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연구 - 수정증보
강신항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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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4.10.

읽었습니다 317



  우리가 오늘날 쓰는 글은 ‘한글’입니다. 한힌샘 님이 틀을 잡고서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말을 담는 우리글”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1400해무렵에 세종 임금이 ‘훈민정음’을 여미어 내놓았는데, ‘정음(훈민정음)’은 “우리말을 담는 그릇”이기보다는 ‘바른소리(표준발음)’ 구실이 큰뜻이었습니다. 《訓民正音硏究 增補版》을 1987년판 아닌 1994년판으로 읽었는데 한자가 새카맣습니다. 1987년에도 1994년에도 ‘한글’이 아닌 ‘한자’를 붙드는 눈썰미로 ‘우리글’을 밝힐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을 쓴 분은 ‘正音·聲音·純正·正聲’ 같은 한자말을 잘 골라서 쓰면서 ‘훈민정음 큰뜻’을 안 숨기고서 드러내었구나 싶습니다. 조선 오백 해에 “글을 배울 길이 없던 흙사람과 시골사람과 종과 하님과 소치기(백정)”는 ‘백성’에 들지 않았습니다. ‘훈민정음’은 ‘한문’을 마음껏 쓰고 다룰 줄 아는 이들이 ‘표준발음’으로 삼는 길잡이였습니다. 다만, 벼슬아치하고 우두머리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틀만 살폈다면, 1900년에 이르러 주시경 같은 분이 나타나서 “마음을 담은 말을 누구나 글로 옮기는 길”을 펴도록 날개를 달았지요.


《訓民正音硏究 增補版》(강신항,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4.5.)


그래서 治國의 要諦로서 樂과 聲音이 純正해야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序文 등에 나타난 바와 같이, 標準音으로서의 正音과 正聲을 說定해야 된다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宋國들과 마찬가지로 聖人之道를 옳게 理解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聲韻學과 文字學에 관한 理論的인 연구부터 필수적으로 시작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밖에, 朝鮮朝 建國初부터 隣近諸國들과 圓滑한 外交關係를 유지하기 위하여 司譯院을 설치하고, 譯學政策에 힘을 기울여 오는 과정에서도, 外國語音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옳게 표기할 表音文字의 必要를 느끼고 있었다. (5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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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무리씨의 시계공방 4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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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10.

책으로 삶읽기 922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4》

 히와타리 린

 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4.30.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4》(히와타리 린/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을 읽고서 허전했다. 손목에 차는 때바늘을 다루는 줄거리를 고스란히 이으면 될 텐데, 어쩐지 “아가씨 얼굴과 몸과 키”를 더 이쁘장하게 다듬는 데에 힘을 잔뜩 쓴 듯싶다. 첫걸음부터 넉걸음에 이르도록 그림결이 다 다르다. 그리면서 붓솜씨가 늘었다기보다는 ‘줄거리 아닌 붓질’에 마음을 빼앗긴 듯하다. 그림은 이쁘더라도 줄거리가 사라지면 허울스럽다. 더구나 ‘이쁜’ 그림이 아닌 ‘이쁜 척’하는 그림으로 몸을 길쭉하게 늘려놓으니 오히려 보기에 나쁘다. 하루가 지나는 길을 살피는 조그마한 바늘과 판에 마음을 쏟는 줄거리를 살리지 않는다면, 하루란 무엇이라는 셈일까? 안타까울 뿐이다.


ㅅㄴㄹ


“그러고 보니 이 시계는 제 부주의로 한 번 침수된 적이 있는데, 그때 생긴 얼룩도 이 문자판에 희미하게 남아 있답니다.” (85쪽)


“엄마 시계이긴 하지만, 이렇게 네 추억도 잔뜩 담겨 있어.” (128쪽)


#冠さんの時計工房

#?渡りん


+


그게 일단 일본 기후는 고온다습하니까, 녹슬기 쉬운 조건이긴 해요

→ 아무래도 일본 날씨는 따뜻축축하니까, 삭기 쉽긴 해요

→ 다만 일본은 후덥지근하니까, 쇠곰팡이 쉽게 끼긴 해요

42쪽


다음 호에 소개가 실릴 거예요

→ 다음 자락에 글이 실려요

→ 다음에 글월이 실려요

50쪽


마침 출출하던 차인데

→ 마침 출출하던 참인데

→ 마침 출출한데

71쪽


윤활유가 마른 채 작동하면

→ 부들기름이 마른 채 구르면

→ 매끈기름이 마른 채 가면

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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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2.


《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글/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새가 떨군 매꽃을 줍는다. 가만히 냄새를 맡고서 살근살근 씹는다. 낮에 읍내 나래터로 나간다. 큰아이랑 《AI의 유전자 1∼6》를 놓고서 이야기를 한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남긴 《아톰》하고 《블랙잭》을 섞은 듯한 그림꽃인데, 오사무 님은 늘 바탕에 ‘사랑’을 놓고서, 모든 앙금하고 멍울을 풀어내는 실마리이자 빛과 밤인 ‘사랑’으로 나아간다면, 《AI의 유전자》는 어쩐지 뒤죽박죽 헤매기만 한다. 바람이 이따금 세차면서 부드러이 뻗는 볕이 어루만지는 하루이다. 《천상의 바이올린》을 돌아본다. 진작에 읽었으나 여태 느낌글을 여미지 않았다. 활가락(바이올린)을 깎고 여민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가락을 손에 얹기까지 어떤 살림길을 여투는가를 알고자 한다면, ‘진창현’이라는 사람을 눈여겨볼 노릇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분 책이 새로 나오거나 다시 나올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한우물을 판 보람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손끝에 사랑이라는 숨빛을 담고서 하루하루 땀흘린 길이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하늘활’이라고 하겠지. 글이라면 하늘글로, 말이라면 하늘말로, 마음이라면 하늘마음으로, 늘 하늘빛으로 물든 하루를 살아낼 줄 안다면 반짝반짝하리라 본다.


#陳昌鉉 #天上の弦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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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1.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친치아 기글리아노 글·그림/유지연 옮김, 지양어린이, 2016.11.5.



가볍게 구름이 모인 흐린 아침이다. 마당하고 뒤꼍에 서서 새소리를 듣는다. 새는 늘 새삼스레 노래한다.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록새록 스민다. 큰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온갖 새가 모여드나 봐요.” 하고 말한다. 마을에서 새가 쉴 만한 데는 우리 집이다. 예전에는 이웃집에서도 쉴 만했으나, 다른 집은 자꾸 나무를 베거나 뽑아내더라. 늦은낮부터 가랑비가 듣는다. 저녁에는 제법 내린다. 작은아이가 바라는 짜장국수를 한 솥 가득 끓이면서 밥자리를 차린 뒤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를 읽었다. 여태 나온 다른 ‘비비안 마이어’ 책은 사나웠다. 조용히 살다가 떠난 사람을 마구 파헤치면서 낄낄거린 듯했다. 이 그림책은 부드러이 속삭이는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마음으로 마주하려는 손길이 있구나. ‘사진·작품·예술……’을 허울처럼 붙이는 모든 글과 책은 그저 허울이다. 빛꽃을 멧더미로 남기고서 흙으로 떠난 그분은 ‘허울’이 아닌 ‘하늘’을 보면서 찰칵 담았다.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글치레로 멋부리는 사진비평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면서 문득 찰칵 찍어서 온삶을 온살림으로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느긋이 품고서 빛줄기를 보는 분이 늘기를 빈다.


#LeiVivianMaier #CinziaGhiglian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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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0.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글, 문학과지성사, 2021.8.24.



찬바람은 거의 물러난 듯싶다. 바깥마루에 앉거나 서서 해바라기를 하면 뭇새가 우리 둘레로 내려앉다가 날아간다. 이따금 바람개비(드론) 소리를 듣는다. 풀죽임물을 흩날리는 바람개비가 있고, 좀 먼발치에서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가 있다. 어제는 ‘메·뫼’를 새삼스레 돌아보았고, 오늘은 ‘검불·검질’을 짚는다. ‘검쥐다·거머쥐다’처럼 쓰기도 하는 ‘검’은 ‘감’으로도 잇고 ‘곰·굼’으로도 잇는다. 단군 옛이야기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뜻이 있다. 곰은 ‘고마(고맙다)’요, ‘님(하늘)’이고, ‘꼭두(머리·마루)’이자 ‘고운’ 길이다. 《빛의 자격을 얻어》를 돌아본다. 예나 이제나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여기는 듯싶다. 그래, ‘시’가 되려니 이렇게 말을 짜겠지. 그러나 옷을 짜듯 말을 짜는 길이 아닌, 눈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말을 짜개려 하면, 말도 노래도 없다. 짜내는 글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짜개는 글자락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문학적 성취”가 아닌 “살림노래로 사랑을 풀어내는 글빛”을 밝힐 적에라야, 글님 스스로도 읽님 이웃한테도 노을빛으로 느긋느긋 노느는 글길을 열리라 본다. 짜맞추는 틀은 스스로 갇히는 수렁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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