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버스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70
어인선 지음 / 봄봄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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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807



노래를 몽땅 나눠 준 뒤에 조용히 잠든 꽃

― 민들레 버스

 어인선

 봄봄

 2018.5.5.



골목 안쪽, 민들레 버스 준비가 한창이야. (2쪽)



  저희 집에서는 아이들하고 해마다 4월 끝자락부터 5월 한복판까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집 뒤꼍에서 민들레씨를 받아두어요. 뒤꼍에서는 해마다 흰민들레하고 노란민들레가 오르는데, 두 민들레는 텃꽃입니다. 흰민들레는 모두 텃꽃이고 노란민들레 가운데 텃꽃을 만나기란 매우 힘들어요. 그래서 두 가지 텃민들레를 퍼뜨리려는 마음으로 씨앗을 받습니다. 이 씨앗을 곳곳에 심습니다.



새하얀 씨앗을 가득 채운

민들레 버스가 세상으로 나왔어.

어디로 갈까? (6쪽)



  그림책 《민들레 버스》(어인선, 봄봄, 2018)를 여름에 가만히 펼쳐 보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민들레라는 풀에 꽃이 피고 지면서 맺는 씨앗이 마치 버스와 같아서 이곳저곳 신나게 누비면서 씨앗을 날리다가, 마지막 씨앗 한 톨까지 날리고 나면 조용히 스러지며 흙 품에 안긴다고 하는 줄거리를 그림으로 상냥하게 보여줍니다.


  5월 한복판까지 민들레씨를 받아서 여기저기 심거나 뿌리고 나면 이 민들레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요. 높다라니 솟은 꽃대도, 펑퍼짐히 퍼졌던 잎도, 뜨거운 여름볕에 녹듯이 사라져요. 겨울 끝자락하고 봄 첫자락에 씩씩하게 돋던 민들레는 여름으로 접어들며 고요히 흙한테 안기는데요, 《민들레 버스》를 그린 분은 이 같은 모습을 눈여겨보고는 아이들이 민들레라는 봄꽃을 더 아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주는구나 싶습니다.



말라가는 빨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돌,

베란다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화분,

민들레 버스는 모두에게 조용히 봄을 뿌리고 지나가. (11쪽)


갈라진 나무 틈과 빨갛게 익어 가는 열매,

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들에게도 봄을 전하지. (18쪽)



  겨울이 저물 즈음 아직 찬바람이 붑니다. 새봄을 시샘하는 듯한 이 바람을 가리켜 꽃샘바람이나 잎샘바람이라 하는데요, 민들레는 바로 이 시샘바람을 맞으면서 씩씩하게 잎을 펴고 꽃대를 올려요. 아직 추위가 덜 가신 이른봄에 들판이나 논둑에서 돋는 민들레는 씩씩하면서 야무지다고 할 만합니다. 추위쯤이야 얼마든지 견디면서 새봄을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할 만해요. 이런 민들레를 참 많은 이웃님이 좋아할 만하겠지요. 씩씩하고 야무지니까요. 기쁘게 봄을 부르니까요.


  그림책 《민들레 버스》를 보면, 민들레 버스는 사람한테도 가만히 꽃씨를 날리며 봄노래를 들려줄 뿐 아니라, 새한테도 풀벌레한테도 봄노래를 들려주고, 시골숲이며 도시 골목 한켠에도 봄노래를 들려준다고 하는 이야기를 그려요.


  모두한테 곱게 봄을 뿌린다고 할까요. 누구나 봄을 누리기를 바라는 즐거움을 흩뿌린다고 할까요.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다 같이 봄노래를 부르면서 활짝 웃자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민들레 버스는 다시 노란 봄을 가져올 거야. (28쪽)



  민들레 버스는 씨앗을 다 뿌리고 나서 빈몸으로 흙으로 돌아가지만, 이듬해에 새롭게 봄을 데려와 노래를 흩뿌릴 꿈을 꾼다고 합니다. 두 빛깔로 꽃을 피우는 민들레이니, 한쪽에서는 노란 봄노래를 조용히 흩뿌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하얀 봄노래를 고요히 흩뿌리겠지요.


  늦봄 찔레꽃도 저물고 바야흐로 유월 밤꽃이 한창입니다. 한 꽃이 가면 다른 꽃이 잇따르며 철이 바뀝니다. 이 후끈후끈 무더운 여름에 봄노래 같은 즐겁고 수더분한 마음을 새기면서 시원한 바람을 불러 봅니다. 2018.6.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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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3.


《인월 1》

김혜린 글·그림, 대원씨아이, 2017.6.30.



선거를 하러 가는 날. 마을 앞으로 시골버스를 타러 나가는데, 어라 대문을 열 즈음 버스가 부르릉 마을 앞을 벌써 지나간다. 오늘 따라 시골버스가 1분조차 안 늦고 이렇게 빨리 지나가네. 여느 날에는 10분도 15분도 20분도 늦던 버스가.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본다. 꼭 면소재지 투표소로 가야 하느냐고, 읍내 투표소에 가면 안 되느냐고. 두 시간에 한 번 지나가는 버스를 놓쳐서 면에 가는 버스로는 투표를 못 한다고. 선관위에서는 사전투표가 아니면 꼭 지정투표소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 말을 듣고는 “그럼 우리 택시 타자! 내가 택시삯 낼게!” 한다. 우리는 면소재지로, 또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택시를 타고 움직인다. 뭐 가며 오며 5000원씩 내니 네 사람 타는 삯으로는 안 나쁘다. 고흥군은 투표율이 80퍼센트를 넘었다니 군수 물갈이를 이룰 테지. 저녁나절 만화책 《인월》 첫걸음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김혜린 님 새로운 만화가 나오는구나! 얼마나 멋진가! 곧 두걸음 세걸음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시골 군수가 토호세력 아닌 심부름꾼 되기를 빌면서, 《인월》에 나오는 양반네나 권력자 들이 부디 이녁 바보스러운 짓을 깨닫기를 바라면서 고요히 밤꿈을 꾼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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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6.12.


《내 친구의 그림일기 2》

 아비코 미와 글·그림/최미애 옮김, 대원씨아이, 2001.9.11.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린다.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가는 날이다. 굳이 이맘때에 초등학교에 다시 가서 ‘입학 유예’ 서류를 써야 한다. 졸업장 학교 아닌 ‘우리 집 학교’를 다니는 길에, 해마다 또는 학기마다 이런 서류를 써야 한단다. 즐겁게 쓰기로 하면서도 살짝 갑갑하다. 서류를 써 주면 나라나 교육부에서는 ‘우리 집 학교 어린이·푸름이’한테 어떤 이바지를 할까? 철물점에 들러 전깃줄을 장만한다. 보일러를 손봐야 한다. 책숲집에서 쓸 갈대비를 둘 장만하고 집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작은아이는 가며 오며 샛자전거에 앉을 수 있어서 신난다.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란 재미있지? 만화책 《내 친구의 그림일기》 두걸음으로 나아간다. 두걸음에는 ‘말하는 고양이’하고 멀리 바다를 보러 나들이를 다녀오는 줄거리가 흐른다. 고양이를 데리고 먼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드물 무렵, 세 식구는 어떻게든 머리를 짜내어 ‘한식구인 고양이’한테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함께 보고 함께 느끼며 함께 배우는 길을 가려 한다. 이야기가 예쁘다. 살림이란, 배움이란, 사랑이란, 나눔이란 참으로 수수하다. 아주 작은 곳을 눈여겨보고, 아주 작은 자리를 함께 가꾸면서 돌보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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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만만한 만화방 1
김소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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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5


《반달》

 김소희

 만만한책방

 2018.5.25.



  국민학교 6학년 무렵 갑자기 아버지 일이 무너진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살던 집에서 나와야 했고, 빛 한 줄기 없는 술집 한켠 퀴퀴하고 조그마한 헛간을 집으로 삼아서 한 해를 지냈다고 해요. 여느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누나랑 오순도순 지낼 적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어둠을 처음으로 마주한 아이는 이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야 할까요? 그런데 이 아이만 가시밭길을 걷지 않습니다. 적잖은 동무가 모진 가시밭길을 걸어요. 이때에 이 아이는 동무를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요? 《반달》은 만화지기 스스로 겪은 어릴 적 삶을 수수하게 비추어 보입니다. 길지 않더라도 굵직히 아로새긴 어린 날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울던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 만화를 그린 분은 1987년에 국민학교 6학년이었구나 싶고, 저도 이해에 6학년이었습니다. 그무렵 어울려 놀던 기찻길 옆, 옐로우하우스 건넛길, 유리공장 옆, 식품공장 옆, 연탄공장 옆, 시외버스역 맞은쪽, 항구 옆, 고속도로 옆, 공단 한복판, 화학공장 옆, 쪽방골목 한복판, 술집거리 한복판 들에 살던 동무랑 동생을 하나하나 그려 봅니다. 다들 참 씩씩하게 착하게 푼더분하게 어깨동무했습니다. ㅅㄴㄹ



“뭐야, 나 보러 왔냐?” “응! 괜찮아?” “어휴∼ 괜찮을 리가 있냐∼. 맨날 빚쟁이는 찾아오고, 엄마 아빤 지방으로 숨었는데, 돈도 별로 안 주고 가서 아∼주 심란해! 거기 계단 조심해. 어두워.” 숙희네는 지하로 내려가서 또 지하로 내려가는 깊은 곳에 있었다. 불행의 지하실 같은 게 있어서 내가 이쯤에 있다면, 숙희는 나보다 조금 더 아래, 더 컴컴한 불행의 지하실에 있는 느낌이었다. (98∼9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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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 1
마스무라 히로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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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4


《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 1》

 마스무라 히로시

 이은숙 옮김

 대원씨아이

 2003.3.15.



  애써 한국말로 몇 권 나왔으나 더 못 나오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도 그 같은 만화책 가운데 하나로, 일본에서 열여덟 권이 나왔고, 한국에서는 열한 권이 나옵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일찍 판이 끊어집니다. 요즈막에 이 만화책이 나왔으면 ‘고양이 사랑’에 힘입어 제법 눈길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요. 한국에서는 제때를 못 만났습니다. 온통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고양이숲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 만화는 ‘사람이나 고양이 모두 스스로 잃은 길’이 무엇인지 넌지시 짚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길을 잃지 않은 마음일 적에, 다시 말해 첫마음으로 오늘 이 삶을 가꿀 줄 알 적에, 오늘 이곳에서 보는 모습보다 훨씬 놀라우며 기쁘게 사랑을 알 수 있다고 밝힙니다. 어느 책이든 빨리 읽어치우면 속내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만, 아타고올 이야기도 찬찬히 읽어야 속내를 한결 잘 새길 만합니다. 이를테면 하루에 한 꼭지씩, 모두 아흐레에 걸쳐 이 만화책을 읽어 본다면 생각이 사뭇 새롭게 자라는구나 하고 느낄 만해요. 다만, 아흐레에 걸쳐 찬찬히 읽더라도 마음눈을 뜰 적에 새롭게 자라는 길을 누립니다. 마음눈을 안 뜨고 읽는다면 그냥그냥 고양이랑 숲이랑 마법이 어우러진 흔한 만화책일 뿐입니다. ㅅㄴㄹ



“그래, 우리들은 이 (셋째) 눈동자를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야.” (51쪽)


“투명한 우표를 볼 수 있는 것은, 투명한 마음을 가진 사람뿐이다.” (137쪽)


“기분 좋아진다는 건, 아득한 옛날로 돌아간다는 거였어.” (19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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