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1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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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4.11.

인문책시렁 352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1.1.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서윤영, 철수와영희, 2024)는 나라마다 집을 어떻게 달리 여기면서 높거나 크게 세우려 하는가를 짚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금자리를 이루면서 살림을 일구려고 지붕을 이고 숲 곁에 있는 길이지만,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글바치는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면서 휘두르려는 굴레라고 할 만합니다.


  큰일을 하자면 큰집이 있어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둘레를 내려다보려고 큰집을 올린다고 여길 만하고, 콧대를 높이려고 더 크고 더 높게 세우는구나 싶습니다. 사람들 곁에 서려는 길이라면, 큰일을 하더라도 조촐히 여미는 작은집에 깃들게 마련입니다. 또한, 큰일을 어질게 하려는 길이라면, 서울 한복판에만 으리으리하게 올려세우지 않아요. 참다운 큰일이라면, 나라 곳곳에 알맞게 작은집을 지어서 고루고루 돌아가며 일꾼 노릇을 하겠지요.


  우리나라도 일본도 중국도 하늬녘도 매한가지입니다. 벼슬을 쥐거나 힘으로 부리려 하니 그저 덩치를 키웁니다. 심부름꾼을 잔뜩 두니까 큰집을 더 키우려 합니다. 으리으리한 집에는 텃밭이 없습니다. 커다란 울타리에서는 벌나비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반기지 않습니다. 멀리 이웃나라를 안 쳐다보아도 알 만합니다. 우리나라 푸른지붕에 찾아드는 개구리나 뱀이 있을까요? 아마 보이자마자 잡아죽이겠지요? 우리나라 벼슬터(공공기관) 지붕에 새가 앉아서 둥지를 틀거나 똥을 누면 어떡하나요? 새를 쫓아내겠지요?


  봄을 맞이하면 봄맞이새가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제비는 사람을 반기면서 처마 밑에 둥지를 짓거나 추스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집을 보면 처마가 거의 없어요. 처마가 있더라도 풀벌레나 거미나 벌나비를 잡을 만한 풀밭도 숲도 논밭도 죄 사라지는데다가, 기껏 논밭이나 풀밭이 있더라도 풀죽임물로 뒤범벅이라 몽땅 죽음수렁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는 온누리 모든 나라가 ‘힘(국가권력)’을 쥐거나 펴려고 하면서 얼마나 허울스럽게 몸집만 불리는지 들려줍니다. 다만, 하늬녘 이야기가 너무 길어요. 하늬녘 이야기는 확 줄이고서 우리나라 이야기에 자리를 내준다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베트남이나 태국이나 몽골이나 티벳이나 네팔을 돌아보면 더욱 나을 테지요. 중국이나 대만에 깃든 작은겨레는 집살림을 어떻게 하는지 살핀다면, ‘힘’하고 ‘살림’ 사이가 얼마나 먼지 잘 짚어낼 수 있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바라보는 들꽃사람은 조촐하게 살림집을 짓고 가꾸고 꾸려서 물려줍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안 바라보는 임금과 벼슬아치와 글바치는 우람하게 담벼락을 세워서 끼리끼리 힘자랑에 이름치레에 돈잔치를 벌입니다.


ㅅㄴㄹ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9쪽)


궁전은 산속이나 호숫가에 위치하는 대신 넓은 평지에 자리잡으며 방어적인 요새의 성격 대신 과시적인 형태로 지어집니다. (55쪽)


일제 강점기 일본은 법제, 학문, 도시 계획 등에서 프로이센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65쪽)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경복궁은 320여 칸이었는데 중건된 경복궁은 모두 7000여 칸이었으니 규모로 보면 20배가 넘는 엄청난 대공사였습니다. (185쪽)


일제 강점기에는 경복궁 바로 앞에 조선 총독부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조선 총독부 건물 앞에 그 일본을 패망시켰던 미국의 대사관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202쪽)


+


어떤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 즉 지배 담론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삶터를 다스리는 큰줄기를 따르곤 합니다

→ 어떤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는 나라를 가로지르는 큰틀을 으레 따릅니다

9쪽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는데 이를 도제라고 했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 잔심부름부터 하면서 일을 따라했습니다

21쪽


혁명의 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들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 새물결이 번지지 않도록

29쪽


고대 이집트까지 소급해 올라간 것인데

→ 옛 이집트까지 거슬러올랐는데

→ 예전 이집트까지 올라갔는데

49쪽


더 이상 지어지지 않게 됩니다

→ 더는 짓지 않습니다

→ 더 짓지는 않습니다

54쪽


그만큼 세수도 줄어 경제난까지 가중되었습니다

→ 그만큼 적게 거두어 돈고비까지 큽니다

→ 그만큼 나라돈도 줄어 강파르기까지 합니다

→ 그만큼 낛도 줄어 가난살림까지 이릅니다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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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6.


《공격 사회》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4.2.10.



부산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를 읽다가 놀란다. “이제 권정생 님 꽃글을 읽으라고 둘레에 여쭙기가 힘들겠구나!” 싶더라. 2000년이나 2010년 무렵만 해도 투박한 시골빛이 흐른다고 여겼는데, 2024년에 이르러 다시 읽자니 ‘어린이한테 좀 어려운 한자말’이 제법 있고, 일본말씨마저 자주 쓰셨다. 요새 이런 말씨를 누구나 쓰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 참말로 요새 어린이책이나 어른책 모두 ‘앞으로 물려줄 빛나는 말글’은 잘 안 보인다. 동광동3가 ‘몽베르모텔’에서 나온다. 87 부산버스를 타고서 고갯길(산복도로)을 굽이굽이 누빈다. 마을책집 〈글밭〉을 거쳐 〈카프카의 밤〉에 닿는다. 《우리말꽃》을 곁에 놓고서 책수다를 편다. 《공격 사회》는 삿대질로 싸우고 갈라치기를 하는 오늘날 민낯을 그리려고 하지만, 막상 한복판으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누가 누구를 치거나 때리는 삿대말을 하는가를 짚기보다는 ‘이쪽이 옳은데 엉뚱히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얼거리가 짙다. 글님부터 이미 옳고그름을 ‘가르’니 아쉽다. 두 목소리를 함께 따지면서 함께 고치고 새롭게 손잡을 길을 그려야 맞지 않을까? ‘대학강의’를 하는 분들은 ‘서울 눈길’에 갇히기 일쑤이다. 서울은 그만 쳐다보아야 길을 열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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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5.


《담론》

 신영복 글, 돌베개, 2015.4.20.



밤을 지새우고서 새벽에 길을 나선다. 시골하늘을 마음에 그득히 담고서 고흥읍으로 나가서 순천을 거쳐 부산으로 달린다. 노래를 쓰고 꽃글(동화)을 쓴다. 붓을 쥐고 손으로 종이에 적는다. 부산 사상에 내려 버스로 보수동으로 옮기고, 〈남신서적〉하고 〈파도책방〉에 들른다. 일찍 길손채에 깃들어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저녁부터 밤늦도록 ‘말꽃수다’를 펴고 듣고 누린다. 둘레에서 적잖은 분들이 《담론》이 ‘좋다’고 하셨으나 여태 들이지 않았다. ‘얘기’나 ‘말’이라 않고 ‘談論’이라 쓸 까닭이 없으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낱말’을 가려서 써야 하고, 섣불리 영어나 한자나 라틴말을 안 섞을 노릇이다. 미국사람이라면 미국말을 써야지. 중국사람이라면 중국말을 써야지. 일본사람이라면 일본말을 써야지. 그대는 어느 터전에서 나고자라서 어떤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어떤 들숲바다한테서 숨결을 얻는 사람인가? ‘마음’을 ‘말’로 담고, 이 말을 그려서 ‘글’이다. ‘마음·말’과 ‘글·그림’이란 얼개를 글바치부터 둘레에 제대로 알려야, “꿈을 그리고, 사랑을 생각에 심는 말씨·글씨”를 나눌 만하다. 신영복 님은 나쁜글을 쓰지 않았다. 그저 중국물에 너무 사로잡힌 채 일본물까지 젖었을 뿐이다.


담론(談論) :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함

논의(論意) : 논하는 말이나 글의 뜻이나 의도

논하다(論-) : 1. 의견이나 이론을 조리 있게 말하다 ≒ 논지하다 2. 옳고 그름 따위를 따져 말하다

의견(意見)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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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4.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

 쿄 매클리어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21.9.24.



큰아이하고 오래붓(만년필)을 살피러 순천마실을 가기로 한다. 누리가게에서 볼 수 있되, 손으로 만져서 살피는 글붓을 돌아보기로 한다. 이 김에 코코넛물을 장만하려고 생각한다. 가까워도 먼 순천마실이니, 길에서만 한나절(4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즈음 틈삯을 헤아리면 누리가게에서 사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러나 순천 마을책집 〈취미는 독서〉에도 들르려고 움직인다. 볕은 가득하고, 길에 부릉부릉 넘친다. 걷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으나, 사람보다 쇳덩이가 훨씬 많다.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는 뜻있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후지카와 쿄’ 님이 미국 그림밭에 씨앗 한 톨을 심은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씨앗은 훨씬 일찍 ‘닥터 수스’ 님이 심었다. ‘내로라할 손꼽히는 순이’를 치켜세우려는 뜻을 앞세우는 바람에 자꾸 엇갈린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사람은 순이여도 돌이여도 아름답다. 그저 ‘쿄’ 님이 삶을 사랑으로 노래하려는 아름붓이라는 숨결에 다가서되, ‘싸움바다를 일으킨 일본’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함께 짚을 때라야 이 그림책이 빛나겠지.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자. 이와사키 치히로 님과 테즈카 오사무 님처럼 똑바로 보고서 그려야 한다.


#ItBeganwithaPage #HowGyoFujikawaDrewtheWay

#KyoMacLear #JulieMorstad #후지카와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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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3.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글/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7.5.



지난밤에 별을 보니 뿌옇더라.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도 밤빛이 트이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뜬 뒤에도 낮빛이 안 열린다. 새파란 하늘이 아닌 먼지가 잔뜩 끼어 얼룩진 무늬이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으니 하늘을 못 볼까. 하늘을 안 쳐다보니까 하늘이 그만 찡그리면서 바랠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부릉부릉 몰면서 하늘빛을 잊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버이랑 어른’이 모는 쇳덩이에 얹혀서 다니니 하늘빛을 잃는다. 해가 지는 저녁에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밤빛이 뿌옇구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면서 ‘번스타인 목소리’인지 ‘옮김말씨’인지 오락가락한다. 이른바 ‘동시통역’이라면 문득 옮김말씨가 섞이더라도 그때그때 나눌 말빛을 살피느라 넘어간다지만, ‘책’이라면 애벌옮김을 두벌이고 석벌이고 넉벌이고 손질하고 추스를 노릇이라고 본다. 글님이 책 하나 꾸리기까지 적어도 여러 해를 글다듬기를 하듯, 옮김책도 한 자락마다 여러 해를 들여야 마땅하다. 이렇게 해서는 다 굶어죽을 판이라서 못 한다면, 우리나라 책마을은 그냥그냥 무덤이라고 느낀다. 이야기를 지어서 두고두고 나누려는 뜻이니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에 글을 앉힌다고 여긴다. 부디 아무 글이나 종이에 얹지 말자. 나무가 불쌍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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