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풀은 와이파이를 좋아할까? 나무는 와이파이를 반길까? 숲이나 냇물은 와이파이를 만나면 무엇을 느낄까? 바람이나 구름은 와이파이가 가득한 곳에서 어떤 마음일까? 돌이나 모래는 와이파이가 닿으면 어떻게 느낄까? 풀벌레나 새는 와이파이라는 그물에 잡히면서 괴롭지 않을까? 와이파이를 마음대로 쓰도록 전자파를 잔뜩 쏘아대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얼마나 즐거운 삶이 될 만할까? 글은 무엇을 얼마나 알아보고 느끼고 살피고 배우고 받아들이면서 삭이고서 써야 글이라는 이름이 어울릴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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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종이 49쪽



지난달쯤 어느 고등학생 이웃님한테 글종이로 25쪽쯤 되는 글월을 띄웠다. 고등학생 이웃님은 내 책을 읽어 주었고, 궁금한 대목이 있어 몇 줄 글월로 물어보았는데, 몇 줄 글월에 대꾸를 하자니 글종이로 25쪽쯤을 들여야 했다. 엊그제에 이 이웃님이 새 글월을 띄웠고, 새 글월에 적힌 예닐곱 줄 이야기를 읽고는 오늘 새벽에 49쪽에 이르는 글월을 새로 띄운다. 25쪽짜리 글월에 49쪽짜리 글월이라. 푸른 이웃님 마음에 궁금한 이야기는 몇 줄이라 하지만, 이 몇 줄짜리 궁금한 이야기는 온마음을 짓누르는 고단한 우리 삶자리 모습이기에, 부디 넉넉하면서 즐겁게 마음을 다독이고 돌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술술술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아침에 우리 집 아이들이 깨어나면 우리 아이들한테도 술술술 새 이야기를 풀어내 보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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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는다



겪은 말을 쓴다. 겪은 대로 쓴다. 겪는 대로 쓴다. 겪으려는 삶으로, 겪고 되새기는 결로, 겪으면서, 겪는 동안에, 겪고 나서, 겪기 때문에, 온통 겪고 겪고 새로 겪기에 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대수롭지 않다. 무엇이든 겪으니 쓴다. 반갑든 싫든 대단하지 않다. 겪는 하루가 오롯이 글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뭔가 쓰고 싶다면? 그러면 하루를 겪고 달하고 해를 겪고,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을 겪으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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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는 읽기



글이든 책이든 배울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읽을 수 없다. 스스로 어제하고 달라진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 일어나기에 비로소 글이든 책이든 읽는다. 어제하고 똑같은 채 살려 한다면 배울 마음이 일어나지 못하고, 이때에는 우리한테 낯선 글이나 책이라면 도무지 못 읽어내고 만다. 그러면 언제 쓰지? 신나게 배워서 마음이 새롭게 태어난다면 이윽고 몸도 새롭게 나아가기 마련이고, 이때에 글이 저절로 쏟아진다. 배우기 앞서는 쓸 수 없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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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학교



글쓰기는 가르치지 못한다. 누구나 그냥 쓰면 되는 글일 뿐이니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없다. 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삶을 지켜보면서 말을 하나하나 익혀서 제 것으로 삼는다.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 마음을 담아내어 생각을 펴는 말을 한다. 생각하는 노래가 말이 되고, 생각하는 꿈이 글이 된다.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곳에서는 으레 여러 가지 글멋이나 글치레나 글손질을 이야기하는데, 멋·치레·손질이란, 글이 있고 나서야 다룰 수 있는 잔솜씨이다. 글이 없이 멋이나 치레나 손질을 할 수 있을까? 없지. 글은 멋부리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멋부리면 벌써 글하고 멀어진다. 글은 치레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치레하면 어느새 글하고 동떨어진다. 글은 손질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글은 손질하면 이윽고 글하고 등진다. 이야기를 편다. 삶을 즐겁게 지으며 이야기를 편다. 사랑으로 가꾸는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삶을 즐겁게 지은 이야기를 편다. 집이 배움터, 곧 학교이다. 숲이 보금자리, 곧 삶터이다. 집을 가꾸는 손길로 글을 쓰고, 숲을 돌보는 마음으로 글을 새롭게 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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