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8.


《서점 창업》

 책이있는자리·조준형 글, 독립출판·문우당서점, 2023.9.15.첫/2024.3.15.2벌



작은아이하고 수박마실을 나온다. 면소재지 가게로 두바퀴를 달려서 등짐으로 나르는 수박은 크지만, 시골버스를 타고서 찾아가는 고흥읍 가게는 ‘작은’ 수박만 있다. 그래도 오늘은 작은아이가 등짐에 수박을 담고서 실컷 땀을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릴 적에 몇 살 무렵부터 수박짐꾼을 했을까? 늦어도 아홉이나 열 살 무렵이다. 언니도 하나 들고 나도 하나 들고, 이렇게 둘을 장만하고서, 다른 살림도 잔뜩 지거나 쥐면서 날랐다.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꽤 덮으나 비를 뿌리지는 않는다. 늦여름 시골은 온통 풀죽임물로 어지럽고 뿌옇고 매캐하다. 비가 좍좍 내려서 씻어 주기를 빈다. 《서점 창업》을 읽었다. 부산 〈문우당〉 지기님이 여민 꾸러미이다. 여태까지 책집 이야기를 쓴 여러 책집지기는 책살림을 꾸린 지 얼마 안 된 채 내놓았다면, 〈문우당〉 지기님은 꽤 긴 나날을 보낸 발자국을 바탕으로 내놓았다. 깨달음에는 ‘오래닦음’하고 ‘몰록깨침’ 두 갈래가 있다. 오래도록 다스리고 갈고닦는 사이에 시나브로 눈을 뜰 수 있고, 어느 날 문득 번쩍하고 눈을 뜰 수 있다. 몇 해 동안 지낸 발걸음으로 태어나는 책이 있다면, 이 곁에는 오랜 발걸음으로 짓는 책이 있을 적에 알뜰살뜰 빛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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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Historie 12
이와키 히토시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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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눈물을 밟고서 걷는다


《히스토리에 12》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8.30.



  지난 2019년에 《히스토리에 11》를 읽고서 어쩌면 마지막일는지 모른다고 여겼는데, 뜻밖에 《히스토리에 12》(이와아키 히토시/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을 만나면서 놀랍고 반갑습니다. 언제나 설마 이 책으로 끝이려나 싶거든요. 아니, 열두걸음에서 멈추어도 뒤끝은 없을 만합니다.


  그림님 이와아키 히토시 님이 도움이를 곁에 둔다면 한결 빠르게 이야기를 펼칠는지 모릅니다만, 줄거리와 이야기뿐 아니라 붓끝 하나까지도 낱낱이 여미면서 선보이려는 뜻이 워낙 크다고 느껴요. 더 빠르거나 더 많거나 더 오래 들려주지 못 하더라도, 그림꽃 하나마다 “왜 이 줄거리로 이렇게 그리는가?”를 이웃이 저마다 느끼고 헤아리기를 바라는구나 싶습니다.


  《히스토리에》는 이미 첫걸음부터 “눈물을 밟고서 걸어가는 길”을 드러냈습니다. 열두걸음에 이르는 낱책에는 열두살림이 드러나고, 열두눈물과 열두웃음이 어울려요. 오직 사랑으로 짓는 살림집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눈물이 있고, 살림집하고 등진 힘나라 우두머리가 우쭐거리는 웃음과 눈물이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칼부림을 제아무리 대단하게 펴더라도 한낱 파리목숨일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을 드러냅니다. 불쏘시개처럼 칼받이(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숱한 사람들이 흘릴 눈물이 있고, 그저 땅을 일구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고 싶지만, 짝꿍(남자)을 싸울아비로 빼앗긴 여느 순이(여자)가 나라지기를 바라보는 눈물이 있어요.


  그림꽃 《히스토리에》를 읽고 싶다면, 이 그림꽃부터 읽거나 이 그림꽃만 읽다가는 “왜 이렇게 그리지?” 하며 알쏭달쏭하게 마련입니다. 《기생수》부터 읽고, 《칠석의 나라》에 《눈의 고개》에 《레이리》를 먼저 읽고서 《히스토리에》를 읽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다 다른 이야기는 다 다른 사람과 다 다른 삶길을 짚되, 언제나 하나인 눈길과 눈빛과 눈물을 바탕으로 삼습니다.


  어떤 이는 이웃사람 피눈물을 즈려밟으면서(지르밟으면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꽃을 어루만지면서 터덜터덜 걷습니다. 어떤 이는 눈물 하나 모르면서 쇳덩이(자동차)로 부릉부릉 달릴 뿐입니다. 어떤 이는 낮에는 들풀을 곁에 두면서 걷고, 밤에는 별바라기로 걷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걸음일까요. 우리는 이 길을 왜 걸을까요. 어쩔 수 없이 끌려갔기에, 윗놈이 시키는 대로 걸어야 하는 굴레인가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스스로 허수아비에 노리개로 뒹구는 수렁인가요.


  미움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그만 스스로 불타오르면서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가득하면 언제나 스스로 포근하면서 온누리를 환하게 비춥니다.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누가 우리 둘레에 이웃이며 동무로 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겨울에 사락사락 덮는 흰눈을 꾹꾹 밟으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봄꽃이 돋아나는 숲길을 천천히 걷을 만합니다.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시골 논둑길을 그저 호젓이 걸을 만합니다. 동무하고 나란히 서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골목을 걸을 수 있습니다. 새랑 이웃하면서 서로 휘파람을 주고받는 하루길을 걸을 만합니다. 어느 길이건 스스로 골라서 나아갑니다.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찾고 가꾸면서 품는 길입니다.


  《히스토리에》는 누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삶길을 보여줍니다. 영어 ‘히스토리’란 ‘he + story’입니다. 이 낱말에서 ‘he’란 “그냥 사내’가 아닌, 우두머리나 벼슬아치나 나리를 가리킵니다. ‘그·그들’이란 시골에서 논밭을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수수한 사내가 아닌, 논밭을 모르면서 등진 채 총칼을 움켜쥐면서 늘 싸움만 일삼으면서 힘·이름·돈으로 둘레를 짓밟으려고 하는 멍청이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히스토리(history) = 싸움 발자취 = 멍청난 꼰대수렁 = 삶이 없이 죽음만 춤추는 얼뜬짓’이라고 볼 만합니다.


  이와 달리 ‘스토리(story)’는 ‘이야기’입니다. ‘히(he)’도 ‘허(her)’도 아닌 그저 ‘삶길·살림길 = 이야기’예요. 너도 나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순이도 돌이도 살림하며 사랑하는 이야기예요. ‘이야기’에는 아프거나 슬픈 눈물도 있고, 즐겁거나 기쁜 웃음도 있어요. 서로 잇고 읽고 함께 있는 이야기를 사랑으로 품을 적에 아름답게 사랑으로 선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그대는 결고 자기 마음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런 여인이오!” “아아, 그렇구나. 그건 맞을지도. 당신은 다른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은 안 하나?” “나도 내 마음에 거짓말은 하지 않소!” “거짓말쟁이.” (37쪽)


“나는 답을 알고 싶다. 아니, 한번 보고 싶어.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86쪽)


‘그래, 내 임무, 역할은, 한 명의 왕을 새롭게 낳는 거였어. 덩치가 좀 작은가? 하지만 이렇게 올려다보니, 성스럽게까지 느껴져. 나 같은 놈과 닮았을 리가 없지.’ (107쪽)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어.” “좋지. 갈래?” “하지만 나는 에우로파 곁으로 가줘야 해.” (238쪽)


#岩明均 #ヒストリエ


그녀의 설명은 논리정연하니, 나의 막연한 의문에 답이 될 거란 내 기대가 과했던 거겠지

→ 이분 말씀은 뛰어나니, 내가 궁금한 곳을 풀어주리라 바랄 수 없었겠지

→ 이분은 찬찬히 말씀하니, 내가 모르던 곳을 풀어주기는 어렵겠지

16쪽


이 세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뿔뿔이 흩어진 상태가 좋은지

→ 온누리가 하나여야 나은지, 아니면 뿔뿔이 있어야 나은지

→ 온나라가 하나여야 하는지, 아니면 흩어져야 하는지

55쪽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만 한 인물의 숨통을 끊은 자가 이렇게 하찮은 소인배라 미안하오

→ 훌륭한 임금이여, 그대만 한 분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이라 잘못했소

→ 빼어난 분이여, 그대만 한 사람 숨통을 끊은 이가 이렇게 하찮은 놈팽이라 안됐소

86쪽


허나, 이건 훨씬 예전에 이미 정해져 있던 일인 것 같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에 잡힌 일인 듯하기도 하오

→ 그러나, 훨씬 예전부터 선 일인 듯싶기도 하오

86쪽


생포해서 실토하게 해

→ 붙잡아서 뱉어야 해

→ 잡아서 밝혀야 해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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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
토마토수프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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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만화책시렁 680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

 토마토수프

 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5.15.



  배를 좋아해서 늘 그리는 작은아이라면 이 그림꽃을 반기겠구나 싶어서 장만한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입니다. 닷걸음까지 죽 읽는 동안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곁님도 이 그림꽃을 놓고서 “동글동글 귀엽게 그린 모습”이지만, 막상 바다앗이(해적)는 멀쩡한 숲사람을 마구 죽이고 빼앗으면서 돌아다닌 무리인데, “마치 사람을 안 죽이거나 덜 죽이면서 ‘모험’을 했다는 듯이 그리면 안 되지!” 하고 이야기합니다. 댐피어를 비롯한 하늬녘 뱃사람은 푸른별 여러 나라를 휘저으면서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글(기록)’로 발자취를 남겼되, 그들이 보고 느낀 바를 남길 뿐입니다. 그들한테 빼앗겨야 하고 죽어야 했던 사람들 눈으로 보고 겪고 느낀 바는 ‘댐피어를 비롯한 이들’이 남긴 글에는 없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억지로 빼앗아 짓밟으면서 글(기록)을 어마어마하게 남겼는데, 거의 모든 글은 ‘일본 눈길’일 뿐, 짓밟히거나 억눌리거나 빼앗긴 사람들 마음은 하나도 안 남기거나 안 담았어요. “맛있는 새길”을 찾아나선다는 책이름은 여러모로 허울이지 싶습니다. 가로채거나 집어삼키거나 빼앗는 쪽에서는 맛있을는지 모르나, 잃거나 죽거나 우는 쪽에서는 맛조차 느낄 수 없이 아픕니다. 


ㅅㄴㄹ


“제 경험상 처음 만난 사람을 갑자기 죽이려 드는 야만인은 없었어요. 이 세계의 그 어디에도.” (103쪽)


“댐피어, 넌 이 토지를 조사하고 알게 된 다음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그건.” “영국의 식민지로 삼으려고?” “응. 나의 가치 있는 조사는 영국의 이익이 되겠지.” “그렇구나.” “후후후. 그렇게 훌륭한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그건 아니고.” (151쪽)


#ダンピアのおいしい冒険 

#トマトスープ 


+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토마토수프/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


나무 아래에서의 만남

→ 나무 곁에서 만남

7쪽


나무를 깊숙이 베어내 스며 나온 수지를 채취합니다

→ 나무를 깊숙이 베어내 스며 나온 나무물을 받습니다

14쪽


딱 적당한 대용품이 있다면 좋을 텐데

→ 딱 땜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알맞게 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맞게 채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4쪽


뭔가가 시작됐네

→ 뭐를 하네

→ 뭐를 벌이네

24쪽


일을 해야 하니까 전족을 안 한 거겠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묶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묶이를 안 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동여맸지

49쪽


수마트라섬으로 가기 위해 우리의 작은 방주가 출발했다

→ 우리 작은배는 수마트라섬으로 간다

→ 우리 쪽배는 수마트라섬으로 나아간다

20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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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카 요괴비첩 : 하
이마 이치코 지음, 서수진 옮김, 타치바나 미레이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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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0.2.

만화책시렁 626


《쿄카 요괴비첩 하》

 이마 이치코

 서수진 옮김

 미우

 2020.10.15.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은 늘 구릅니다. 숱한 사람은 푸른별이 구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이 별에는 개미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개미떼가 기어갈 적에 장난 아니게 시끄러울 만한데, 개미가 기어다니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렁이도 쥐며느리도 노래하는데, 어떤 흙지기는 지렁이노래를 알아듣지만, 지렁이가 무슨 노래를 하느냐며 어이없다고 뚝 자르는 사람도 있어요. 《쿄카 요괴비첩 하》를 곰곰이 읽습니다. 이마 이치코 님이 빚는 그림꽃은 저마다 다르되 언제나 하나로 만납니다. 《백귀야행》을 바탕으로 모든 이야기가 ‘하나이자 모두’로 흩어지면서 모입니다. 이 별에는 “몸을 입은 넋”도 살아가고 “몸을 벗은 넋”도 살아갑니다. “덩이진 밥을 먹는 넋”도 살고 “빛줄기를 먹는 넋”도 살아요. 바다에서 고래가 노래하는 소릿가락을 못 듣는다고 하더라도 고래는 늘 헤엄치면서 노래합니다. 나무도 풀도 언제나 부드럽게 노래하면서 우리 곁에 있어요. 눈을 뜰 수 있다면 몸이 아닌 마음부터 읽습니다. 눈을 안 뜨기에 마음을 잊은 채 몸만 쳐다봅니다.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새롭게 빛나는 하루를 그리면서 오늘 이곳에 선다면, 미움도 앙금도 응어리도 없이 푸른노래를 편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관군에게 항복하지 않고 자결을 선택한 거겠죠.” “아직 젊은데, 한이 맺혀 이렇게 슬픈 모습으로 계속 머무를 바에야 그냥 메이지 치세하에 살아가는 선택지는 없었던 걸까요?” “동정할 필요 없어요. 그는 그의 시대를 살다 간 겁니다. 게다가 저건 그저 잔상에 불과해요.” (101쪽)


“빠른 흐름에서 벗어나 고인 연못 바닥에서 자라는 진주도 있잖아요. 낡고 아름다운 걸 사랑하면 안 되는 거예요?” (145쪽)


“잘됐네요, 아가씨. 근데 이렇게 작은 아가씨가 시집이라니. 가엾게도.” “난 아직 309살밖에 안 됐지만, 곧 어른이 될 거야. 그럼 언젠가 또 만나러 올게.” (270쪽)


#いまいちこ #今市子 #鏡花あやかし秘帖


+


《쿄카 요괴비첩 하》(이마 이치코/서수진 옮김, 미우, 2020)


과음은 몸에 해롭습니다

→ 거나하면 몸에 나쁩니다

→ 말술은 몸이 망가집니다

19쪽


이젠 과년한 나이고, 꽤 아름다워진 것 같지 않아?

→ 이젠 나이도 찼고, 꽤 아름답지 않아?

→ 이젠 무르익었고, 꽤 아름답지 않아?

21쪽


대체 어디의 누구야? 이 오입쟁이!

→ 아니 어디 누구야? 이 바람둥이!

→ 참말 어디 누구야? 이 난봉쟁이!

28쪽


아내표 도시락인가요

→ 곁님 도시락인가요

→ 짝지 도시락인가요

31쪽


평판이 자자한 미녀를 알현하는 거라고

→ 낯값이 드높은 꽃님을 뵙는다고

→ 꽃낯이 높다란 멋님을 모신다고

36쪽


이렇게 비싼 요정을 잡는단 말야?

→ 이런 비싼 노닥채를 잡는단 말야?

→ 이렇게 비싼 밥채를 잡는단 말야?

58쪽


서둘러 다음 혼담을 찾아보자고

→ 서둘러 다음 꽃말을 찾아보자고

→ 서둘러 다음 맞선을 찾아보자고

79쪽


저건 그저 잔상에 불과해요

→ 저건 그저 그늘이에요

→ 저건 그저 자국이에요

→ 저건 그저 뒷모습이에요

101쪽


쌍을 이루는 수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죠

→ 서울 지킴님으로 나란히 모시지요

→ 서울 돌봄빛으로 함께 받들지요

108쪽


민완기자의 후각이 그렇게 고하고 있어

→ 발빠른 글바치 코가 그렇게 알려줘

→ 솜씨지기 코가 그렇게 부르짖어

→ 날다람쥐가 그렇게 냄새를 맡아

124쪽


고견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 말씀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 뜻은 다음에 다시 들을게요

125쪽


동종업계라 해도 그쪽은 대기업인걸요

→ 이웃가게라 해도 그쪽은 큰걸요

→ 나란장사라 해도 그쪽은 우람한걸요

136쪽


그 일대가 완전히 불야성이라

→ 둘레가 아주 하얀밤이라

→ 언저리가 다 밤을 잊어서

1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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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의 별난 산책 사각사각 그림책 68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유문조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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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0.1.

그림책시렁 1487


《카이의 별난 산책》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아라이 료지 그림

 유문조 옮김

 비룡소

 2024.9.10.



  2001년에 《별난 산책 별난 선물》로 처음 나온 그림책이 2024년에 《카이의 별난 산책》으로 다시 나옵니다. 그런데 “かいくんのおさんぽ”라는 책이름에는 ‘별난’이란 말이 없습니다. 어린이 카이는 그저 ‘걸을’ 뿐입니다. 카이가 걸어갈 적마다 재미나거나 즐겁거나 다르거나 놀라운 일이 한 가지씩 있다지요. 그러니까 “카이가 걸을 때”라든지 “카이가 걷는데”라든지 “카이가 거닐면”이라 할 만합니다. “카이 마실”이나 “카이 나들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걷기·거닐기’나 ‘마실·나들이’는 언제나 으레 어디서나 합니다. 날마다 하고 가만히 합니다. 천천히 하고 느긋이 합니다. 사뿐히 하고 나긋나긋 하지요. 갑작스럽거나 난데없는 일이 있지 않습니다. 눈여겨볼 줄 알기에 온갖 일을 놀랍게 맞이합니다. 둘러보고 돌아보면서 차분히 걸으니까, 모든 발걸음이 놀이요 노래입니다. 그림님 아라이 료지 님은 “걷는 사람 이야기”를 늘 그리더군요. 이이 그림책에 끼워넣은 ‘튀는(별난)’이라는 낱말은 안 어울립니다. 아이는 걸으면서 온누리를 새롭게 바꿀 뿐이에요. 어른도 거닐면서 둘레랑 마을을 새롭게 가꿉니다. 걷는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걷는 몸짓이기에 이웃을 맞이합니다. 이제 쇳덩이(자동차)는 좀 치웁시다.


#中川ひろたか #荒井良二

#かいくんのおさんぽ (199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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