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파먹는 2023.12.25.달.



땅을 파면 뭐가 나올까? 흙이 나오지. “흙을 품은 씨앗”이나 “흙이 품은 씨앗”이 나와. “흙을 품은 벌레”나 “흙이 품은 벌레”도 나오고. 씨앗은 씨앗인데, “흙을 품은 씨앗”하고 “흙이 품은 씨앗”은 눈길이 달라. 흙도 똑같은 흙이지만, “흙을 품은 벌레”랑 “흙이 품은 벌레”도 다르지. 넌 이 둘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다고 느끼니? 두 결과 길은 다르면서 같아. 닮지만 다르게 다다르지. 흙을 파먹는 씨앗이고 벌레인데, 흙도 씨앗과 벌레가 내주는 숨빛을 파먹는단다. 서로 빛을 내주면서, 서로 숨빛이 새롭지. 엄마랑 아빠가 하나로 맺는 씨앗도, 엄마랑 아빠가 서로 내주면서 받아들이는 숨빛이 있어. 그리고 이 숨빛이 새롭게 자라다가 ‘아기’라는 새넋으로 눈을 뜬단다. 아기는 엄마아빠 사랑을 듬뿍 머금을 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아기 사랑을 듬뿍 맞아들여. 한쪽에서만 보내거나 주거나 갈 수 없어. 너희는 몸으로 늘 느끼지? 들숨날숨은 늘 똑같아. 더 들이켜거나 더 내보내지 않아. 들이는 대로 내보내. 사랑이란, 주고받음이지 않아. 늘 참(가득함)인데, 들숨날숨처럼 온사랑을 기울이거나 쏟자마자 새로 온사랑이 스며든단다. “베푼 만큼 받는다”가 아니야. 기꺼이 모두 내놓으면서 어느새 모두 새로 들어오면서 늘 환해. 이 얼거리를 알면, “죽거나 늙지 않는 몸마음”이 무엇인지 알겠지? 온사랑이기에 온살림이야. 온사랑으로 살기에 언제나 새롭고 눈부시며 즐거워서 아름답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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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직언(직설) 2023.12.24.해.



바람처럼 스스로 가눌 수 있으면 바로 말하렴. 바다처럼 넉넉히 품을 수 있으면 막바로 말하렴. 밭을 짓듯 온사랑을 기울일 수 있으면 곧바로 말하렴. 밝게 받아들이는 반가운 눈빛일 수 있으면, 늘 바로바로 말하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바람이 아닌 채 바다를 모르는 채 밭을 잊은 채 밝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설 적에는, 네 입에서 매캐하고 고약한 방귀 같은 말이 흐르겠지. 말이란 서로 보면서 할 노릇이지. 마주보며 마음을 주고받으려고 하기에 ‘말’이거든. 대놓고 한대서 다 말일 수 없어. 마음이 없이 소리만 내면 말이 아닌 화살이고 불똥이야. 마음을 틔우지 않고서 내는 소리란, 너도 남도 나란히 갉는 좀이야. 말을 하고 싶으면 생각하렴. 네가 누구랑 마음을 틔워 이야기를 이루려는지 생각할 적에 씨앗 한 톨이 깨어나는데, 이 씨앗을 소리로 틔우면서 ‘말씨’가 퍼지고, 말씨가 네 입을 거쳐서 둘레에 닿을 적에 ‘말꽃’이 피고, ‘말나무’가 자라서 ‘말숲’이 된단다. 모든 말은 너부터 스스로 마음에 바로바로 심는 씨앗이고, 너를 둘러싼 사람과 숨붙이한테 퍼뜨리는 씨앗이야. 바른말(직언)이란 뭘까? 옳기만 하다면 바른말이 아냐. ‘밝은말’일 노릇이고, ‘바람말’에 ‘바다말’에 ‘밭말’일 노릇이란다. 너는 어떤 마음바탕이 되어 소리를 내니? 네 마음씨를 이루는 말씨가 무엇인지 날마다 되새기렴. 너는 늘 네 마음에 바른말을 하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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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서울살이 2023.12.23.흙.



이미 알는지 모르겠는데, ‘서울(도시)’이 없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 않아. ‘서울’은 없어도 돼. 아니, 서울이 있기에 나라가 흔들리고 뒤틀리다가 무너져. 이와 달리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기우뚱하다가 무너져. 시골을 밀어서 서울로 바꾸면, 너희 스스로 죽음수렁으로 치닫는 셈이지. 생각해 보렴. 바람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물을 안 마시고서 살 수 있니? 목숨을 이으려면, 바람·물·해는 꼭 있어야 하는데, 사람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모든 목숨붙이한테도 똑같아. 대통령·시장·군수·군인·과학자·목사·중·교사·이발사·운전사가 없어도 나라는 안 무너져. 시인·소설가·공무원·정비사·기술자가 없어도 나라는 멀쩡해. 그러나 시골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어버이가 없어도 나라는 와르르 무너져. 나라를 세워서 이끌려 한다면, 첫째도 둘째도 ‘돈(산업)·힘(군대)·재주(과학·기술·교육)’가 아닌, 들숲바다하고 ‘아이 낳아 돌보는 어버이’를 지키고 돌봐야 한단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가 없으면, 공무원도 시인도 무슨 쓸모일까? 아이들이 들숲바다에서 뛰놀며 자라지 않으면, 서울과 학교가 무슨 값어치일까? 서울살이(도시생활)는 나쁘지 않아. 서울에서도 들숲바다를 품으면 돼. 시골살이가 좋지 않아. 몸은 시골에 있지만, 부릉부릉 달리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들숲바다를 멀리하면 그저 죽음굴레란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풀꽃나무를 사이에 두고서 새를 품는 살림길을 걸을 일이란다. 모든 곳에서 새가 노래하고 벌나비가 춤추어야 사랑이 싹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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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한 사람 더 2024.3.7.나무.



한 사람 힘으로 모자란 일은 없어. 모자라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을 뿐이지. 두 사람 힘이어야 되는 일은 없어. 둘이 하면서 즐겁고 새로울 뿐이야. 한 사람 더 있어야 하지 않고, 한 사람을 덜어야 하지 않아. 모든 일을 함께 누리는 길을 느긋이 가면 된단다. 언제나 이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돼. 꼭 해야 하는 어떤 말이나, 굳이 안 해야 하는 말이 있지는 않지. 말은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은 말을 움직인단다. 말은 마음을 가꾸고, 마음은 말을 일궈. 나 한 사람은 스스로 일어서고, 너 한 사람은 새롭게 찾아와. 너 한 사람이 스스로 일어나니, 나 한 사람은 이 곁에 깃들어 함께 노래하는 얼거리야. 새 한 마리가 날아앉는구나. 새는 한 마리여도 노래가 그윽하고 맑고 밝고 커. 꼭 한 마리 더 있어야 하지 않아. 굳이 서너 마리를 불러야 하지 않지. 혼자라서 외롭거나 힘들지 않단다. 외로워하니까 외로워. 힘들어하니 힘들지. 좋아하니까 좁고, 싫어하니까 시시하다 못해 시샘해. 사랑하니까 사랑이야.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을 느끼고, 바다로 나아가니 바다를 느껴서 받아들이는구나. 하나씩 할 노릇이야. 한 사람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헤아릴 노릇이야. 한 걸음씩 떼기에 걸어. 두세 걸음을 한꺼번에 뻗지 않아. 그래서 한 사람이 즐거운 곳으로 한 사람 더 깃들 수 있어. 한 사람이 넉넉한 곳으로 한 사람이 새로 찾아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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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식은밥 2024.3.8.쇠.



갓 지은 밥은 따뜻하고 살살 녹아. 봄에 갓 돋는 잎과 꽃송이도 부드럽게 살살 녹아. 봄볕에 겨울눈과 겨울얼음을 녹이면서 온누리를 풀어내듯, 새로 찾아드는 철에 퍼지는 기운을 품은 나물은 너희 몸을 고이 풀어주지. 따뜻밥으로 몸을 녹여. 솥에 남은 밥은 천천히 식어. 따뜻밥으로 몸을 녹인다면, 식은밥으로 몸을 북돋아. 따뜻할 적에도 식은 뒤에도, 차근차근 맞아들여서 차분하게 살찌우지. ‘식은밥’이란 “남은 밥”인데, 남기에 조금 더 넉넉히 둘레에 나눌 수 있어. 이웃하고는 따뜻밥을 나눌 노릇이되, “더 먹지 않고 남은 살림”을 스스럼없이 베풀 만해. 따뜻하지 않고 식었으니 ‘차갑게’ 군다고 여기기도 하더구나. 그렇지만 밤이슬이나 새벽이슬을 어느 누구도 ‘차갑다’고 여기지 않아. 살림물은 늘 ‘차게’ 흐르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구나 싶도록 솟는 샘물이고 냇물이거든. 마음이 식으니, ‘남은밥’을 싫어해. 마음이 따뜻하니 ‘남은밥’을 고마이 받아서 따뜻하게 살려. 생각해 보렴.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재느라 스스로 눈꺼풀에 가리지 않니? 밥을 짓고 남겨서 나누는 따뜻마음을 느낀다면, ‘살림밥’을 알아볼 테고, 살림길과 살림말과 살림빛으로 포근히 감싸게 마련이야. 일부러 식혀서 먹기도 하는 밥이야. 찬밥·더운밥을 가리거나 따지려 하니, 자꾸 싸우는구나. 나눔밥·살림밥을 바라보렴. 온밥·모둠밥을 헤아리렴. 바탕을 다스리면 돼. 바다처럼 넉넉하니 즐거워. 바람처럼 시원하니 싱그러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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