어머니·엄마를 앞에 놓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어른이기에 ‘어버이’입니다. 몸으로 낳은 아이도, 이웃과 마을에 있는 아이도, 늘 사랑으로 따스하게 마주하면서 어질게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인 사람인 ‘어버이’입니다. 사랑이 피어나지 않을 적에는 ‘어버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요. 낳기만 했으면 어버이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안 어울릴 테지요. 나이만 먹을 적에는 ‘어른’이 아닌 “철없는 사람”이나 “늙은 사람”으로 여깁니다. 어질게 살림을 짓기에 ‘어른’이듯, 어른스러우면서 상냥하고 참하고 착하게 아이를 품는 매무새라서 ‘어버이’입니다. 삶짓기·살림짓기·사랑짓기를 헤아리고, 사람이 곁에 둘 들숲바다를 푸르게 가꿀 줄 아는 눈빛과 손빛인 사람을 어버이답다고 여깁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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