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4.

《운동장 편지》
 복효근 글, 창비교육, 2016.3.25.



퐁당퐁당 쉼날이 끼고, 시골집 손질을 하는 일꾼이 드나들면서, 나래터에 다녀올 짬이 안 났다. 아침에 시골버스를 타면 붐비는 줄 알지만, 일꾼이 낮밥을 먹으러 다녀올 틈에 다녀온다. 예전에는 다 나무로 집을 짜고 손질을 했다면, 요새는 다 화학약품만 쓴다. 겉을 보면 ‘친환경’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만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런 화학약품이 흙에 닿으면 흙이 타버린다. 새삼스레 돌아본다. 씨나락 까먹는 ‘우주개발’에 앞서 ‘흙과 숲에 이바지할 살림길’부터 지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숲빛으로 집옷밥을 가꾸지 못 하면서 펑펑 쏘아대기만 하는 나라는 죽음길로 달려갈밖에 없다. 《운동장 편지》를 읽었다. 어린이에서 나이를 몇 살 더 먹기에 푸름이라고 하지 않는다. 새롭게 철들며 푸릇푸릇 깨어나는 나뭇잎과 풀잎 같기에 푸름이라고 한다. 우리는 예쁜 말이나 멋진 말을 찾아서 써야 하지 않는다. 어린이나 푸름이가 하루를 보내는 배움터(학교) 모습에 너무 매일 까닭도 없다. 그저 늘 쓰는 말을 조금 더 가다듬어서, 온누리 아이들이 마음으로 품을 살림빛과 사랑씨앗을 헤아리는, 더욱 쉽고 부드럽게 추스른 말씨로 오늘 하루를 그리면 어느새 노래가 태어난다. 꾸미는 글은 덧없다. 입맛에 맞추지 말고 살림을 함께하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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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5.

《가고 싶은 대로》
 장 이브 카스테르만 글·그림/하리라 옮김, 파랑서재, 2023.7.10.


낮에 고흥읍으로 간다. ‘우리말로 노래밭’ 열다섯걸음을 꾸리는 하루이다. 오늘은 구름이 쉬잖고 춤추며 하얗게 무늬를 새긴다. 이야기를 잇고, ‘가을’이라는 낱말을 풀고, 쪽글을 함께 쓰면서도, 구름빛을 자꾸자꾸 살핀다. 구름바라기를 하며 어릴 적을 떠올린다. 마흔 해 앞서 보던 구름은 요 몇 해 사이처럼 어마어마하게 물결춤이지 않았다. 나는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늘 구름바라기였다. 땅에는 언제나 무시무시하게 내달리는 큰짐차(대형덤프)가 춤추었고, 인천은 어디나 뚝딱터(공장)이 드넓어서 매캐한 바람에 숨이 막히고 콜록거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먼지띠나 잿가루도 잊을 만했다. 이제 시골에서는 구름바라기에 풀바라기에 숲바라기로 살면서 풀죽임물을 잊는다. 《가고 싶은 대로》는 살뜰히 태어난 그림책이라고 여긴다. 그림님한테 귀띔을 할 수 있다면, 순이로서는 “가고 싶은 대로”를 들려주면서, 돌이로서는 “하고 싶은 대로”를 펼 만하다고 본다. 어린순이가 마음과 몸에 날개를 달듯, 어린돌이도 사랑으로 날개를 달아서 함께 손을 잡고서 온누리를 새로 일구는 동무로 지내는 그림책을 빚을 수 있기를 빈다. 저녁일을 조금 하다가, ‘문재인 딸 문다혜 술몰기(음주운전)’ 이야기를 듣는다. 딱하다. 불쌍하다. 술은 집에서 마시자. 길에서는 새와 나무와 하늘과 들꽃을 보면서 걷자.

#JeanYvesCasterman #lovelyfamily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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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6.

《타오 씨 이야기》
 장재은 글·그림, 사계절, 2024.5.30.



빗줄기가 마당을 적시고 들을 감싼다. 큰아이하고 논두렁을 걸어서 옆마을로 간다. 12:20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일곱걸음을 편다. 비가 오는 시골 읍내에는 걷는 사람이 더 뜸하다. 아주 호젓하게 이야기밭을 누리고 일군다. 걸어다니기에 듣고 보고 느낀다. 걷다가 멈추어 들여다보고 귀여겨듣기에 맞아들여서 배운다. 그렇다면 안 걷는 사람은 안 듣고 안 보고 안 느끼는가? 맞다. 안 걷기에 듣거나 보거나 느낄 짬이 없다. 쇳덩이에 몸을 싣고서 빠르게 달리느라 다른 쇳덩이를 곁눈질하기에 바쁘다. 어른이 태운 쇳덩이에 탄 아이도 매한가지이다. 아이는 제 다리로 거닐어야 바람과 해와 비를 느끼면서 배운다. 아이는 마음껏 뛰고 달리고 구르고 웃어야 나날이 새롭게 자란다. 《타오 씨 이야기》는 뜻있게 나온 그림책이라고 느끼는데, ‘뜻을 앞세우’느라 막상 ‘이야기를 놓치’는구나. ‘외국인근로자(외노자)’를 ‘이주노동자’라는 다른 한자말로 옮긴들 ‘이주(옮긴)’ 모습에서 그친다. 이제는 ‘이웃일꾼’으로 마주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볼 때이고, 이웃으로서 함께살면 이 줄거리를 어떻게 다듬어서 풀 적에 그야말로 ‘이웃씨 이야기’로 거듭날는지 알아보겠지. 좀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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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7.

《창작수업》
 변영주 글, 창비, 2018.9.17.



아침에 우리 책숲에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여덟걸음을 편다. 어느새 이만큼 달렸네. 꾸준히 배우려는 이웃님이 반갑다. 나는 그저 이슬받이로서 먼저 걸어온 길을 차곡차곡 되짚으면서 이제부터 새로 일굴 앞길을 천천히 들려주는 몫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늘 배우면서 기쁘다. 배우는 사람은 넌지시 들려주고 가르치기에 빛난다. 어느덧 집손질이 거의 끝나가면서 부엌과 씻는칸을 신나게 쓸고닦고 치운다. 낮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움직인다. 조금 더 하고서 씻으려고 하면서 자꾸자꾸 더 한다. 드디어 “오늘은 여기까지!”를 혼자 외치고서 드러눕는다. 《창작수업》을 읽는 내내 몹시 아쉬웠다. 글님은 왜 그리 투덜대야 할까. 사람들이 글님한테 아뭇소리도 안 묻고서 얌전히 듣기만 해야 할까. 수수하게 으레 묻는 말에 늘 실마리가 있고 열쇠가 있으며 빛이 있다. ‘볼 만한 그림빛(영화)’을 언제나 새롭게 알려주지 못 한다면 그대는 그림빛지기(영화감독)일 수 없다. 새롭게 이 그림빛 저 그림빛 지켜본 바를 이웃한테 고스란히 밝히면 되고, 잘잘못이 아닌 아쉽고 서운한 대목을 짚고서, 알뜰하고 알찬 대목을 노래하면 된다. 고흥군은 ‘어선건조 지원센터’를 하겠다고, 2023년에 이미 나라돈 490억을 해양교통안전공단한테서 받은 듯싶다. 참으로 딱한 고흥군수와 고흥군 벼슬아치이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23578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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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8.

《소농, 문명의 뿌리》
 웬델 베리 글/이승렬 옮김, 한티재, 2016.1.25.


이레 동안 집손질을 한 일꾼이 내놓은 쓰레기가 한가득이다. 쓰레기자루를 들여다보며 생각한다. 지난날에 나무하고 흙으로 집을 짓고 살림하던 때에는 그야말로 ‘살림’을 했기에 쓰레기가 없었다. 아침부터 쓸고닦는다. 치우고 손질한다. 싱싱칸(냉장고)이 힘을 못 내는데, 열세 해째 쓴 싱싱칸은 숨이 턱에 찼단다. 싱싱칸은 열다섯 해까지 쓴다는구나. 새것을 장만해야 한다는 뜻인가. 저녁에 광주교통방송하고 이야기한다. ‘한글날맞이’라고 한다. 예쁘거나 좋은 말을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갇히게 마련이고, 어린이가 거친말(비속어)을 쓴다면 다 ‘어른 아닌 꼰대’한테서 들은 말씨일 테니 우리 스스로 말결을 가다듬으면 다 바뀐다. 길이란 참 쉽다. 우리가 안 갈 뿐이다. 《소농, 문명의 뿌리》를 읽었다.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지만, 열다섯 살 푸름이부터 함께 읽을 만하다고 본다. 작은밭을 짓는 길이 살림빛을 북돋우는 뿌리라는 대목을 차근차근 짚는다. 큰밭이나 큰논으로는 오히려 이 별과 나라와 마을을 몽땅 죽이기 쉽다. “일하는 땅임자”가 더러 있을 테지만, 땅임자는 으레 노닥거린다. 전남 영광은 고을지기(군수)를 새로 뽑는다는데, 뽑기철에만 얼굴을 볼 뿐, 그다음에는 어디론가 사라지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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